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1
태화산우회
석남터널-능동산-헬기장-기상탑-샘물상회-천황산-천황재-재약산-고사리분교-층층폭포-표충사-주차장
태화산우회 산우들을 태운 버스는 새벽 4시15분경 밀양시 산내면 석남터널 휴게소에 멈췄다.
산우들을 내려 놓은 버스는 쏜살같이 석남터널속을 빠져나간다.
어젯밤 10시에 연수구청 앞을 출발하여 송내를 거쳐 이곳까지 오면서 차안에서 자는둥 마는둥 잠을 설쳤다.
잠이 부족함은 장거리산행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산우들 간단히 산행준비를 하고 렌턴의 불빛을 밝히며 가지산 산행안내도와 가지산 정상 3.0키로 표지목을 따라 터널 옆 돌계단을 힘차게 오른다.
렌턴의 불빛과 스틱소리, 가쁜 숨소리만 들리고 가파르게 산길을 오르며 석남터널 위를 지나 오래된 표지목에능동산 3.3키로,가지산정상 2.7키로 표시가 되여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들머리인 석남터널에서 이 지점까지 계속되였던 오르막길로 산우 모두들 가쁜숨을 고르기 위하여 잠시 걸음을 멈춘다.
울산 정상특파원이 매달아 놓은 배내봉, 간월산 등산로 안내판 화살표에는 다른 사람이 매직펜으로 표충사, 재약산, 사자봉, 신불산, 영취산, 능동산 표시를 하였는데 이곳에서 방향을 잡을 산꾼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둠속에 긴 관목의 능선길은 좌측으로는 마을의 불빛이 희미하게 비치고 기품을 유지하며 서있는 한 그루의 소나무가 어둠속에서도 돋보인다.
어둑한 길섶에는 렌턴의 불빛속에 들꽃과 억새가 반기고 어느덧 어슬어슬 날이 밝아오면서 산과 하늘을 구분 짓는다.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화살표 방향으로 걸으면서 능동산 정수리에 도착하였다.
석남터널에서 1시간 30여분을 발품하였다.
넓은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정상석 옆에 쌓여 있고 구덕산악회에서 세운 능동산 정상석에는 산높이 981미터와 198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였던 자연보호 표어중 하나인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엄마 아빠 자연보호 아들 딸이 본받는다" 옆면에 새겨져 있다.
능동산은 울주군 상북면과 밀양시 산내면을 경계하고 영남알프스의 가장 중요한 산맥의 요충지로 가지산에서 천황산을 연결하여 주는 산으로 종주시에는 반드시 지나야 되는 곳이다.
정상에서 북쪽방향의 가지산은 숲에 가려 보이질 않고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의 산줄기가 희번하게 보인다.
재작년 아내와 함께 태화산우회와 어울려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였던 간월산, 간월산에서 간월재 까지 태양에 비쳐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억새, 간월재에서 신불산 능선까지 만발하였던 얼음꽃, 또 한번 신불산에서 영취산까지 억새밭에 흠뿍 빠져 산행하였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능동산 정상에서 10여분 이상을 머물렀지만 잔뜩 낀 구름에 아침해를 맞이하기는 틀렸다.
정상 언저리에 하얀 들국화만이 반겨 주었던 정상을 뒤로 하고 천황산으로 가기 위하여 산악회 리본들이 매달려 있는 남쪽방향 산길로 내려간다.
쇠점골 약수터에서 맑은 물로 목을 적시며 "한 모금의 약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하여 달라는" 능동산 약수터를 사랑하는 사람들 글귀에 같은 생각을 느끼며 그분들께 고마움을 갖는다.
나무테크 길을 내려 능동산 0.4키로, 천황산 5.5키로, 배내고개 2.2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임도 갈림길에서 우측 천황산방향 임도길을 걷다가 다시 우측 숲길로 들어선다.
키작은 관목의 좁은 숲길은 관목의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쳐 두손으로 먼저 나뭇가지를 휘저으며 걸어야 한다.
뒤돌아 능동산의 둥근 봉우리를 바라본다.
능선 위에서는 서걱서걱 억새와 잡풀을 헤치며 걷기도 하고 바람에 고개를 숙인 억새사이로 신불산과 영취산의 긴 능선길을 바라보기도 한다.
헬기장은 사방이 확트여 있어 사방을 조망하여 본다.
