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설악산 천불동계곡에서 대청을 올라 오색으로

Bravery-무용- 2006. 10. 4. 20:03

 

2006. 10. 2. 아내와 같이 인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우등고속에 몸을 싣고 밤11시 30분에 속초에 도착.

1박을 하고 새벽 5시에 설악동매표소로 이동하였다.

 

우리 부부의 산행을 마중 나온듯 설악의 새벽하늘에는 무수한 새벽별들이 반짝거린다.

 

             별

 

무수한 별 사이에 태어났다가

무수한 별 사이에서 사라져가옵니다

 

태어났다가 사라져가는 시간은

백년을 넘지 못하나

시로서 다 잡을 수 없는 기다림을

천년,만년,억년 살면서 사라져가옵니다

 

별은 너무나 멀리 아득하고,

기다림은 너무나 멀리 들리지 않아서

그저 그리움을 남기고 자취없이 사라져 가옵니다.

 

반짝, 반짝

무수한 별 사이에서 태어났다가 

무수한 별 사이에서 사라져가옵니다.       조병화 님

 

소공원을 지나 스님들의 새벽 예불소리를 들으며 신흥사를 지난다.

금강교를 건너 우측 울산바위, 좌측 비선대이정표에서 비선대 방향으로 렌턴의 불빛을 밝히며 어둑컴컴한 길을 걷는다.

인제군, 양양군, 속초시 일원 4,950만평이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아내와 호젓하게 걷는 시밝 산길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물씬풍기는 가을 산내음이 가슴깊이 스며든다.

 

 

 

앞에 보이는 산줄기 위에는 한가위를 밝힐 밝은달이 두둥실 떠있고...... 

해발 300미터 표시점을 지나면서 어둑한 하늘은 산줄기에서 부터 서서히 어슬어슬하게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비선대 매점에 도착하여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을 하고 숨을 고른다.

비선대에서 바라보는 산고곡심(山高谷深)한 새벽 설악의 천불동 계곡과 양쪽 기암절벽의 모습은 벌써 우리부부를 흥분 시킨다.

 

"비선대에 누워서 주변경관을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랐다"하여 비선대란다.

다리를 건너니 황색바탕에 대청봉 8키로, 중청, 희운각, 양폭대피소 표시가 좌측 방향으로 표시 되어있고 우측 방향으로는 녹색바탕에 백담사 10.9키로, 오세암, 마등령,금강굴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좌측 대청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좌측 천불동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서덜길을 걷는다.

천불동(千佛洞)계곡은 천개의 불상이 계곡 양쪽 기암절벽에 늘어서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이름이 붙은곳.

지리산 칠선계곡, 가야산 홍류동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인 설악동 천불동계곡이다.

오늘 아내와 이곳 천불동 계곡을 마음껏 즐기며 유유자적하게 오르기로 하였다.

작년 이맘때 마등령으로 하여 공룡능선을 타고 이곳으로 내려왔을 때 에는 공룡능선에서 기진맥진하여 이 계곡을 너무나 힘들게 내려와 천불동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한 기억이 난다.

설악동, 대청봉, 오색코스는 보통 오색에서 출발을 하는데 천불동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하여 설악동에서부터 오르기로 한것이다. 

산행시간이 길어도 좋다!  

가을의 설악을 보기 위하여 오색에다 숙박을 예약하여 놨다.

 계곡길을 걷다 계곡으로 내려서 집에서 준비하여온 도시락과 보온병에 담겨진 따뜻한 된장국으로 천개의 불상과 천불동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기암괴석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다리를 건너니 해발 390미터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비선대에서 500미터를 온것이다.

흰바위에 거침없이 흐르는 맑은 물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걷다보니 문수담(文殊潭)이다.

고산유수(高山流水)니 담(潭)에 고인물도 맑다. 옥색이다.

계곡옆으로 만든 등산길을 걷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계곡 멀리 보이는 봉우리들의 다른 모습들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계단길 옆에는 빨갛게 물든 단풍이 가을을 알린다.

 

해발 440미터 잦은 바위골을 지나 바로 철계단으로 오르며 작은 계곡을 건넌다.

멀리 마주 보이는 산봉리에 비친 햇살로 더욱 흰색으로 보이는 암봉과 소나무는 또 다른 설악의 모습이다.  

계단으로 된 산길을 걷는것이 힘이 들어 늦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니 발길은 점점 느려진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붉은색과 노란색의 단풍이 보이는 해발 420미터에 버티고 있는 귀신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귀면암이 나타난다.

계곡에서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하다.

귀면암 옆 계단을 내려서 다시 한번 바라보는 귀면암은 더욱 커보인다.

 

계곡 건너에는 절편을 쌓아 놓은듯한 형상의 바위가 푸른나무에 둘러 있다.

