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꽃을 핀 상사화
8월 10일 이른 아침에 2박 3일 일정으로 인천을 다녀오기 위하여 집 주위를 돌아보며 이상 유무를 확인할 때 정원과 텃밭도 둘러보았습니다.
요즘 정원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글라디올러스 3종류 중에 Wine and Rose는 꽃이 활짝 피여 있었고, Mon Amour와 Esta Bonita는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것을 보고 인천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예정보다 이틀 늦은 수요일인 14일 낮 4시경에 휴락산방에 도착하였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정문 입구에 심어져 있는 글라디올러스 3종류가 만개를 하여 우리 부부를 맞이 합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상사화였습니다.
작년 11월 9일에 작은 처형 집에서 가져와 심었던 구근이 라일락인 줄 알았는데 상사화였습니다.
꽃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정원 풋내기이기에 스마트폰으로 찍어 "모아모"에 질문을 하여 알았습니다.
토요일 인천으로 떠날 때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을 때는 꽃대가 돋아났다든지 하는 어떤 모습도 안 보였는데 꽃이 피어 있는 것입니다. 꽃대가 올라오고 꽃을 피운 과정이 토요일 아침 7시 30분부터 수요일 낮 4시 사이, 4일 동안에 벌어졌기에 언제 꽃대가 60센티 정도로 올라왔고 언제 꽃이 피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상사화 꽃이 피어난 그 자리는 작년 11월에 구근을 심고, 겨울에는 비닐을 덮었었고, 언젠가 푸른 잎이 보였던 기억이 나는 곳입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 푸른 잎도 보이질 않아 맨땅같이 보였는데 천만다행 그 자리를 흙을 뒤엎지도, 다른 식물을 심지도 않고 그대로 놔두었다는 것이죠.
마치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누드를 연상케하는 꽃대 위에는 5~6개의 꽃이 무리 지어 아주 약한 보랏빛 기운이 감돌면서 연한 분홍색을 띠고 있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생각지 못한 상사화 꽃을 봄으로써 힘들었던 장거리 운행의 피로는 잊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상사화 1그루가 20센티 정도 높이의 꽃대가 붓대를 곧게 세운 모습으로 올라왔는데 꽃봉오리도 함께 있습니다.
구근을 심은 간격으로 보아서는 50 여개의 구근을 심었고 그중에 14 그루의 상상화가 꽃을 피운 것입니다.
장푸골에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니 그 가냘픈 꽃대가 바람 따라 기우는데 꽃대가 부러질 듯 기울고, 꽃대 위 꽃은 땅에 닿을 듯 닿을 듯 무척 애처롭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바람이 멈추었어도 기울어진 꽃대는 일어서질 못합니다. 며칠이 지나면서 조금은 세워져 있지만 예전과 같이 곧게 올라오지 않습니다. 너무 안타까워 한 그루를 세우기 위해 꽃대를 올리려 하였더니 어떤 힘도 주지 않았는데 그대로 부러집니다. 그 후로는 다른 상사화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으로 만지질 못하였습니다.
상사화에 대한 검색을 인터넷에서 하여 봅니다.
꽃말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원산지는 일본이며 잎은 비닐 줄기에 모여 나지만 여름에 꽃이 나오기 전에는 잎이 말라죽습니다.
잎은 4월 초에 돋아 났다가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시들어 없어져 버리고 하면(夏眠)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2개월 여를 지나다 여름의 마지막 달인 8월에 홍자색(연한 분홍색)의 꽃이 비늘줄기에서 나온 꽃자루 위에 4~8송이 무리 지어 핍니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일생동안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여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생각한다는 뜻을 지녀 상사화(相思花)란 이름을 지닌 애처로운 식물입니다. 그런데 애처로운 것이 또 있습니다. 많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종자를 맺어 번식하기 위한 것이지만 상사화는 꽃을 피워도 종자를 맺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번식을 할까요. 그 비밀은 종자는 맺지 못하지만 알뿌리가 계속 불어나서 번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원에 심고자 한다면 꽃이 진 직후인 9월이나 봄에 알뿌리를 심으면 됩니다.
이식할 때는 구근 주변 자구(올해 새로 달린 알뿌리들)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며 다른 구근들과는 다르게 구근을 약간 흙보다 위쪽에 심어야 합니다. 깊이 묻히면 개화를 하지 않고 번식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여 일반 노지에 심을 경우엔 구근 끝이 살짝 보일 정도로 심습니다. 서리가 내릴 시기 솔잎이나 낙엽, 짚 등으로 살짝 덮어야 합니다.
9월과 10월 사이에 상사화 피어있는 정원 밭을 손질하여 내년에는 더 많은 상사화 꽃을 피우도록 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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