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저자가 1986년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700Km의 산티아고 의 길, 순례 여행을 담은 이야기. 안내자 페트루스와 함께 걸으며 순탄하지만은 않은 많은 일을 겪으면서 변화와 진리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
헌사 (안내자 페트루스에게 보내는 헌사) 9쪽
페트루스와 헤어지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비범한 것은 평범함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 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프롤로그 13쪽
람은 1492년에 기독교 평신도회에서 창설한 오래된 단체였다.
마스터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내 어깨와 머리에 대며 말했다.
"람의 권능과 사랑으로, 오늘과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그대를 교단의 마스터이자 기사로 임명하노라. 엄격함Rigor의 R, 숭배Adoration의 A, 자비Mercy의 M. 또한 왕국Regnum의 R, 어린양Agnus의 A, 세계Mundi의 M으로 (15쪽)
검이 당신이 따라 걸어야 할 길의 어느 지점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어요. 17쪽
도착 19쪽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누구든 그곳 중 하나를 따라 걷는 사람에게는 많은 축복과 관용이 베풀어졌다.
첫 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은 예루살렘의 예수의 성묘聖墓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手相家' 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곳은 어느 날 밤 양치기가 들판 위에서 빛나는 별을 봤다는 장소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후 성 야고보와 성모마리아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복음서의 말씀을 가지고 그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그곳에는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오래지 않아 모든 기독교도 국가의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도시가 세워지게 되었다. 이 신성한 세번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에게는 '순례자'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그들은 가리비껍데기를 상징으로 선택했다.
순례의 황금시대였던 14세기에는 해마다 전 유럽에서 몰려든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은하수길'을 따라 걸었다(밤에는 순례자들이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아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많은 열성 신자들과 수도사들 그리고 연구가들이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대성당에 이르는 칠백 킬로미터의 길을 걸으며 순례를 하고 있다. 23~24쪽
설사 검을 되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는 궁긍적으로 나 자신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6쪽
**시에스타;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낮잠을 자는 습관
생장피에드포르 27쪽
숙소에서 "당신 이름을 순례자 명부에 기록해놓아야 해요." 내가 이름을 말하자, 그녀는 내가 가리비껍데기를 가지고 왔는지 물었다. 순례자들은 순례의 상징으로 사도의 무덤 위에 가리비껍데기를 쌓아놓는데, 이는 순례자들끼리 서로 알아보게 해주는 표지이기도 했다." 29쪽
안내자 페트루스를 처음 만날 때 암호는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고 페트루스가 말하면 나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6쪽
페트루스는 내게 람(RAM)의 첫번째 의례를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거듭남의 훈련 '씨앗훈련'이다.
1. 씨앗 훈련
땅에 무릎을 꿇으십시오. 엉덩이를 뒤꿈치에 대고 앉아 얼굴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웅크리고 두 팔을 뒤로 뻗으십시오. 당신은 이제 태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을 편히 가지고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긴장을 풀어내십시오. 천천히 깊게 호흡하십시오. 차차 자신이 안락한 대지에 안겨 있는 아주 작은 씨앗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주의의 모든 것은 따뜻하고 감미롭습니다. 당신은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깊고 아늑한 잠에 빠져듭니다.
갑자기,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씨앗은 이제 더는 씨앗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태어나고 싶어합니다. 천천히, 몸부림이 일어납니다. 천천히, 팔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웅크린 몸을 천천히 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몸을 일으켜서는 등을 똑바로 편 채로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이 모든 시간 동안, 씨앗에서 새싹으로 변화하며 점차로 흙을 뚫고 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십시오.
