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즐겨봐~!

카페에 올린 시 (읽고, 듣고, 쓰기)

Bravery-무용- 2016. 11. 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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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나를 돌아보기)"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것이다"는 조병화시인의 시 "천적“"입니다 .
나를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살기위한 뜻이겠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요?.
스스로 나 자신을 왜소하게 느끼고 스스로 자신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나의 천적은 바로 나 였습니다.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정직함과 의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흐트러진 나를 잡기 위하여 ""나는 행복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매일 아침마다 다짐을 하며
새로운 나로 가득차게 하여 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나의 새로운 삶을 느끼질 않을까요? (2015.3.29)

 

47.(아침을 상큼하게)영국의 신비주의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에 "아침에 생각하고 점심에는 움직이고 저녁에는 먹고 밤에는 자라" 는 짧은 시가 있습니다. 그는 아침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이 시를 통해서 나타냈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월터 스콧 역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일 아침이면 좋은 생각이 떠 오를것이라 했습니다. 밤사이 우리 머리속은 망각의 기능 때문에 깨끗하게 정리 되면서 아침이 되면 두되활동이 더 활발해 진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4월을 어떻게 보내야 될지 고민중 이세요. 그러면 이 아침에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더 좋은 생각이 떠 오를것 입니다. (2015.4.1)

 

 

54,"꽃자리"란 꽃이 피어 있다가 떨어진 자리입니다.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가 있습니다.세계적인 시어로 프랑스 어느 묘비에 시가 새겨져 있다는군요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힘들고 지치고 생각이 복잡해질때 좋은 글을 만나면 가뭄에 단비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구상시인의 "꽃자리"가 그렇습니다.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라도 꽃자리로 만들라는 말.
힘든일이 많아도 지금의 내자리는 아름다운 꽃자리라는 것을...
태화산우님! 지난 한 주일이 힘들었다면 이 시를 읽으며 힘들었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 보세요(2015.4.11)

 

 

56, (개안)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박목월님의 시"개안"의 첫 구절 이죠. 그리고

"신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60이 넘어서야 꽃을 꽃으로 볼 수 있게 된 시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 것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그저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살아 가겠다며 신이 빛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이라고요.

활짝 꽃핀 나무 아래에서 이 시를 읊조리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릴까요? 그리고 꽃이 보일까요?

일요일 마이산 벚꽃길을 걸으며 읊조려 보렵니다.(2015.4.15)

 

 

"아름다워라 청춘이여"는 헤르만 헤세가 고향에서 보낸 여름 휴가를 떠올리면서 쓴 글로 주인공이 내면적으로 성숙한 과정을 그린 글입니다. 타향에서 운명을 개척하다 돌아온 주인공이 정겨운 가족 부모님과 여동생,남동생과 고향의 품에서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한 여름 휴가를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고향의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눈부신 날들을 보냈던 그 해 여름. 헤세는 자신이 겪었던 그날들을 가리켜서 모든것이 좋았고 완전한 여름이라 회상합니다.

 어느덧 8월이 지나가네요. 모든것이 좋았던 여름으로 보내셨나요?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길
조그만 감정에도 가슴 뛰는 청춘이길
커다란 감정에도 함부로 흔들르지 않는 청춘이길  (2015.8.31)

 

107.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켈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마음을 열고 내 자신을 성찰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켈은 "나의 축제를 위하여"시를 통해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때마다 날려오는/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하루하루가 그렇게 되도록 하라."그리고 시인은 "꽃잎들을 모다 간직해 두는 일 따위에/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두 손을 내민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매일매일 나에게 어떤일이 찾아올 줄 모르지만 그것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는것 인생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겠지요(2015.11.12) 

 

 

.(송수권 시 "까치밥" 배려의 중요성)

늦가을이면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가치의 중요성을 그리고 있는 시 송수권의 "까치밥"이 떠오릅니다.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그 까치밥 따지 말라/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늦가을에 접어든 이맘때면 감나무 가지 끝에는 까치밥 감이 남아있습니다. 까치밥 감을 남겨두면 예부터 사람들은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준다고 믿어왔고 하늘을 나는 날짐승들에게는 인정을 배풀었던 까치밥.그 의미를 떠 올리면서 더 나은 앞날을 위해서 또 누군가를 위해서 나는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생각해 봅니다.(2015.11.17)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들이여/그 까치밥 따지 말라/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 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 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 먼 길/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 주고 있지 않으냐. - 송수권, <까치밥>

 

(음력10월15일 소동파) <서리가 내리고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때 겨울한기가 온몸에 엄습하지만 그래도 휘엉청 밝은 달아래 즐거운 마음으로 몇 명의 친구와 걸어가며 노래부르고, 아내가 준비해준 한 말의 술을 가지고 적벽밑에서 놀다가 옷자락 걷어 올리고 험준한 산을 올라 길게 소리도 질러본다. 산을 내려와 배에 올라 배를 띄우고 물흐르는대로 흘러간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적막과 고요함 뿐, 외로운 한 마리 학이 강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날아왔다.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꿈속에 깃털로 만든 옷을 펄럭이며 도사가 나타나 "소동파 선생, 적벽놀이 즐거우셨수?"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았으나 꿈속의 도시는 이미 행방이 묘현했다.>

자연으로 부터 안위를 받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마음이 표현된 글로  송나라 시대의 문인 소식(소동파)蘇軾(蘇東坡)의  후적벽부(後赤璧賦)를 줄인 글입니다. 그런데 후적벽부는 933년전인 1082년 음력10월15일 적벽에서 놀다가 지은 글입니다.  음력10월15일이 바로 오늘입니다.  933년전 소동파와 같은 마음으로 도심을 떠나 자연부터 위로받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오늘입니다.(2015.11.26) 

 

우리나라 책 가운데 목차가 딱 한글자로 되여있는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은 길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한 글자로 되어 있다"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는 "보석같은 단음절 어휘 40개를 골라 왜 이런 외자 말이 중요하고,이런 중요한 말을 대했을 때 어떠한 생각을 해야하는가를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단음절 어휘에는 몸,뇌,힘,꽃,해,벗,땅,잠,넋등이 한 글자로 되어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단음절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말들입니다. 오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소중한 단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 꽤나 추운 날씨네요 손과 발이 시려워 손과 발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손과 발이 생각납니다. 산우님은요? 92015.11.27)

(몸)뿐이 아니다. 잠시라도( 넋)이 나가면 안되고 (잠)을 자야 살고 (옷)을 입어야 살고 (집)이 있어야 산다.
(땅)과 (흙)을 밟아야 살고 (일)을 해야 살고 (땀)을 흘려야 산다.
(돈)이 있어야 살고( 꿈)이 있어야 살고 (복)을 받아야 한다.
(말)과 (글)을 배워야 살고 (책)을 보고( 앎)을 익히고 쌓아야 한다.
(물)과 (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비)가 내리고 (강)이 흘러야 살 수 있다.

