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소백산 비로봉, 국망봉 안개속을 걷다

Bravery-무용- 2006. 7. 3. 19:18

2006. 7.2 태화산우회와의 산행은 소백산 삼가매표소에서 비로사, 비로봉, 국망봉, 늦은맥이재, 벌바위, 을전(새밭,어의곡)으로 이어지는 산행이다.

08시55분 삼가매표소에 도착하였다.

 

 

 

7월의 첫번째 산행으로  김 유진 에세이 "칠월을 닮은 남자" 에서 칠월을< 일년을 반으로 접어 나머지 절반을 새로 시작하는 칠월은 살아 있는 그 어떤 것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초록은 보다 원숙해지고 열매는 더욱 단단해지며, 곤충이나 동물은 부지런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허물을 벗는다.

일년 중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 바로 칠월이다>고 표현 하였다.

 

삼가는 비로봉을 중심으로 세 갈래 골짜기로 되어 있고, 골짜기마다 마을이 산재해 있어 지명이 붙여진곳이다.

매표소에 비로봉 5.5키로 이정표가 보이고 잘 포장된 도로가  야영장까지 이어져 있다.

오르는 좌측은 지천이 사과밭으로 가을의 풍성한 과수원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른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오르면서 뒤돌아 보니 산허리에서 구름이 맴돌고 가야할 앞산 봉우리에는 구름이 꽉차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라 고찰 비로사 입구에 09시30분에 도착하였다.

 

비로사 300미터, 비로봉 3.7키로 이정표에 따라 비로봉 방향으로 좌측 다리를 건너 시멘트도로를 걸으니 주위는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산길이다.

 

두꺼비 한마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암놈과 숫놈의 비율이 1:7정도라 짝짓기 경쟁이 심하며 7~15년을 산다.

두꺼비는 신화에도 나오는 영물로 다산, 재물, 행운등을 상징으로 여기기도 하며 아들을 낳으면  떡두꺼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두꺼비를 보았으니 오늘 우리산우님들 어떤 행운이 있을까?

 

시멘트길과 돌을 깔아놓은 길이 끝나며 산길로 들어서니 짙은 솔내음의 향기가 가득하다.

후덕지근한 날씨에 안개는 점점 짙게 산허리를 감싸니 힘들게 오르는 산우들 더욱 가쁜숨을 몰아 쉰다.

그래도 산속에서는 까마귀가 까악거리며 힘내라 외치고 있다.

비로봉 2.7키로 표시판을 지나니 돌을 쌓아 놓은 넓은 산중턱에 올라선다.

1시간정도를 이마와 등에 땀이 주루룩 흐르며 올라온것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땅바닥에 풀썩 주저 앉아 아내와 우리 산우님들과 휴식을 취하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안개는 점점 산길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산모퉁이도 돌고 여기저기 피여있는 야생화를 위안 삼아 걸으니 해발 1,000 미터 비로사 구 등산로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쭉쭉 뻗은 아름드리 적송들의 멋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람 한 점 없었던 산길 좌측으로 부터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양반바위를 힐끔 바라보며 가쁜숨을 조절하며 걸으니 이번에는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는가 싶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길섶에서 우의를 걸치고 걸으니 온몸은 더욱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내리는 비와 나뭇잎에서 맺혀 있던 물방울까지 바람에 흔들려 후두둑 우의를 때리니 발걸음은 더욱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안개비가 내리니 프랑스 작가 보들레르의 "안개비" 떠오른다.

 

아, 저무는 가을과 겨울, 그리고 진창의 봄들

졸음 오는 계절들아! 안개 서려 흐릿한

시의와 무덤으로 내 마음과 머리를

이렇듯 감싸 주는 너희들이 나는 좋다.

 

찬바람은 기나긴 밤과 밤을 희롱하고

바람개비 목이 쉬는 아득한 들에

내 넋은, 미지근한 양춘의 시절보다 더 활짝

그 검은 가마귀의 날개를 펼치리.

음산한 것들로 가득 찬 마음에는

또 오래도록 서리를 맞는 이 마음에는

오오, 희뿌윰한계절, 우리 풍토의 여왕이여

 

네 창백한 어둠의 한결같은 모습만큼 반가운 것이 없다.

달 없는 저녁에 단 둘이서

두려움 가득한 침상에서 고뇌를 잠재우는 재미 말고는. 

 

 

쉼터 갈림길 지나 바위에서 과일등을 먹으며 휴식을 하고 비는 멈춰 우의를 벗어 배낭에 걸쳤다.

돌계단을 올라서니 고 조광래추모비가 나타난다.

지난 겨울 이곳에서 연화봉을 바라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은 안개로 연화봉쪽이 전혀 보이지가 않고 비로봉 정상을 향하여 희뿌연 안개가 깔려있는 나무계단을 한발한발 올라선다.

 

백두대간 한 가운데 솟은 소백산에서 가장높은 비로봉 정상에 도착하니 11시40분.

1,439.5미터 비로봉(毘盧峯) "모든곳에 두루 비치는 부처의 몸의 빛"이라는 "비로니사"에서 유래가 되었단다.

비로봉 정상의 바람은 계절을 따지지 않나보다.

