셋째날(2006. 8. 13)
밤새 내렸던 비는 그쳤으나 산장밖을 나가보니 바람과 안개가 온 산을 덮여 앞이 보이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야리가다케 정상은 희뿌옇게 보인다.
세면대에서 일본인들의 물을 절약하는 모습과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그리고 화장실에서 질서를 지키는 모습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것 같다.
산장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6시 30분 오오바미다케(大食岳)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기온은 9도다(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도씩 내려간다). 출발시는 안개도 걷히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돌무더기로 된 사면을 걷다 바위에 숫자 700 이 쓰여진곳을 올라선다.
다시 또 800 숫자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어제 야리다케산장을 엄청 힘들게 올랐던 협곡이 저 아래 보이고 야리가다케는 작은 봉우리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가까이 보이는 산기슭은 흘러가는 구름이 그림자로 비추어 보이고 먼 산정에는 먹구름이 온산을 덮어 버렸다.
20여분 정도를 걸어 오오바미다케(大食岳) 0.45키로 이정표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 하였다.
오오바미다케(3,101미터)는 일본에서 10위의 고봉이다.
약간 내려섰다가 철사다리를 오르면서 쳐다본 맑은 하늘에는 하얀달이 떠있고 먼 산의 먹구름도 걷히었다..
돌길 옆에는 눈잣나무도 보이고 "귀중한 추억"의 꽃말을 가진 에델바이스도 이 높은곳에서 자라고 있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처럼 귀중한 추억을 간직한 산행이 되기를 바라며.....
출발 35분 정도를 지나 2번에 연속된 계단을 올라가니 나카다케(中岳) 3,084미터에 도착하였다.
나카다케에서의 조망은 협곡 깊이 초록의 푸르름과 멀리는 운해를 이룬 모습이 무한하게 평온스러워 보이니 힘든 산행을 잊는다.
중악을 지나면서 청청한 파란하늘에 산행하기에 알맞는 기온이다.
고어자켓을 벗어 배냥에 집어넣는다.
중악을 내려서 오늘 걷는 길중 가장 편한 능선길을 걷는다.
남악과 중악 중간지점인 중악40분, 남악30분표시가 목재로 세워놓은 해발2,986미터 지점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본다.
멀리 야리가다케가 우뚝 솟아 잘가라 손짓 하고있고 산비탈의 만년설은 8월의 태양아래 눈부시다.
바위를 안고 돌기도 하며 험한 바윗길을 걷다 편한 능선을 천천히 오르니 어느듯 통나무로 세워진 미나미다케(南岳 3,032.7 미터)에 도착하였다.
배낭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충분한 휴식을 한다.
아래에는 미나미다케 산장이 보이고 너머는 우리가 가야할 기타호다카다케(北稿高岳)가 앞을 꽉 가로 막고 있다.
자~~~ 가자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난다. 이곳에서 헬기소리는 반가운 것이 아니다.먼 봉우리에서 선회하고 있다. 다시 한번 안전산행을 다짐한다.
산장을 지나면서 바로 넓은지대에 올라선다.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하면서 일본인과 바디랭귀지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우리와 같은 코스로 산행을 한단다.
이 일본인과 호다카다케 산장까지 줄곳 같이 산행하였다.
이곳서 서울에 있는 바우사랑 산우들도 만난다.
바우사랑과는 다음날 까지 줄곳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산행을 하였다.
좌측 깊은 협곡에는 눈이 쌓여 있고 구름도 산 정상을 넘지 못하고 산허리에서 정지 되어있다.
한 시간 정도를 걸어 험상궂은 바위를 쇠사슬을 이용하여 내려가기도 하고 두 번에 걸쳐 철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바위를 등지고 지돌이도 하고 바위를 부여잡고 안돌이도 하며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
그러나 서두르면 않된다. 그 아래는 천길 만길 낭떠러지고
협곡 멀리는 가라사와 산장이 보인다.