 (해) (달) (별)이 없어도 못살고 (산) (숲) 풀 (꽃)이 없어도 못산다. (약)이 없어도 못살고 (힘)을 못써도 못산다.사는 (길)이 없으면 안되고 (임)이 없어도 안되고  (벗)과 (술)이 없어도 안된다. 무엇보다도 (때)를 잘 만나야 하고 때)를 잘 타야 하고 잘 써야 한다. 아니, (삶) 자체가 단음절 어휘...한 글자,외자 말이 아닌가.

 

121. (김명원 시집 [달빛 손가락],놓쳤던 것들을 1분 만이라도 관심)

김명원 시집 [달빛 손가락]에 "스티브 원더의 10분"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스티브 원더는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로 유아때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입니다.그의 노래는"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등이 있죠. 이 시는 스티브 원더의 개안수술에 대하여 함축적있게 시구로 잘 표현했는데요.<세상을 10분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볼 것인가? 붉게 타는 노을 보는데 1분, 장엄하게 내리는 눈발 보는 데 1분>... 넓고 넓은 세상 볼거리도 들을거리도 넘쳐납니다. 그러다 보면 꼭 봐야할 것과 들을 것을 놓치는데요. 오늘은 그 놓쳤던 것들을 1분 만이라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세상은 아름답게만 보일 테니깐요. (2015.11.30)

  
 <스티브 원더의 10분>
수술하면 시신경이 망가진 그는 10분만 세상을 볼 수 있단다.

세상을 10분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볼 것인가?
붉게 타는 노을 보는 데 1분, 장엄하게 내리는 눈발을 보는 데 1분,
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보는 데 1분,

 빗방울이 창문에 손가락 지문을 찍는 것을 보는 데 1분,

앞마당의 감나무와 망초 이파리와 팔랑 나비가 일으키는 바람을 보는 데 1분. 
이렇게 세상을 10분만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연초록 잎사귀 돋는 거 보는 데 1분,
목련화 보는 데 1분,
벚꽃 흩날리는 거 보는 데 1분,
들풀 젖은 잎 보는 데 1분,
좋은 사람들 다시 한 번 얼굴 보는 데 1분.....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충분하게 누리고 싶다.

김명원시인의 <달빛 손가락>시집에서  (2015.11.30)

 

130.(쇠두루미의 격려) 철새로 몸 길이가 약98센티에 이르는 쇠재두루미가 있습니다. 알려진 바,  이 새는 가장 높은 곳을 넘는다는데요. 몽골 초원에서 지내다가 8,000미터가 넘는 높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따뜻한 인도 까지 날아가 겨울을 지냅니다. 그 높은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쇠재두루미들은 자신들의 울음소리로 서로를 격려한다 합니다. 바람과 구름만이 지나갈 수 있는 히말라야산맥을 넘는것인데요 그렇게 넘을 수 있는 힘은 서로의 격려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불가능한 일도, 힘든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함께하는 이의 격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르막을 오를때 산우님들과의 서로의 격려는 큰 힘이 됩니다.  

 

'히말라야의 쇠재두루미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

봉우리를 넘을 때 높은 암벽 칼날// 향해서 나래친다//

힘이 부치면// 더 높은 벼랑으로 차 오른다//

천길 바닥으로 떨어지는// 쇠재두루미떼 그림자 쌓여//

히말라야는 점점 높아간다' -김완하 시인의 '절정'       (2015.12.1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풀꽃"으로 참 시가 단출하지요. 그래서 좋구요 . 나태주 시인은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잘 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인이 되었다는 겄입니다. 이런 만큼 정말 잘 했다 하는것이 하나만 있어도 기분이 뿌듯하지요. 그런데 나의 주변을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하나가 아니라 무척 많이 있을 겁니다. 잘못했던 일을 자꾸 떠오르면서 자책하는 사람보다 잘 했던 일을 떠오르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사람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사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살아오면서 잘했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오늘 하루 생각해 보세요. 행복해 집니다.(20156.1.6)

 

 

28. (세월이 흘러도 아련히 남아있는 나의 꿈들,희망)

롱펠로우의 시 "화살과 노래"에서 시인은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고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지만 화살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의 마지막 구절에 "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뒷동산 참나무 밑동에서 부러지지 않은 화살을 찾았고,나의 노래는 친구의 가슴속에 숨어 있었다." 고요. 화살과 노래는 어렸을 적에 품었던 동심이며 젊은 날에 가졌던 미래의 희망이겠지요.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줄 알았던 그런것 들이 여전히 내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합니다. 모든 세월이 흘러도 아련히 남아있는 나의 꿈들,희망들을 지금 이 순간 그 흔적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2016.2.4)

 

화살과 노래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따라갈 수 있었으랴.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누가 날카롭고도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 따라갈 수 있었으랴.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뒷동산 참나무 밑동에
그 화살 부러지지 않은 채 꽂혀 있었고

나의 노래 처음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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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해하고 용서하는 삶을 살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

시인 정용철이 쓴 "내 인생의 계절"이라는 시에서는 우리의 인생을 일곱개의 계절로 표현 했습니다. 기쁨,희망,열정,사랑,성실,고독,감사의 계절로 나누고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인생이 일곱개의 계절이 있다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계절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내 인생의 모든 계절이다. 아무리 힘들고 아쉬워도 지나고 보면 모든 계절이 아름다워서 그 날들중에서 단 하루도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요. 저는 감사의 계절에 머물고 싶습니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삶을 살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면서요 (2016.2.16)

 

내 인생의 계절-

내 인생의 제1계절은 기쁨의 계절입니다
그때 세상은 나의 탄생으로 새로운 기쁨을 얻었고
나는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기만 했습니다
그 기쁨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2계절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날마다 배우고 마음껏 뛰어 놀았습니다
그 희망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3계절은 열정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의 미래는 한없이 밝았고
내 마음은 참으로 높았고 넓었고 순수했습니다
그 푸르른 열정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4계절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우정과 사랑을 알았고
이별과 눈물의 의미도 알았습니다
나를 놀랍게 성숙시킨 그 사랑의 계절을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5계절은 성실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가정과 이웃과 직장과 사회를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았습니다.