이제 완전하게 땅을 갈라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천천히 먼저 한 발을, 그리고 천천히 다른 한 발을 땅에 내디디며 몸을 일으킵니다.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는 새싹처럼 불균형에 맞서 싸우면서, 마침내 완전히 똑바로 일어섭니다. 주위에는 들판과 태양, 물, 바람 그리고 새들이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자라나는 하나의 새싹입니다.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립니다. 그러고는 몸을 자꾸만 더 쭉 내뻗습니다. 당신 위에서 빛나며 힘을 불어넣어주고, 당신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태양을 붙잡으려는 듯이 조금 더 조금 더 뻗어나갑니다. 몸은 점점 굳어지고, 근육은 팽팽해집니다. 당신은 자꾸만 커지고 커져서 거대해지는 자신을 느낍니다. 긴장이 점차 고조되어 고통스러울 만큼 참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해집니다.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참을 수 없어서 당신은 소리를 지르며 눈을 뜹니다.
이 훈련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주일 동안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살아오는 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 중에서, 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보낸 그 첫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여름인데도 추웠던 그날 밤, 페트루스가 건네주었던 포도주의 향이 아직도 입안에서 맴돌고 있다. 침낭에 들어가 누운 내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에는 우리가 앞으로 거쳐가야 할 광막한 길을 보여주는 은하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상황에서였더라면, 그러한 광대함은 커다란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난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내 앞에 닥칠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엄청난 두려움 속으로 나를 빠뜨렸을 것이다. 그 광대함을 감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작다는걸 일깨워주니까. 그러나 오늘 나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나는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내가 빠져 있던 깊은 잠과 대지가 안락함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저 높은 곳'의 삶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임을 발견했다. 난 내가 원하는 만큼 새롭게 또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내 팔이 충분히 자라나, 내가 태어난 대지를넉넉하게 감싸안을 수 있을 때까지. 48쪽
창조자와 피조물 49쪽
살베 레기나; 라틴어로 '자애로우신 어머니, 하례하나이다'라는 의미로, 성모마리아를 찬미하는 기도의 하나이다.
페트루스가 그렇게 말한 람의 두번째 의례는'속도훈련'이었다. 58쪽
2. 속도 훈련
보통 걸음걸이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 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오
이 훈련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각은 점심식사 후입니다. 이 훈련을 일주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나는 가방에서 시계를 꺼내 손목에 찼다.
"그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시간은 항상 같은 리듬으로 흘러가지 않거든요. 시간의 리듬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끊임없이 시계를들여다보던 나는 그의 말이 옮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를 들여다 볼수록, 시간은 더 느리게 흘러갔다. 난 그의 충고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시계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가방에서 다시 시계를 꺼내들었다. 겨우 십일 분이 흘렀을 뿐이었다.
페트루스가 느리게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일상적인 몸짓을 다른 방식으로 행함으로써, 당신 안의 새로운 존재가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결정은 결국 당신이 하는 겁니다." 59, 60쪽
잔인성 70쪽
페트루스는 브라질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예수상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십자가에서 고통받는 모습이 아니라 구세주 모습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코르코바두의 그리스도 상이 그것이었다. 70쪽
아키텐의 펠리시아 공주 이야기 71쪽
페트루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소박함'의 길이며, 누구라도 걸을 수 있는 길이고, 이런 길만이 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내가 너무 개념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신이 존재하는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또한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지요."
신은 먼 우리의 조상은 동굴 속이거나 천둥번개속에 존재 했지요. 단지 현상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신은 어떤 동물의 몸이나, 신성한 숲 속에 거하는 것으로 여겼고, 고대 도시의 지하 묘지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시대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모든 시간 내내, 신은 사랑의 모습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머물고 있었어요. 73~74쪽
아키텐의 펠리시아 공주는 바티칸의 신은 잊어버린 채 가장 원초적이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신을 구현한 것입니다. 바로 사랑이죠.
신은 복수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분의 유일한 징벌은 사랑의 행위를 중단시킨 사람에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하도록 강제하는 것뿐입니다. 75쪽
'선한 싸움'은 자신의 마음이 시켜서 하는 것입니다.
선한 싸움은 우리가 간직한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3. 잔인성 훈련
당신 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십시오.
검지손가락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고 세게 누르십시오. 고통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계속 누릅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육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십시오.
