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꽃양귀비, 딱 한송이 꽃만 피었는데도 반하다

Bravery-무용- 2019. 4. 9. 15:59

<꽃양귀비, 딱 한송이 꽃만 피었는데도 반하다>

줄기 끝에 한송이만 피운 꽃양귀비 꽃이 한 무리를 이루며 바람에 가련하면서도 곱게 흔들리는 모습을 수년 전에 송도 갯벌 타위 공원에서 보고 꼭 심고 싶었던 꽃이었습니다. 

꼭 심고 싶었던 꿈은 아파트 생활에서는 어려운 일이였으나  귀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정원 밭에 한 무리로 키우기 위해 1평 정도를 미리 손질하였습니다.

꽃집에서 구입한 꽃양귀비꽃봉투를 뜯었더니 씨앗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적습니다. 너무 적은 씨앗이 담겨 있어 용량을 확인합니다.

용량은 1000 립으로 적혀있어 립의 단위를 인터넷에 확인하여보니 개수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그러면 1000 립은 씨앗이 1000개라는 이야기인데 좁쌀보다 더 작은 씨앗이지만 씨앗이 그렇게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뿌린 것 같지도 않은데 씨앗이 손바닥에서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2 봉지를 더 사와 어제보다 조심스럽게 뿌렸지만  흔적도 안 보이는 것은 같습니다.

설명서대로 종자가 미세하고 광발아를 하기 때문에 복토(흙 덮기)를 하지 않고 파종 후 물 뿌리게로 물을 뿌린 다음 손바닥으로 살살 눌러 주었습니다.

어쨌든 싹이 올라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꽃양귀비 씨를 뿌린 밭을 자주 유심히 보지만 잡풀과 섞어 있으니 꽃양귀비 싹을 구분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도 자라는 잡풀만 골라서 뽑고 모르는 잡풀은 뽑지를 못했습니다.

씨를 뿌리고 2개월이 지난 6월 초, 대전 한 선생이 방문을 하였는데 꽃양귀비 밭 앞에서 멈춰서 줄기와 잎을 보더니 이것이 꽃양귀비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우리 부부는 꽃양귀비 줄기와 잎을 알았습니다.

약 20줄기 이상 꽃양귀비가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3000 립을 뿌렸는데 20줄기만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6월 5일에는 꽃씨 1 봉지를 더 사와 뿌렸습니다.

 

그리고 6월 26일 아침.

마침내 한 줄기에서 한 송이 빨간 꽃 양귀비가 활짝 피었습니다.

오! 이렇게 고울수가 있을까요. 아내를 부릅니다. 아내도 달려와 보더니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위에서, 가까이에서, 멀리서, 이리저리 돌며 찍었습니다. 그리고 기쁨에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냅니다.

9 시부터는 장맛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활짝 피어 하늘을 올려보았던 꽃이 비가 내리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아! 우리 휴락 산방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여 준 꽃양귀비 꽃이 그래도 장맛비 내리기 전에 우리 부부에게 자태를 보여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꽃의 꽃말처럼 위안을 주었습니다. 비가 새벽부터 내렸다면 그 자태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깐요.

농부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장맛비가 내리는 날 꽃이 피었고, 우리 부부에게는 꽃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고개를 숙인 우아한  미인 꽃,  꽃양귀비 꽃은 분명 우리 부부에게 행복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내년에는 꽃양귀비 꽃밭을 더 넓혀야겠습니다.   

 

동양과 서양에서 양귀비 꽃의 상징이 다릅니다.

동양에서는 미인에 비유되는 꽃입니다.

초(楚) 나라 항우가 사랑하고 아끼는 첩 우미인은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자 술자리에서 석별의 정을 읊는 항우의 시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뒤 목숨을 끊었다지요. 그리고 후에 우미인의 무덤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을 가리켜 이름을 양귀비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우미인초(虞美人草)라 부름 답니다. 꽃양귀비의 또 다른 이름은 개양귀비. 물감 양귀비 등입니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잠, 평화, 죽음을 상징하며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는 쓰러진 전우들을 기리는 꽃으로 인식하고 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영령(英靈) 기념일(Remembrance Day)로 정하였는데 양귀비꽃 모양 배지를 옷에 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하얀 양귀비꽃은 반전주의자들이 사용한답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인상, 일출", "수련"  등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 양귀비를 주제로 그린 "개양귀비 꽃밭에서"가 있습니다.  그 그림에서 양귀비 꽃밭에 양산 쓴 여자는 아내 키미유, 어린아이는 아들 장입니다.  화가 모네도 무척 양귀비꽃을 좋아했나 봅니다.  

 

꽃말은 위안, 쓰러진 병사, 약한 사랑, 기약 없는 사랑, 망각입니다.

 

 

 

 

   ▼   클로드 모네의 "개양귀비 꽃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