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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서 읽은 자연,풍경등

Bravery-무용- 2015. 1. 26. 16:51

피천득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

                 나는 아름다운 빛을 사랑한다. 골짜기마다 단풍이 찬란한 만폭동, 앞을 바라보며 걸음이

급하여지 고뒤를 돌아다보면 더 좋은 단풍을 두고 가는것 같아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김동석 수필"나의 단장(短杖)"

이태백 같은 시인도 항간에서는 자연을 즐길 수가 없었던지 경정산에 앉아서야 비로소 높이 날아가는

새들이며 외로이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홀로 경정산에 앉아 (獨坐敬亭山;독좌경정산) 李 白

衆鳥高飛盡 (중조고비진) 새들 높이 날아 아득히 사라지고

孤雲獨去閑 (고운독거한) 외로운 구름도 홀로 한가로이 떠도는데 

相看兩不厭 (상간양불염) 보고 다시 보아도 물리지 않는 것은 

只有敬亭山 (지유경정산) 다만 경정산뿐이라네.

라는 시경(詩境)을 얻었거늘 

 

윤오영 수필"염소"

석양은 보도위에 반쯤 음영을 던져있고, 달달거리고 따라가는 염소의 어린 모습은 슬펐다.

방소파의 <어린이 예찬>에는 "어린이는 천사외다. 시퍼런 칼날을 들고 찌르려 해도 찔리는 그 순간까지는 방글방글 웃고 있습니다.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성스럽습니까. 그는 천사외다"

 

손광성 수필"아름다운 소리들"

폭죽과 폭포와 천둥소리는 여름에 들어야 제격이다.

뻐꾸기며 꾀꼬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폭염 아래서는 새들도 침묵한다. 매미만이 질세라 태양의 횡포에 맞서는데,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 힘찬 기세에 폭염도 잠시 저만치 비껴간다.

흔들리는 아지랑이 속으로 아득히 비상하던 종달새의 가슴 떨리는 소리는 언제나 꿈, 사랑, 희망과 같은 어휘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양하 수필"나무"

나무는 천명을 다한 뒤에 하늘 뜻대로 다시 흙과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무는 휼륭한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요, 고독의 철인이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현인이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견인주의자;금욕주의    안분지족;편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 지키며 만족할

 

류해자 수필"병풍 앞에서"

먼 산이 어렴풋이 드러난 능선의 아름다움, 중간 부분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산의 육중한 가슴, 그리고 산기슭에서 붉게 피어난 단풍과 간간이 섞인 소나무의 청정함.

 

나도향 수필"그믐달"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 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김열규 수필"어느 바다의 소년기"

 

소년은 구름의 행방이 궁금했다.

바다 위를 건너다가 마침내 수평선에 다다른 구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설핏하게 기울며 하늘의 바닷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어름. 바다에 하늘이 맞닿아 이루어진 가름.

그 세상의 끝에서 구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렁저렁한 생각에 소년은 어슴 노을이 짙어가는 바다 곁

언덕을 지키고 앉았었다. 저 바다가 다하는 곳에서 하늘 끝을 물깃 삼아 파도는 철썩이고 있을까.

아니면 거기 커다란 낭떠러지가 있어 바다는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어린 환상은 무서운 영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대한 유리 항아리 같은 하늘 속에 바닷물이 고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그러자니 구름은 바다에 잠기는 수밖에 없었다. 기울어진 하늘따라 구름은 바닷속으로 미끄러져 들 거라고 생각했다.

 

솜처럼 물에 풀린 구름.

해파리 처럼 흐늘흐늘 물살에 떠도는 구름의 환영은 즐거웠다.

너울거리며 수심 따라 가라앉는 구름 가운데는 피었다 지는 허어연 연꽃 송이도 있었다.

넌출넌출 우거진 섶 그늘, 갖가지 바다풀의 넝쿨이 융숭하게 설레고, 사이사이 구름 조각들이 나무숲에 내리는 눈처럼 너울거리면,

이 기묘한 하늘과 바다, 구름과 물의 조화에 물고기들은 소스라쳤다. 어둔 물속이라 은비늘은 오히려 교교했다.

어슴 노을이 짙어지는 만큼 소년의 환상은 짙어 가곤 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는 구름이 떠도는 그 물속에 잠겨보리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저도 무속에서 구름처럼 풀리고 물처럼 풀리리라고 다짐을 두었다.

***** 설핏;해의 밝은 약해 모양 나타내는 .

        어름; 사물 맞닿는 자리.

               두 개천 합쳐지는 어름에는 고기 많아 낚시꾼들 모이지요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스

                강과 유프라테 어름에서 발생했다.

        가름; 이상으로 따로따로 나누는 .

 

조지훈 수필"돌의 미학"

무미한 속에서 회상의 미(味)를 맛보고, 적연부동(寂然不動)한 가운데서 뇌성벽력을 듣기도 하고, 눈 감고 줄 없는 거문고를 타는 마음이 모두 이 돌의 미학에 통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 미술은 다실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다도는 선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성화 수필"버드나무"

사람도 그처럼 나무를 닯을 수는 없는 걸까. 나무처럼 베풀고,나무처럼 견디고, 나무처럼 제자리를 지킨다면 우리네 삶도 그렇게 신산하지는 않을 텐데

 

최재천 수필"동물들은 모두가 서정시인"

귀뚜라미와 배짱이가 현악기를 사용한다면 매미는 타악기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개구리,맹꽁이,두꺼비들은 관악기를 분다. 소리 주머니 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서서히 내뿜으며 사랑가를 부른다. 관악기 중에서도 특히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와 가장 흡사하다. 매미도 그렇지만 개구리등도 독주보다 합주를 좋아 한다. 좀더 크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