산을 희미하게 만들어 놓은 짙은 안개와 바람은 우리들을 이곳에 오래 머물게 허락하지 않는다.

 

가시거리 10여 미터정도로 하늘을 원망하며 국망봉(3.1키로)으로 이어지는 계단길로 내려서 바람을 맞아가며 빠른 걸음을 걷는다.

어의곡과 국망봉 갈림길이 나타나고 국망봉길로 접어드니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내려서니 바람은 오간데 없고 국망봉 2.2키로 표시판이 보인다.

돌덩이길도 걷기도 하며 1.5키로 이정표를 지나 약간의 오르고 내리고를 하며 큰바위를 옆으로 걸어 능선길로 올라서니 우측 깊은계곡은 짙은 안개가 가득차 있다.

철쭉이 우거진 터널같은 산길을 걷기도 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능선길로 접어드니 모양을 갖춘 넓은 바위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좌측에서는 바람이 불어온다.

우측 넓은초원은 온통 연한 분홍 색깔의 대오이풀  천지다.

아내는 초원위에 펼쳐진 대오이풀 앞에서 양팔을 벌려 안개속의 야생화를 흠뿍 맞이한다.

 

안개만 아니었다면..... 이 넓고 푸른 초원의 환상적인 모습을 상상만 하여본다. 

10여분 정도를 걸으니 좌우로 여러개의 바위들이 모양을 갖추고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을 지나 나무계단에 올라서 비로봉 3.1 키로, 늦은맥이재 2.1 키로이정표가 보이며 바로 국망봉(國望峰)에 올라 섰다. 13시다.

1999.6 영주비봉라이온즈클럽에서 기증한 소백산 국망봉 1420.8M 빗돌이 세워져 있다.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설치된 국망봉에 대한 전설3가지를 설명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늘 우리는 소백의 3봉으로 불리우는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중 2개봉에 오른 것이다.

주위에는 넓은 큰바위가 빗돌뒤에 널려있고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지는 충북일대와 영남일대의 조망은 다음으로 미루기로하고......

 

퇴계 이황 선생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서 퇴계선생께서 국망봉에 올라 "국망봉에서 맑게 갠날 햇볕이 밝게 비치면 여기서 용문산과 나라의 수도인 서울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산에 운무가 끼어서 먼 곳을 볼 수가 없었다. 다만 흐릿한 중에서도 저 남쪽으로는 팔공산과 학가산등 여러산이 있을 것이고 그 북쪽으로는 오대산과 치악등 여러산이 구름 사이에서 출몰하였다.

또 여기서 볼 수 있는 물로는 죽계의 하류인 구대천이 있고, 한강의 상류인 도담이 보인다"고 하며 데려간 한 사람이 "주 세붕태수도 비 때문에 5일동안 갇혀 있다가 올라갔기 때문에 먼경치를 볼수 있었다"하였다.

퇴계 선생도 산에 오르는 맛이란 꼭 눈으로 먼곳을 보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적혀있다.

 

국망봉에서 산우님들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끝내고  1시35분경 늦은맥이재로 출발을 한다.

단양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곳 역시 철쭉터널도 지나며 늦은맥이재 삼거리에 도착하여 을전 5키로 이정표에 따라 좌측으로 내려선다.

본격적인 하산 내리막으로 어제의 내린비로 산길이 매우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이곳은 벌바위골로 바위밑에 벌통을 놓으면 벌이 잘든다 한다.

 

키작은 조릿대가 산길 옆으로 보이고 햇살이 구름을 걷히며 얼굴을 내밀고 돌길도 나타난다.

 

산길 양쪽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아주 작은 개울도 건너고 흐르는 개울물과 같이 내려가기도 한다.

 

계곡물이 3곳의 계곡에서 흘러 내리고 쓰러진 고목나무위를 넘어가고 밑으로 기어가기도한다.

짙은 수림은 울울창창(鬱鬱蒼蒼)하고  이골짜기 저골짜기에서 만난 물은 계곡이되고 계곡끼리 다시 만나 더 큰소리를 내며 흐른다.

쭉쭉 뻗은 낙엽송에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작은 폭포를 만들기도하고 바위가 군데군데 막아 소(沼)를 형성하기도 한다.

앗 ! 큰일났다. 계곡이 산길을 막아버렸다.

남자 산우님들은 힘차게 건너 뛰고 여자산우님들 도움을 받으며 계곡을 건너고 다시 산길을 걷다보니 또 다시 계곡을 건너야 한다.

먼저 건넌 산우님들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들도 계곡을 건너고 모두들 힘든 산행의 피로를 계곡물에 씻어 내린다.

"그대처럼 늘 그리운 山河" 리본이 메달려 있다.

편한 하산길로 생각하며 내려서니 또 다시 계곡을 건너야한다.

내려 올수록 계곡의 폭은 넓어지고 물의 흐름도 빠르다.

산우님들 서로 손과 손을 맞잡고 어렵게  4번째를 건너니 바로 충북 단양군 가곡면 을전 마을 시멘트도로가 나타난다. 4시25분

 

새밭교를 지나 버스주차장으로 가는 좌측 바위밑에 수개의 벌통이 놓여 있다.

오늘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니 앞에 보이는 산봉우리 넘어 멀리멀리 산줄기가 희미하게 나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