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묘봉, 상학봉에서 계절의 여왕 오월을 보내다

Bravery-무용- 2006. 5. 28. 23:23

2006. 5. 28  산지기 산악회와의 산행은 속리산 묘봉과 상학봉으로 05시30분 연수구청을 출발하여 석바위, 부평, 만수동, 신천동을 경유하여 산우님들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2리 화북면 출장소앞 내고향식당 주차장에 9시45분 도착하였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흰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이 유명한곳이며 운흥리는 신라시대에는 용화사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조선팔도 명산중 하나로 용이 번쩍이면 구름이 인다 하여 절이름은 용화(龍華)라 하고 마을 이름은 운흥(雲興)이라 하였다 한다.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물 흐르는 계곡을 건너 찔레꽃도 피어있고 인삼밭과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이는 농촌의 전원풍경을 느낀다.

풀내음과 째르르~째르르 지저귀는 산새소리를 들으며 계곡도 건너 오르니 묘봉 3.5키로, 미타사 2.8키로 이정표가 나타나고..... 직진은 미타사 가는길 시멘트 도로를 옆으로 비켜 우측으로 본격적인 깊고 깊은 속리산 서북릉으로 오르는  산문(山門)에 접어든다.

솔가리가 깔려있는 부드러운 산길과 우측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산길을 걸으니 계곡의 바람도 솔솔 우리들의 땀방울을 씻어 준다.

 

어제 하루 종일  대지를 뿌렸던 비는 멈추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산길를 걸어가며 호르르 호르르 산 새소리가 가까이서 멀리서 들리니 산새 또한 우리의 산행 즐거움을 한껏 북 돋아준다.

양탄자같은 솔밭 산길을 다리와 어깨를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스치는 키 작은 나무들의 나뭇잎도 연록의 푸른색이니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오월의 나뭇잎 향기를 맡으며 사붓하게 걷다보니 어느덧 작은 산마루에 올라섰다.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넓은바위에서 약간의 휴식을 하고 내려서니 산길에 삼거리가 나타난다.

다시 우측으로 내려 오르막을 오르니 옅은 안개가 끼고 집체만한 바위들이 앞길을 가로 막아 우회도 하며 동앗줄도 부여 잡고 오르니 879 삼각점 표시기가 보이고 바위 하나 건너 뛰니 묘봉(874미터)에 도착한다.

그때 시간은 12시.

몇개의 너럭바위들이 서로 맞대고 있어 수십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마당바위로 서북능선의 주봉답게 거칠것이 없고 문장대 방향은 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 보이지는 않지만  속리산의 줄기가 남으로는 구병산의 줄기가 보일것이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서쪽의 상학봉은 빨리 오라 손짓을 한다.

산천초목(山川草木) 산과 풀과 나무 모두가 푸르고 푸르다.

녹색의 물결이 깊은 계곡과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넘실댄다.

묘봉산정에서의 조망은 멀리는 구름이 봉우리를 숨기기도 하고  천산만락(千山萬落) 수많은 산과 마을이 구름아래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앞에는 천길이나 되는 아름다운 단애(斷崖)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아 바람이 불어도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묘봉서  상학봉을 향하여 이동을 하니 바로 동앗줄을 잡고 내려간다.

동앗줄 잡고 힘들게 오르락 내리락 몇번하고 리찌도 하며  위험하며 스릴느끼는 구간을 통과하니 충북 보은군에서 설치한 암릉 860미터 표지석이 나타난다. 그때시간 12시35분.

여기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안된다.

다시 내리막을 내려가고 또 다시 동앗줄을 잡고 오른다.

바위와 바위사이를 비집고 나오기도하며 이 봉우리 저 봉우리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기만 하면 올라 설 때마다 산정무한(山情無限)을 느끼게 한다.

 

1시10분경 학들이 살았다는 상학봉(861미터)에 도착하여 철계단을 타고 바위 봉우리 정수리에 올라선다.

표지석만 세워져있는 봉우리에서의 조망은 거칠것이없다.

멀리 멀리 문장대쪽 철탑도 보이고 흰구름과 먹구름이 어우러진 산정에서의 자연!

북쪽에서 불어주는 바람 그리고 지나온 묘봉도 보이니 철난간을 잡고 엉금 엉금 올라온 보람을 느끼며 동, 남, 북 사방이 천야만야(千耶萬耶)하게 깍아 내린듯한 절벽과 벼랑 위에 걸려 있는 노송들의 모습이 나를 두리번거리게 하며 내려가지 못하게 자꾸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정수리를 내려와 늦게오는 산우님들을 기다리며 너른바위에 누우니 흘러가는 흰구름과 까마귀 한쌍이 내머리위를 배회하며 인사한다.

누워 있으니 헤르만 헤세의" 흰구름"이 라는 시가 떠오른다.

 

보라, 오늘도 흰구름은 간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고요한 멜로디와 같이 

맑은 하늘 저 편으로 간다.

 

멀고 먼 나그네의 길을 가며

몸 의지할 곳 없는 슬픔과 기쁨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면

저 구름의 마음 모르리.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과 같이

하얗다고 정해 놓지 않은 게 좋다.

그것은 고향 떠난 몸 붙일 곳 없는 사람은

누이동생이고 천사이기 때문에...........

 

2시25분경 하산을 시작한다.

바위 잡고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동앗줄을 잡고 오르락 내리락을 위험하게 반복하며 유명한 개구멍 바위도 통과하고 석문도 지나고  바위 봉우리에 올라선다.  

뒤를 돌아보니 상학봉이 나를 보며 지긋이 잘가라 손짓을 한다.

 

묘1기를 지나니 사람이 한 명 정도 통과할 수 있는 바위굴을 지나니 본격적인 하산길이 시작되고 내리막 길은 낙엽송의 낙엽이 쌓여있어 올랐던 솔잎 낙엽길과는 대조를 이룬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며 이곳으로 오르기 또한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산악대장 오늘 산행중  하산시 나무뿌리 밟지말라.

걸음은 반보로 천천히 내려가라는 주의사항을 명심하며 조심 조심 내려간다.

 

좌측 계곡물소리가 들리더니 우측에서 계곡물 소리가 나고 단풍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내려서니 소나무군락에 수레길이 나타나더니 바로 운흥1리 마을이 나타나고 서부식당에 도착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마을서 이곳 주민과 농주를 마시며 오늘 산행길을 설명하니 이곳서 옛말에 법주사 20리, 묘봉 10리라 하며 이곳은 경상도 상주이지만 충북 보은과 더 가깝다 하며 오늘 우리가 올랐던 산을 가리키며 제일 좌측은 시루봉, 다음이 쌀봉이라한다.

후덕한 마을의 인심을 느끼며 차에 올라 5월의 마지막 산행을 정리하며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오월"을 다시금 생각하며 소르르 눈을 감는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 이다....(생략)... 신록은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