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귀촌 아홉 번째 이야기 (귀촌한 정여사, 장푸골에서 생애 첫 술을 빚다.)

Bravery-무용- 2019. 7. 25. 21:59

귀촌한 정여사, 장푸골에서 생애 첫 술을 빚다.

 

2019년 1월 15일 김천시 부항면 연화정에서 하상훈 선생님과 첫 만남을 합니다.

하상훈 선생은 한국전통발효연구소 연구위원, (사)대한발효식문화포럼 이사이며 "리생원책보 주방문" 공동 저자이시기도 합니다.

하상훈 선생은 많은 사람에게 전통주를 전수하지 않습니다. 전수 받을 사람은 4명입니다.

아내 정여사가 전통주 담그기를 터득하고 나서 직접 집에서 술을 빚을 때 정여사는 허리디스크가 있어 무거운 것을 드는 일 등 허드렛일을 할 수 없어 내가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하선생께 설명을 드렸더니  

청강생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허드렛일을 군소리 없이 잘 하겠다는 서약 아닌 서약을 한것이지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는 않아 4번 정도 듣고는 청강생 포기 했습니다.  

 

하상훈 선생께서는 수강료는 받지 않고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는 것과 본인이 직접 빚은 술 일정량을 가져오라는 것이 전수 댓가 입니다. 하상훈 선생의 면모를 알 수 있습니다. 

첫날, 3시간 이상을 가르칩니다.

밑술을 만들고 맵쌀로 만든 누룩 2자루를 집으로 가져와 움직이지 않고 부딪히지 않게 매달아 두었습니다.

하 선생님은 밑술을 왜 만들어야 되는지 설명을 합니다.  전통 술빚기에서 밑술을 꼭 만들어야 하는데, 이유는 술의 발효를 도와주므로써 알코올도수가 높아지고, 맛과 향이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효모균을 증식시키고, 배양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1월 21일 배움은 정여사 19일(토요일) 오후부터 허리 통증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엄청 심하여 콜벤으로 KTX김천,구미역으로 가  KTX 타고 광명역에서 딸이 픽업하여 작년 1월에도 입원하였던 인천 청라국제병원에서 이틀을 입원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정 여사는 하 선생님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여 사정을 설명하였더니 한 번이라도 빠지면 안 되니 퇴원 다음 날인 23일 별도로 배움을 받기로 합니다.  

 

23일 하선생님께서 미리 고두밥을 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고두밥과 밑술을 혼합하여 15리터 통에 3분의 2 정도를 담았습니다.

발효되면서 생기는 가스가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뚜껑을 꼭 닫으면 안됩니다.

집으로 가져와 3일 후, 뚜껑을 열고 한 번 뒤집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2월 8일, 밑술을 만든 지 24일, 고두밥과 밑술을 혼합한 지 20일 만에 뚜껑을 열고 술을 걸러냈습니다.

이양주(二釀酒), 석탄주(惜呑酒)가 정여사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전에 나와 있는 이양주(二釀酒 두 이二, 빚을 양釀)란 곡물에 누룩과 물을 넣어 빚은 밑술에 다시 곡물 익힌 것 또는 누룩과 물을 넣은 것으로 덧술을 하여 숙성시킨 술입니다. 정여사께서는 곡물은 맵쌀과 찹쌀로 하였습니다.

덧술을하는 것은 먼저 빚어 놓은 밑술을 바탕으로 더 맑고, 밝은 빛깔을 보여주고, 또한 알코올 도수도 높아지며, 한편으론 저장성이 좋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술을 빚기위한 것이라고 하선생님은 설명합니다. 

석탄주도 이양주와 마찬가지로 두 번 담그는데 맛은 이양주와 다릅니다. 술 빚는 방법이 밑술을 담글 때 쌀 불리는 양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아낄 석(惜), 삼킬 탄(呑), 술 주(酒)를 써 석탄주(惜呑酒)라고도 부르는데 향이 좋아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뜻을 가진 향기 좋은 우리의 전통주 입니다.

보자기로 힘껏 짜내고 보니 8리터 병이 모자랍니다.

짜내는 일들은 청강생이었던 머슴인 내가 하여야 하는데 첫 술이기에 정여사 본인이 고집부리며 직접 짭니다. 

막걸리 병에 이양주를 담아 제일 먼저 마을회관에 시음하시라고 갔다 드립니다.

마을 분들은 술이 독하다는 것을 알고 사이다를 섞어 드십니다. 

술지게미(발효된 술을 맑게 뜨고 난 후 남은 찌꺼기) 처리 방법을 몰라 이양주와 함께 마을 회관에 가지고 갔더니 닭이나 염소 등 동물들에게 주면 좋다고 한 분이 가져가십니다.

 

나는 2016년 10월 단주를 시작하여 아직까지 한 잔도 마시질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소주잔에 반에 반만 따라 마셨는데 무척 강한 느낌이 듭니다.

어쨌든 정여사 술을 빚는 것은 나에게는 술의 유혹으로 많은 시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유혹은 내가 이겨내야겠지요.

하상훈 선생님 말씀은 술의 도수가 18도 이상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양주의 제대로 된 술맛을 느끼려면 냉장 보관을 3~5개월을 하여야 숙성이 되어 단맛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본 남편이 볼 때, 정여사 타고난 재주가 있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빚은 우리의 전통주인 이양주를 성공적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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