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1

Bravery-무용- 2019. 9. 3. 09:37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1

<도시를 떠나다>

2018년 7월 12일.

"도시를 떠나거라, 도시를 달아나거라, 뒤돌아보면 죽는다."

이기호 신부님의 "산 위의 신부님" 책 속의 창세기 19장이 연상되는 글을 떠오르며 68년 동안 살았던 인천을 떠나 해발 520M 높이에 있는 김천시 대덕면 덕산 1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느림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하여 휴락산방(休樂山房)이라 이름을 지었고, 심원(深元) 김영국(金英國)께서 예서체로 직접 쓰고 목각까지 하여 주셔 정문 입구에 설치하였습니다..   

첫날,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고 식탁에서 하는 저녁 식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천을 떠나기 전날 친구 류춘근 부인이 바라바리 준비하여 준 밑반찬으로 차려 놓은 식단이기에 맛은 그 어느 때 보다 값졌습니다. CBS 레인보우에서는 탐 존스의 틸(Till) 이 흘러나오고 거실 밖으로 보이는 산너울과 뭉개구름에 노을빛이 물든 풍경을 바라보면서 하는 식사는 세상에서 가장 클래식하고 아름다운 레스토랑 휴락산방이었습니다.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정든 인천을 떠날 때 누구는 얼마나 견딜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오지(奧地)는 아니었다>

처음 땅을 구입하였을 때는 적막강산 같았었는데 이제 1년을 살면서 우리 마을이, 우리 집이 두메로 느끼질 않습니다.

자동차로 10분만 내려가면 면사무소, 우체국, 파출소, 농협, 24시간 편의점, 식당, 하나로 마트 등이 있습니다.

30번 국도가 덕산 1리 마을을 지나고 있어 KTX 김천(구미)역이 있는 혁신도시는 자가용으로 40분, 버스는 하루 5편이 무주와 대덕, 무주와  김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례에서 김천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더욱 편리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국도이기에 국토관리청에서 눈이 내리기가 무섭게 제설을 하여 다른 도로에 비하여 도로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도시인들은 주말이면 힐링을 한다는 목적으로 산, 강, 바다를 찾아 도시를 떠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와는 반대입니다. 주말이 되면 김천시내로 나갑니다. 마트도, 재래시장도 들르고, 영화관도 찾아갑니다.

 

<귀촌을 망설이는 세 가지>

귀촌을 하고 싶지만 선뜻 못하는 이유 중에 문화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도시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생활이 어떤 것일까요?

오페라, 클래식 연주회, 유명 연예인의 디너쇼 등을 본다는 것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이해력 부족과 함께 비싼 관람료로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문화생활은 도서관 이용, 가수들의 리사이틀, 연극, 영화 관람 등 이겠지요.

우리 부부는 주말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극장을 찾아갑니다. 김천에는 메가박스와 CGV가 있고 김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도서관은 문화강좌도 실시합니다.

김천시립미술관, 김천 세계 도자기 박물관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문화생활은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귀촌을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몸이 아팠을 때입니다.

치아가 나빠 치과를 찾았었습니다. 시설은 인천에서 단골로 다녔던 치과보다 더 좋고 의사의 상세한 설명과 실력(?)도 월등히 좋았습니다.

아내 역시 중이염으로 김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완치시켜 줍니다.

도시인들은 지방 병, 의원은 시설과 진료에 많은 의심을 갖고 있는데 편견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마을 주민들과의 마찰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몸에 밴 도시생활을 농촌에서도 똑같이 적용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비유하고 싶습니다.

정원에 새로 심은 나무는 토양에 맞지 않지만 나무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하여 이파리도 떨어 뜨리며 몸을 가볍게 합니다. 그러면서 땅속의 뿌리는 흙과 다툼을 하지 않으며 흙에게 비위를 맞추며 자기의 뿌리를 내리고 적응하여 때가 지나면 정말 정착하여 튼튼하게 성장을 합니다.

귀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튼튼하게 하려면 귀촌한 마을의 풍습과 주민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정월대보름 행사가 있었습니다. 꽹과리와 북, 징을 치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마을을 돕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카톨릭 신자인 나는 민속 신앙이 아닌 우리의 전통 세시 풍속으로 받아 드렸습니다. 모든 마을 분들이 북과 괭가리를 치며 집을 찾아왔을 때 함께 춤도 추며 어울려 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마을 어른께서 어울려줘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금까지 젖어 있던 도시 생활의 자만심을 벗어내야 합니다.  도시에서 왕년에 나는~~ 했는데 라는 말은 삼가야 합니다. 마을분들과 거리를 두지 말고 살갑게 다가서야 합니다. 마을 행사에는 빠지지 말아야 하고 혹시 찬조할 일이 생기면 조금만 더 찬조를 하여주어도 마을분들은 고마워합니다. 한편 마을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성별과 나이에 구분 없이 경청하여 주어야 합니다. 그분들께서 마을에 정착하여 사는데 필요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농업인>

농업인 등록에 필요한 농지가 300평이 안되어 마을 분에게 임차를 받아 면사무소에 농업인 등록을 하고, 농협에는 조합원 가입을 하였고,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경북지원 김천사무소에 경영체 등록을 하였습니다.

농업인 등록이 되면 평생 납부하여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50% 감액되어 귀촌 생활에서 가장 크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농협 조합원이 되면 농협에 출자할 수 있으며 농협에서 판매하는 농자재 등 모든 물품은 경영체 등록을 하여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를 배우다>

아내는 금년 1월부터 4월까지 부항면 하상훈에게 전통주를 사사(師事)했습니다. 그 후 아내가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고 하 선생으로부터 완벽하다는 품평을 받고는 재미로 빚는 전통주가 아닌 판매까지 생각을 하면서 김천시에 귀촌정착지원금 신청을 계획서와 함께 제출하였는데 일단은 통과되었습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 향기 빚는 정여사 - 덕향주> 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덕향주(德香酒)는 대덕산(덕산리)에서 "덕"과 향기에서 "향"을 따온 고유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