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2

Bravery-무용- 2019. 9. 3. 09:36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2

 

<텃밭과 정원 만들기>

집을 구분하여 좌측은 채소 등을 가꿀 텃밭을, 우측은 꽃들로 수놓을 정원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일 년 동안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일이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이 들었고, 어려움도, 다툼도 많았습니다. 허리가 안 좋은 아내는 너무 무리하여 보름 만에 통증 완화 주사도 맞고, 6개월째에는 인천까지 가서 허리 통증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허리를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더욱 조심을 합니다.

하여튼 일 년 동안 두 손으로 삽질과 괭이질을 하며 텃밭을 가꾼 보람은 대단합니다. 

꽃을 심는다든지 농작물을 심을 때마다 거기에 맞는 땅만 삽질과 괭이질을 하여 돌을 캐내면서 퇴비도 주며 일구었는데 이제는 텃밭과 정원의 모든 땅이 자기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지요.

작년에는 김장 배추와 무를 심어 수확을 하였는데 현재 텃밭에는 들깨, 방울토마토, 대파, 부추, 고추, 상추, 도라지, 더덕, 두릅, 달래 등이 심어져 있습니다.

무공해 고랭지 상추와 고추는 매일 식단에 올라오고 우리 부부 매일 갈아서 먹는 방울토마토는  반은 마트에서 구입한 것, 반은 우리가 재배한 방울토마토입니다.

우측 정원에 세워져 있는 23개의 아치에는 흑장미, 빨간장미, 백장미 등 넝쿨 장미를 심었습니다. 몇 송이의  장미꽃만 피어 있는데도 강열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는데 2, 3년 후에는 더욱 강열하고 아름다운 장미 아치가 되겠지요.

정원에는 수선화, 작약, 튤립, 백합, 칸나, 꽃잔디, 붓꽃, 독일붓꽃, 송엽국, 국화, 꽃양귀비, 각시 패랭이, 겹 패랭이, 매리골드, 카네이션, 글라디올러스, 분꽃 등 을 심었습니다.

나는 귀촌하여 정원을 가꾸기 전에는 위에 적혀있는 꽃 중에 국화와 붓꽃, 꽃양귀비, 칸나, 백합 정도만 알고 다른 꽃은 전혀 모르는 꽃이었습니다.

마늘은 작년 11월에 파종하고 6월에 수확을 하였습니다. 1접을 파종하였는데 3접 반을 수확했습니다.

 

<가꾼다는 즐거움>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것이 이렇게 즐겁다는 것을 70 나이 다 되어야 알게 되었다는 거죠.

평생을 시멘트 바닥만 밟았던 70년의 세월이 몸도 마음도 시멘트 바닥처럼 메말라 있었던 것이지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웠던 식물들에게 눈빛 한 번 보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동절기에는 베란다에 내놓았던 화분들을 거실로 옮길 때는 일을 한다는 자체로 귀찮았을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거듭된 요청만 아니면 옮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귀촌하여 노지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구근을 심고, 산에서 치수(稚樹)를 소중히 모셔와 심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떤 때는 빨리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으면 하는 조바심까지 납니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성어를 만들어 놓은 어리석은 농부와 같은 심정이었지요.

식물도 자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곱게 예쁘게 잘 자란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만남을 갖도록 노력을 하였습니다.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뿌린 씨에서는 새싹이 돋아나고, 죽은 듯이 뻣뻣해 보였던 어린나무에서 새순이 틔울 때의 기쁨. 그 기쁨 때문에 잡풀을 뽑는 일이, 흙을 고르는 일이 힘이 든다, 하기 싫다는 생각을 가져 볼 틈도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 나는 정원사 가드너(gardener)이다고 하면서 정원사로서 흙의 주인이 되어 기쁘게, 즐겁게 노동을 할 수 있다는 노동의 가치를 느끼는 삶속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체코작가 카펠  차페크의 "정원가의 열두 달"에 <훌륭한 정원가나 농장주인은 보통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바른생활 사나이>라 하였고, 헤르만 헤세는 "정원 일의 즐거움"에서 <땅과 식물을 상대로 일하는 것은 명상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쉬게 해주는 것입니다.">고 했습니다.

 

 

 

<자연을 소중히>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가장 안타가운 것은 집 한 채를 지으면  집을 지은 것보다 더 많은 자연의 모습은 잃어가는 것입니다.

새들이 우리 집 유리에 부딪히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물총새가 물까치가 그리고 배가 노란 이름 모를 새가 우리 테라스 유리를 받고 그 자리에서 죽는 일이 있었습니다. 집이 없었다면 마음껏 날을 수 있는 공간에 새들이 보았을 때는 공간을 위장한 유리에 부딪친 것이지요.

집을 지을 때 웅덩이에 개구리와 올챙이, 개구리알 들이 무수히 살아 있었는데 웅덩이를 메꾸면서 그 많은 개구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하여튼 우리 집이 있으므로 그만큼의 식물과 파충류, 들짐승들, 새들의 놀이터는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 우리 부부가 자연 속에 함께 살고자 한다면 농약을 자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농약을 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 분들이 제초제를 뿌려라 해충제를 뿌려라 하여도 마을분들이 하라는 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그대로 실천하면 매일 성분이 각기 다른 농약을 뿌려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친환경적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상추, 고추 등은 고랭지 무공해 채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