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3
북한산 노적봉(716 미터)
창공님, 나와 아내
추석 연휴 전날 창공님이 북한산 노적봉 산행을 같이 하자며 전화가 왔다.
지난 일요일에도 창공님과 북한산 숨은벽 능선 산행을 하여 또 다른 북한산의 진면목을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노적봉이니 아니 나설 수 가 없다.
북한산을 올때마다 노적봉을 보면서 노적봉에 대한 호기심이 두가지였다.
하나는 북한산 산행을 하면서 노적봉은 암벽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이나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봉우리였다.
또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좌의정까지 지냈던 이정구(1,546~1,635)의 "유삼각산기"를 읽고 노적봉 정상을 그려봤었다.
아내와 나는 인천터미널에서 의정부행 첫 차를 타고 고양시 화정역에서 창공님을 만나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하였다.
식당에서 김밥과 오뎅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끝내고 7시 30분경 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탐방로 갈림길에서 도로 탐방로로 들어서면서 이른 아침의 북한산 공기를 폐속 깊숙히 들여 마시니 상쾌한 엘돌핀이 온몸을 감싼다.
대남문과 백운대, 원효봉 이정표를 지나면서 계곡 옆 철계단을 오른다.
계곡 건너 노적봉(露積峰)이 이름과 어울리게 풍성하게 수확을 하여 곡식을 수북히 쌓아 놓은듯 뾰족하지도 않고 둥글고 넓은 가슴을 벌려 우리를 맞이 하듯 내려다 보고있다.
계곡 탑방로에 올라와 의상봉, 국녕사 갈림길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는 산길에 나뭇잎 사이로 가을햇살이 비친다.
담쟁이 넝쿨이 돋보이는 중성문 앞에서 노적봉을 올려다 보고 중성문을 지나 성루 뒤 성벽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노적봉을 다시 한번 올려다 본다.
운하교를 지나 노적사길로 들어서 절 뒷편 좁은 산길로 되여 있는 오르막을 오른다.
오르막 산 기슭 약간 넓은 바위에서 뒤돌아 보며 다리쉼을 한다.
바로 노적봉 아래에서 고개를 위로 젖혀 노적봉 꼭대기를 올려다 보고 뒤로는 의상능선의 긴 능선길을 바라본다.
노적봉 우측을 에돌면서 오르는 길은 바위길을 걷기도 참나무 숲을 걷기도 하면서 오른다.
뒤돌아보면 멀리는 고양시내가 가까이는 의상봉과 용출봉사이의 국녕사도 보이고 비봉능선의 비봉과 사모바위도 눈에 와 닿는다.
얼마만큼 노적봉 중턱을 에돌면서 앞에 노적봉 직벽과 만경대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인수봉을 보며 능선위로 올라섰다.
창공님이 먼저 바위를 부여잡고 올라가 암벽에 박혀 있는 쇠고리에 준비한 로프를 걸고 아내와 나는 그 로프를 이용하여 하얀 화강암 덩어리인 노적봉 정상에 올랐다.
맑은 하늘에 계곡의 푸르름, 그리고 푸른 숲 사이로 북한산의 크고 작은 하안 암봉들이 드러내 놓고있다.
약 370년전에 쓴 이정구의 "유삼각산기"에서 삼각산 노적봉을 오르는데 그 모습을 옮겨본다.
"노적봉을 오르는데 돌이 길을 막아서 열 발자국을 올라 가려면 아홉번은 넘어지고 하며 봉우리 아래까지 이르고 보니 바위가 높고 길이 가팔라 전혀 발붙일곳이 없어서 스님들이 먼저 올라가 돌틈으로 나무 막대기를 세워 사다리를 만들고 동앗줄을 내려 뜨려 허리를 묶어서 당겨 올렸다"쓰여 있다.
정상에서 사위를 둘러본다.
당연히 백운대쪽으로 먼저 고개를 돌린다.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삼각을 이룬다.
그래서 삼각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하는데 이곳 지점이 뚜렸하게 삼각을 이루고 있다.
백운대 좌측 뒤쪽으로는 숨은벽능선의 정수리 암봉이 솟아 있고 노고산도 조망된다.
원효봉과 염초봉을 잇는 원효능선은 힘센 근육을 자랑하듯 하얀암봉이 불끈대며 백운대와 이어져 있고 능선 뒤로는 고양시와 양주시의 마을과 야트막한 산들이 내려다 보인다.
산행 출발지였던 북한산성 상가지역은 원효봉 저 아래 아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만경대 정상주위의 봉우리들은 산수화를 그려놓은 둥그런 부채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의상봉에서 부터 보이는 의상능선은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 푸른 숲 속에 국녕사가 보이면서 용출봉, 용혈봉등 봉우리들이 푸른숲과 어울려 봉긋하게 솟아있다.
재작년 아내와 함께 12성문을 종주하면서 걸었던 의상능선을 이곳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의상능선 넘어로는 비봉능선상에 사모바위와 비봉이 아스라히 보인다.
노적사를 바라보기 위하여는 노적봉 직벽 아래를 아찔하게 내려다 봐야한다.
모든 산줄기는 파란하늘과 맞닿아 있어 바라보는 내 마음도 파란하늘 같이 순수하여진다.
한없이 정상에 앉아 와유하듯 누워보기도 하고 사방을 바라보며 여유를 갖는다.
정상에 바위 하나가 있는데 마치 나폴레옹이 쓴 모자와 비슷하여 이름이 붙여진 나폴레옹 모자바위 그럴듯하다.
옆 봉우리로 가기 위하여 로프를 이용하여 안부로 내려갔다가 바로 오른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비슷하다.
두번째 봉우리에서 내려와 위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산성주능선길로 들어섰다.
용암문을 지나 북한산 대피소앞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옹달샘에서 물을 보충하고 중흥사지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갈수록 산행객은 점점 늘어난다.
중흥사지와 산영루를 지난다.
이정구 "유삼각산기"에 홍제교에서 언제 출발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중흥사에 도착하였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넘어 갔다고 하니 말을 타고 왔어도 지금으로는 상상 할 수 없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산영루 옛자리를 다음날 아침에 산책을 하며 성홍빛 단풍과 골짜기 아름다움을 보고 금수세계라고 하였다.
오전에 건넜던 운하교 앞을 지나 식당가가 시작되는 새마을다리를 건너고 식당에서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며 즐거운 산행을 끝낸다.
2보1윈 12,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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