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팔공산이여! 나 다시 한번 가리....

Bravery-무용- 2006. 3. 26. 22:34

토요일 오후 오늘 따라 유난히도 바쁘게 움직인다.

한달에 한번씩  만석동 민들레 분식집을 들리는 날에 영등포에 업무관계로 갔다.

고속도로  지체와 서행으로 가슴 조이며 집에 도착하니 밤 9시다.

간단히 저녁식사와 등산장비를 챙기고 가까스로 10시 연수동에서 태화버스를 타고 주안과 만수동 그리고 부천 송내에서 산우님들을 태우고 이번(06. 3. 26) 산행지인 팔공산으로 출발.

 

팔공산은 신라시대는 5악중 중악(中岳)으로 국가의 숭앙을 받아 왔으며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숭배되어 오다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불교신앙이 집약된 곳 이다.

 

군위휴계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다부 톨게이트를 거쳐 새벽 4시 못 미친 시간에 수태골에 도착하여 20여분을 기다려 4시20분부터 동봉3.5K, 파계사 이정표에 따라 산행길로 접어들었다.

인도 블럭길을 오르니 수태골 등산안내소가 보인다.

산우님 중 한분은 파계사에서부터 산행을 한다며 먼저 출발하고 ....

 

수태골(受胎谷)은  수태를 못한 부인에게 흰노인이 찾아와 부인사 부근 골짜기에서 백일기도하면 아기를 수태할 수 있다 하여 백일기도 끝에 수태하게 되었다고 전하여지는 전설이 있는 계곡으로 어둑컴컴한 산행길에 계곡 물소리만 들릴뿐이다.

돌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의 물소리는 우측에서 들려오고 깜깜한 산길을 렌턴의 불빛만으로 의존하며 오른다.

널리 널려져 있는 바위지대를 오르지만 경사도가 완만하여 오르기는 어렵지는 않다.

새벽하늘은 약간의 별빛이 간간이 보일뿐 산줄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휴식을 하고 다시 오르는 바위산길이 점점 가파러지고 잠시 들리지 않던 물소리를 다시 들으며 스텐난간을 잡고 오르니 다시 걷기 편한 산길에 산줄기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동봉쪽을 바라보니 우측에 큰 별하나와 그믐달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르막에 올라서니 이정표에 서봉400M, 파계재5.5K, 동봉700M로 표시 되여있는 갈림길. 정상등산로 107.

 

갈림길에서 서봉으로 표시된 좌측길로 접어들어 바위로 된 산능선을 따라 걷기도 하고 바위능선이 힘들면 우회를하면서 헬기장을 지나 서봉에 와 닿으니 먼저 "신라시대 삼성암에서 3성인이 득도하여 유래된 이름" 삼성봉 이라고 된 표지석이 보이고 비좁은 바위지대에는 서봉(1,150M) 표지석이 동봉과 파계재 거리가 적혀 있고 방향표시도 함께 표시되어 있다.

먼저 온 산우님들 서봉 정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카메라에 사진 담기에 바쁘고....

멀리 비로봉과 오늘 가야할 동봉이 보이며 산줄기 따라 갓바위 까지 이어져 있다.

 

동봉으로 가기 위하여  "정상 등산로 107"로 다시 되돌아 걷는데  수릿과의 새로써 독수리로 추정되는 2마리가 암반 봉우리에서 하늘의 제왕처럼 한가로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고 까마귀 두쌍은 서봉에서 동봉으로 다정히 날은다.

흉물스런 통신시설이 널려 있는 비로봉 산허리는 험한 바위길로 다리 건너듯 이리저리 돌을 밟으며 걷는다. 

좌측 표시된  대구유형문화재 제3호 "마애약사여래좌상" 이정표도 보이고 쪼르르 쪼르르 이름 모를 새 소리를 들으며 잘다듬어진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힘들게 올라 아침7시에 동봉(1,155미터)에 도착. 

오늘 산행중 가장 높은곳으로 사방 어디든지 거칠것이 없다.

가장 높은곳에 오르니 바람도 오늘 산행중 가장 차갑다. 

수태골에서부터 순식간에 운무가 몰아 치더니 비로봉에 설치된 통신탑이 철탑 끝부분만 보이면서 산을 뒤덮는다.

 그것도 잠시 서서히 운무는 걷히고 우리가 걸어온 서봉은 벌써 멀리 달아나 있고 앞으로 앞으로 가야할 갓바위 그리고 산줄기와 봉우리들이 아스라히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로 멀리의 조망은 어렵지만 각봉우리에 제각기 다른 모양의 바위들은 가는길의 발목을 잡는다.

바위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일에 진땀이 나지만 능선을 오르면 또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바위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위 틈마다 살아 있는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 특히 소나무들의 다양한 모습속에 힘든 인생역정을 다시한번 생각케하며  힘든 산행의 피로를 날려 버린다.