이 훈련을 필요한 만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그런 생각이 떠나버릴 때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그러면 그 생각은 점점 더 긴 간격을 두고 돌아오다가, 종내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훈련을 실행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그럴 것입니다. 84, 85쪽
"신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 내려왔을 때, 그는 사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사랑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에 결국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것입니다. 또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의 사랑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열정으로 인해 매일 고통받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죠." 87쪽
사자(使者) 89쪽
4. 사자의 의식 102쪽
자리에 앉아 완전히 긴장을 푸십시오. 마음이 자유롭게 떠돌도록, 생각이 구속 없이 흘러가도록 하십시오. 통제하지 말고 내버려두십시오. 잠시 후,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말하십시오.
"이제 나는 편안하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마음이 비었고 어느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당신 오른쪽에 굽이치는 불기둥을 상상하십시오. 활활 타오르는 밝은 불길입니다. 그런 다음 낮은 목소리로 말하십시오. "나의 잠재의식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을 명한다. 나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마법의 비밀을 보여주기를."
잠시 기다리는 동안, 오직 불기둥에 집중하십시오. 만약 어떤 이미지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당신의 잠재의식의 발현입니다. 그것이 계속 유지되도록 노력하십시오.
오른쪽에 불기둥을 계속 살려두면서, 이번에는 왼쪽에 또다른 불기둥을 상상하십시오. 불길이 활활 타오르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십시오.
"나의 사자를 부르노니,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안에서 나타나는 '어린양'의 힘이 내 안에서도 나타나기를. '사자의 이름'은 지금 내게 나타날지어다."
이제 두 불기둥 사이에 나타난 당신의 사자와 대화하십시오. 그에게 당신의 문제를 알려주고, 조언을 청하며, 필요한 지시를 내리십시오.
대화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말로 작별 인사를 하십시오.
"내가 행한 기적에 대해 '어린양'에게 감사한다. '사자의 이름'은 내가 부를 때마다 나타날 것이며, 멀리 있다 하더라도 내 과업을 실행하도록 도움을 줄지어다."
(주) : 처음 혹은 초기에 부를 때에는, 의식을 실행하는 사람의 집중력에 따라 사자가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만 '그'라고 말하십시오. 의식이 제대로 실행되면, 사자는 텔레파시를 통해 자기 이름을 밝힐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름을 밝히도록 계속 요구하십시오. 그리하여 그가 이름을 밝힌 후에만 대화를 시작하십시오. 의식이 반복되어 행해질수록 사자의 존재는 더욱 강력해지고 행동도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사랑 111쪽
페트루스는 우리가 항상 보상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나는 부자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의 말을 인용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예수도 '달란트의 비유'를 들어 말하지 않았습니까. 주인의 재산을 그저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불린 노예가 보상을 받는 것이죠. 사람들이 예수의 말을 믿고 따른 것은 그가 단지 훌륭한 설교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기적을 행했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었기 때문이에요."112쪽
첫번째 개를 만나다 116쪽
페트루스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내 검을 찾고 있죠."
"왜 검을 찾고 싶어하는 거죠?"
"검이 내게 성전의 권능과 지혜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죠."
난 내 대답이 그를 완전하게 만족시키지 못했음을 느꼈다. 125쪽
당신이 잘하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보상을 추구한다는 점이죠. 당신은 노력을 보상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걸어가는 겁니다. 126쪽
내 입에서 나온 이상한 언어와, 개를 쫓아버리고 느낀 기쁨과 사랑의 느낌이 그것이었다.
"기쁨을 느낀 건 당신의 행동이 아가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26쪽
내게 직관을 깨어나게 하는 훈련, 즉 '물의 훈련'을 가르쳐주었다.
5. 직관을 깨어나게 하기 129쪽
물을 흡수하지 않는 매끈한 표면 위에 물웅덩이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한동안 그것을 응시합니다. 어떤 약속을 하거나 목적을 세우려 하지 말고, 그저 물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십시오. 그러다가 그 위에 아무 의미도 없는 그림을 그리십시오. 이 훈련을 일주일간 매일 적어도 십 분씩 행하십시오. 실질적인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이 훈련은 조금씩 당신의 직관을 깨어나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루 중 어떤 시간에 당신의 직관이 그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언제나 그것을 믿으십시오.
