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0시 연수동을 출발한 버스는 송내를 거치지않고 바로 주안과 만수동을 경유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50여분.
인원점검과 유의사항을 듣고 바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날이 어두워 랜턴을 밝히고 70여명이 넘는 우리 산우(山友)들은 최소 10시간이상의 트레일에 모두들 각오가 대단한 듯하다. 몇차례 뵌 산우 그리고 처음 뵌 산우들이 서로 어우려져 천왕봉을 향하여.....
매표소를 지나 조그만 다리를 지나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무수한 별들이
우리들의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트레일을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축제하여 주는것 같이...
약30분 정도를 걸으니 일행 한분이 좌측에 보이는것이 칼바위란다 어두워서 옆으로 힐끔 처다보고 걷는다. 잠시후 앞서가던 일행 너댓분이 휴식을 취한다. 벌써부터 지치는가? 칼바위에서 천왕봉까지 4.1Km.
계속 오르막길이다. 여름 날씨에 숨은 가빠지고 뒤로 쳐지고 싶지는 않고. 걷기에 바빠 망바위는 보지도 못하고 지나치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되고 이제 일행들이 시차를 두면서 선두와 후미그룹으로 형성됐다.
걷다가 위를 처다보니 산등선이 보인다. 얼마 가지않으면 오르막길이 끝나겠지 하면서 스피드를 내보지만 산등선은 나타나지 않고 그 아래길로 돌면서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시 기운이 다운(down)된다.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고 산행시작.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하니 그곳은 벌써 한무리의 다른 산행객과 지리산을 종주하는 종주자들이 붐비고 있다.(종주등산객을 두가지로 분류하는데 한시즌에 끝내는 등산객은 스루하이커 thru hikers, 구간별로 나누어 종주하는 등산객은 섹션하이커 section hikers)
그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늘 날씨가 좋아 천왕봉에서 일출(日出)을 볼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 할 것 같고 여기서 만족 하여야 겠다. 처(妻)와 과일과 음료수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트레일을 시작하였다.
또다시 시작되는 오르막이다.
누가 그랬던가 산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두발로 걸어야만 하기 때문에 예외가 없이 평등하다고 그래서 산은 평등함을 가르쳐준다고.
우측 범계사를 비껴 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여자어린아이가 엄마와 같이 오른다 무슨 생각하면서 오르냐고 물으니 힘든 생각뿐 다른생각은 안난단다. 그래도 엄마와 잘도 오른다 나중에 정상에서도 마주쳤다.또한명의 학생을 만났는데 지체가 부자유 스러운것 같은데 노고단에서 부터 2박3일의 종주를 끝내고 중산리로 내려간단다 그리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단다. 그 장애 학생에게 힘내라고 격려도 하고.....
중간정도 오르니 개선봉이 나타난다 바람은 시원하고 이정표는 천왕봉까지 0.8Km. 여기서 부터도 문제다 왜그리 발걸음이 안떨어지는지.
1Km도 않되는 800M가 수키로미터가 되는 느낌을 지워버릴수 없고 도저히 산은 거리에대한 감을 가늠할 수가없다.
좌우지간 천왕봉에 도착하니 7시40여분이 되었다.
산에 오르는건 이래서 오르나 보다 지금 까지의 힘든것은 다잊고 성취감에 내 모든 몸에 환희에 찬 전율을 느낀다.
한 일행이 그런다 이곳의 지금온도는 12도라고....
바람은 이제 시원하다못해 온몸이 시려오는것 같고....
딸에게 도착 메세지를 보내 이곳 온도가 12도라니 믿지못한다.
대장이 좌측을 가리키며 멀리 해무(海霧)사이로 보이는것이 지난번 산행한 반야봉 이란다. 그곳도 무박으로 다녀오고 철쭉꽃에 넋을 잃어버린 것이 새삼 떠오른다.
천왕봉에서 본 지리산 그자체가 신이 우리에게준 장엄한 선물같다.
천왕봉 아래 그 드넓은 파도와 같은 아랫산들의 모습 그리고 그위로 펼쳐진 운해(雲海).
천왕봉에서 본 반야봉과 운해 (레즈를 최대한 당겼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은 항상 변덕스런 날씬데 오늘은 하늘도 더 드높고 한 여름을 실감할 수 없는 시원한 바람 우리 산우들 모두가 복을 많이 받은것인가 보다.
山友들과 정상주로 피로를 녹이고 사진 찍고 중봉으로 향하여 다시 트레일시작.
천왕봉에서 중봉까지는 불과 900M 인데 걸린 시간은 30분. 누가 그러던가 중봉은 천왕봉에 너무 가까이있어 빛이 바란다고.
중봉서 써리봉에 가는 산길를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40여분 걸려 써리봉에 도착하였다. 천왕봉과 중봉이 한눈에 보이는데 그 위용은 그대로.
이제 점심을 위하여 치밭목 산장을 향하여 내리막을 걷기 시작.
11시정도에 치밭목 산장에 도착하였다. 천왕봉에서 치밭목 산장까지의 거리는 4Km. 일행중 벌써 점심을 해결하고 대원사로 향하였고 20여명이 모여 음식을 나누워 먹으며 점심식사를 끝내고 하산시작.
앞으로 남은 4.1Km 대원사 주차장을 향하여 출발 대장애기는 3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하산을 시작하느데 무제치기 폭포는 그냥 지나친것 같고 걸어도 걸어도 산허리만 뱅뱅도는것 같다.
그나마 계곡과 어울려져 내려오니 물소리로 위안을 삼고 처(妻)는 발바닥이 불이난다고 투덜투덜 댄다. 잠시 계곡에다 발을 담그니 발에 피로가 가시고 뒤에서 내려오는 일행들 빨리 가자고 채근댄다.
대나무숲과 게곡을 따라 내려오니 첫번째 민가다. 여기서도 또 한시간이상을 가야 한단다. 같이내려온 일행들 피로함이 육안으로도 알수있다.
식당 주인에게 승합차운행을 요청했는데 휴가철이라 주변도로가 막혀 곤란하단다.
투벅투벅 힘없이 걸어 내려오는데 일행들 화물 봉고트럭 타고 내려온다.
우리부부도 그차에 올라 같이 타고 내려오니 얼마나 가벼운지 이것도 행운 인가. 봉고 트럭아저씨 고마워여!
오늘 힘든 산행 이었지만 맑은 하늘에 우뚝 솟은 천왕봉, 그리고 천왕봉의 시원한 바람, 트레일 시작의 좋은 징조를 보여준 무수한 아름다운 별들 ....
오늘 같이 트레일한 우리 태화 산우여러분들 고생 많이 하셨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리산의터줏대감 김을생님의 토굴에 붓글씨로 붙어있는 산중가山中歌
날마다 산을봐도 볼수록 좋고,
물소리 노상들어도 들을 수록 좋네.
그가운데 저절로 귀와 눈 맑게 트이니
내마음 신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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