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3

두번째 찾아간 설악산(흘림골,등선대,오색)

Bravery-무용- 2009. 3. 3. 18:10

2009.3.1

설악산(흘림골-등선대-오색  3시간 30분)

태화산우회

 

태화산우회 산우들을 태운 버스는 44번국도를 달리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양양 방향 굽이굽이 길 따라 내려가 흘림 5교 흘림쉼터에서 9시 15분경 내렸다.

2006년과 2007년 잇단 수해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이 일대가 다시 복구되면서 2005년 3월에 들렀던 그 모습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흘림 5교에서 올려다 본 계곡은 수마의 흔적이 보인다.

 

"한계령 수해복구를 마치며" 수해공원을 조성하고 그 뜻을 새겨 놓은 빗돌 뒷면에는 시인 박남희의 "한계령을 지나며" 싯귀가 새겨져 있다.

 

이 산을 누가 한계령이라 했는가

아름다움도 한계에 이르면 아픔을 잉태하는가

태풍과 집중호우로 유실되었던 한많은 영령들이여

잃어버린 생명과 아름다움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굵은 땀방울을 뿌렸던 수 많은 이름들이여

그대들의 슬픔과 노고를 이 산은 기억하리니

굽이굽이 태백의 붓끝으로 새겨

여기 설악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 바라노라

 

 

10여분 정도 산행준비를 하고 공원지킴터 옆 나무테크 계단길을 오른다.

숲이 짙고 깊어서 그곳에 들어서면 늘 날씨가 흐린듯하여 붙여졌다는 흘림골 그러나 오늘은 이파리 떨어진 나목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흘림골은 하늘까지 청명하여 흘림골 이름이 무색하여졌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 보면 기암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기암사이로 소나무와의 어울림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다.

오르는 길이 테크로 잘 정돈이 되여 편하지만 계곡을 바라보면 수해로 인하여 위에서 부터 쏟아져 내려온 바위들과 뿌리째 뽑혀 계곡에 뒹굴고 있는 나무들를 바라보면 가슴이 쓰리다.

두손으로 뻗어 감아도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주목나무도 길섶에서 마중하여 주는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뒤돌아 보면 저 아래는 양양으로 가는 굽이굽이 길이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높이는 설악의 주능선이 파란하늘과 선을 긋고 있다.

돌을 잘 다듬어 놓은 산길을 오르면서 어느새 흘림골입구와 등선대 중간지점을 지난다.

산길은 눈이 녹고 다시 얼고 하여 얼음길로 바뀌었지만 아이젠은 착용하질 않고 조심스럽게 오른다.

또 한번 뒤돌아본다.

칠형제 봉우리들이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은 다정한 형제들의 모습으로 비추인다.

테크다리를 건너면서 오르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숨겨져 있듯 여심(女心)이 아닌 여심(女深)폭포가 보인다.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오늘은 떨어지던 물이 얼어 붙어 있다.

 

 

 

여심폭포를 뒤로 하고 테크계단을 오르고 또 한번 경사가 심해지면서 깔닥고개 돌계단을 오르면서 능선위로 올라선다.

등선대 푯말이 세워져 있는 능선위에서 등선대를 가기 위하여 좌측으로 올라선다.

등선대에 올랐다가 되 내려오는 곳이라 몇몇의 산우들은 배낭을 내려 놓고 등선대로 향한다.

다듬어진 돌계단을 오르면서 한계령 휴게소와 서북능선을 바라본다.

서북 주능선의 경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또 한번 한계령과 설악의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바라 본다.

12선녀탕에서 안산과 귀때기청봉, 끝청과 중청을 거쳐 대청봉까지의 서북능선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장쾌하다.

좀 더 설악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안내판에서 더 높은 암봉으로 오른다.

이곳이 등선대 꼭대기다.

