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3

Bravery-무용- 2019. 9. 3. 09:36

귀촌 1년. 김천 덕산리 휴락산방(休樂山房) 생활 3-3

 

<산책길>

매일 하는 산책길은 우리 집에서 더 깊이 들어갑니다. 우리 집 휴락산방에서 방애골을 거쳐 새미기에서 뒤돌아 처당골을 거쳐 휴락산방까지 약 7 천보의 보행 거리입니다. 산골짝 우리 집도 청정한데 더 깊이 들어 갈수록 숲 냄새는 더욱 짙어지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걷는 걸음을 상쾌하게 하여 줍니다. 길섶에는 큰 금계국, 하늘나리, 큰 까치수염 등 야생화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꾀꼬리, 종달새 등 새들의 지저귐은 걷는 걸음을 가볍게, 다람쥐는 먼발치에서 재롱부리다 가까이 가면 숲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오디, 산딸기는 지천에 널려 있어 걷다가 따먹고, 풍경은 걸음걸음 달라집니다. 그 길을  "덕향(德香)의 숲길"이라고 우리 부부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풍경>

매일 맞이하는 풍경은 늘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 깊은 풍경은 남쪽 가야산 방향의 아침노을과 서쪽 방향에 위치한 대덕산, 초점산의 아침 햇살.  

붉게 구름을 색칠한 저녁노을. 하얀 구름이 그려내는 여러 가지 모양이지요.

아랫마을 연화리는 구름 속 갇혀 있지만 우리 마을은 구름 위에 있고, 그곳 연화리에서 구름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마을 신선봉을 연하게 감싸는 풍경을 비스듬히 비껴서 바라보면 그림을 스케치할 수 없는 나에게도 한 폭의 산수화를 머릿속에서 멋들어지게 그려냅니다.  

김형석 교수께서는 '하늘과 구름' 그 속에는 무한에 가까운 예술품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를 머금은 매지구름만 아니라면 구름은 아침과 저녁 노을빛에 어우러져 화려한 색상으로 물든 꽃구름, 산 봉우리에 걸려있는 삿갓 구름, 새털처럼 보이는 새털구름 등 그 모습에 따라 산의 모습도, 하늘의 모습도 모두가 달라집니다.

어떤 날, 우연히 저녁노을이 질 때 대덕산 위에 떠있는 구름덩어리 모두가 붉게 물들어 온 산이 불타 오를듯한 풍경을 보았을 때는 넋을 한동안 잃었고, 비가 내리다 그친 후 검은 구름장 위에서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남쪽 방향의 모든 산에 비치는 빛 내림(틴들현상 Tyndall phenomenon)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듯이 느껴 경이롭기까지 하였지요. 

 

해 뜨는 위치도 아주 느리게 매일매일 변합니다.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일출 시간이 빨라지는 하지(夏至) 때가 되는 6월 22일쯤에는 정동(正東)에 가까운 곳에서 해가 떠오릅니다. 집에서 볼 때 신선봉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온 것에서 태양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날짜가 지나면서 우측으로 이동하는데 7월 20일쯤에는 신선봉 정수리 위에서 비추면서 남쪽으로 움직입니다.

추분 때인 9월 22일쯤에는 신선봉 산허리가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짐작하건대 팔공산 방향에서 떠 오릅니다,

11월 중순에는 태양이 남으로 더 이동하여 독용산에서 햇귀가 비치다가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아지며 일출시간이 가장 느려지는 동지 때인 12월 22일쯤에는 정동에서 남쪽으로 가장 많이 내려가 해가 떠오릅니다. 집에서 보이는 위치는 정면에 보이는 가야산 상왕봉 못 미치는 능선입니다.

그때 동지를 전후하여는 붉은 아침노을이 남쪽의 산들을 붉게 물들이며, 해는 주황색을 띠며 떠오르는데 그때가 가장 장관입니다. 이때쯤 대덕산, 초점산 아침 모습은 아침 태양의 빛으로 온 산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눈이 내린 겨울. 

평원(平遠)의 풍경을 보여주는 남쪽 방향 가야산, 수도산, 월매산 등 모든 산 능선이 솟았다가 가라 앉기를 반복하며 모두가  흰백의 모습으로 보일 때, 

서쪽으로는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있는 순백의 대덕산, 초점산 모습도 잊지 못하는  풍경입니다. 

 

 

 <앞으로>

귀촌 후 우리 부부는 약속을 했습니다. 텃밭과 정원 가꾸기의 첫 번째 원칙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하루 노동은 3시간 이상 하지 않기, 아침에 일어나서는 1시간 이상 산책,  2~30분은 낮잠 자기이며 음악 듣기와 책 읽기를 통하여 두뇌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계속 이어져야겠지요.  

귀촌, 쉽지도 않았지만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