백운산 뒤로는 운문산, 가지산이 능동산과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이 짙은 구름 아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우측 아래는 산내면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또 한번 임도길을 10여분 걷다 다시 숲길을 오르며 기상측 정탑을 지나 잣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잣나무향이 코끝을 스친다. 입을 다물고 들숨과 날숨을 깊고 길게 반복하면서 피톤치드를 폐 깊숙히 들여 마시며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오르며 얼음골 4.7키로 화살표가 표지목에 붙어 있는 지점에 섰다.
낡은 119조난 위치 표시판에는 무명 1010능선이 적혀있고 사자평의 드넓은 모습이 드러내 보이고 멀리는 천황산이 샘물상회는 저 아래에 내려다 보인다.
샘물상회에 내려왔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채마밭에서 갓 따온 겨울초와 고냉지 김치, 된장등을 듬뿍 듬뿍 담아주는 상회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과 정성이 담긴 도토릭묵을 곁들여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촉촉히 적시고 배낭에서는 산우들 먹거리를 끄집어 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잠도 설치며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배낭 메고 소풍 나온 기분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천황산 1.8키로 이정표 따라 억새와 키작은 잡목의 야트막한 산길을 오르면서 얼음골 삼거리에서 다리쉼을 한다.
스텐의 이정표에는 얼음골 정상표시가 붙어 있고 천황산 1.4키로, 얼음골 1.9키로, 가지산 방향표시를 하였다.
가지산 도립공원 안내도도 세워져 있다.
한 사람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사람 키보다 큰 관목의 터널길을 빠져 나오면서 앞에 시야가 확 트이며 억새의 물결속에 대평원과 부드러운 긴 능선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억새능선을 걸으면서 좌측으로는 신불산과 영축산의 긴 능선이 우측으로는 백운산 뒤로 운문산, 가지산의 긴 산줄기가 장쾌하게 이어져 있고 골짜기 아래는 밀양의 마을들이 보인다.
걸어 올랐던 작은 봉우리들과 능동산이 봉긋이 보이며 저 멀리 달아나 있다.
큼직한 정상 빗돌이 세워져 잇는 해발 1,189 미터 천황봉 정상에 올랐다.
스텐으로 세운 이정표에는 재약산 2.0키로, 얼음골 3.3키로, 표충사 4.8키로.
천황산(사자봉)은 밀양시 단장면과 산내면, 울산시 상북면을 경계한다.
정상에는 능동산의 돌무더기보다 더 넓고 더 높이 쌓여 있고 옆으로는 정상석이 보인다.
정상에서 서쪽 가파른 계곡 아래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북으로는 운문산과 백운산이 가지산 정상은 구름이 숨겨 놓았다.
작년 10월 아내와 함께 태화산우회 산행을 따라 가지산, 운문산 산행이 떠오른다.
배내고개에서 시작된 산행은 가지산 정상에서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운문산에서는 팔공산까지 보였던 청청한 코발트색의 하늘에 구름이 머물고 가는 운문산이 아니라 청문산이라 내나름으로 이름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동북방향은 오늘 걸었던 능선길이 갈지자 모양을 하며 능동산까지 이어져 보인다.
동쪽으로는 간월산과 신불산, 영취산의 모든 봉우리들은 구름이 숨겼다
영남알프스 한 복판에 위치한 천황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과 사자평에 물결치는 억새를 바라보면서 장대한 풍경속으로 빠져든다.
아래는 천황재가 내려다 보이고 천황재 위로는 재약산이 손짓을 한다.
좌측으로는 한없이 드넓은 억새와 우측은 암벽의 깊은 골짜기를 바라보며 돌무지 내리막길을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디디며 내려간다.
천황재 내려가기 중간쯤에서 우측 직벽의 암봉위에 올라 서쪽을 내려보고 멀리도 바라본다.
푸른숲 깊은 골짜기아래 표충사가 보이고 서쪽의 먼 산들은 짙은 구름아래 산너울을 일으키며 출렁댄다.
돌들이 깔려있는 돌서더릿길에는 작은 돌들을 쌓아놓은 모습이 흐트러져 있다.
뒤돌아보니 직벽의 암봉은 험상궂게 내려다 보고있다.
억새길과 억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내려오며 천막에 여기는 해발 천사(1,004 미터)고지와 위도까지 쓰여있는 은영이네 쉼터를 지나 천황재에 내려왔다.
천황재는 천황산 0.9키로, 샘물상회 1.7키로, 표충사 2.8키로, 재약산 0.7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털보식당이 보인다.
