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3

지리산 둘레길 첫 단추를 끼우다

Bravery-무용- 2009. 6. 24. 10:08

2009.6.21

태화산우회

지리산 둘레길 1구간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매동마을)-중황,상황마을-등구재-창원마을-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

 

 지리산 둘레는 800여 리(약 320Km), 전남,경남,전북 3개도, 구례,하동,산청,함양,남원 5개 시군,16개 읍,면과 100여개의 마을을 거친다.

둘레길 한 바퀴 도는데 시속 1.3Km로 232시간이 걸리고 하루 10Km씩 걸으면 약 32.5일이 걸린다.

1구간은 전북 남원 매동마을에서 경남 함양 금계마을 약 10.68 Km.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일기예보 속에서도 새벽 5시 연수구청앞에서 출발한 태화산악회버스는 송내에서 마지막 산우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달리는 찻속에서는 비가 내렸다 그치다를 반복하더니 아침식사겸 휴식을 위하여 금산 인삼랜드휴게소에 차가 멈추었을때는 비는 완전히 그치고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떠있다.

아침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출발한 버스는 9시 30분경 매동마을 마지막주유소앞에 도착하였다.

 

 

 

 

 

매동마을은 매화꽃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뱀사골 감식초공장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서면 복권기금으로 제작된 지리산길(매동-금계)게시판이 세워져 있고 옆으로는 통나무를 다듬어 깍아 세운 말뚝에는 적색과 흑색으로 방향표시를 하였는데 매동에서 금계로 걸을때는 적색표시 따라 거꾸로 금계에서 매동으로는 흑색의 방향따라 걸어야 한다.

 

금계마을 방향으로 걷기 위하여 적색의 방향따라 산우들 일제히 발길을 옮긴다.

지리산능선을 확인하기 위하여 밭일을 하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께 여쭤보니 하얀건물의 일성콘도 너머 우측 끝쪽으로 반야봉을 가리키지만 구름에 가려 있다.

반야봉으로부터 좌측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지리산 주능선이며 반야봉 우측으로는 서북능선상에 덕두산, 바래봉 위치까지  곁들여 주시며 설명하신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국립공원 지리산지도를 펼쳐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산속의 작은길 둘레길로 들어선다.

걸으며 지리산 주능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반야봉 방향을 몇 번이고 올려다본다.

 

좌측으로는 산내면 부운리 효자 정기조, 정기윤 효행찬양비가 세워져 있고 톡특한 밤나무 꽃내음을 맡으며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감자밭을 지난다.

등구재 5.3키로, 매동마을 0.5키로 이정표에서 좌측길 등구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둘레길 중간 중간에는 주민들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말도록 주변의 농작물에는 눈길만 마주쳐달라는 말뚝이 세워져 있다.

 

 

 

 

 

갖가지 들꽃들과 눈을 마주치며 걷다가 조림한 소나무숲길로 들어선다.

우측으로 900미터 들어서면 겔러리 "지리산 길섶"으로 가는 길이다.

서진암 갈림길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소나무숲길따라 걷다가 통나무로 만들어놓은 긴 의자가 있는 서어나무쉼터에 다달았다.

오랜세월 풍상을 견뎌낸 고목의 서어나무는 둘레가 어림잡아 두아름이 넘을 듯 하다.

서어나무쉼터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옹달샘인듯 하지만 물이 말라 플라스틱 바가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이 깊고 높은곳에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논밭이지만 산업화에따라 논밭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 묵밭이된 논밭들은 이제는 솔가리가 쌓이고 어린나무들이 고개를 내밀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숲길을 걸을때는 숲의 기운을 머리에서 부터 받아드리기 위하여 모자를 벗고 걷고 숲길을 나오면 내려 쬐는 햇볕에 모자쓰기를 반복하며 걷는다.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토사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방공사를 한지점을 지나면 시야가 확트이면서 지리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걷는다.

 

 

 

고사리밭은 무수히 지나치고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넓은 개망초밭에서면 저 아래로 중황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매동마을 2.5키로, 등구재 3.4키로,하황마을 0.9키로 갈림길에서 좌측 등구재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1톤차량이 충분히 다닐 수 있는길로 택지분양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중황마을을 지나는 길옆으로 돌담장위에 땔감나무가 가지런히 쌓여 있어 정감이 더욱 가는 황토구들 한옥 "꼬부랑길"이 나타난다.

안마당을 들어서지 못하게 긴 대나무를 걸쳐 놓았다.

다랭이논은 볏잎에 녹색 주름치마를 펼쳐놓은 듯이 보이고 지리산의 봉우리들은 흰구름을 머리 위에 이고 있다.

 

 

 

빨간 화살표를 따라 걷다보면 다랭이 쉼터가 나온다.

