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귀촌 다섯 번째 이야기) 김(金)과 정(鄭), 텃밭 가꾸기(1)

Bravery-무용- 2018. 10. 2. 22:19

 

(귀촌 다섯 번째 이야기) 김(金)과 정(鄭),  텃밭 가꾸기(1)

 

귀촌 후 10여 일간은 집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고 마무리 공사로 인부들은 분주하고,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모두가 산만하고 정신이 없었다.

아내와 약속을 하였다. 텃밭과 정원 가꾸기의 제일 원칙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기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1시간 산책하여 건강 유지하고,

텃밭과 정원 가꾸기 등 노동은 하루에 3~4시간만 하여 일에 노예가 되지 않고,

2~30분의 낮잠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음악 듣기와 책 읽기를 통하여 두뇌를 활성화시키기 등은 귀촌할 때의 약속이다. 


텃밭과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7월 21일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삽과 괭이를 들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땅을 일구기 위해 삽과 괭이를 들었으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느 것부터 하여야 할지는 모르지만 인간 최초의 농부 카인의 후예답게 땅을 일구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땅의 돌을 고르고 잡풀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일주일 동안 작업을 한 결과 땅을 가꾼 땅과 안 가꾼 땅의 모양이 분명히 구분이 된다. 모양이 예쁘게 가꾸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을 하며 뿌듯함과 함께 흙과 함께하는 노동의 보람을 느낀다.

서두르지 않고,  많은 시간 노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지만 하다 보면 서두를 때도 있고 일도 더 하게 된다. 눈대중으로 여기서 여기 까지만 하겠다 하고 시작을 하지만 하다 보면 우리 부부가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생긴다.

첫 번째 돌을 고를 때는 잔돌에서부터 돌멩이, 심지어 돌덩이까지 나오다 두 번째를 고르고, 세 번째를 고르면 돌멩이의 크기는 작아지는데도 잔돌은 골라도 골라도 끝이 없는 듯하다. 골라낸 돌로 돌탑을 만들 정도이다.

이곳은 아주 오래 전에 산비탈을 개간하여 다랭이 논으로 만든 곳으로, 평지가 아닌 산을 개간하였으니 돌덩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잡초를 제거하는 것, 특히 쑥을 뽑아 내는 것은 무척 힘이 든다. 돋아난 쑥만 뽑아서는 뽑히지도 않으려니와 쑥이 돋아난 사방 30센티 정도를 파고 삽날이 다 들어갈 만큼을 파내야 여러 갈래로 뻗은 뿌리를 뿌리째 뽑아낼 수 있다.

쑥이란 놈의  생명력이 무척 강하여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모두가 잿더미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돋아난 것이 쑥이라고 한다.

우리 부부 하루하루 돌멩이와 쑥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폐허가 된 곳을 "쑥대밭이 되다"는 말이 있다.  쑥을 며칠만 놔두면 폐허가 돼 듯 우리 텃밭도 쑥대밭이 될 것 같다. 쑥을 완전히 제거했다 싶은데 다음 날에 보면 그 옆에 또 싹이 돋아 있다. 보름 동안에 3번에 걸쳐 돌을 고르고 쑥 뽑기를 하였다.

그래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지만 쑥과 돌은 여전히 남아있다.

  

돌멩이와 쑥과의 전쟁, 19일째인 8월 8일은 아주 기억에 남는 날이다.

처음으로 텃밭에 농작물을 심었다. 오늘도 돌을 고르고 있는데 마을 아주머니께서 쪽파 종자를 주면서 밭에 심으란다.

퇴비도, 비료도 안 주고 텃밭을 고르던 곳에 대략 폭은 23센티, 간격은 10센티로 심었다. 제대로 심은 것 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다. 하기야 비료와 퇴비를 구분 못하고 있는 한심한 도회지 귀촌 부부이지만...

밭을 고르고 있는데 이진형께서 찾아와 너무 힘들게 일을 한다며 땅을 곱게 일굴 필요가 없고 일구다 돌이 나오면 치우고 해야지 어느 세월에 곱게 일구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나는 마부작침(), 우공이산()이라 답했다. 이진형께서는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그러다 힘들면 농촌을 떠난다 한다. 

 

텃밭 가꾸기 한 달째, 8월 20일도 중요한 날이다.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이랑을 만든 날이다. 밭을 가꾸고 일구면서  이랑과 고랑이라는 단어를 알았다.