기원祈願을 거듭하다보면 아스트랭(자기의 사자使者)사이 내 곁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존재가 될거라고.
132쪽
결혼 133쪽
난 매일 저녁 아스트랭을 불러내며 물의 훈련을 실행하고 있었다. 처음보다 훨씬 더 평온해진 나는, 훗날 내가 할일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하고 있었다. 133쪽
"어떤 종류의 사랑을 말하는 건가요. 에로스, 필로스 아니면 아가페?"
"필로스가 뭐죠?"
"필로스는 우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사랑입니다. 내가 당신과 다른 이들에게 느끼는 것이죠. 에로스가 더는 그 불꽃을 피워올리지 못할 때, 결합된 커플을 유지시켜주는 건 바로 필로스죠."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149쪽
열정 150쪽
아가페는 전적인 사랑입니다. 이 세상에 사랑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가페는 예수께서 인류를 위해 품었던 사랑이기도 하죠. 그 사랑은 너무 커서 천체를 뒤흔들었고,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고독했던 한 사람의 생이 세상의 왕들과 군대, 제국들도 할 수 없었던 일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156쪽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언젠가 말했지요. 그리스도가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을 때 그 사랑은 바로 아가페를 두고 한 말이라고, 그에 의하면 '우리를 아프게 하고, 매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가페는 사랑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에 있습니다. 모든 것을 휩쓸고 온갖 틈으로 스며들어와 우리 안의 공격적 성향을 먼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요. 158쪽
페트루스는 내게 아가페의 의식인 '푸른 천체 의식'을 가르쳐 주었다.
6. 푸른 천체 의식 162쪽
편안하게 앉아 긴장을 푸십시오.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느껴보십시오. 친구여, 하찮은 세상사를 잊고 그대의 마음을 자유롭게 놓아주십시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릴 적에 부르던 노래를 불러보십시오. 당신의 마음이 점점 커져서, 당신이 앉아 있는 방 안과 집 안을 강렬하게 빛나는 푸른빛으로 가득 채워가는 광경을 상상하십시오.
그 단계에 이르면, 어린 시절 믿었던 성인들이 당신 앞에 나타남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이 그곳에 현존함을, 사방에서 모여들어 미소를 띠며 당신에게 삶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져다주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 당신을 위해 사랑과 평화를, 세상과 하나됨을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성인들의 통공(通功)*을 그려보십시오.
이 감흥이 강렬해지면,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처럼 당신의 몸을 통과해 지나가는 푸른빛의 흐름을 느낍니다. 그 빛은 당신이 사는 집에서 마을로, 다시 도시에서 나라로 점점 넓게 퍼져서 온 세상을 거대한 푸른 천체로 감쌀 것입니다. 그것은 매일의 고난을 넘어서서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힘찬 기운과 에너지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차원높은 사랑의 현현입니다.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그 빛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간직하도록 하십시오. 활짝 열린 당신의 마음은 사랑을 전파합니다. 이 단계는 적어도 오 분간 계속해야 합니다.
천천히, 무아지경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십시오. 성인들은 여전히 그대 아주 가까이 머물러 있습니다. 푸른빛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의식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행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 참가자들은 손을 맞잡습니다.
*통공(通功) : 라틴어로 'Communio Sanctorum'인 '성인들의통공'은 '성인들의 친교'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즉 신자들 간에 선행의 공로를 서로 나누고 교환하며 친교한다는 의미이다.
나 또한 살아가면서 아가페의 많은 부분을 죽여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사랑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성인들이 하늘에서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어릴 적에 본 그 얼굴과 강렬함은 그대로였다.