한 무리의 구름이 협곡을 타고 빠르게 산위로 올라 넘어간다.
능선의 우측과 좌측의 기온 차이가 피부로 느껴진다.
오늘 산행중 가장 어려운 고빗사위인 칼날같은 능선을 한발을 걸치며 곡예를 하듯 넘어가는데 좌우는 천길 만길낭떠러지다.
바위만 이용하여 오를수없어 쇠말뚝을 박아놓아 다리받침대로 사용케 해놓았다.
서두르지 않고 질서 있게 기다리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3명이 서로 밧줄을 연결하여 서로서로 안전하게 산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 기타호다카산장이 200 미터 남았다. 한걸음에 다달를것 같은데 왜 그리먼지?
고산지대에서는 천천히 내속도대로 걸어야지 빠른걸음을 허용치 않는다.
200미터를 산장까지 25분 걸려 도착한다. 1시 10분
산장에는 풍력발전용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고 있다.
이곳서 도시락과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1시 45분 출발하여 산장 뒤로 오르니 돌을 고르게 골라 펑퍼짐하게 만들어진 바로 기타호다카다케(北稿高岳 3,106미터) 정상이다.
정상표시는 T자형 나무목으로 표시하였다.
능선길을 걸으며 좌측 협곡 저 멀리 빨간지붕의 가라사와 산장이 텐트촌과 어울려 멋있게 보인다.
일본을 상징하는 뇌조는 사람도 의식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왔다 갔다 한다.
좌측 넓은 협곡은 먼년설이 꽉 차있는 전경이 펼쳐져 있고....
산허리를 내려서 걸어온 길은 산전체가 온통 바위덩어리다.
그러나 가야할 앞산도 마찬가지이다.
구름이 산을 순식간에 뒤덮히더니 다시 흐트러 없어지며 해와 구름은 숨박꼭질을 계속한다.
봉우리를 리찌를 하며 오르고 쇠줄을 부여잡고 오르는 돌무더기길로 산의 모든것이 돌이다.
산허리를 돌면서 가라사와 산장쪽은 무지개가 타원형이 아닌 둥근원을 그리며 떠있다.
오늘 산행을 축복하여 주듯이.....
좌측 가라사와 산장 협곡아래에는 드넓은 설원이 펼쳐지고 능선 골짜기마다 만년설을 머금은 채 자태를 뽐내는 것이 일대 장관이다.
어제와 오늘 종주를 하면서 태양, 구름, 비, 천둥, 번개, 무지개, 별,달등 자연현상의 모든 조화 이렇게 무진한것을 보았다. 우리강산에서 보았던것과 똑같다.
가라사와다케(3,110미터)에서는 오늘 숙박할 호다카다케(穗高岳)산장이 색색의 텐트가 여기 저기 모여 있고 능선 좌측은 계곡을 조망할수 있으나 우측은 구름이 꽉차 있고 빨간지붕의 산장이 보인다.
산장 넘어는 내일 올라 설 오쿠호다카다케로 가는 봉우리 하나가 구름속에 육중하게 우뚝 솟아있다.
오후 5시 20분 해발 2,983 미터 호다카다케(穗高岳)산장 도착하여 먼저 온 산우님들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고 2팀과도 합류한다.
오늘 산행은 90%이상 세미리찌 산행이었다.
(산장 바로 밑에 쌓여있는 눈)
일본의 국경일인 오봉절 연휴로 산장은 산행객들로 꽉 차 있고 산장주위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곳도 예약 완료 되었단다.
이곳 산장은 산에 관한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고 휴게실에서는 북알프스의 절경을 담은 DVD 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도 모든것이 불편할것 같다. 이곳도 9시에 소등을 한다.
새벽 3시반이 되니 랜턴을 밝히며 일찍 출발하려는 사람들로 재대로 잠도 못자고 아침을 맞는다.
오늘 산행시간 약11시간. 산행거리 18 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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