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017년)

비가 내려도 좋다. 즐거웠던 운장산

Bravery-무용- 2017. 7. 3. 18:05

비가 내려도 좋다, 구름이 모든 산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즐거웠던 운장산 산행

2017년 7월 2일


비가 내려도 좋다 산행은 하고 싶다. 산행을 신청하신 산우님들의 마음은 똑같았나 봅니다.

장맛비가 금요일부터 간간히 뿌리더니 토요일은 오후부터는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카페에 산행을 취소하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댓글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 된다." "같은 생각이다" "조금 올 것이다"등 산행을 하자는 내용들 입니다.  


일요일 새벽 5시 조금 지나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섭니다.

누가 보면 청승궂다고 할 겁니다.

운장산으로 가는 차안에서도 어떤 지역은 비가 그쳐있고 어떤 지역은 장맛비가 세차게 유리창을 때리기도 합니다.

대장의 맨트가 있습니다. 들머리에 도착하여 비가 심하게 내리면 진안고원길을 걷는다고요.

10시 30분 들머리인 피암목재에 도착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산행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산우님들, 산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에 이 정도의 비를 맞는다 해도 좋다 하며 힘차게 발품을 시작합니다.

30여분을 오르니 운무가 잠깐 걷히면서  마을이 내려다 보였지요  이렇게 마을이 잠깐이나마 보였던 것은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오늘 날씨를 상상을 할 수 있겠지요.

그만큼 산은 운무로 가득하고 비는 굵게 내렸다 약하게 내렸다 하다가  멈췄다를 반복합니다. 


너무나 비가 내리지 않았기에 7월의 숲의 나무들은  비 내리는 것이 반가웠나 봅니다.

상록활엽수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후두둑이 아닙니다.

빗방울을 맞는 나뭇잎들이  비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듯

열렬한 함성과 박수 소리로 들립니다.

물론 산우님들도 그 빗방울 소리에 맞춰가며 힘든 오름길도 가볍게 오릅니다.

비와 숲과 산우님들이 하나가 된 것이지요.

그렇게 1시간여를 오르고 다리쉼을 합니다.

비가 내려도 배낭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펼치니 진수성찬입니다.


활목재에 닿습니다.

2011년 12월 겨울에 활목재에서 서봉 고갯마루까지 오르는 길이 가장 힘든 고빗길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고대가 만발하여 감탄을 하며 올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6 년전 겨울 산행의 상고대를 떠오르면서 한 발 한 발 오릅니다.


서봉이정목이 세워진 곳에서 우측에 보이는 안개속에 검게 보이는 절벽은 오성대이며

가장 높이 있는 바위 봉우리가 칠성대입니다.1,120m입니다.

서봉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지만 오늘은 접어야 합니다.


칠성대에서 15분 정도를 테크계단도 내려가고 싸리나무숲도 헤치며 오르면 통신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운장산의 정상 운장대입니다.

해발 1,126m입니다.들머리에서 2시간 20분 발품 했지요.


고마운 비는 내리고 바람은 없으니 산우님들 좁은 정상 주위에 둘러앉아 비를 맞아 가면서도

웃음 가득 또 한 번 포트락식 먹거리가 시작됩니다.


헬기로 올려다 놓은 화강암의 큰 정상석이 설치를 위하여 묶어져 있습니다.

작은 정상석에서 인증샷도 합니다.

언젠가 다시 오르면 큰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하겠지요.

그런데 새로이 설치할 정상석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상석의 모양이 다른 산의 정상석 모습과 비슷합니다. 

경북 영양 일월산 정상석은 일월산의 뜻과 어울리게 원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듯

진안의 상징이나 특징으로 조각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지요.


30분 이상을 머물고 출발합니다. 내처사동 3.4kM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아주 어렵습니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돌부리를 조심합니다.

전에는 없었던 테크계단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오릅니다.


1,133m 삼장봉입니다. 정상석이 흔들리고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삼장봉이 운장산 정상인 운장대 보다 7m가 더 높습니다.

삼장봉에서는 마이산과 덕유능선이 보이는 곳입니다.

 아쉽지요 그래도 오늘은 비가 내려 아쉬움은 내리는 빗물에 씻어 버립니다.


내처사동과 구봉산으로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내처사동으로 내려가면 산길은 많이 편합니다,

내처사동 600m 지점을  지나면 계곡을 만나고 주차장에 내려와 산행을 끝냅니다.

오후 3시 10분경에 날머리인 내처사동에 내려왔으니 4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가장 어렵고 위험하면서 조망의 즐거움을 못 느끼는 산행은 우중 산행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중 산행은 국민 모두가 갈망하는 비가 내려

오히려 우리 태화산우회는 복덩어리 산우회라는 자부심을 갖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고 내처사동을 떠나자 마자 오늘 중 가장 빗줄기가 굵은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이시여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은 늦은 점심식사까지 이어집니다.

화순순두집에서 가격도 적당하며 푸짐하고 맛까지 나는  해물순두부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인천으로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