내 안에 아가페가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반짝이며 빛나는 신비스러운 푸른 빛줄기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내 영혼은 정화되었고 내 죄는 용서를 받았다. 빛은 다시 나가 들판으로 퍼져나갔고, 곧 세상을 가득 채웠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다시 느끼게 된 열정에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생앞에 선 어린아이였고, 이 순간 그 어느 것도 내게 해를 끼칠 수 없었다. 그때 한 존재가 다가와 내 오른쪽에 앉는 것을 느꼈다.난 그가 내 사자라고 생각했다. 오직 그만이 내 몸 안을 통과해 세상으로 퍼져나간 그 강렬한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며 온 세상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차츰 모든 문과 골목길로 흘러들어가더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때 누군가 한껏 벌리고 있는 내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이끌었다. 그 순간, 푸른빛이 너무 강렬해진 나머지 곧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노래가 끝날 때까지 몇 분간 더 빛이 머무르도록 할 수 있었다. 166쪽
죽음 169쪽
이번에는 내가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욥기의 한 구절이었다.
"두려워하여 떨던 것이 들이 닥쳤고 무서워하던 것이 마침내 오고야 말았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들 가운데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오직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인간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인류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살아갈 날이 정해져있고, 가장 예상치 못할 때 생을 끝마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자신의 삶을 불멸의 존재에 걸맞은 투쟁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허영심이라고 부르는 것들, 예를 들면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예술작품을 남기거나 자손을 낳는 행위들도 인간적 위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최상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나약한 존재인 인간은 가장 확실한 사실인 자신의 죽음을 부인하려고 하죠. 바로 그 죽음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실현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말입니다. 인간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제한되어 있음을 잊어버리는 거죠.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아무것도 잃을 게 없기에 더욱 용감해지고 더 멀리까지 정복해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180쪽
"죽음은 우리의 가장 큰 친구입니다.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니까요. 182쪽
나는 페트루스에게 말했다. 성전에서의 수년 동안의 수련 끝에 사실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사실 내가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죽음 자체 보다는 어떻게 죽느냐라고 183쪽
7. 산 채로 매장당하는 훈련
바닥에 앉아 긴장을 푸십시오. 그리고 죽은 사람처럼 가슴위에 손을 교차시켜 올려놓으십시오.
내일 당신이 매장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상상하십시오. 이 훈련이 여타 매장과 다른 것은 당신이 산 채로 매장당한다는 것입니다. 장례식, 운구, 하관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시행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며 모든 근육에 힘을 주십시오. 하지만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한시도 더 견딜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르면 온몸의 힘을 사용해 관 뚜껑을 밀어냅니다. 당신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깊은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러나 이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몸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외침이 동반된다면 이 훈련은 더욱 커다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 악덕 194쪽
자신들은 선하나 삶이 불골평하게 대우한다고 여기고 부당한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남에게 명령하는 자와 일요일을 맞바꿔 오랜시간 일만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도 굽어 살피소서. 또한 당신의 과업을 신성하게 하며, 당신의 끝간 데 없는 열정 너머로 가려다가 큰 빚을 지고 자신의 형제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마는 이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세상을 정복했으나 자신 안의 '선한 싸움'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펜과 붓과 악기와 도구를 들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먹고 마시면서 포식하지만, 그런 풍요로움 속에서도 불쌍하고 고독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이미 수없이 경험한 죽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 언젠가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스스로 불행으로 몰고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비를 베푸소서.
스스로 끊어지기 쉬운 사랑의 끈으로 옭아매 누군가에게 예속되는 사람, 자신이 다른 이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사람, 시기심을 느끼고 사랑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주를 한마디로 설명하려고 하거나, 신은 신비한 물약 정도로, 인간은 충족되어야 하는 원초적욕망만을 지닌 존제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을 측은히 여기소서.
실험실에서 수은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하거나 타로카드의 비밀이나 피라미드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이들을 더욱 불쌍히 여기소서. 그들은'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당신의 말씀을 알지 못합니다.
자기 자신 외에는 모르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고급차를 타고 지나가며 어렴풋한 풍경정도로 여기는 사람, 펜트하우스에서 자신을 가둬놓고 고독한 권력으로 조용히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정복 200쪽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문제는 놀랄 정도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겁니다. 213쪽
8. 람 호흡법 218쪽
숨을 깊이 내쉬면서 최대한 폐를 비우십시오. 그런 다음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십시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사랑과 평화, 우주와의 조화가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호흡을 멈춘 채로 팔을 가능한 한 오래 들고 있으면서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을 마음껏 느껴보십시오. 그런 다음 '람'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숨을 내쉬십시오.