내 인생의 제6계절은 고독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침묵 속에서 사랑과 진실과
영원에 대한 생각의 기쁨을 쌓아 갈 것입니다
그 독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7계절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모든 욕심과 갈등을 잠재우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므로
내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평화로운 감사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내 인생의 모든 계절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아쉬워도 지나고 보면
모든 계절이 아름다워 그 날들 중에서
단 하루도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50.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이어령 선생님의 시 "나의 작은 집"을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내가 지금 떠도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헤매는 것은 무엇인가의 진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지금 방황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지 쉽게 얻고 쉽게 이룰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을 이룰수 있는것은 길을 헤매거나 길을 잃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요. 지금 어떤 무언가 때문에 힘들다면 잘 살고 싶다는 바램이 있는 것이고 결국은 잘 살고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힘들다는 것은 이루고 싶다는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이겠지요.(2016.2.29)

내가 지금 떠도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헤매는 것은 무엇인가의 진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방황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멀리멀리 떠나고 있는 것은

나에게 사랑과 진실과 아름다움이 살고있는 작은 집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 이어령 미발표시, "나의 작은 집"에서

 

24. 시로 본 하루 사용법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거나 다루기 힘든 물건을 만났을때 사용설명서를 찾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물건도 사용법을 다시 확인 할때가 있는데요. 그런데 물건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쳤을때 이 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며 잘 보낼수있는 사용법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매일매일 주어지는 우리의 하루에도 사용법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시인 조재형의 "하루의 사용법"이라는 시에 시인은 우리에게 하루를 이렇게 사용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안전거리를 확보할 것.>(2016.5.31)

 

 

하루의 사용법 ----조재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40. (우아하게 살 수는 없) 이상국 시인의 있는힘을 다해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을 겁니다. '먹고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좀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이상국 시인이 쓴 <있는 힘을 다해>라는 시가 있습니다. <해가 지는데/왜가리 한 마리/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가끔/있는 힘을 다해/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먹고사는 일 앞에서는 누구도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살 수 있다는 건 숨죽이고, 버티고, 세차고, 치열하고, 안 그러면 먹고살 수 없으니까요.(2016.11.16)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과 받는 것, 나는 배웠다)

요즘은 시를 찾아 읽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업 CEO들이 좋아하는 아라비아의 시인 [오마르 워싱턴]<나는 배웠다 I've learned>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는 배웠다 인생에서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진정한 인간관계가 드물어지는 요즘에 마음에 닿는 구절이죠. 매일 꿈을 향해 애쓰면서 떠올려볼 구절도 있습니다.「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남과 비교하고 남을 비교 하는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성찰하며 겸손하면 좋은 누군가가 옆에 항상 있으리라 봅니다 (2016.11.19)

                                                     

                                                           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었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임을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로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66. (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이트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하는 것)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이트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부터 당신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때 시인은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정신 차리고 길을 걷습니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 하면서...> 다른 것도 아닌 빗방울까지도 두려워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아마도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을 위해서 작은 것도 조심하겠다는 의미이겠지요. 나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하는 것, 우리가 모두 지켜야할 약속이겠지요. 소중한 산우님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위하여는 산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 알고 계시지요? 92016.3.16)

 

<살아 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 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그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이트- 

 

(완벽주의자 보단 경험주의자가 되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어라" [엘렌 코트]가 쓴 <초보자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시의 맨 끝 구절인데요. 그러면서 시인은 아래와 같은 조언을 해줍니다.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는 여러 조언 중에 핵심으로 보이는 두 줄은 이렇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이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살아가는데 있어서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습니다. 오늘은 월요일 입니다.이번 주에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경험해보세요.

 

<초보자에게 주는 교훈>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잎씩 물어 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둬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어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78.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마지막 구절. 그 시에서 유래된 말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

"먼 미래의 욕심을 가까운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게나. -중 략- 오늘을 붙잡게,미래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면서"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마지막 구절입니다. 그 시에서 유래된 말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제를 즐겨라"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딩선생이 학생들에게 외쳐 더욱 유명해졌는데요.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나 미래 보다는 현제에 충실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카르페 디엠 그러니깐 오늘을 즐기며 이 순간을 확실하게 살아야 지나고도 후회가 없을겁니다. 태화산우님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즐기십시요. 카르페 디엠!!! (2016.3.28)

 

-현제를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신들이 그대, 혹은 나에게 무슨 운명을 줄 것인지 알려고 하지 말게나 레우코노에여,

미래가 무엇이든간에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견디는 것이 훨씬 휼륭한 것이라네.

신께서 너에게 더 많은 겨울을 나게 해주시거나, 혹은 이것이 일생의 마지막 겨울이거나,

현명하게 살게나, 진실되게 살게나.

포도주를 줄이고 먼 미래의 욕심을 가까운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게나.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질투하는 사간은 이미 흘러갔을 것이라네.

오늘을 붙잡게, 미래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면서!"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시로 본 하루 사용법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거나 다루기 힘든 물건을 만났을때 사용설명서를 찾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물건도 사용법을 다시 확인 할때가 있는데요. 그런데 물건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쳤을때 이 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며 잘 보낼수있는 사용법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매일매일 주어지는 우리의 하루에도 사용법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시인 조재형의 "하루의 사용법"이라는 시에 시인은 우리에게 하루를 이렇게 사용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안전거리를 확보할 것.>(2016.5.31)

 

 

하루의 사용법 ----조재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사람의 삶이란 순간. 화를 참자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그는 이제 땅 속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인 "막스 에르만"의 시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가 20여 년간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번역서를 소개하면서 읽고 사랑했던 글들을 모은 잠언 시집이지요.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담은 시들로 가득한 시집이지요.  어떻습니까? 사람의 삶이란 어떻게 보면 정말로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얼마나 후회할 일들을 많이 만들고 있을까요?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할 때, 분명히 후회할 일들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2016.6.29)

 

(한 해의 끝으머리, 긍정의 힘을 갖자)

시작과 끝, 그리고 끝과 시작은 항상 함께하지 않을까요. 이문재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이란 시를 보면 "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이렇게 쓰여 있는데요 나무의 생명은 실뿌리 끝에서 시작되고 나무의 삶은 잔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새순과 꽃과 열매로 시작 되니깐요.  나무의 뿌리 끝과 가지 끝에서 무언가의 시작을 볼 수 있듯이 끝은 시작은 또다른 이름입니다. 바꾸어 말 한다면 슬픔의 끝은 기쁨이고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의 끝으머리에 서있는 지금 기쁨과 희망을 기대하면서 무있이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지녀야겠습니다. (2016.12.29)

 

지금 여기가 맨 앞」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모든것이 연결된 존재

17세기의 성직자이며 시인인 영국의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있습니다. 20세기의 미국의 대표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로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한 작품으로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있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 존 던의 시에서 가져왔다지요. 시는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라고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은 대지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고 끝을 맺습니다. 모든것이 연결된 존재이기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겠습니다.(2017.1.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존 던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지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지며,
어떤 높은 모래톱이 잠겨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소유한 땅이
잠겨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나

 이를 알기 위하여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

김승희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용기를 내고, 희망을

김승희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가 있다는 것이지요. 길거리에서 쫓겨나도,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사는 사람들, 힘든 일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 그래도 착한 마음을 버리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 지도에도 없는 섬 그곳이 바로 "그래도"라는 섬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도전해 보고, 최악의 상황이지만 힘을 내보는 것...  그래서 "그래도"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섬인데요. 오늘도 힘들고 고단해도 한 번더 용기를 내고, 한 번더 희망을 가져 보며 기분 좋게 시작 해봅니다. (2017.1.19)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설 연휴 고향의 아름다움