남설악에서 최고의 뷰포인트로 손색이 없는 등선대(登仙臺)는  신선이 오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선대 꼭대기에서 오늘같이 하늘은 푸르고 높고 바람은 땀만이 식혀줄 정도로만 불고 있는 날씨가 과연 일년중에 몇 번이나 있을까?

가까이 눈을 돌리면 모두가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하여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있다.

이두박근 삼두박근 근육을 뽐내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암봉위에 소나무들의 모습은 또 다른 멋을 부리고 있다.

가까이는 손에 잡힐 듯 칠형제봉이 동쪽 저 아래 주전골 계곡으로는 오색지구가 내려다 보이고 더 멀리는 동해가 가물거린다.

등선대 꼭대기서 동남으로 단목령을 그리며 남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점봉산을 바라보며 백두대간의 능선을 그리다 보니 나의 시야는 서북방향으로 옮기며 한계령까지 왔다.

한계령에서는 좌측 서쪽으로는 귀때기청봉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긴 산줄기를 바라보고 다시 한계령에서 끝청, 중청과 대청봉을 바라보며 파란하늘과 선을 긋고 있는 설악산 서북능선인 백두대간길을 한없이  올려다 본다.

유(U)자형을 옆으로 뉘워 놓고 가운데 안쪽에서 백두대간길을 바라본 것 같다.

등선대에 올라 모두가 신선이 되고 선녀가 된 산우들 내려설 줄을 모르고 즐거운 웃음을 가득 담고 풍경속에 한 없이 빠져들었다.

아내도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단다.

 

 

 

 

 

 

 

 

오늘 산행의 백미인 등선대를 뒤 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며 내려와 배낭을 내려 놓았던 안부에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산우들 먹거리가 펼쳐졌는데 퀴빅님께서 준비한 생굴에 도토리묵 그리고 여러 산우들 배낭에서 이것 저것 끄집어 내니 진수성찬이다.

선녀와 신선이 되어서 내려 왔으니 모두가 매우 기뻐 웃음을 가득담고 즐겁게 먹거리의 시간을 갖는다.

웃을 만큼 웃고 먹을 만큼 먹고 마실 만큼 마셨으니 약수터 입구 5키로 방향으로 내려간다.

4년전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미끄러지듯 내려간 산길이 테크가 설치 되여 있어 편안하게 내려간다.

테크계단을 내려가다 옆으로 흐릿한 산길이 보여 혼자서 살짝 발길을 옮겨 작은 봉우리에서 등선대를 올려다 본다.

암봉사이로 내려가는 길은 내려 가다 위를 올려다보면 주위가 온통 기암들이 뾰족뾰족 솟아 있는데 그 모습 또한 여러가지다.

수마가 쓸어내린 계곡의 모습은 벌건 흙과 바위들이 계곡에 널려 있고 물까지 흐르질 않아 더욱 허전하고 아프게 보인다.

등선폭포는 갈색암반에 약간의 얼음과 물이 흐른 흔적만이 보일뿐이다.

등선대에서 700미터를 내려왔다.

좌우 암봉들 사이로 내려오는 길은 고개를 위로 젖혀 암봉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계곡아래의 암봉들을 내려보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잠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어렵지 않게 안부에 올라서면 주위는 뾰족한 암봉들이 감싸고 있다.

겨울산새의 추임새에 발이라도 마추듯 햇살 비추는 안부를 내려가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책을 차곡히 쌓아 놓은 듯한 바위도 좌측으로는 어마어마한 직벽의 암봉과 우측으로는 키큰 소나무의 어울림에 압도당하며 내려가다 보니 십이폭포 앞이다.

흘림골에서부터 2.6키로 걸었다.

계곡물은 얼음장밑으로 가늘게 흘러 내리고 있을뿐이다.

십이폭포에서 조금을 내려오다 좌측으로도 계곡이 보이지만 역시 이곳도 암벽을 적실정도의 물이 힘없이 내려온다.

수해의 상처가 곳곳에 작은 골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바위아래에 소를 만들고 있는데 어찌나 맑은지 옥색의 빛깔에 파란하늘이 비추고 있다.