이 훈련을 오 분 동안 실행하십시오.
광기 220쪽
식물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오래된 나무들은 자신의 뭄체에 신경중추를 대고 있는 사람에게 조화의 기를 불어넣어준다는 것이다. 221쪽
"푸른 천체 훈련"을 통해 내가 아가페를 깨어나게 할 수 있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언제라도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가 일어남을써, 비옥한 토지로 변화한 내면에 창조적인 상상력이 그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30쪽
9. 그림자 훈련 232쪽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십시오.
오 분 동안 주위에 비치는 사물과 사람의 그림자를 찬찬히 관찰하십시오. 그러면서 정확하게 사물과 사람의 어떤 부분이 그림자에 반영되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그다음 오 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동시에, 당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적절한 해결 방법을 모두 떠올려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 분 동안 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올바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떠올리십시오. 그중에서 당신의 문제에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산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어둠이 내리기 전까지 하늘은 아직 환히 빛나고 있었다. 237쪽
명령과 복종 247쪽
순례길 위의 나무 십자가들은 그리스도의 영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피와 배신, 그리고 버림받음이 있었던 것이다.
길을 가면서 나는 싸움에서 적을 무찌르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신의 현제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가장 믿게 됩니다. 바로 거기에, 진심으로 승리를 갈망하는 욕망인 아가페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255쪽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람의 의례를 가르쳐주었다.
10. 듣기 훈련 259쪽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몇 분 동안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모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각각의 소리를 구분해보십시오. 나머지 소리들은 듣지 말고, 독주로 연주되는 양 악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이 훈련을 매일 실행하노라면 당신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그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훈련은 당신이 이미 사자의 목소리를 알고 있을 경우에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 훈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십 분입니다.
성전 聖傳 273쪽 가톨릭 성서(聖書) 외에 입이나 표적으로 전하여 오는 예수의 행적에 관한 전설.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믿는 이들은 명령을 해야 할 순간에는 우우부단해지고, 복종해야 할 순간에는 반항적이 되지요.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명령을 따르는 것은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276쪽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281쪽
11. 춤의 훈련 282쪽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당신이 어릴 적에 처음으로 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리십시오. 그리고 그 노래들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불러보십시오. 조금씩 당신 몸의 한 부분, 다리, 배, 손 또는 머리 중 오직 한 부분만을 노래 가락에 맞춰 춤을 추게 하십시오.
오 분 후, 노래를 멈추고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들어보십시오. 그것들과 함께 곡조를 만들어 온몸으로 춤을 추십시오. 어떤 특정한 것을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당신 눈앞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을 떠올려보십시오.
춤은 무한한 지혜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수단입니다.
이 훈련은 십오 분간 실행하십시오.
대부분의 귀족이 봉건제도하에서 농노의 피땀으로 부를 축적하는 데 전념한 반면, 템플기사단원들은 자신들의 목숨과 재산 그리고 검을 오직 한 가지 대의만을 위해서 바쳤던 것이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순례자들이 지혜를 찾아 떠나는 것을 도움으로써 그들은 그 안에서 영적인 삶의 본보기를 발견하고자 했다.
1118년 위그 드 파양과 여덟 명의 기사는 폐허가 된 낡은 성의 뜰에 모여 인류를 위한 사랑의 맹세를 했다. 그로부터 두 세기가 지난 후, 그때까지는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가지 활동인 군사적 삶과 종교적 삶이 양립하면서 오천 개가 넘는 기사령 騎士領이 전 세계에 흩어져 존재하게 되었다. 기사단원들과 그들에게 감사하는 수천의 순례자들이 기부한 덕분에 템플기사단은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들의 부는 이슬람 교도들에게 붙잡힌 저명한 기독교도들의 몸값을 치르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기사들의 청렴함에 감동받은 왕과 귀족들은 자신들의 재물을 그들에게 맡겼고, 기사들은 그 재물의 존재를 증명하는 문서를 지니고 여행을 했다. 그 문서는 템플기사단에 속하는 어느 성에서든지 해당 금액의 금전으로 교환이 가능했고, 이런 관습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어음의 기원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템플기사단원들의 영적인 신앙심은 그들로 하여금 간밤에 페트루스가 상기시켜준 진리를 몸소 깨닫게 해다.'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는 예수의 말씀을.
