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잡기(雜記)

단주(斷酒) 1년의 단상(斷想)

Bravery-무용- 2017. 10. 23. 11:19

 

브라베리, 단주(斷酒) 1년의 단상(斷想)

 

2017년 10월 23일은 단주(斷酒)를 선언하고 실천에 들어간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술을 끊겠다는 의지력(意志力)을 높이기 위하여 단주 2개월 후, 공개 선언적으로 2016년 12월 23일

<추(秋)한 나이, 추(醜) 하지 않기 위하여 술을 끊다>는 제목으로 카페에 글을 올렸었습니다.

 

놀랍게도 1년이 된 현재까지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실천력과 의지력이 부족한 나였기에 나도 놀랐습니다.

나 스스로 뒤로 물러날 수 없게 공개적으로 선언하였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공개 선언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단주에 성공한 것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당연히 아내와 가족입니다.

특히 아내는 예전엔 술 마시고 늦게라도 귀가하면 잔소리는 안 하지만 표정은 부루퉁하였었는데

술을 끊고 나서는 늦게 귀가를 하여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걱정이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한편으론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블랙아웃 상태가 되어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상대방과 무슨 대화를 하였는지 사건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습니다. 

술 마시고 다음 날 속 쓰릴 일이, 머리가 띵하고 멍한 상태가 되어 후회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내가 술을 끊으므로써 아내 이상 더 좋아하는 여자분들이 있는데 친구들의 부인들입니다.

50년이 넘게 만나는 친구들 그리고 40년 가까이 만나는 친구 부인들이죠.

친구들과의 모임 회식에서 내가 술을 끊기 전엔 소주 5병이 없어졌다면 지금은 2병이면 족합니다.

나의 술버릇은 원 샷, 한 번에 술잔을 들이켜고, 빈 술잔이 내 앞에 있는 것을 참지 못하며, 잔을 돌리기를 좋아하였지요. 그런데 그런 술버릇이 있었던 내가 술을 안마시니 그 만한 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당연 하겠습니다.

또한 맥주 등으로 가볍게 입가심한다며 시작하는 2차가 사라졌고 이제는 보통 커피숍에서 간단한 음료로 대신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 부인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요. 친구 부인들에게 점수 많이 땄습니다.

 

단주 일 년 동안 유혹(?)도 많았습니다.

단주 후 일주일이 지날때, 보름이 되었을 때 , 한 달이 지날때 쯤은 더욱 유혹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마셔도 되지 않냐며 이건 술도 아니니 마셔 보라고 권하는 담근 술,

그럴 때마다 웃으며 악마의 유혹에 안 넘어간다며 거절할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나에게 그런 유혹의 행동을 한 상대방은 내가 술을 다시 마시기를 바라기보다 나의 목표가 이루어지기를 은근히 바랐을 겁니다.

 

가장 힘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한 여름에 땀이 온몸을 적시며 긴 산행을 하면 갈증을 많이 느낍니다. 

그럴땐 솔직히 막걸리, 맥주 딱 한 잔만 마셔볼까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함께한 산우들이 시원하게 들이켤 때는 목에서 꼴깍했었습니다.

나 역시 술 마실 때는 그리하였겠지만 그럴 때마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술버릇을 떠올렸습니다. 

'마셔도 마셔도 싫지 않아 마시고 또 마시고(飮飮不厭更飮飮 음음불염갱음음),

안 마신다 안 마신다 하면서도 마시고 또 마시고(不飮不飮更飮飮 불음불음갱음음)'

이런 지경이 다시 될까 말입니다.

 

접대를 받거나 접대를 할 때도 가장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 회식 문화는 두 명이 모여도, 여러 명이 모여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건배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눈치껏 술잔에 맹물을 붓고 건배를 올릴 때였습니다.

술잔에 맹물을 붓고 같이 건배를 할때 상대가 이해를 하여주면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술을 칭송하는 고사성어인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은 ‘술은 모든 약 중의 으뜸이다’라는 뜻이며

酒者 天之美祿(주자 천지미록)은 술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행복(幸福)이다는 뜻입니다.

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멋있고 근사한 성어(成語)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단주 1년이 지난 나에게는 술은 광약(狂藥)이다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시어사전에서 광약(狂藥)이란 정신을 착란()시키는 약 곧 술을 뜻합니다.  

