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구병산에서 맞이한 9월

Bravery-무용- 2006. 9. 3. 22:46

2006. 9. 3 태화 산우회와의 산행은 충북 보은에 위치한 구병산(九屛山).

삼가저수지를 지나 오늘의 들머리인 장고개에 09시 40분경 도착하였다.

산행하기 알맞게  파란하늘은 백색의 그림물감을  뿌려놓은듯 연한 흰구름이 따가운 햇살을 숨겨 놓았다.

 

형제봉 6.3키로, 구병산 신선대이정표에 따라 절개지옆으로 하여 바로 오르막으로 올라선다.

 

10여분을 힘겹게 올라서 능선길로 접어든다.

소나무가 주종인 능선길 주위에는 유난히 가지친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준 능선길을 시나브로 걸으니 무덤이 있는 능선위에 올라서고 구병산 신선대 2.3키로 이정표가 보이고 다시 한번 올라서니 조망이 좋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맑은 날씨에 북쪽 방향 멀리는 속리산 천황봉이 또렷하게 보인다.

주위는 온통 녹색의 푸르름이다.

산우님들 휴식과 먼 산들을 조망하고 다시 능선길을 걷는데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이번 능선길은 참나무과의 나무가 주종을 이룬 아기자기한 오솔길로 우리 태화산우님들만 아주 호젓하고 넉넉하게 걷는다.

그러나 산길은 우리에게 편한길만 보여주지 않는다.

갑자기 앞에 바위로된 오르막이 나타난다.

바위를 부여잡고 오르니 좌측에 전망좋은 넓은바위.

적암리와 보은위성통신지구국, 길평저수지등이 바로 아래 훤히 내려다 보인다.

 

우측으로 돌아 올라서 구병산 신선대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 올라섰다.

천황봉을 비롯한 속리산의 줄기가 푸른색으로 넘실된다.

신선대 주위는 쉬어 가기 좋게 넉넉하게 자리를 깔아 놓은 듯한 바위.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 솔솔 부는 바람과 함께 뚝뚝 떨어졌던 땀방울을 씻어준다.

이곳에만 머무룰수 없다.

자! 가자 구봉산 꼭대기로..............

안부에 내려서니 충북알프스 구병산 1.4키로, 여기서부터 바윗길 벼랑이므로 추락위험을 알리는 표시판도 세워져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산길과는 완연히 다른가 보다.

바위오르막을 손과 발을 이용하여 엉금기어 올라서니 좌측면은 깍아지른듯한 암봉이 나타나지만 암봉 멀리는 마로면의 넓은 평야와 적암리가 한눈에 와 닿는다.

 

구병산 1.2키로 표시판을 지나 다시 한번 동앗줄을 부여잡고 오른다.

이제 구병산 900 미터가 남았다.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고 하다 위험한 바위 능선이 나타난다.바위능선길을 포기하고 우회길로 내려서 산허리를 감싸며 걷는다.

다시 한번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 뒤돌아보니 힘에 부쳐 오르지 못하였던 봉우리가 둥글게 볼록 솟아 있고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힘들게 걷는 산길이지만 바위와 숲이 어우러진 산의 모습은 우리를 즐겁게 하여준다. 

 

봉우리 하나를 뻑세게 오르니  구병산(876미터) 정상이다. 1시10분

평평한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으로는 천황봉을 비롯한 속리산의 준봉들이 맑은 하늘에 장쾌하게 보이고 동으로는 우리가 걸어온 구병산의 주능선들이 불쑥하게 솟구친 봉우리와 깍아 지른듯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암릉이 보인다.

바로 앞에는 적암리와 갈평리 마을과 위성통신지구국, 갈평저수지 그리고 마로면 들녘의 작은 평야가 초가을의 정취속에 평온하기 그지없다.

 

정상표시석. 앞에는 "충북알프스 876미터 구병산" 뒤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보은군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자연의 보고 구병산을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을 하였으며 1999년10월17일 개장 축제와 함께 표지석을 세워 등산 애호가들의 길잡이가 되고 영원토록 잘 보존하여 길이 후손에게 물려 주고자 한다.> 구병산 - 속리산 43.9 키로    1999. 10. 17  보온군수

 

산꾼들이면 한번 종주 하고 싶은 충북 알프스 구간이다.

높은 가을 하늘에 하얀구름이 깔려있는 이곳 구병산에서의 9월 첫째주의 산행.

패티 김의 "9월의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구월이 오는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소리

가로수에 나무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듯 당신 생각뿐

 

산정에서의 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내려선다.

봉우리 두곳을 돌고 내려서는 길에 우리 산우님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우측 적암리 3.9키로 이정표에 따라 방향을 잡는다.

보통 급경사 내리막이 아니다.

너덜경으로 지그재그로 내려가고 끝났나 싶더니 이번에는 돌의 잔부스러기가 흩어진 돌티길이다.

방심하면 안된다.

 등산화가 돌티에 그냥 미끄러진다.

게가 기어가듯 옆으로 비스듬히 하여 어그적어그적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은 상수리나무, 갈참나무등 참나무과 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길.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이 하산길 옆으로 이어져 있다.

정수암지 옹달샘의 전설이 적혀 있는 표시판이 보인다.

 

"500년전 정수암자가 있었으나 이곳에 와서 불심에 정념하던 스님들이 이 옹달샘을 음용하면서 정력이 넘쳐 주체를 못하여 하산 하였다는 재미 있는 전설이 있는곳. 물 한 모금 마시면 칠일간 생명이 연장 되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감칠나게 떨어지는 샘물을 한모금 마셔본다. 

짙은 풀숲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다 철판이 깔려 있는 흔들거리는 외나무다리도 건너고 우측 산비탈에는 붉은색의 돌무더기도 보인다.

하천길을 따라 내려오니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학포장마차를 지나  다리를 건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정자모양의 적암리 농산물판매장에 도착한다.

뒤를 돌아보니 구병산의 전경이 우뚝 솟은 봉우리들과 암벽이 어울려 병풍처럼 펼쳐져 보인다.

아! 저 봉우리, 저 능선, 저 계곡 걸어온 산길을 아내와 같이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진다.

 

적암휴계소로 가는길 우측에는 엄청큰 접시모양의 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보은 위성통신지구국이 보이고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3시40분 휴계소에 도착하였다. 오늘산행을 마무리 한다.

휴계소에는 마을 자랑비가 세워져 있는데 적암리는 "사기굽고 살았다고 옛부터 사기막 피난지로 적격이고 인심좋아 찾았던곳" 곳이라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