신경림시인의 시 "다시 느티나무가"있습니다. 그 시를 보면 어릴 적 그렇게 커 보이던 고향집앞 느티나무가 어른이 되서 터무니 없이 작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아 갔을땐 다시 커 보였다고 하지요. 시인께서는 커 보이는 느티나무를 보면서 이제 자신이 나이 들고 병들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서러워하지 않고 그 느티나무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봤다고 합니다. 시인께서 고향의 느티나무를 보면서 느꼈던것처럼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고향의 모습에 여러가지 감정을 갖게 되겠지요. 설연휴 마지막 날 혹시 몸이 피곤하시더라도 마음만은 개운했으면 합니다. (2017.1.30)

 

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는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 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그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조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 '다시 느티나무가' 중에서, 신경림

나이와 상관없이 내 삶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

영국의 시인 제니 조셉의 시 경고(Warning )는 영국 BBC에서 전후세대에 가장 사랑받는 시로 선정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되면 난 자주색 옷을 입고 빨간모자도 쓸거야.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겠지만.연금으로 브랜디, 여름장갑, 새틴 샌들을 사놓고 버터 살 돈이 없다고 말하겠지." 이렇게 시작하는 시는 노년을 준비하는 기대감을 옷으로 표현했는데요.당시 영국 사람들이 이 시를 사랑했던 이유는 모두가 결핍의 시대를 지났기 때문입니다.전쟁 때문에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삶을 노년이 되서 누리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큰 공감을 얻은 거죠.나이와 상관없이 내 삶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는 조금 욕심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2017.2.21) 

-경고-  "(Warning)                 제니 조셉

할머니가 되면.

난 자주색  옷을 입고 빨간모자도 쓸거야.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겠지만.

연금으로 브랜디, 여름장갑, 새틴 샌들을 사놓고
버터 살 돈이 없다고 말하겠지.

피곤하면 아스팔트 위에  주저 앉고.
상점 시식도 먹어치우고 경보벨도 눌러보고
그리고 지팡이로 난간도 긁어보고
조심스럽던 젊은시절에 못했던 것들을 할거야.
비오는 날, 슬리퍼를 신고 나가 다른집 정원에 꽃도 꺾고 침 뱉기도 배울꺼야.

당신은 끔찍한 옷을 입고 더 뚱뚱해질 지도 몰라.
그리고 단숨에 소시지 3파운드를 먹어 치우거나
일주일 내내 빵과 피클만 먹을 수도 있고,
펜, 연필,잔받침 같은 걸 상자 속에 몰래 모아 둘 지도 몰라.

그러나 지금 우리는 깔끔한 옷을 입고 집세를 내야지. 그리고 거리에서 욕을 해선 안되고, 아이들에게 좋은 시범을 보여야 해.
우리는 식사에 초대할 친구도 있어야 하고 신문도 읽어야 해.

그러나 이제 난 조금씩 연습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늙어 자주색 옷을 입기 시작 했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이 기절초풍 하지 않게 말이야.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자

<꽃씨>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보려고
다시 일년

아동문학가 김일로 시인의 절창(絕唱)입니다. 봄꽃을 기다리는 그분의 단아한 심정이 가슴에 물결칩니다. 사람들는 매일 꽃을 보고 살지요. 그러나 시인은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짤막한 한글시 뒤에는 한 줄짜리 한문시가 붙어있습니다.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
'꽃 한 송이 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다'는 뜻으로 매일 꽃을 보지만 정작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2017.3.4)

 

69. 삶은 끊임없이 깨어있어야 한다(오규원 시인의 시에서)

오규원 시인은 생의 이면을 통해 생의 본질을 탐구하였던 시인으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라는 시가 있습니다.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 있다는 것은 끝없이 흔들리며 깨달아 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글로 표현했습니다.<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튼튼한 줄기를 얻고/잎은 흔들려서 스스로/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수많은 잎은 제각기/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들판의 고통 하나도/다른 곳에서 바람에 쏠리며/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2017.6.20)

 

만약 목록"을 만들어 나만의 아쉬움과 후회를 남지 않도록 나에게 반성의 기회

행동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때 그때 만약 그렇게 했더라면 이라고 말할때가 있습니다. 시인 오은의 "만약이라는 약"이란 시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라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더라면","바지에 커피를 쏟지 않았더라면", "그 말을 끝끝내 꺼내지 않았더라면"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살아 가면서 누구나 후회를 합니다. 후회없는 삶이란 없겠지요. 시인 처럼 "만약 목록"을 만들어 나만의 아쉬움과 후회를 남지 않도록 나에게 반성의 기회를 삼아 현명한 생각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어떨까요. (2017. 6. 28)

 

 "만약이라는 약"

                           -오 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라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바지에 커피를 쏟지 않았더라면 
승강기 문을 급하게 닫지 않았더라면 

내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좋아했다면 
대화보다 침묵을 좋아했다면 
국어사전보다 그림책을 좋아했다면 
새벽보다 아침을 더 좋아했다면 

무작정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그날 그 시각 거기에 있지 않았다면 
너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 말을 끝끝내 꺼내지 않았더라면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닦아 주는 데 익숙했다면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앞을 내다보는 데 능숙했다면
만약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하루하루를 열고 닫지 않았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불고 
읽다 만 책이 내 옆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만약 내가 
어젯밤에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자

시인 류시화가 엮은 책 제목에 인용된 시,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 시인 류시화가 엮은 책 제목에 인용된 시 

제목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너무도 유명한 시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런데 요즈음, 정작 이렇게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사랑할 때도. 일할 때도, 삶을 살아갈 때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겠죠?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봅시다! (2017.7.12) 
 


자연속에서 살아갈 삶을 찾자

(여름)영국의 시인 월리엄 워즈워드는 1790년 여름에 알프스 지방을 걸어서 여행을 했습니다.그때 경험을 여러 편의 시로 남겼는데요. "이 수많은 풍경들 덕분에 앞으로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을 것 같다."며 시인은 알프스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풍경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 합니다.그리고 그때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 평생에 함께 한다고 하면서 그 기억을 <시간의 점>이라 했습니다.높이 있을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도록 하고,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힘을 가진 것이지요. 인생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 살아갈 의욕을 되찾아주는 특별한 순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런 특별한 순간들이 언제였는지요? (2017.7.19)

월리엄 워즈워드 <시간의 점>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 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하며

떨어졌을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힘겁거나, 지칠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운드오브뮤직은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사랑을 받고있는 명화.  도레미송, 에델바이스등 모든 노래들은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지요. 가정교사 마리아가 천둥소리에 놀란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노래 "My favorite things"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나는 외롭거나 무서울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그리고 노래를 부르지요. "장미 꽃잎의 빗방울,봄으로 녹아가는 하얀 은빛의 겨울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즐거워진다고요. 힘겹거나 울적할때, 지칠때 마리아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겠지요. (2017.7.24)

