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3

설악행각따라 용대리서 대청봉 그리고 한계령까지(2)

Bravery-무용- 2008. 3. 5. 13:36

설악산 둘쨋날(2008. 3. 2)

새벽 4시가 되니 부지런한 산꾼들 산행준비로 덩달아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매점에서 구입한 햇반과 집에서 준비한 누룽지와 반찬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행 준비를 한다.

산장의 시설은 재작년에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의 산장보다는 시설면에서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산장지기의 친절은 그만이다.

약 20여명의 산악회 단체 등산객들은 산장앞에서 산행코스를 2군데로 정하며

산행준비에 정신이 없어보이고.....

우리부부의 당초계획으로는  무너미고개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동으로 내려가기로 하였으나

고속버스를 예약하여 놓은 상태라 그 시간까지는 무리라는 산장지기의 권유도 있고

나와 아내생각도 너무 무리인 것 같아 대청봉에서 해맞이를 하고 서북능선을 타고

한계령코스로 바꿨다.

5시 55분 아이젠착용등 산행준비를 단단히 하고 소청산장을 출발한다.

 

렌턴의 불빛에 비춰진 산길은 어제 봉정암에서 소청대피소로 오르는 눈길보다 러셀이 잘 되여 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길을 걸으니 오히려 편안하다.

20여분 이상을 오르면서 펑퍼진 소청에 도착하였다.

왼쪽으로는 회운각대피소 가는길. 오른쪽 대청봉 가는길로 발길을 옮긴다.

중청 정상은 군시설물이 있어 왼쪽사면을 돌아 끝청 갈림길을 지나고 중청대피소를 거쳐 대청으로 오른다.

휴일만 되면 산을 찾는다는 젊은 산꾼을 만난다.

어제 백담에서 오세암, 공룡능선을 타고 소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였단다.

오늘은 대청봉을 오르고 백담사로 내려 간단다.

든든한 젊은 산꾼이 옆에 있어 주니 힘이 솟구친다.

젊은 산꾼은 우리 부부를 앞서지도 않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오르니 힘이 덜든다.

아내 또한 피로가 많이 가신듯하여 다행스럽다.

"설악행각"에 노산 이은상선생은 상청봉을 오르면서 노래를 부른다.

 

높은 산 이 적막이 내 맘에 이리 좋아

가고 오고를 다 잊고 앉았는데

남들은 내 뜻 모르고 소리질러 부르더라

 

앞서고 뒤서고를 다투지 말았으라

쫓는이 없는 길을 바삐간다 자랑마라

누구나 이를데 이르면 더는 가지 못 하나니

 

오르면서 넉넉하게 보이는 대청봉에서 일출을 기대하지만 동쪽으로 연잿빛 하늘이 동해바다를 숨겨 놓았다.

 

소청대피소를 출발한지 1시간 5분만인 아침7시에 1,708미터 대청봉에 도착하였다.

벌써 정상에는 20여명의 산꾼들이 보인다.

대청봉 정상석의 글씨는 어딘지 투박, 어색하게 보이고 붉은색과 흑색페인트로 덕지하여 놓은것이 촌스러워 보였는데 몇번을 오르면서 바라보니 오늘은 친근감마저 든다.

조용히 사위를 조망하면서 누구를 미워함도 욕함도 시기함을 저 드넓은 동해 바다에 풍덩 던져 모든것을 잊고 싶다.

저 골짜기들, 저 봉우리들............

 동으로는 동해로 뻗어 나가는 화채능선.

북으로는 공룡능선의 힘찬 첨봉들.

북서는 용아장성 암봉들이.

서로는 백두대간의 서북능선의 봉우리들.

남으로는 오색 넘어 망대암산, 점봉산의 연봉들

겨울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모든 능선들은 마치 호랑이 등줄과 같이 보이며

당장이라도 표효를 하며 일어 설듯한 기세다.

 

 

 

 

 

 

오늘 매서운 칼바람도 없는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 하였다면 그리 좋을수가 없었을  아쉬움을 지니고 중청으로 되내려와 해발 1,600미터 끝청 갈림길에서 한계령 7,7키로 방향따라 왼쪽으로 들어선다.

아쉬움이 크면 자꾸만 뒤돌아보는 법 몇번 대청봉을 뒤돌아 본다.

 

 

능선길을 걷다 오른쪽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암봉속에 봉정암이 고즈넉히 보인다.

산사면을 걸으면서 동쪽을 뒤돌아 보니 잿빛구름층 넘어 동해는 떠오른 태양에 반사되어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다.

태양이 떠오르는 착각을 일으킨다.

 

 

해발 1,604미터 끝청이다.

가리봉과 주걱봉, 귀때기청봉을 알리는 조망판이 세워져 있다.

조망판을 보며 봉우리 하나 하나 확실히 확인한다.

능선길을 걷다가 힘이 들때나 아쉬울때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게 된다.

 중청의 축구공이 잘가라 손짓한다.

한계령 5.1 중청대피소 2.6키로 이정표를 지난다.

길섶에서 쉬고 있는 또 다른 젊은 산꾼을 만난다.

인천에서 왔다니 반갑다며 자기도 인천에서 왔는데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한계령으로 가는 중이란다.

 

 

죽어서도 끗끗이 서있으면서 흙으로 돌아가는 고목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왼쪽으로 한계령 구빗길이 저아래 내려다 보인다.

이파리가 떨어진 겨울나무 숲사이를 하얀눈을 밟으며 점봉산을 바라보기도 한다.

 

 

한계령 4.1키로 이정표가 보인다.

능선길 오른쪽과 왼쪽의 골의 모습이 다르다.

 오른쪽이 깊고 깍아지른 듯하다면 왼쪽은 깊게만 보인다.

능선길 왼쪽으로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계속 같이 걷고 있고 앞에는 귀때기청봉이 우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이 능선길은 돌서덧릿길로 온몸을 갸우뚱대며 걸어야 하지만 오늘은 눈이 돌덩어리들을 모두 덮어 오히려 걷기는 편하다.

염려 하였던 아내는 어제 잠을 설쳤는데도 잘 걷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한계령 세 갈레길에 도착하였다.

 

 

바로 가면 귀때기청봉 가는길.

 1.6키로, 대청봉에서 6키로 걸었고 한계령까지는 2.3키로 남았다.

오색쪽에서부터 날씨가 흐려지더니 눈이 조금씩 내린다.

서둘러 왼쪽 한계령으로 내려선다.

작년에 한계령에서 이곳을 오를때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나무테크계단이 만들어 졌다.

한계령 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이다.

전에 동앗줄을 잡고 올랐던 암벽은 모두가 나무테크계단으로 바뀌었다.

한계령에서 오르면서 그 유명한 돌계단길은 눈과 얼음이 뒤섞어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휀스가 쳐진 입구를 나와 지원센터와 위령탑을 내려서 이틀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하늘은 우리부부에게 축복을 하여 주듯 날머리에 도착하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정확히 정오 12시 18,000보. 9.7 키로.    이틀간 28.2키로

 

 

한계령휴계소에서 속초행 차표를 구입하고 도로건너에서 직행버스로 속초에 도착 오후2시40분 인천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