그리하여 그들은 종교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당시의 주요 일신론一神論적 종교인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를 한데 모으고자 했다. 그때부터 그들의 예배당은 유대교의 솔로몬 성전의 둥근 지붕, 아랍 회교사원의 팔각형 벽, 그리고 기독교 교회의 특징인 중앙 회랑을 고루 갖춘 모습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모든 것의 운명이 그러하듯, 템플기사단원들은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의 막강한 경제력은 왕들의 탐욕을 부추겼고, 개방적인 종교관은 기독교 교회에 위협으로 작용했다. 그리하여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 바티칸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중세 최대의 검거 작전을 함께 회책했다. 그날 밤, 기사단의 핵심 수장들이 자신들의 성에서 체포되어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그들은 악마 숭배와 그리스도에 대한 신성모독, 통음난무의 의식, 그리고 남색을 포함한 비밀 의식을 행한 죄로 기소되었다. 혹독한 고문과 개종 그리고 배신이 이어진 끝에 템플기사단은 중세 역사의 지도에서 지워져버렸다. 그들의 재물은 압수되었고, 그 단원들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 졌다. 기사단의 마지막 마스터였던 자크 드 몰레는 파리 한복판에서 동료 한 명과 함께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285~287쪽
템플기사단의 성에는 확실히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기사 한 명이 우리와 함께 주의 기도 일곱 번과 성모송을 일곱 번 암송했다. 그리고 최고 사제가 그때마다 영광송을 일곱 번 암송했다. 1982년 유고슬라비아의 메주고리예에 발현한 성모마리아가 가르쳐준 기도였다. 296쪽
엘 세브레이로 273쪽
오후 내내 무아경 속에서 걸었다.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관해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주의를 강력히 끄는 것은 내게 아가페를 되돌려주고 있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었다.
내 순례의 마지막 남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산의 이름 엘 세브레이로는 그 지역의 고대 로마 정착민들이 살던 한 마을에서 기원한 것으로, 그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2월을 가리켰다. 316쪽
구름은 점점 더 낮게 깔렸고, 이제 곧 안개 속을 뚫고 가야 할 것이었다.317쪽
브라질에서 신비주의 체험에 대해 사람들과 아주 가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럴 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봤음직한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로 예를 든 것은 자전거를 배우는 경험이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은 안장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으면 넘어진다. 앞으로 조금 나아가다가는 넘어지고, 또 나아가다가 다시 넘어진다. 어떻게 해야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지 배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완벽한 균형이 잡히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단계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의 축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나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기적' 같은 것이다. 두 개의 바퀴가 만들어내는 불균형에 자신을 맡기기로 마음먹으면, 넘어지게 하는 힘을 커브를 틀거나 페달 위에 부어 앞으로 나아가는 더 큰 힘으로 변환시킬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오후 네시에 엘 세브레이로 산을 올라가면서, 나는 그와 똑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토록 오랜 시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끝에, 이제는 길이 니를 이끌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흔히들 직관이리고 부르는 것을 따르고 있었다. 그날 내내 체험한 소멸시키는 사랑의 힘으로, 검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확신의 힘으로, 그리고 인간은 위기의 순간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믿음의 힘으로, 나는 두려움 없이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318, 319쪽
내게 안내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길이 '나를 이끌어주고' 있었으니까.
마침내 내 입에서 기도가 흘러나왔다.