 

My favorite things'(내가 좋아하는 것들)   마이 페이버리트 싱스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장미 꽃잎의 빗방울과 고양이들의 작은 수염)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밝게 빛나는 금속의 솥과 따뜻한 털벙어리장갑)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갈색의 종이들과 그것을 매고 있는 노끈들)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가 있지)


Cream colored ponies and crisp apple strudels
(크림 색깔의 조랑말과 바삭한 사과과자)
Doorbells and sleigh bells and schnitzel with noodles
(초인종들과 종들, 그리고 국수와 같이 있는 송아지커틀렛)
Wild geese that fly with the moon on their wings
(야생의 기러기들은 날개로 달과 함께 날아가지)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가 있지)


Girls in white dresses with blue satin sashes
(하얀 드레스와 반짝거리는 파란 비단장식 머리띠를 한 소녀들)
Snowflakes that stay on my nose and eyelashes
(내 코와 눈썹에 머무르는 눈송이들)
Silver white winters that melt into springs
(봄으로 녹아가는 하얀 은빛의 겨울들)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가 있지)


When the dog bites, when the bee stings, when I'm feeling sad
(개가 물고, 벌이 쏘아 슬플 때)
I simply remember my favorite things and then I don't feel so bad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간단하게 기억해내면, 그땐 난 슬프지 않지)

 

이상의 이런 시... 오늘 하루 내내 몸도 마음도 어여쁘소서

시인 겸 소설가 이상(李箱)의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작가. 평소 이상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작품을 쓰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상이 쓴 시 가운데 무척 사랑스러운 시구가 있습니다. "이런 시"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천재 시인도 사랑의 아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랑했던 여인과 이별한 뒤에 쓴 시인데요. 이 시는 마지막에 이렇게 끝냅니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을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라고요. 가장 예스러운 사랑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인 이상의 시구처럼 오늘 하루 내내 몸도 마음도 어여쁘소서.  (2017.7.29)

 

<이런 시>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을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김인후 자연가......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청산자연자연 녹수자연자연)
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赤自然(산자연수자연 산수간아적자연)

已矣哉 自然生來人生 將自然自然老 (기어재 자연생래인생 장자연자연노)


푸른 산도 자연이요, 푸른 물도 자연 그것이로다.

산도 자연이요 물도 자연인데, 그 산수 사이에 살고 있는 인간인 나도 자연 그것이로다.

이같이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인 나도 자연 그것이로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대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자연대로 하리라.

 

올린 글은 하서 김인후의 시조<자연가自然歌>입니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병을 이유로 고향 장성으로 내려가 자연을 벗 삼으며 성리학 연구에 정진한 조선 중기의 문신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대로 살고 늙는, 모든 것을 대자연에 내맡긴 생활은 정중하면서도 집착이 없어 좋습니다.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자라 자연적으로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절로절로 자연스러운 것인데요. 가는 세월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어차피 내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므로... 자연을 닮고 싶어 산을 좋아하시는 우리 태화산우님들도 어떤때는 산정에서 어떤때는 계곡의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문득문득 <자연가>를 떠 올려 보시지요. (2017.8.7)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아야

미국의 여류시인 엘라 월콕스(Ell wilcox)의 시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Which are you?"에서 사람은 짐을 지우는 자와 짐을 들어주는 자로 두 부류가 있는데 오늘 우리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묻고 있지요. 과연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해 있을까요.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양쪽에 다 속하여 있을 겁니다. 우리는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살다 보면 어떤 때는 짐을 짊어지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도와주면서 기대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오늘은 당신이 염려와 근심 어린 심정으로 내 짐을 짊어주고 내일은 힘들어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짐을 나눠 짊어질 수도 있는 것. 그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겠지요. (2017.8.10)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Which Are You?
엘라 월콕스 Ella Wheeler Wilcox (1850-1919)

 

오늘날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네.
단지 두 부류일 뿐이랍니다.
There are two kinds of people on earth to-day;
Just two kinds of people, no more, I say.

죄인과 성자는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성자의 반은 악하고, 죄인의 반은 선하다는 것을.
Not the sinner and saint, for it's well understood,
The good are half bad, and the bad are half good.

부자와 빈자도 아니랍니다. 참된 부유함을 논하려면,
그 사람의 양심과 건강을 알아야 하니까요.
Not the rich and the poor, for to rate a man's wealth,

You must first know the state of his conscience and health

겸손한 자와 교만한 자도 아니랍니다. 짧은 생애이기 때문에
헛된 과시로 가득 찬 사람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Not the humble and proud, for in life's little span,
Who puts on vain airs, is not counted a man.

행복한 자와 슬픈 자도 아니랍니다. 흘러가는 세월은
모두에게 웃음과 눈물을 가져다 주니까요.

Not the happy and sad, for the swift flying years
Bring each man his laughter and each man his tears.

그래요. 내가 말하는 세상 사람의 두 부류란,
남을 세워주는 사람과 남에게 기대는 사람.
No; the two kinds of people on earth I mean,
Are the people who lift, and the people who lean.

어디를 가든 이 세상 사람들은
항상 이 두 부류로 나뉜답니다.

Wherever you go, you will find the earth's masses,
Are always divided in just these two classes.

곧 알게 되겠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세워 주는 한 사람에게 스무 명이 기대어 있지요.

And oddly enough, you will find too, I ween,
There's only one lifter to twenty who lean.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힘들어하는 타인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나요?

In which class are you? Are you easing the load,
Of overtaxed lifters, who toil down the road?

아니면, 누군가가 염려와 근심 어린 심정으로
당신 짐을 대신 지고 있나요?

Or are you a leaner, who lets others share
Your portion of labor, and worry and care?

.(가을) 좋은 계절 주위를 돌아보며 나눔을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 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 날려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란 시입니다. 시에서 꽃은 자기가 가진 것을 손안에 꼭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하질 않습니다. 꽃은 자기만을 위하여 있지를 않고 나비에게, 솔방 벌에게, 바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이를 위하여 한없이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꽃은 잃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나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삶도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함이 더욱 가득하겠지요. 이 좋은 계절 주위를 돌아보며 나눔을 가져 보세요.(2017.9.9) 


프랑스 시인 퐁주...마음을 열고 가을을

(가을)프랑스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프랑시스 퐁주'는 대개 돌멩이 ·물 ·스포츠맨 등 일상적이고 비근한 사물이나 현상을 시의 소재로 삼았는데요 사물의 성질을 파악해서 시로 만드어 내는데 무척 뛰어난 사물주의 시인입니다. 시인은 6개월 동안 물이 담긴 컵만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컵에 물을 채웠다가 비우고 마셔보기도 하고 물방울을 관찰하기도 하였더니 사물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합니다. 어린아이가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요. 우리도 그렇게 오랫동안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열어본 적은 언제였던가요. 지금 이 계절 가을이 그런 시간을 갖기에 좋은 계절인지 모르겠습니다.(2017. 9. 21)

나보다 더 낮게, 언제나 나보다 더 낮게 물이 있다.

