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모악산 구이동서 금산사까지

Bravery-무용- 2006. 4. 16. 21:33

오늘(06.4.16) 산행은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듯 하다 하여 붙여졌으며 모악춘경이라하여 변산하경, 내장추경, 백양설경과 함께 호남 4경중에 하나이며 1971년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만경강과 동진강의 발원지 모악산(母岳山)이다.

인천 연수동을 출발한 태화버스는 주안과 만수동 부천 송내에서 태화산우들을 태우고 전북 완주군 구이면 구이주차장에 9시50분경 도착하였다.

하늘은 맑고 구름한점없이 푸르르나 바람은 봄의 옷깃을 여미게한다.

멀리 모악산 정상에 설치된 송신탑이 선명하게 보이고 상가를 따라 올라가니 오늘 산행의 들머리에는 전주김씨 세덕비가 세워져 있고 시인 고은님이 쓰신 "모악산"시비가 오르는 길을 멈추게 한다.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 외다.

               저 혼자 떨쳐 높지 않고

               험하지 않고

               먼데 사람들마저

               어서오라 어서오라

               내 자식으로 품에 안은 어머니외다.

               여기 고스락 정상에 올라

               거룩한 숨 내쉬며

               저 아래 바람진 골마다

               온갖 풀과 나무 어진 짐승들 한 핏줄 이외다.

               세세생생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도 한 핏줄 이외다.

               이다지도 이다지도

               내 고장 모악산은 천년의 사랑이외다.

               오 내 마음 여기두어

 

시의 뜻을 되새기면서 우측은 천일암을 지켜주고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베푸셨던 김양순 할머니의 선덕비가 보이고 성황당다리 위에는 "정다운 인사말 유쾌한 산행길"이라고 쓴 아치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모악산은 전주시를 비롯하여 인근지역 시민들의 주말산행지로 많은 산행객들이 모이는곳으로 보여진다.

 

좌측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따라 오르며 선녀다리를 건너고 수박재 다리도 건너고  골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돌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니 사랑바위다리도 사붓하게 걸어간다.

건너온 4개의 다리는 모두 목재로 설치된 다리라 시멘트로 만든 다리보다 더욱 자연적이라 마음까지 편 하여진다.

좌측 동곡안1.5키로표시를 보며 시암골다리를 지나니 소나무숲으로된 오르막길이다. 계속되는 돌계단을 오르니 세갈레길이다. 우측으로 돌아 푸른소나무 숲속을 오르는데 소나무숲 한가운데 큰벚나무가 하얗게 꽃이 피어 있는 모양이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듯하다. 

 

일심교를 지나니 신라 문무왕 10년 보덕화상이 창건한 대원사가 나타나고 문화재로는 용각부도, 목각사자상등이 있다.

 

사찰을 한바퀴돌고 산길을  20여분을 오르니 넓은 산중턱이다.

숨을 고르고 쉬어가기에는 좋은곳이다.

70여종의 새들과 들짐승들이 서식한다는 안내판도 세워져있고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돌계단과 쇠난간길을 오르니 "물왕이절" "무량(無量)이절" 인데 한자어로 수왕사라고 하는 신라 문무왕때 보덕화상이 창건하였다는 안내판이 서있고 수왕사 이정표가 설치되여 있는 쉼터인 넓은지대가 나타난다.

 

 그러나 오늘 산행은 좌측 수왕사쪽이 아닌 우측으로 발길을 바로 옮기며  돌계단길로 잠시 오르니 정상 800미터 표시가 세워져있는 고개로 올라 서니 고개너머로부터 봄의 마칼바람이 불어온다.

정상방향의 길은 넓은 산길로 좌측은 완주가 우측은 전주시내가 바라보이며 맑은 하늘과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봄을 알리는듯하다.

노란들꽃이 산길에 조용히 피여 우리가 갈 산길을 안내 하여주고 있다.

 

모악산 주변사람들이 무우제를 올리는 관습이 있었던 무제봉에 도착.