옥색의 담(潭)과 깍아 세운듯한 절벽과 소나무의 멋진 자태를 바라보며 비선대2키로, 대청봉 6키로 이정표를 지난다.

 

긴 계단 오르는 좌측 절벽에는 "적십자 마크와 병풍교 1969년 10월 4일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라고 쓰여진 동판이 붙어 있다.

깍아지른듯한 낭떠러지에 설치되어 있는 병풍교 계단을 올라서 아침햇살에 빛나는 앞 봉우리가 우리를 반긴다.

이곳에도 절편모양의 바위가 계곡 건너 절벽 한곳에 보인다. 

비선대에서 2.6키로 해발 580미터 칠선골 입구다.

양폭까지는 900미터 남았다.

오를수록 점점 물들어가는 설악에 아내는 정신없이 디카 누르기에 바쁘다.

 

 

 

철계단을 올라서 좌측 바위골짜기 사이에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진다 하여 이름붙여진 오연폭포(五連瀑布)가 보인다.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이전에는 이곳 일대의 암벽이 천불동계곡의 수문장 같다고하여 "앞문다지"라고 불렀다 한다.

폭포 물소리와 푸른 소나무 그리고 적과 황색의 나뭇잎, 골에서 불어주는 골바람 자연의 모든 조화가 어우러 깊어가는 설악의 천불동에서 그냥 주저앉고 싶다.

오연폭포를 지나 다시 철계단을 오른다.

키큰 잣나무가 철계단 옆에 버티고 서 있다.

길섶에 녹,황,적색 나뭇잎이 뒤엉킨 단풍나무도 보인다.

사람이 빚어낸 조각처럼 보이는 계곡에 흐르는 물, 쏱아 떨어지는 폭포 그 아래 소(沼)에는 옥처럼 맑은 물 이곳은 분명 천불동 계곡이다.

 

바위위에 나무 밑둥이 얹어 있는 생명력을 지닌 아름드리 나무의 모습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8시 50분 해발 750미터 양폭대피소에 닿았다.

소공원에서 6.5, 비선대서 3.5키로를 올라왔다.

쉬엄쉬엄 3시간 50분을 걸어왔다. 

천불동을 올라오면서 양쪽의 제각기 다른 모양의 절벽과 첨봉(尖峯)을 바라보느라 목이 아플지경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충분한 휴식을 한다.

양폭대피소 뒤에 바위봉우리도 쉬어 가는 우리에게 멋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대청봉까지는 4.5키로다.

가자! 대청으로 !

 

음폭골에 있는 음폭포와 이웃하여 있어 양폭포.

첩첩이 쌓인 산속에 반타원형 모양의 소에 떨어지는 청청한 물빛을 보며 긴 철계단을 오르고 천불동계곡의 마지막 폭포인 천당폭포에 다다른다.

속세에서 온갖 고난을 겪다가 이곳에 이르면 마치 천당에 온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계속된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니 이번에는 돌계단 오름길이다.

표고가 높아질수록 단풍은 점점 물들어져 있다.

 

 

무너져 내린 철계단 계곡을 건너 회운각 대피소 1.1키로 표시점을 지난다.

피나무는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다릅나무도 있는 가파른 고갯길은 너덜겅길로 한걸음 한걸음 쉬었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오른다.

10시 25분 무너미고개 안부에 올라선다.

표시판앞에는 큰 신갈나무가 버티고 있다.

해발 1,020미터. 외설악과 내설악의 경계다.

가야동계곡과 천불동계곡이 갈라서는곳.

우측은 공룡의 꼬리인가 머리인가 공룡능선이 시작되는곳이다.

좌측  5분여를 움직여 희운각(喜雲閣)대피소에 도착한다.

해발 1,050미터, 소공원서 8.5키로다. 5시간30분이 걸렸다.

자리를 마련하여 버너에 끓인 물로 컵누룽지로 켄맥주와 곁들여 점심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한다.

11시35분 희운각을 출발.

바로 뻑세게 철계단을 오른다.

숨을 몰아쉬며 좌측 볼록나온 바위에 올라선다.

공룡의 등이 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나무를 움켜잡고 바위를 붙잡고 철사다리도 타고 내려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숨을  고르면서 오른다.

뻑센 오르막길을 오를때  내려오는 사람이 반갑다.

길을 양보하는 척하면서 다리쉼을 한다.

희운각에서 3번째 철사다리를 올라 고개턱에서 올라온 뒤를 조망하니 멀리 동해와 속초시내 가까이는 공룡능선의 깍아지른듯한 봉우리들이 청청한 맑은 가을하늘에 한 눈에 보인다. 

바위봉우리 위에 자라는 듬직한 박달나무도  동해를 바라보며 서 있다.

희운각 아래는 숲속에 가려 보이질 않지만 가야동계곡이 있으리라.

소청에 오르는 등산로는 곳곳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햇빛을 받으며 비실대며 1시간 30분정도를 올라 소청 정수리에 도착하였다.