언제나 나는 눈을 내리깔아야 물을 본다.

땅바닥처럼, 땅의 한 부분처럼, 변형된 땅바닥처럼.

물은 희고 반짝이며, 무정형이고 신선하다.

물이 한 가지 고집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중력.

그 고집을 못 버려 물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감아돌고 꿰뚫고 잠식하고 침투한다.

그 내면에서도 그 고집은 또한 작용하여 물은 끊임없이 무너지고,

매 순간 형태를 버리고,

오로지 낮은 자세로

수도사들처럼 시체처럼 땅바닥에 배를 깔고 넙죽 엎드린다.

언제나 더욱더 낮게, 이것이 물의 좌우명이다.

- 프랑시스 퐁주作 <물>中

72. 동시 기린과 하마  필요없는 걱정은 하지 말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시중 아동문학가 문삼석의 동시 "기린과 하마"가 있습니다. "하마는 기린을 보면서 저렇게 키만 크다가 하늘이 뚫리면 어떡하지, 기린은 하마를 보면서 저렇게 살만 찌다가 땅이 꺼지면 어떡하지" 하면서 서로 걱정을 하는 내용입니다. 사실은 기린의 큰 키와 하마의 뚱뚱한 몸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자연환경에 생존하기 위하여 적합하게 그렇게 태어난 것입니다. 기린이 더 클 까봐,하마가 더 뚱뚱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사실은 살면서 필요 없는 걱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기린과 하마의 동시를 떠 올려보면서 이런 말을 기억해 보세요 들에 핀 풀꽃 하나도 걱정 없이 스스로 잘 자란다고요.(2017. 9. 23)

성서(마태오6:25)에 들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갈쌈도 하지 않지만 잘 자란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기린과 하마

문삼석   

 

하마가 기린보고 걱정해요
저렇게 키만 크다가
하늘이 뚫리면 어떡하지
하늘이 뚫리면 어떡해요

기린도 하마보고 걱정해요
저렇게 살만 찌다가
땅이 꺼지면 어떡하지
땅이 꺼지면 어떡해요

 

(추석,명절)이정록 시인의 시는 어머님 말씀을 통해서 자주 시를 씁니다. 그의 "의자"라는 시도 어머니가 주인공입니다. 시인의 어머니는 "허리가 아프니깐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라고 말씀하시며 "꽃도 열매도 다 의자에 앉아있는 거라고"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에겐 "큰애인 네가 좋은 의자였다"고 말씀하시며 시의 마지막 구절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 의자 몇 내 내놓는 거여"라고요. 올 추석에는 오손도손 모여 앉은 가족들 서로서로에게 나라는 의자에게 앉으라고 선뜩 내놓는 풍경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해집니다. (2017. 10. 3)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거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
의자 몇 내 내놓는 거여

 

22.(김일로 시인의 가을)

시집 송산하(頌山河)의 저자인 아동문학가 김일로 시인은 한글시와 한문시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시를 남겼습니다. 그의 시는 인정이 있고 소박하고 단아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가을과 관련된 시가 있습니다. "단풍 찾아 나섰다가 스스로 단풍이 된 발걸음"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러 갔다가 단풍에 젖어서 단풍에 동화된 모습을 발견한 시인데요. 그래서 스스로 단풍이 된 발걸음이란 표현을 했습니다. 단풍이 아무리 예뻐도 그 사람이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나만 하겠습니까?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하고, 가장 멋진 존재는 나 자신입니다. (2017. 10. 27)

 

단풍 찾아 나섰다가

스스로 단풍이 된 발걸음

박모薄暮에 잠기는 백양사白羊寺 경내境內

따라 잡기는

호젓한 귀로歸路

 

탐승귀로일모정探勝歸路日暮寂

 

25. 서리가 내리는 가을 두목의 시 산행에서 느끼는 절정의 순간

늦가을이 되면 서리가 내리는데 맑고 바람이 없으며 밤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 내리기 쉽습니다.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는 무서리, 아주 세게 내리는 서리는 된서리라고 합니다. 서리는 식물을 얼게 만들기 때문에 농작물에는 좋지 않습니다.그러나 서리가 내렸다는 것은 가을이 깊어졌다는 것이지요. 이맘때 내린 서리를 잘 견뎌낸 홍씨등 과일의 맛은 일품입니다. 당나라 시인 두목의 시 산행(山行)중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서리맞은 단풍잎이 이월 봄꽃보다 붉어라" 구절이 있습니다. 이계절에 또는 내 인생에 서리가 내리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 절정의 순간을 맞고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2017. 10. 31)

  

산행(山行)

두목(杜牧)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하고: 멀리 늦가을 산을 오르니 돌길 비껴있고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로다: 흰 구름 피는 곳에 인가가 보인다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하니: 수레를 세우고 앉아 늦은 단풍숲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로다: 서리맞은 단풍잎이 이월 봄꽃보다  붉어라

 

 

36. 사과를 먹으며 계절을

11월 중순이 되면 많은 과일들이 수확기를 거쳤는데요 그 가운데 사과도 11월 초순부터 거둬들이기 시작합니다. 맛을 더 내기 위하여 서리도 맞습니다. 그렇게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한 입에 물때 맛있다는 생각 말고는 무엇이 떠오를 수 있을까요. 함민복 시인의 "사과를 먹으며"란 시를 읽으면 사과 한 알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과를 먹는다로 시작한 시는 햇살도 장맛비도 소슬바람도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도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러 가지가 담겨 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나는 그런 사과를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먹는지 그런 마음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알아봐도 좋겠습니다. 

 

사과를 먹으며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함민복/'어느 우울씨의 하루'中


22.  조병화 시에서 당신은 내마음 속에

조병화 시인은 1949년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표하고 해마다 시집을 내면서 20권이 넘는 책을 남겼지요. 조병화 시인이 아내에게 바친 "먼 약속"이란 시집도 있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깊었는데요. 그런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있죠.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 너의 생각 밖에 내가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속에 산다." 마음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있던 내 마음속에서 살아갈 텐데요. 그런 사람에게 이런 말을 전해 보세요 당신은 언제나 내 생각 속에 내 마음속에 살고 있습니다. (2018. 1. 25)

<먼 약 속>

그때 그 약속이

이렇게 빗나가고, 늦어 버렸습니다

이승에서 가장 귀한 나의 말들로

가득히 담으려 했는데

이렇게 초라한 바구니로 되어 버렸습니다

 

내 온 생애를 다 드린다 한들

이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너무나 오래 떨어져 있는 자리

이러다가 영 사라질 자리

 -조병화-

 

75.  이만부의 시  부끄러움을 닦는 법

조선 후기 학자 이만부의 시<부끄러움을 닦는 법(脩恥贈學者)>에 <유치가치(有恥可恥),부끄러운 일이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시구(詩句)가 있습니다. 지금 이때,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성범죄와 갑질, 권력형 비리에도 도무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치가치가 절실합니다. 시구는 한 마디 더 보태여 <무치역가치(無恥亦可恥),부끄러운 일이 없다면 그 또한 부끄러워해야 한다.>  요즘 갑질을 한 그들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부끄러운 일을 해놓고도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모르고 그래서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자신의 모습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 그들, 그들이 참 부끄럽지 않습니까? (2018. 3. 27)

 

“부끄러움을 닦는 법

부끄럽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어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부끄러움이 없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부끄러움이 있다.