이곳서 주위를 조망하면서 소나무를 보니 모악산 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모악산방으로 유명한 시인 박남준님의 "아름다운 관계"라는 시가 떠오른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러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정상에 도달하기 바로 전에 큰 바위로된 봉우리가 우뚝하게 솟은 장군봉을 우리 산우님들 모두 엄금엉금 기어 오른다. 오늘의 들머리었던 구이동 그리고 구이저수지가  한눈에 와닿는다.

 

11시30분 송신탑이 설치된 관계로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바로밑에 정상 표시판으로 정상임을 확인하고 산행객이 많아 바로 송신소 철망을 따라 우측을 돌며 헬기장 방향으로 발길옮겨 어렵지 않게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주위의 조망은 김제와 전주가 한눈에 들어오고 금산사와 금평저수지는 바로 앞에 보인다.

 

가엾이 펼쳐진 김만평야, 김제들녘이 펼쳐진다.

"징게맹게 외배미"라하여 김제와 만경을 채운 논들은 모두 한배미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니 너른들판 이라는 뜻으로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볼수있는 곳이다.

 

12시15분경 금산사로 하산을 시작하며 나무로 턱을 만들어 놓은 계단길을 내려오다 시멘트 도로가 나타나고 좌측은 금단계곡이다.

내려오는 우측에는 모악정 복원공사 안내판이 세워져있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길이다.

 

김제모악산악회 창립15주년 기념 모악예찬비도 하산길 우측에 보인다.

이제 금산사800미터 울창한 대나무숲이 나타나더니 수령이 오래된듯한

쭉쭉뻗은 침엽수로 낙우송과의 상록교목인 삼나무군락지도 보인다.

보물 제24호인 혜덕왕사진흥탑비가 우측에 보이는데 관리방법이 어딘지 서툴러 보인다.

 스텐파이프로 기둥을세워 투명프라스틱 지붕이라니 ........

 

 

뒤돌아보니 모악산줄기가 아스라히 보이고 금산사 담장넘어는 스님들이 족구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보기좋다.

만개한 벛꽃에 취하여 환상적인 금산사 경내로 빨려 들어간다.

금산사는 유명한 미륵전,오층석탑,당간지주등  보물이 즐비한 곳으로 미륵전은 후백제의 시조 견훤이 말년에 넷째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다 장남 신검에게 잡혀 유폐생활을 했던곳이다.

 

최학규님의 "금산사"

 

 天門冬 푸른 골짝을

銀河가 이어 흘러

 

내 가느란 血管에도

푸른 물소리 스며 든다.

 

칠층탑 감고 넘은 검푸른 하늘에는

상기 푸른 입김이 서려 있어라

 

침묵과 더불어 자리하신 부처 앞엔

염불도 되레 俗된 푸념 같아

 

머리 끝까지라도 젖어드는 목탁소리에

차라리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一中 金忠顯의 母岳山金山寺 힘찬 전각이 눈에 띤다.

 

이곳 주변은 벚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름드리 전나무가 늠름하게 우뚝 뻗어 있으며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소나무과로 살록성 침엽교목인데 젖과 같이 하얀물질이 나온다하여 젓나무가 전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우산을 펴듯 퍼지는 가지의 모양이 바람을 타고 말이 질주하는 것과 같다하여 포마송도 있다.

 

자연보호헌장탑과 한국의 사도법관 김홍섭선생님의 추모비로 하여 매표소를 지나 금산교에 도착하니 1시40분으로 행락객과 도심주변의 산으로 많은 등산객이 올라 오붓한 산행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하였지만 산정에서의 김만평야, 금산사의 만개된 벚꽃과 오늘산행을 오랜만에 같이한 아내도 무사히 마무리하여 준것으로 즐거움을 대신하고 고은 시인의 시구절처럼 높지 않고 험하지 않은 모악산을 천년의 사랑을 담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3시40분경 버스에 올라 오늘 산행을 정리하며 살포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