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017년)

경칩날, 두륜산에서 통곡을 하다

Bravery-무용- 2017. 3. 6. 21:46

2017년 3월 5일

전남 해남 두륜산

오소재약수터-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진불암-표충사-대흥사

태화산우회와 함께

 

인천에서 4시간 50여 분 만에 오소재 약수터에 도착합니다.

물이 몸에 좋다니 약수를 마시고 들머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출발합니다.

그때 시간은 10시 40분이 지난 시간입니다.

오심재까지는 계속 오르는 길이기에 좀 지루하기도 합니다. 오르면서 좌측으로는 노승봉이 우측은 고계봉(高繫峰)이 올려다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30분을 넘게 오르면 오심재에 닿습니다.

오심재(悟心峙). 마음을 깨닫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오심재는 4군데로 갈라지는데 노승봉, 북미륵암, 고계봉입니다.

바로 앞에 노승봉이 올려다 보이지만 오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철쭉과 산죽의 산길을 오르면 노승봉 아래 헬기장입니다. 

이곳 헬기장에서 노승봉까지는 200여 미터밖에 안되지만 20분이 걸렸다는 것을 미리 적습니다.

오르는 길은 바위틈 사이로 물이 흐르다 얼음이 되어 작은 빙벽이 된 모습도 보입니다.

8년 전인 2008년 5월 아내와 노승봉(老僧峰)에 오를 때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석문을 통과하고,  철계단도, 동아줄을 잡기도 쇠줄도 잡으며 바둥바둥 올랐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나무테크 계단이 설치되어 8년 전보다는 수월하게 오릅니다.

그래도  숨이 가쁜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노승봉 정상은 펑퍼짐하면서 넓은 암봉이기에 사방이 확 트여있고 쉬기에도 좋습니다.

옥천과 북일면의 들판, 강진 앞바다, 고계봉 넘어는 가까이는 주작산,덕룡산  멀리는 월출산, 남으로는 달마산 동쪽은 강진만 너머 제암산, 천관산, 서쪽은 선은산이 조망됩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열하일기에서 아득히 펼쳐진 요동벌판을 보고 경이로움에 사람은 희로애락애오욕 칠정(七情) 가운데서 슬플 때만 우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사무쳐도 운다고 했습니다.

그 유명한 호곡장(好哭場)에 나오는 글입니다.

오늘 우리가 그러합니다. 산정에서의 풍경이 기쁨과 즐거움에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립니다.

산수화를 그릴 때는 비경(秘景)의 효과를 얻기 위하여 안개로 모습의 일부를 흐리게 한다고 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바로 그런 산수화의 모습입니다.

안개가 너무 진하지도 너무 옅지도 않게 해면과 섬들에 솟아있는 얕은 산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런 산수화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니 힘들게 올랐던건 잊고 신선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아니 산우님 모두가 신선이 되었습니다.

얼굴들의 표정이 아주 편합니다. 넉넉합니다. 

 

모두 신선이 되었으니 배낭에서 꺼내놓은 음식들은 신들이 먹는 암브로시아입니다.

당연히 간단하게 마시는 정상주인 맥주도, 막걸리도, 담근 술도 모두가  넥타르입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50여분 이상 신들의 만찬을 즐겼습니다.

 

배낭을 메고 노승봉을 떠나면서 아쉬워 다시 한번 정상석에서 대흥사를 내려다봅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일때 나라를 구하시고 백성을 구하신 서산대사께서 대흥사를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만세불훼지지(萬世不毁之地)]라고 말씀하셨다지요.

즉, 대흥사는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하고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이라는 것이지요.

명당 중에 명당이라는 것이겠지요.

 

풍수에 풍자도 모르는 나도 깍아지르지도 울퉁불퉁하지도 않은 산들에 둘러싸여 포근하게 내려앉아있는 대흥사는 참 좋은 터이다고 느낍니다.

 

가련봉은 노승봉 바로 앞에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습니다.

 

노승봉에서 100 여미터 내렸다가 200 여미터 오르면 가련봉(迦蓮峰)입니다. 703M입니다.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두륜산은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보며 우뚝 솟은 산의 모습이라고 주위를 둘러보면 참 좋은 표현이다고 느낍니다.

정상석을 별도로 만들질 않고 주위에 있는 돌에 새김 글을 썼습니다.

 

노승봉에서 산우님들 신선놀이를 많이 즐겼고 조망도 비슷하여 곧바로 내려갑니다.

 

저 아래 만일재가 내려다 보이고 베레모 모자를 연상시키는 봉우리는 두륜봉입니다.

8년 전에는 너덜지대를 내려갔는데 이제는 나무테크 계단을 많이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그때 너덜지대를 내려가다 돌에 발목이 다쳐 고생했던 기억을 더듬는데 웬걸 나도 돌에 넘어집니다. 다행으로 다치질 않았습니다.

 

 

만일재도 헬기장이며 억새밭입니다.

만일재에서는 오심재와 천년수로 내러 가는 갈림길이 있습니다.

오늘 산행 계획은 두륜봉을 오르고 다시 만일재로 내려와 천년수로 내려가는 코스입니다.

 

결국은 이 코스는 변경이 되어 두륜봉에서 바로 대웅전으로 내려갔습니다.

 

두륜봉 봉우리가 있는 암봉을 에돌며 오릅니다. 그러다 뒤돌아 봅니다.

가련봉을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돌계단과 테크 계단을 오르면 자연적으로 바위와 바위 위에 기다란 바위가 얹어져 있습니다.

대륜산에 유명한 구름다리입니다. 돌다리 사이로 구름이 끼인 모습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백운대(白雲臺)라고도 부릅니다. 구름다리를 모르면 대륜산을 올랐다는 이야기를 못합니다.

구름다리를 오르고 잠시 후 대륜봉에 닿습니다.

 

 

힘들게 올랐던 노승봉과 가련봉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지며 미소를 떠봅니다.

자 이제 진불암으로 내려갑니다.

테크 계단을 잠시 내려가면 지독히 거친 돌무더기 길입니다.

돌무더기 길은 오르는 것보다 더욱 긴장하여 내려가야 합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것입니다.

두륜봉에서 40여분 이상을 내려가면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우측으로는 진불암입니다.

 

좌측 표충사 방향으로 내려가다 이정표를 만나면 직진은 도솔봉중계소 가는 길이기에 우측으로 꺾어지면 바로 표충사에 닿습니다.

즉, 대흥사 경내에 들어선 것입니다.

표충사(表忠祠)는 서산대사 휴정, 사명당 유정, 뇌묵당 처영 3대사(大師)의 충의를 추모하기 위한 사당이며 대흥사(大興寺)는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마도화상이 창건한 고찰입니다.

 

조용히 경내를 둘러보며 대륜산을 올려다봅니다.

불자들은 두륜봉은 부처의 머리이며 가련봉은 부처의 가슴을 고계봉은 부처의 다리에 해당된다고 이야기 하기에 다시 한번 올려다 봅니다. 

걸었던 흑갈색의 노승봉과 가련봉, 두륜봉이 손짓하듯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산악회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후 3시입니다. 4 시간 20 여분을 걸었습니다.

 

식당으로 옮깁니다. 역시 즐겁게 걸었던 두륜산에서 하루였기에 반찬까지 모두 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