흘림골입구와 약수터입구 그리고 용소폭포 세 갈래에서 용소폭포를 보기 위하여 부지런히 테크길을 걷는다.

흘림골과 주전골의 구분은 흘림골은 십이폭포까지를 말하고 용소폭포에서 오색마을까지를 주전골이라 부른다.

이쯤이 주전골이 시작된다.

 

 

 

용소폭포를 알리는 안내판에서 폭포를 더욱 가까이 보기 위하여 계곡을 건너고 위쪽으로 올라섰다.

용소폭포 전설이 있다.

옛날에 이 소에서 천년을 살던 이무기 두마리가 승천하려 하였으나 암놈 이무기가 준비가 안되어 승천할 시기를 놓쳤는데 용이 되려다 못된 암놈 이무기는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겨울이라 수량은 적지만 물빛깔과 암벽이 기가 막히게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상의 폭포다.

큰 수해에도 용케도 크게 다치지 않은 모습 다행스럽다.

연갈색의 암반으로 흐르던 물은 마치도 큰 항아리에 쏟아 붓듯 떨어지고 그 물은 깊이는 모르지만 비취색을 띠며 소를 만들고 있다.

 

용소폭포를 가장 잘 표현한  박소연님의 싯귀.

 

"용소폭포에서"

오랜세월 얼마나 많은

물매를 맞았기에

뾰족한 곳도 각진곳도 없이

미끈한 모습

아름다운 여인의 목선을타고

가슴으로 내려오는

부드러운 곡선 깊은 계곡

돌틈사이로 내리는

맑은 물고인 웅덩이

살얼음 햇살에 부서지고

나뭇잎 물결따라 흘러가네

 

작은 수량의 용소폭포를 아쉬워하며 되 돌아와 주전골 계곡길을 내려간다.

주전골은 승려를 가장한 도둑들이 동굴에 숨어 가짜 엽전을 만들어서 붙여졌다는 전설이 있다.

솎아 베기하여 차곡히 쌓아놓은 나무도 푸른 이끼가 덮여 있고..

 

 

 

 

불교에서는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가장 아름다운것으로 생각하였다는 금강문. 

주전골 한가운데있는 금강문을 지난다.

하기야 등선대에서 우리 모두 신선이 되었으니 잡귀가 미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위를 올려다 보면 직벽의 바위봉우리에 많은 소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늘진곳에 잘자라는 나무에 밀리어 절벽에서 자리잡고 자라고 있다는 숲해설판을 읽으며 자연에서도 다툼을 하는 나무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고여 있던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물에 잔잔하게 물결을 그리며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밝은 달밤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반석위에 벗어놓고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선녀탕을 지난다.

연갈색의 부드러운 암반과 비취색의 물 과연 선녀가 내려와 목욕할만 하겠다.

직벽아래의 테크길을 내려 가며 넓게 다듬어진 돌길을 내려 오면 탐방로가 시작되는데 탐방로 곳곳에 세워 놓은 숲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내려오다 야생쥐들의 서식처에 대한 재미있는 해설이 있다.

계곡 건너편에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곳에 작은 구멍들이 수 없이 있는데 그것이 야생쥐들의 서식처란다.

 

 

 

 

해발380미터 성국사를 지나 주전골과 테크길 따라 내려 가다 보면 우측으로 잣나무숲이 보인다.

주전골을 건너고 오색약수터 앞.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식당가를 지나 오색분소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낸다.

아내와 함께 4년전 태화산우회와 2번째 만남으로 오늘과 똑같은 산행길이었지만 당시에는 일행들 뒤만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였던 풍경을 오늘은 여유를 가지며 유유하게 감상하였다.

마지막으로 내려온 우리부부가 차에 오르자 차는 쏜살깉이 주문진항으로 달린다.

주문진항에서 반주를 곁들여 곰취해장국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여러 산우들이 먹거리판을 만든 자리에서 어울리고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버스에 몸을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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