"나의 주님, 저는 이 십자가에 못 박히지도 않았고, 당신 또한 이 십자가에 계시지 아니합니다. 이 십자가는 비어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입니다. 죽음의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이제 신께서 내 안에서 부활하고 계십니다. 이 십자가는 우리 모두가 지닌 무한한 힘의 상징입니다. 이제 그 힘은 생명을 위해 부활하고, 세상은 구원받고, 저는 당신의 기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당신의 비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우리 중에 내려와 우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셨지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권능과 영광이 모든 사람의 것임을 보여주셨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신의 아들인 당신께 등을 돌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신이 될까 두려워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당신께서는 다시 아득히 멀리 있는 신성神性이 되었고,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운명으로 돌아갔습니다.
행복해지는 것은 죄악이 아닙니다. 대여섯 가지 훈련을 실행하고 귀 기울여 듣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사사로운 지혜로 인해 교만한 마음을 품었던 저로 하여금,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따라 걷게 하셨습니다. 삶에 조금만 귀 기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하셨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지극히 개인에 속하는 일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행복의 원형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검을 찾기 전에 저는 그 비밀을 먼저 발견해야만 했습니다. 그 비밀은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 검으로, 그 검이 주는 행복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아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요.
저는 저 자신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어려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 먼 길을 걸었습니다. 주님,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힘을 지닐 수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가슴의 통증, 저를 흐느끼게 하고 어린양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고통…… 이것들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 늘 우리와 함께해왔습니다. 승리의 무거운 짐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마침내
실현되려는 꿈을 그냥 놓아버립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선한 싸움'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세상의 것들에 갇혀 있는 포로들입니다. 무엇을 할지도 모른 채 검을 찾기만을 바랐던 저 자신처럼.…...” 323 ~ 325쪽
길을 떠나 승리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성스러운 시편을 낭송했다.
네 왼쪽에서 천 명이 쓰러지고
네 오른쪽에서 만명이 쓰러져도
너는 조금도 다치지 아니하리라.
야훼를 너의 피난처라 하고
지극히 높으신 분을 너의 요새로 삼았으니
어떤 불행도 너를 덮치지 못하리라.
어떤 재앙도 네 집을 가까이 못하리라
주께서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여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행여 네가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고 가리라.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 두 어깨에 차례로 칼날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그대는 사자와 독사를 몰아낼 것이며
새끼 사자와 용을 발밑에 두게 될 것이다. 328, 329쪽
마스터는 내게 검을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았다. 어린양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내 검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순결한 물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330쪽
에필로그 331쪽
마스터는 자신을 마드리드로 데려다줄 렌터카에 올라타면서 내게 산티아고 기사단을 상징하는 작은 배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어린양의 눈을 보았을 때 이미 위대한 계시를 받은 것이라고. 그리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 나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곳에 가야 할 순간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제때 그곳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333쪽
작가의 말
지금 내 곁에는 아내 크리스티나가 책을 읽고 있다.
이렇게 나는 이십 년 전인 1986년 7, 8월의 어느 오후로 돌아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무얼 했던가?
나는 검을 찾고 있었고 '람'의 의식에 참례중이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적인 탐색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나 논리로 통하지 않는 것이니,
이 영적인 탐색을 내가 마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결코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신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적절한 순간에 기도를 드리고, 낮선 길을 걷고 훈련을 받고, 부조리해 보이는 지식들을 받아들이는 것 모두가 너무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페트루스 그는 말했다.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비밀 의식'이나 '심오한 교리를 따르는 입문식'이 아닌, 삶이 기적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1986년 레온에서의 그날 오후, 나는 그로부터 육칠 개월 후에 내가 산티아고 순례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늘 마음속으로는 바라왔으나 뛰어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꿈, 그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진정 바뀌길 원하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은 세상에는 신비란 없다는 것,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먼 훗날인 오늘, 오래전 그날 페트루스와 함께 지나갔던 이 바에 앉아 내 아내는 책을 읽고, 나는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미래를 향해 걷고 있다. 1986년 8월 그날 오후를 떠올리며.
2006년 3월 27일
레온의 정원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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