영남알프스 산행안내도와 재약산 산들 늪 고산습지 보호지역 안내판과 재약산 사자평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주위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재약산과 천황산을 이어주는 나무테크 쉼터에서 모든 산우들 배낭을 내려 놓고 다리쉼을 한다.
사자평원은 신라시대때는 화랑도들이 호연지기를 길렀던 수련장으로 임진왜란때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하였던 호국정신이 깃들어진 곳으로 드넓은 평원을 바라 보면서 그때에 나라를 지키기위한 함성이 평원을 울려 억새가 흔들리듯 하다.
재약산을 향하여 나무계단을 밟으며 뒤돌아 보니 천황산은 저 멀리 뒤쪽으로 물러나 있고 계단을 오르면서는 은빛 억새사이로 먼산을 바라본다.
바위와 바위틈을 극터듬어 오르고 좌측으로는 주암계곡 내려가는 표시판이 보인다.
숲속의 산길을 걷다 우측 암봉에서 산우들의 환호소리로 손과 발을 모두사용하며 힘들게 오르니 직벽의 암봉이었다.
다리를 후들대면서 주위를 조망하고 가까스로 암봉을 내려온다.
바위와 바위를 건너 뛰기도 하면서 암봉으로 이루어진 재약산 정상에 섰다.
해발 1,108 미터 현재시간 10시 15분 석남터널을 출발하여 5시간 15분정도를 걸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벌판 120만평의 사자평은 온통 억새가 뒤덮혀 있는 모습은 먼 산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예부터 재약산 가을억새의 아름다움을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같다하여 광평추파(廣平秋波)로 묘사되었단다.
가 을 억 새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억새밭을 헤치며 내려 가는 길은 잔돌이 많아 조심스럽다.
내려오면서 산기슭에는 속아베기하여 쌓아놓은 나무들이 유난히도 많이 보인다.
재약산, 진불암, 고사리분교 갈림길에서 고사리분교로 내려가 표충사 3.9키로 이저표에서 뒤 돌아보며 걸었던 능선을 올려다 본다.
임도길 따라 내려오면서 작전도로와 층층폭포 갈림길에서 우측 층층폭포로 내려간다.
수량이 풍부하지가 않아 층층폭포의 맛을 느낄수는 없었으나 흑갈색의 긴 직벽과 폭이 넙은 낙수구에 폭포의 웅장함을 헤아려 볼 수 있고 폭포와 연결된 직벽위에 소나무 또한 위풍당당하다.
게곡의 암반사이로 형형색색의 단풍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으로 이곳을 층층단풍(層層丹楓)이라 하지 않던가?
흔들다리에서 폭포와 깊은 계곡을 바라보면서 가을단풍에 물든 모습을 그려본다.
깊은 계곡 따라 내려가는 길은 끝도 없이 내려가는 것 같다 발가락끝이 아프고 저려온다.
또 다른 출렁다리를 건너 뒤돌아 본다.
깍아지른듯한 직벽과 직벽사이로 흑룡폭포가 보인다. 아직도 표충사는 2.0키로 남았다.
아내의 내려가는 모습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모습보다도 더욱 지쳤는지 자축거린다.
옥류동천으로 내려가 계곡물에 발담금질을 하여 어느정도 발의 피로를 풀고 계곡을 건너 임도길 따라 내려온다.
산악회 리본이 수 없이 매달려 있는 민가를 지나 표충사에 도착하였다.
표충사는 원효가 창건하였으며 사명대사의 호국성지로 유명한 사찰이다.
표충사 경내에서 필봉과 천황산, 재약산을 바라보며 새벽부터 걸었던 그 산줄기를 올려보며 다시 한번 더듬어본다.
걷는것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일주문을 지나 홍제교를 건너고 적송의 아스팔트길 따라 가장 끝에 위치한 위락단지내 무료주차장까지 내려와 걷는 행위를 모두 마쳤는데 표충사에서 주차장까지 30분을 걸었다.
2006년12월9일
간월산(1083.1 미터),신불산(1,209 미터), 영취산(1,059 미터)
2007년10월21일
가지산(1,240 미터), 운문산(1,188 미터)
2008년9월28일
능동산(981 미터), 천황산(사자봉) 1,189 미터, 재약산(수미봉) 1,108미터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간월산,신불산,영취산,가지산,운문산,천황산,재약산을 태화산우회와 함께 하였다.
2보1원 34,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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