습한 기온에 햇볕은 내려 쬐니 등줄기까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배낭을 내려 놓고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적시며 휴식을 갖는다.

토종꿀에 감식초를 섞어 만든 꿀물은 공짜다.

할머니 돈받을 생각을 하지 않으시길래 우리가 먹고 마신것을 따져 값을 지불한다.

호음교와 삼봉산 삼봉사입구 그리고 배정교를 지난다.

 

 

 

 

천지사 입구도 지나며 작은 계곡을 건너면 자연석을 모아 쌓아 만든 다랭이 논둑밑을 지나 논둑위로 올라서면서 논둑길을 걷는다.

날씨가 가물어 논바닥에 논물은 말라 있지만 그래도 초록초록 자라오르는 어린 볏잎을보며 가을에는 풍요한 수확을 기원하면서 꼬불꼬불 다랭이 논둑길을 걷는다.

이 많은 다랭이 논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돌을 날라다 쌓았을까 생각을 하며 옛사람들이 피땀 흘려 가꾸어 놓은 다랭이논을 우리들은 어린 추억과 낭만속에 걷는 호사스러움을 갖는다.

 

 

다랭이논 소길로 올라서 긴 의자가 잇는 상황 소류지 쉼터에서 뒤쳐져 오는 산우들을 기다리며 다리쉼을 한다.

해발 400미터 상황마을은 꿩의 꼬리 형국으로 뒤쪽으로는 삼봉산이 우뚝 솟아 있다.

상황소류지 쉼터에서 뒤를 돌아 보면 삼봉산이 빙둘러져 있고 앞으로는 다랭이논이 그리고 아래로는 중항리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상류지에 물은 메말라있고 논에는 물이 부족하여 일부 다랭이 논바닥은 갈라져 있다.

뒤쳐져 오는 산우들을 확인하고 상황소류지 쉼터에서 내려와 시멘트길따라 등구재 1.0키로 방향으로 걷는다.

 

 

 

 

중항리가 기가 막히게 멋진 풍경으로 내려다 보이는 등구재 쉼터에 도착하였다.

12시5분이다.

오래된 서어나무가 그늘까지 만들어 주어 머물기에는 더욱 안성마춤이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먹걸이판이 벌어진다.

준비하여 온 먹걸이와 토종된장찌게에 채마밭에서 갖따온 고추와 상추등 싱싱한 야채가 펼쳐지니 마치 옛날 부보상들이 주막에서 나누는 정과 같은 분위기다.

얼마전 KBS 교양프로 "산"에 지리산둘레길 편에 등구재 쉼터가 방송되었다며 자랑까지 곁드리며 40대 후반의 주인인 두부부도 덩달아 싱글벙글에 넉넉한 인심까지 보여준다.(오늘 차안에서 CD로 보았다)

넉넉한 인심과 시골된장찌게 맛을 보며 50여분을 머물렀다.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등구재로 향한다.

 

 

 

1구간중 가장 높은 해발 700미터 등구재에 올라섰다.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길.

서쪽 지리산 만복대의 노을과 동쪽 법화산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고갯길이 지리산 둘레길을 만들면서 되 살아나 봇짐대신 배낭을 지고 넘고 있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낙엽송 숲길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동물들의 오아시스인 저수지가 숲사이로 보인다.

논에 댈물을 얻기 위하여 만들어졌던 저수지가 이제는 야생동물이 물을 마시고 새들도 모여들어 지저귀는 곳 조심조심 지나간다.

인간이 자연에게 베푼 흔적이다.

숲길을 벗어나면 지리산의 주능선이 보인다.

또 한번 길가 주막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 마신다.

층층이 이루어진 다랭이 논 아래로 창원마을을 내려다 보며 걷는다.

창원마을은 조선시대 세금으로 거둔 물건을 보관하였던 창고가 있어 창말이었다가 붙여진 이름.

 

 

 

창원마을에서 금계마을까지는 3.2키로다.

시멘트길 얕은 언덕을 오르고 다랭이 논둑길을 걷고 소나무숲길도 걷다보면 고추밭 사이로 금계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20여분을 걷다보면 쉼터 나마스테가 보인다.

 

 

 

 

 

나마스테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두리봉과 하봉, 중봉 그리고 천왕봉과 제석봉이 봉우리들은 구름이 숨겼지만 뚜렷하고 칠선계곡의 깊은 협곡도 푸른 숲에 가려져 있어 엄천강과 함께 멋진 풍경으로 다가선다.

마을회관과 세심정을 지나 지금은 폐교가 된 유림초등학교 화남분교장에 도착하여 지리산 둘레길1구간을 마무리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리산둘레길 1구간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걷다 보면 이 산길이 더욱 넓어지고 훼손되고 주민들의 인심도 더욱 야박하여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자꾸 갖게 된다.

모든 문제는 걷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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