때문에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능히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면 능히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부끄러운 일에 부끄러워함이 있는 사람은 그 부끄러움을 가지고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운 일에 부끄러워함이 없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음을 가지고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움을 가지고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부끄러움이 없게 되려고 생각하게 되고,

부끄러움이 없음을 가지고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부끄러움이 있으려 생각하게 된다.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능히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면 능히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이것을 일러 부끄러움을 닦는다고 한다.

요컨대 이를 닦아 힘써 행할 뿐이다.

脩恥贈學者척치증학자 (부끄러움을 닦는 법)

有恥可恥無恥亦可恥有恥者必無恥無恥者必有恥故恥無恥則能有恥恥有恥

則能無恥恥有恥者以恥爲恥也恥無恥者以無恥爲恥也以恥爲恥故思無恥以無恥爲恥

故思有恥恥無恥而能有恥恥有恥而能無恥則是謂脩恥要脩之力行而已

 

41. 도정환 시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

어릴 적에 친구와 다투거나 싸우고 분에 못 이겨 씩씩대면 어른들이 이렇게 위로하여 줍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참는게 이기는 것이다." 고 말합니다. 어릴때는 몰랐던 그 뜻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시인 도종환의 시 ""에 보면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 들국화 한 무더기가 발을 붙잡으며 조금만 천천히 가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고난을 참는 것보다 노여움을 참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욕망보다도 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죠. 들국화뿐만 아니라 은행잎들도, 낮에 나온 달도 모두 그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네 편이라고 참는다는 것이 지는 게 아니라고 시는 말합니다.(2018. 5. 18)

     

           <화>                도정환

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던지지 못하고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

들국화 한무더기가 발을 붙잡는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되겠냐고

고난을 참는 것보다

노여움을 참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은행잎들이 놀란 얼굴로 내려오며 앞을 막는다

욕망을 다스리는 일보다

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저녁 종소리까지 어떻게 알고 달려오고

낮달이 근심 어린 낯빛으로 가까이 온다

우리도 네 편이라고 지는 게 아니라고

                  창비시선  도종환의 <사월 바다>

 

54. "그냥 좋다"에는 이유가 없다

어떤 이유나 어떤 생각이나 조건 같은 것이 없이 무언가를 할 때 우리는 "그냥 했어"라고 말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안부를 묻고 싶어 친구에게 그냥 전화하고, 부모님에게 그냥 들르고, 그냥 가끔 생각나고, 그냥 당신이 좋아라고 말합니다. 아무 생각이나 조건 없이 무엇하나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건네는 "그냥"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그냥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딱딱한 선을 넘는 말이 되어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말이 되지요.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냥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무심해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냥에는 그냥이라는 이유가 없습니다. (2018. 6. 2)

엄마와 아이로 이루어지는 동시. 짧은 시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문삼석 시인의 "그냥"

엄만

내가 왜 좋아?

 -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 그냥······.

56. 세계환경의 날

오늘은 세계환경의 날입니다. "이 자연, 지구는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요즘 이런 카피를 자주 보는데요. 그 옛날 중국 북송의 학자 범중엄도 비슷한 말을 시로 적었습니다. 부채에 적어 제자에게 보여주는 시를 모은 <서선시문인(書扇示門人)>에한 줄기 푸른 산은 경치가 그윽하더니, 앞 사람 갈던 땅을 뒷사람이 거둔다. 뒷사람은 거두게 된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둘 사람이 뒤에 있다 자연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힘과 지혜도 영원한 게 아닐 텐데 한 시대를 누렸으면 넘겨줘야 하건만, 억지로 품고 쥐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겠습니다.(2018. 6. 5)

 一派青山景色幽(일파청산경색유) 前人田后人收(전인전지후인수)

后人收得歡喜(후인수득휴환희) 有收人在后頭(환유수입재후두)

) --> 한 줄기 푸른 산은 경치가 그윽하더니

앞 사람 갈던 땅을 뒷사람이 거둔다.

뒷사람은 거두게 된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둘 사람이 뒤에 있다


71. 세상은 함께 돌아가는 것

작은 대추 한 알도 저절로 붉어지고 저절로 누그러질리는 없습니다. 천둥과 번개. 무서리와 햇볕 내리는 몇몇 날들을 겪어야 붉고 둥근 대추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작은 대추 하나도 세상과 통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작은 대추 한 알도 어떤 형태로든 세상과 이어져 있는데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때로는 나 혼자 남겨진 것 같고 나와는 무관하게 세상은 돌아가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켈의 "엄숙한 시간"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울고 있다. 까닭 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마치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18. 6. 25)

 

<엄숙한 시간>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울고 있다./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웃고 있다./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은/나를 위해 웃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걷고 있다./세계 속에서 정처없이 걷고 있는 그 사람은/나를 향해 오고 있다.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죽고 있다./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죽고 있는 그 사람은/나를 쳐다보고 있다.

 

 

31. 소중한 존재, 당신이 필요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그 유명한 시구입니다.

그 구절을 떠올리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 역시 보통의 존재는 아닌 소중한 존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듯이 그 사람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해주는 말들이 있습니다. 독일 극작가,시인  브레히트는 당신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면 심지어 빗방울 소리까지도 조심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말. 단 한마디면 됩니다.「 나는 당신이 필요해」(2018. 8. 11)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6. 편하게 쉬는 곳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리
이발소 의자
싹뚝 싹뚝 머리 자르는 가위 소리에
사르르 눈이 감긴다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면도를 시작하면
아예 졸음이 쏟아진다
여기서 이렇게 한 숨 푹 자고 싶다
인생이 피곤하다는 것을
이발소 의자에 앉으면 알 수 있다

전종문 시인의  <이발소 의자>

시처럼 이발소 의자에 앉아 머리 손질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옵니다. 그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의자에 앉으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은 그만큼 이발소 의자가 편하기 때문에 내 몸과 마음을 의자에 내맡기기 때문이지요. 우리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리가 있을 텐데요. 이 시간에 우리에게 편안하게 쉬어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2018. 8. 17)

 

 