이랑은 흙을 두둑하게 쌓아 올려 평평하게 고른 곳으로 씨앗이나 종자를 심는 곳,

 고랑은 이랑과 이랑사이로 이랑보다 낮고 사람이 다닐 수 있어 이랑에 심은 농작물을 고랑을 걸으며 관찰, 관리를 할 수 있고 비가 왔을 때 물이 잘 빠져야 제대로 된 고랑이다. 

우리 부부 열심히 이랑을 만들고 있는데 마을 아주머니 배추 모종을 가지고 오시더니 우리가 이랑을 내는 것을 보고 심는 방법과 간격 등을 설명하더니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검정 비닐로 이랑을 덮고 지그재그로 구멍을 내어 심으란다.

아내 친환경으로 검정 비닐 대신 신문지를 이야기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내가 생각하는 친환경 방법이 아니라 마을에서 지어오던 방식을 따르라는 것이다. 아내 군소리도 못하고 아주머니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이랑에 비료를 주고 말씀 따라 물을 흠뻑 주었다. 그리고 내일은 검정 비닐을 덮어야 한다.

농사는 어떤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마을의 환경 즉, 해발이 높은 고랭지냐 아니냐를 알고, 계절의 기온과 변화를 알고, 토지의 성질도 풍부하게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보니 곧바르지 못하고 고랑의 폭도 좁다. 이렇게라도 만들었으니 채소를 심어야겠다.

고랑 포함 길이 11M에 폭 4M 60Cm 안에 5개의 이랑을 만들었다(약 15평). 4개의 이랑에는 검정 비닐을 덮었다. 검정 비닐을 덮는 것을 멀칭이라 부르는데 제초관리, 수분관리, 땅이 굳는 것을 방지하고, 흙의 유실을 막고, 땅의 온도를 낮춘다 한다. 그래서 멀칭은 꼭 하여야 한단다.


무주 반딧불육묘장에서 김장배추, 양배추, 대파 모종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구입 가격이 너무 싸다는 생각이다. 김장배추 120개 6,000원, 대파 100개 1,000원, 양배추 27개 1,000원이다. 

8월 26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파종을 못하고 27일 주민화합행사 후에 김장배추, 양배추, 대파를 파종했다.

검정 비닐을 호미로 뚫고 파종을 하는데 쭈그리고 앉아 파종하면 무릎이 아프고, 일어서 허리를 구부려 심으면 허리가 아프고 쉬운 작업이 아니다. 허리가 아픈 아내가 걱정이 되어 몇 번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조심하는 척만 하고 들은 채 만 채다.

김장배추 120개, 대파 100개를 파종한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많은 양을 파종하여야 하냐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28일은 마을 분이 무씨를 주어 무도 심었다. 무는 깊게 심는 것이 아니다.

제법 텃밭에는 쪽파, 김장배추, 양배추, 대파, 무가 심어져 있다. 며칠 후 아내는 김장배추가 시들다며 다시 심겠다 한다. 설득을 하였다. 우리는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기에 나오는 대로 거둬들이면 된다고 하였더니 수긍을 하여 다행이었다.

또 마을 분이 갓(9. 3)과 참나물(9. 4), 부추(9. 13)도 가져오셔 텃밭에 심으니 8가지의 농작물이 우리 텃밭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9월 7일은 무풍 농약상에서 농약을 구입하여 모든 채소에 농약을 쳤다. 이것도 마을분들이 우리 채소의 상태를 관찰하더니 빨리 농약을 뿌리라는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농약 친 6일 후 인터넷에서 배운 친환경 액비(계란 껍데기+식초) 해충 퇴치제를 만들어 모든 농작물에 물 뿌리게로 뿌려준다.

귀농, 귀촌 박람회에서 구입한 이동식 분무기를 처음으로 사용할려니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물 뿌리게로 뿌렸다. 

친환경 액비라는 것을 모든 농작물에 뿌렸다는 이야기는 마을분들에게 못하겠다. 또 어떤 핀잔을 들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지만 도시에서 듣는 핀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지만 마을 분들의 농작물에 관한 핀잔은 우리가 텃밭을 가꾸는데 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액비를 뿌렸다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하여 8월과 9월에 돌과 쑥과의 전쟁을 벌인 텃밭에 8가지 농작물을 심었다. 대덕면 덕산리 장푸골 휴락산방의 텃밭에서 8종류의 농작물이 과연 어떤 모양으로 첫 번째 수확이 이루어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