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리 이곳저곳

휴락산방에서 가릇재를 바라보며

Bravery-무용- 2019. 11. 14. 21:36

 휴락산방에서 가릇재를 바라보며

휴락산방(休樂山房)에서 바라보는 가릇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덕산재를 먼저 설명합니다.

덕산재는 경상북도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와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를 연결하며 북동쪽 약 832m 봉우리와 남서쪽 1,290m 대덕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능선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약 664m입니다.

그 덕산재 아래 첫 마을, 덕산 1리에 자리 잡은 휴락산방(休樂山房)이 우리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휴락산방 테라스에서는 동쪽은 신선봉이 봉긋이 솟아 있고, 신선봉 산기슭에는 30여 호의 덕산 1리 마을이 남쪽을 향해 평온히 자리 잡았습니다,

테라스 벤치 테이블에 앉아 목을 좌우, 상하로 움직이지 않아도 전면으로는 겹겹이 겹쳐진 산줄기들이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만들며 솟았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산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직선으로 산허리가 콘크리트 절개지로 되여 보이는 곳, 그곳이 가릇재입니다. 

 

가릇재는 해발이 524m로 520m 휴락산방과는 비슷한 높이의 고개이기 때문에 직선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가릇재는 대덕면 추량리와 증산면 평촌리를 잇는 고갯마루로 가릇재 콘크리트 벽 위 봉우리는 추량산 (589.4m) 정상입니다.

추량산은 금오지맥 1구간에 있는 산으로 산꾼들이 수도산에서 삼방산 방향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릇재와 절개지 제일 높은 추량산을 꼭 거쳐야 합니다.

콘크리트 절개지를 만든 이유는 산사태로 토사가 유실되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휴락산방에서 보이는 가릇재 뒤 우측 시야가 끝나는 곳에 들쑥날쑥 드러내고 있는 가야산의 바위 봉우리들이 보이는데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는 국립공원 가야산 칠불봉, 상왕봉이겠지요.

 

왜 가릇이란 명칭이 붙었고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유추하여 보면 가을과 가릇을 동의어로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경상도 언어 상 가을이 가릇으로 바뀌어 붙여진 명칭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가릇재를 가을 추(秋), 고개 현(峴) 한자음이 합쳐 추현(秋峴)이라고도 부릅니다.

가릇재 명칭 외에도 가랫재, 가래재, 가리재, 추현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단풍이 색색으로 물든 가을날, 대덕에서 가릇재 올라가는 구절양장 굽잇길 아스팔트 도로가 나뭇잎이 가을색으로 물든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과 초점산, 대덕산, 덕산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그리고  겹겹이 병풍처럼 펼쳐진 산줄기의 봉우리 사이로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가을 산을 비추어 주는 모습은 가히 매력적 풍경이기에 누구는 추령낙조(秋嶺落照)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뷰포인트(viewpoint) 가릇재를 귀촌 후 처음에는 회색 콘크리트 절개지의 모습으로 보이기에 무슨 댐이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가 하고 생각하였었습니다.

휴락산방 마무리 공사를 위하여 몇 분의 인부들이 있기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경상도 인부에게 물어보아도 그곳이 가릇재인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귀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마을 지도자 부부 등 마을 분들이 찾아왔습니다.

차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테라스에서 보이는 가릇재를 가리키며 가릇재와 덕산리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비슷한 이야기를 몇 분에게서 듣습니다.

옛적에 대구나 성주에서 넘어온 도적 때들은 이곳 가릇재에서 지형을 살펴보며 도적질 할 마을을 찾는답니다. 그런데 덕산리 마을은 도적 때들에게는 도적질 할 곳이 못된다는 거죠.

이유는 산에 매달린 동네에 무슨 도적질 할 물건이 있겠냐는 것입니다.

가릇재에서 대덕산, 덕산재를 바라보면 뒤로는 어떤 산도 보이지 않고 대덕산 꼭대기 아래 보이는 조그마한 마을에  도적질 할께 뭐가 있겠냐면서 아예 도적들이 오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적도 도적질을 하지 않는 그런 덕산리 마을 인심은 자연스럽게 후하고 이웃과 함께 다정히 지내는 행복 가득한 마을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한편 환갑이 지난 마을 한 분은 본인과 가릇재 이야기를 하여줍니다.

맞선을 보고 지금의 아내와 함께 가릇재를 넘으며 덕산리 마을을 가리키며 우리가 살 곳이라고 하였더니 까마득하게 먼 산꼭대기 아래에 있는 마을을 보더니 깜짝 놀랐던 표정은 지금도 잊지를 못한 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께서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듯 하더니 미소만 짓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덧 40년 전에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가릇재에서 우리 덕산리 마을은 어떻게 보일까요.

정말로 산에 매달린 마을로 보일까, 궁금하여 일부러 아내와 함께 가릇재를 향합니다. 

휴락산방에서 출발하여 30번 국도 따라 내려가 관기삼거리에서 좌회전 그리고 대덕삼거리에서 대구, 성주, 청암사 방향 우회전하여 수도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우측에 두고 굽잇길을 몇 번 구불구불 오르면 가릇재입니다.

휴락산방에서 가릇재까지는 약 12Km입니다.

휴락산방에서 보였던 가릇재의 시멘트 콘크리트 절개지는 생각보다 그 규모가 무척 넓게 산사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차를 적당히 절개지 부근 넓은 공간에 주차를 하고 휴락산방을 찾는데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굽잇길 30번 국도는 발아래에 내려다 보이고 좌측으로 덕유산이 아주 멀리, 덕유산 앞에는 거창의 삼봉산이 그리고 산줄기가 내려앉았다가 오르면서 초점산, 대덕산이 유순하면서 높게 보이고 다시 산줄기는 천천히 내려앉아 덕산재에 이릅니다.

우리 덕산 1리 마을은 가릇재에서 볼 때는 신선봉 뒤에 있기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휴락 산방은 마을 건너편에 있어 작지만 뚜렷이 보입니다. 마을 분들의 이야기로는 예전에는 휴락산방에서 약 200미터 아래에도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대구나 성주, 거창 등에서 오는 행상들은 이곳에 주막(酒幕)이 있어 쉬고 덕산재를 넘어갔다 합니다.

그래서 마을 분들은 그곳을 주막담(酒幕談)이라 부릅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3~4채의 집이 있습니다.

그러니깐 옛날에는 주막담에도 지금보다 많은 집들이 있었고 도적 때들이 가릇재에서 볼 때는 영락없이 대덕산에 매달린 동내였던 겁니다.

 

매일매일 마주치는 가릇재가 시멘트 콘크리트 절개지가 아닌 자연과 더욱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뷰 포인트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