이번엔 집체만한 바위덩어리 세개가 너른 바위지대 봉우리에 걸터 앉아있고 동화사쪽으로는 천길이나 되는 높은 낭떠러지에 골과 골은 깊어 보인다.

동화사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지 산기슭의 소나무잎이 모두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오늘 산행은 봉우리와 봉우리 능선을 타고 내리기를 힘들게 반복하지만 봉우리를 넘으면 무슨 모습이 보일까 산 모퉁이를 돌면 또 무슨 모습일까하는 기대가 더욱 크다.

동봉서부터 이어지는 바위능선은 능선을 타는 스릴과  능선 양쪽에 펼쳐진 기묘한 바위로 가슴을 셀레이게 하며 가는길이 더뎌진다.

신령재에 도착하니 9시30분 동화사3.5, 갓바위4.5K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동화사 이정표를 보니 노산 이은상선생님의 "팔공산"이 생각난다.

 

눈속에 오동꽃이 피었더라기

팔공산 동화사에 오르는길에

고려의 두장군이 피를흘린곳

주춤서 슬픈단가 외어보았소

 

30여분을 걸으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새 한마리가 나무가지에 앉더니 이리저리 고개짓을 하며  날아간다. 

다른 산행객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인사를 나누며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카톨릭대학교서 설치한 작은 현수막에 힘든 산행의 위로를 주는 문구가 적혀있다.

"쓰레기를 주워주는 센스를 가지며 힘내시고 즐거운 산행 되세요"

 

"정상등산로32"에서 바라보는 골프장이 푸르고 울창한 숲속 한 가운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볼때 너무나 만신창이 되어있다. 언젠가는 자연의 상태로 되돌아 오길 바라며...

멀리 동봉과 비로봉이  어느산우가 표현하듯 마법의 성을 연상시키듯 안개가 감싸있다. 안개와 봉우리가 어우려진 신비스런 자연의 모습이다.

다시 헬기장이 나타난다. 산우님들 휴식을 취하면서 팔공산의 정취에 흠뻑취해 누워서 담소도 나누고 스트레칭도하며 여유를 갖는다.

 

11시 능선재어 도착하였다.

갓바위까지는 1.8K. 모퉁이를 돌아서니 고로쇠물을 판다 한모금에 갈증을 해소하고 계단길따라 봉우리에 오르니 선본사가 보이고 다시 갓바위로 향하는데 삼거리에서 방향구분을 할수없어 일행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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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혼자서 갓바위 방향으로  내려가니 갓바위 600M, 복지장사2.0K,동봉6.6K 삼거리 이정표가 있다.

혼자 산행을 하는 대구사람을 만났다. 갓바위 지름길을 잘 알고 있으니 따라오란다.

그분  산악달리기를 하는지 날른다 뒤에서 거의 뛰듯이 따르고  높은지대에 오르더니 투박한 경상도 말씨로 우측은 경산, 좌측이 대구라며 설명을 하며 인천서 왔다고하니 멀리서 왔다며 산의 지형을 설명하면서 번개같이 자리를 이동한다. 그러더니 어떤 지점에 와서 전에는 이지점이  "정상등산로지점 1"이란다.

정상 등산로지점이 여기서부터 파계재까지 165번 까지 표시되어 있단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에 흥미를 가지며 산길을 걸었는데 비상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것같다.

가로질러 갓바위로 오르는 계단으로 접어들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니 억센 사투리로 예 하더니 대구사람은 갓바위의 많은 인파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끝도 모르는 연등은 오르는 계단길에 늘어서 있다.

 속세의 우리들 왠 소원이 그리많은지.....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불경과 목탁소리는 계속 울려 퍼진다.

"소원성취 하십시요. 여기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63번지 갓바위입니다."

 

용주암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대구, 경산 이정표에서 우측 대구방향으로 발길을 옮겨 내려오니 관음사가 나오고 바로 갓바위 900미터 이정표가 보이는 곳 부터는 시멘트도로다.  성(城) 처럼 생겨서 붙여진 능선동 보은사와 갓바위 등산안내소에 도착하니 오후1시다. 

다시한번 팔공산을 뒤돌아보며 조선초기 학자인 서 거정(徐 巨正)이 대구십경(大邱十景)을 노래 하였는데 제9경 공영적설(公嶺積雪)이 떠오른다.

 

팔공에 쌓인 눈

 

팔공산 천길 높이 가파르게 솟고

쌓인 눈 하늘 가득 이슬되어 맑구나

사당 모시니 신령님 응감있어

해마다 서설 내려 풍년을 점지하네 

 

오늘 산행은 밋밋하지 않은 산줄기, 높낮이가 뚜렷한 봉우리들 그리고 각기 다른 바위들이 산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하여 다른 산행에 비하여 산행시간이길어 졌다.

파계사로부터 산행하신 산우님은 먼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깊은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수태골-동봉 3,5  서봉 왕복 800M, 동봉-갓바위 7.2K, 갓바위-주차장(갓바위) 2.0K   계 13.5K 

 


 


 



가야할 길고도 먼 능선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