 

어쨌든 술은 과하면 탈이 납니다.

지나온 인류사를 보면 인류에게 가장 큰 폐해를 준 것은 술일 것입니다.  

중독증이란, 어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하여 자신의 의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약중독, 도박중독 등은 몸도 마음도 헤치는 아주 못된 중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중독은 술로 인한 알코올 중독일 것입니다.

 

술의 나쁨에 대하여 성서에도 부처의 말씀에도 나와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인 사이에서 전해오던 교훈과 격언을 편집한 구약성서 <잠언>에는 "포도주를 마시면 방자해지고, 독주를 마시면 행패를 부린다. 술에 빠져 곤드라지는 것은 슬기로운 일이 못된다. (20 :1)"  고 쓰여있고, 호세아에게 내린 하느님의 말씀인 구약성서 <호세아>에는 "묵은 포도주 햇포도주에 마음을 빼앗겨 나무더러 물어보고 막대기더러 가르쳐 달라고 하다가, 모두 음탕한 바람에 휩쓸려 제 하느님의 품을 벗어나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4 :11, 12)" 고 쓰여 있습니다.

 

부처는 술을 즐기는 싱갈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여섯 가지 손해가 생기느니라. 재물이 줄어들고, 병에 걸리기 쉽고, 남과 자주 다투게 되고, 좋지 않은 버릇이 드러나 평판이 나빠지고, 성질이 나빠지며, 지혜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싱갈라야. 술 마시는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사업이 날로 줄어들 것이니라.”(<장아함경> 선생경)

 

누구든 술 마시는 버릇은 적중이지(適中而止), 적당할 때 그쳐야 가장 좋은 술 버릇이겠지요.

그러나  나의 성격으로는 적중이지가 어려울 것 같기에 절주나 금주가 아닌 칼로 무 베듯 싹둑 술을 끊는것 입니다. 계속 단주를 하여야겠다는 다짐을 단주 1년에 다시 생각합니다.

술을 졸아하던 도연명이 술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한거(閑居)시절 지은 오언시,  "止酒(지주)"가 있습니다.

시는 스스로 혼자서 문답을 하는 형식으로 매 구()마다() 자를 사용하면서 노래하듯 술을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도연명의 시를 읽으며 나의 단주(斷酒)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을 다짐합니다.

 

止酒(지주)

陶淵明(도연명)

) -->

居止次城邑(거지차성읍), 逍遙自閒止(소요자한지).

坐止高蔭下(좌지고음하), 步止蓽門裏(보지필문리).

 

好味止園葵(호미지원규), 大懽止稚子(대환지치자).

平生不止酒(평생부지주), 止酒情無喜(지주정무희).

 

暮止不安寢(모지불안침), 晨止不能起(신지불능기).

日日欲止之(일일욕지기), 榮衛止不理(영위지불리).

 

徒知止不樂(도지지불락), 未知止利已(미지지리이).

始覺止為善(시각지위선), 今朝真止矣(금조진지의).

 

從此一止去(종차일지거), 將止扶桑涘(장지부상사).

清顔止宿容(청안지숙용), 奚止千萬祀(해지천만사).

) -->

사는 곳 성읍(城邑) 근처이고, 소요하며 사니 한가롭다.

높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도 보고, 싸리문 안에서 거닐어도 본다.

) --> 

좋은 음식은 뜰에서 나는 아욱뿐이고, 큰 기쁨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평생 술을 끊지 않았으니, 술 끊으니 기쁠 것도 없다.

) --> 

저녁에 안 마시면 편히 잠 못 들고, 새벽에 안 마시면 일어날 수도 없다.

날마다 술을 끊으려 했으나, 혈액 순환이 순조롭지 못했다.

) --> 

술 끊으면 즐겁지 않다는 것만 알고, 술 끊는 것이 이로운 줄 몰랐다.

비로소 끊는 것 좋다는 걸 깨닫고, 오늘 아침 정말로 술을 끊었다.

) --> 

이제부터 줄곧 끊어 가면, 장차 부상(扶桑) 물가에 머물게 되리라.

예전 얼굴이 신선의 얼굴로 바뀌리니, 어찌 천만년에 그치겠는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