희운각에서 1.3키로.

여기서 백담사 11.7키로, 봉정암 1.1키로, 소청대피소 0.4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건너편에는 중청대피소 0.6  대청봉 1.2 키로 이정표도 보인다.

조망하기 좋게 넓게 공사중에 있다.

중청과 대청이 앞에 펑퍼짐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대청을 바라보니 죽음의 계곡 산사면에는 산사태의 흔적이 보인다.

계곡아래는 색색의 단풍이 물들어 있다.

대청을 향한 산길 오늘 산행중 처음으로 능선길을 걷는 것 이다.

중청은 큰 축구공 모양이 설치 되여있는 군사시설이 있어 중청 아래로 하여 중청대피소로 가는길.

계곡멀리 희운각의 지붕이 보이고 앞에는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이 보인다.  

중청대피소 못미쳐 우측에 끝청 갈림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안으로 쏙 들어서면 한계령 7.7키로, 대청봉 600미터, 소청 400미터 표시 되여있다.

많은 군인들이 간편한 복장을 하고 쉬고 있다.

여군도 보인다.

젊음이 좋다.

늠름해 보여 좋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가 협소하여 화장실에 10여미터 줄지어 서있고 매점 또한 북적거린다. 

배낭을 내려 놓고 대청봉을 바라보니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그래 가자!

배낭을 둘러메고 완만한 오름길을 걷는다.

그러나 만만치않다.

쉽게 산정을 올라서게 하지는 않나보다.

생각보다 힘들게 오른다.

좌우는 눈잣나무군락이다. 평지에서는 곧게 자라지만 산정에서는 눕는단다.

돌로 다듬어진 길을 오르다 바윗길도 오르고 2시다.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하여 대청봉(大靑峰)이곳에 다달았다.

한라산 백록담, 지리산 천왕봉 다음으로 3번째로 높은곳을 나와 아내는 올라 온 것이다.

9시간 만에 아내와 같이 대청 품안에 안기었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광복30주년, 한국산악회창립30주년기념 1975.8.15 한국산악회 강원지부"표지석이 보이고 그옆에는 "대청봉 1,708미터" 빗돌이 세워져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쓰여진 오석이 바위에 세워져있다.

삼각점옆에는 "양양이라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1-24)" 빗돌도 보인다.

 

 

 

 

정상주위는 돌덩이들이 널려져 있다.

모두가 정상에 오른 넉넉한 마음인가?

많은 산꾼들은 정상석에서의 기념 사진을 찍기위하여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있는 모습이 정상의 즐거움을 한층 더 북돋아준다. 

일망지하(一望之下)에 설악의 대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깊고 가장높은 설악이니 모두가 다 넓다.

모든 설악이 대청의 품안에 안겨있다.

능선에 펼쳐진 단풍이 짙게 물든 설악의 가을 풍광은 멀리는 기암괴석과 어우려져 이곳에 오른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특권이다.

 

설악의 단풍은 붉은색은 단풍나무,벚나무,붉나무, 개박달, 박달나무에서

                     노란색은 물푸레나무, 피나무, 엄나무, 층층나무가

                     주황색은 옻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가을 설악을 물들이는 것이다.

 

 

심한 기상변화와 강한바람으로 키큰나무는 자라질 못하고  넓은 평원으로 수만평이 이루어졌다.

동으로는 동해의 푸르름이 서쪽은 귀때기청봉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인 서북능선이 남으로는 오색은 먼 발아래에 그리고 멀리는 점봉산 이북서는 용아장성이 약간을 비켜 북으로는 공룡능선이 북동은 화채능선이 펼쳐져 있다.

중청과 서북능의 평퍼짐한 능선과 화채와 공룡능선의 힘찬 모습이 큰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 백담사는 12.9키로, 오색은 5키로다.

오색을 향하여 내리막으로 내려 섰다.

등산로길을 보수하여 어수선하게 내려오는 길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대청봉2키로, 남설악매표소3키로 이정표까지 1시간10분이 걸려 내려왔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반복하면서......... 가장 높은곳에 올랐으니 내려가는 길도 가장 길게 내려가야 할것이다.

하산은 등산보다 더 조심하여야 한다.

설악폭포에 다다르니 그나마 계곡에서 불어주는 바람이 위로가 된다.

내려오는 표고차에 따라 색색의 단풍이 줄어들고 두번정도의 가벼운 오름질을 하기도 한다. 

신발의 길이보다도 작게 만든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내려가는 일이 너무나 불편하고 지루하다.

아름드리 나무와 숲길이 계속 이어지는 산길이다.

해발 760미터 남설악 매표소 1키로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양폭대피소가 해발750 이었으니 이곳이 10미터가 더 높다.

수해로 휩쓸린 계곡을 건너 4시 50분 남설악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오색집단단지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