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텃밭의 무법자 쇠뜨기

Bravery-무용- 2019. 8. 5. 13:19

텃밭의 무법자 쇠뜨기

이른 봄 언제부터 인가, 휴락산방 텃밭과 정원 곳곳에 갈색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땅에서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르고 있는 식물이 있습니다.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는데 그것은 쇠뜨기의 생식 줄기였습니다.

이 생식 줄기는 뱀의 머리를 닮아 뱀풀, 한편으론 붓끝처럼 생겼다 하여  필두채(筆頭採)라고도 합니다. 

생식 줄기의 끝, 붓끝 모양인 그곳에 씨를 저장하고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포자낭(胞子囊)이 달렸는데 생식 줄기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영양 줄기가 나옵니다.

포자낭수 하나에 포자(胞子 홀씨)가 200만 개가 들어 있다고 하니 믿을 수 없을 지경으로 엄청난 것입니다.

쇠뜨기라는 이름은 소가 잘 뜯어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는 소나 말이 먹으면 독 때문에 병이 생긴다고 하지요.

웬만한 제초제로는 죽지도 않는  쇠뜨기는 빙하시대에도 견디어 냈다고 하는데 빙하시대에는 높이가 15미터, 둘레가 30센티였답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도시 전체가 완전 폐허가 되었을ㅍ때 가장 먼저 싹 틔운 것은 쑥과 쇠뜨기라고 하니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까. 

쇠뜨기는 나물로도 먹고 약재로도 쓰이는데 효능은 기침 해소, 요통, 상처치료에 좋다고 하는데 나는 쇠뜨기에 대하여 무지이기 때문에 쇠뜨기가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먹는 용도로는 아직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텃밭과 정원을 정리하면서 쇠뜨기 생식 줄기 참 많이도 솟아 오른다 생각하면서 미소 호미로 툭툭 건들기만 해도 맥없이 푹푹 쓰러져 그냥 긁어내기만 하면 그 주위는 깨끗하여집니다.

봄기운에 어김없이 잡풀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데 거기에는 쇠뜨기 풀도 함께 올라오는데 가장 많이 고개를 내밉니다. 

그러니깐 나의 미소 호미로 생식 줄기는 쓰러졌지만 포자를 퍼트렸고, 땅속에서는 광합성하는 영양 줄기가 생식줄기와는 다르게 자라 올라오고 있었던 겁니다. 

생식 줄기와 영양 줄기는 색깔부터 갈색과 초록색으로 구분되며 그 모습도 전혀 달라 처음에는 다른 풀이 올라오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식물들과 같이 올라올 때는 쉽게 눈에 띄는데 잔디나 꽃잔디에 기생하여 올라올 때는 모양이 비슷하여 쇠뜨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여겨보며 잔디, 꽃잔디에 쇠뜨기가 보이기만 하면 다른 일을 뒤로 미루고 손으로 뜯어 냅니다.


마을분이 우리 부부가 쇠뜨기 등 잡초와 씨름하는 것을 보더니 제초제 약을 뿌리라고 하면서 쇠뜨기는 일반 제초제로도 죽지 않으니 농협에서 쇠뜨기 약을 사서 뿌리라고 합니다.

며칠을 생각하다 농협에 들려 쇠뜨기 약을 달라 하였더니 담당자는 판매할 의향이 전혀 없습니다.

이유는 너무 강한 독성을 지녀 다른 제초제가 3개월간 토양을 오염시킨다면 쇠뜨기는 6개월 이상 가기 때문에 정말로 신중을 기하라는 설명에 환경을 생각하여 구입을 포기합니다.

그렇게 하여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순전히 손으로 아니면 미소 호미로  잡초를 뽑든지 쳐내든지 하였습니다. 

손길은 많이 가지만 농약으로 잡초를 없애지 않으니 우리 부부가 약속하였던 친환경적 정원을 가꾼다 생각하면 힘은 더 들어도 뿌듯함을 갖습니다.

호미로 잎을 쳐내면 며칠 있으면 다시 올라 오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습니다. 또 치면 되니깐요.


쇠뜨기가 많다면 쇠뜨기는 토양의 산성을 가늠하는 식물이기에 그곳에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니다.

농지에서 가장 자연적인 것은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인데 그 풀들은 작물의 양분이나 빛을 빼앗기 때문에 작물을 재배하거나 화초를 가꾸는 농민들이나 가드너들에게는 기피하고 가장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 농지에 자라는 잡초는 그 농지에서 성장하는데 가장 알맞는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별꽃, 큰개불알풀, 자주광대나물 등이 자라는 농지는 비옥하여 중성으로 작물을 재배하기가 쉬우며, 쇠뜨기, 수영 등이 자리는 농지는 산성이 강해 다소 메마른 농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우리 텃밭과 정원도 쇠뜨기가 많은 것으로 보야 산성에 가까운 토질이니 화학약품, 화약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 따위를 이용하여 토질을 향상해야 겠습니다.

잡초가 농지의 질을 향상한다 하여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토질을 바꿔보려 합니다.

뽑던지 쳐내면 다른 곳으로 버리질 않고 뽑은 풀의 뿌리는 더 이상 땅에 뿌리를 못 내리도록 하늘로 올려놓고 가위 등으로 몇 등분 잘라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있습니다.

초보자로 텃밭과  정원 가꾸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토질을 바뀌기에는 이 방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이 자라야 30센티도 안 되는 것이 뿌리가 얼마나  깊게 내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은 그 뿌리 끝을 보기 위하여 땅을 파며 캐보았지만 완전히 뿌리가 뽑힌 적은 없습니다. 약 3미터까지 내려간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쇠뜨기 뿌리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뿌리가 깊어서 지어 낸 이야기입니다.

<뿌리를 파내려고 땅을 파고 들어가니 지구 반대편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든지, <뿌리 끝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이야기도, <염라대왕이 쓰는 화로의 부젓가락 노릇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쇠뜨기 뜯는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였더니 <작은 소나무다>고 생각하라, <그냥 데리고 농사 지어라>는 답을 주신 분도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다든지 정원을 가꾼다든지 무법자 쇠뜨기와의 전쟁은 끊임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텃밭에는 채소가, 정원에는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봐서는 무법자 쇠뜨기와 전쟁에서 우리 부부 연전연승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