. 별을 품을 수 있는 희망을 갖자

하늘에 떠있는 별을 가리켜 "붙박이별" 즉 항성(恒星)이라고 합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스스로 빛을 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요.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은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별이 어둠 속에 있기 때문에 빛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별은 어두움이 있어야 빛난다는 것은 어두움만이 별을 빛나게 한다는 말입니다. 정진규 시인은 그의 시' 별'에서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라고 했지요. 살다 보면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한 어둠 같은 일과 마주 할 때가 있지만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이 뜬다는 사실. 그런 별을 누구나 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잊지 말아야겠지요.(2018. 9. 18)

 
        별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11. 나만의 애칭

친밀감을 가지고 다정하게 부르기 위하여 갖고 있는 이름을 대신하여 부르는 이름을 애칭(愛稱)이라고 하죠. 가정이나 학교, 직장 등과 같이 친하게 사귈 수 있는 곳에서 쓰입니다. 별명과 비슷하나 악의가 없고 호의적이지요. 애칭은 보통 이름에서, 아니면 성격, 말투, 외모의 특징으로 만들지요. 예를 들어 "영식" 대신 "영", 혹은 "제니" 등 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애칭 하면 생각나는 동요 "내 동생"이 있죠. 곱슬머리에다 개구쟁이 동생은 이름은 하나인데 애칭은 여러 가지이지요. 엄마는 꿀돼지, 아빠는 두꺼비, 누나는 왕자님. 어찌 보면 이름보다 사랑을 더 담고 있는 이름이 애칭이 아닐까요. 애칭이 없다면 한 번 만들어 보세요. (2018. 10. 12)

내동생 (조은파 작사)

내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동생/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엄마가 부를때는 꿀돼지/아빠가 부를때는 두꺼비/누나가 부를때는 왕자님/어떤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51.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는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 했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을 만난다는 것,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하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도 중요하겠지요. 함석헌 선생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구절이 떠오릅니다. <온 세상이 나를 버려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사람> <온 세상이 찬성보다도 "아니"라고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됩니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2018. 12. 1)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1947. 7. 20.)

 

 

52. 두려움 없이

미국의 계관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보면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두 개의 길을 모두 갈 수 없어 한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훗날을 위해 남겨놓는다고 말하죠. 세상의 모든 길은 어쩌면 이렇게 두 갈래 길일 겁니다. 가지 않은 길, 간 길, 좁은 길, 넓은 길, 잘 알려진 길, 알려지지 않은 길. 매일 선택과 낮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맞이하고 살지만 내가 가는 길에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며 오늘도 시작하세요. (2018. 12. 3)

 

 

63. 추운 겨울 주말, 일터로 향하는 사람에게

미국의 시인 로버트 헤이든(Robert Hayden)은 디트로이트의 흑인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 친부모가 이혼하여 이웃집에 입양하였습니다. 양아버지는 엄격한 침례교인으로 힘든 막노동을 하며 양아들을 잘 키웠습니다. 양아버지는 책을 가까이하며 문학을 좋아하였기에 시인도 아이들과 노는 대신 독서에 취미가 붙였고 문학적 재능이 싹텄습니다. 그리고 여러 편의 시집도 냈고 흑인 최초로 가장 명예로운 시인을 뜻하는 계관 시인이 되었습니다. 시인은 휴일에도 새벽에 일터로 나가는 아버지를 보며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토요일 오늘도 쉬지 않고 일터로 향하는 분들께 <그 겨울의 일요일들>을 띄웁니다.(2018. 12. 15)

 

로버트 헤이든 <그 겨울의 일요일들>

 

휴일인 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
검푸른 추위 속에서 옷을 입고
한 주 내내 모진 날씨에 일하느라 쑤시고
갈라진 손으로 석탄을 가져다 불을 피웠다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데도

 
잠이 깬 나는 몸속까지 스몄던 추위가
타닥타닥 쪼개지며 녹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방들이 모두 따뜻해지면 아버지가 나를 불렀고
나는 옛날부터 그 집의 구석구석에 잠복한
분노를 경계하며 천천히 옷을 입었다

 
그리고 냉담한 말을 아버지에게 던지곤 했다
추위를 몰아내고 추운 날, 일터로
내 외출용 구두까지 윤나게 닦아 놓은 아버지한테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사랑의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 

(류시화 옮김)


 Those Winter Sundays

Sundays too my father got up early

and put his clothed on in the blueblack cold,
then with cracked hands that ached
from labor in the weekday weather made
banked fires blaze. No one ever thanked him.

I'd wake and hear the cold splintering, breaking.
When the rooms were warm, he'd call,
and slowly I would rise and dress,
fearing the chronic angers of that house,

Speaking indifferently to him,
who had driven out the cold
and polished my good shoes as well.
What did i know, What did i know
of love's austere and lonely offices?

- Robert Hayden, from <Ballad of Remembrance>

 

 

26. 2월을 사랑한다

일년 열두 달 가운데 가장 짧은 달 2월을 수필가 유선진께서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한편의 시로 남겼습니다.

<2月이 오면> 

일년 열두 달 중에 나는
2月을 제일 좋아한다./

우선 그 부족이 좋다
다른 달에 비해, 두 세날이 모자라는
부족에 정이간다./

내세울것 없는 그 소박도 마음에 든다

새해의 들뜸은 1월에 양보하고

봄 입김의 설렘은 3월에 넘겨주고.../

경축일의 붉은 동그라미 하나없는

검정색 뿐인 달력의 2월을 보면

토담의 겸손이 생각난다./

잎도 꽃도 녹음도 단풍도 없이

입춘과 소한으로 추위에 떠는 가난한 2月

내가 껴안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달이다.  (2019. 2. 1)

 

 

33. 사랑하는 시간 8시간

시인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에  어느 해변을 거닐던 친구가 무심코 툭 던진 말이 있습니다." 일하는데 8시간, 사랑하는데 8시간, 자신을 위하는데 8시간 하루를 이렇게 3등분 해서 살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을까" 하루를 3등분 해서 산다면 어떻게 나누고 싶을까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시간 8시간은 누구에게나 포함되지 않을까요(2019. 2. 11)

 

54. 봄을 맞는 여유를 갖자

걸인 시인으로 알려진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는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랐고 젊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기차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되었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걸인 생활을 하였던 시인입니다. 시인의 특이한 삶이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하여 작가의 입지를 굳힌 입지적 시인인데요. 그의 대표작 "가던 길 멈춰 서서"가 있습니다.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하고 시작합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 가던 길 멈춰 서서 나뭇가지 새순을 한 번 만져보고 그리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세요.(2019. 3. 8)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 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60. 봄비 소리

소리 가운데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소리가 있습니다.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간밤에 내린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푹 주무셨을 겁니다. 물론 빗소리도 상황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다르게 들리겠지요. 하지만 봄비가 내리는 소리는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아름답게 묘사가 되어 있는데요. 생명을 옮기는 가느다란 소리, 강의 얼음장이 깨지는 소리, 버드나무 타고 내리는 소리 등으로 표현했지요. 겨우내 얼고 메말랐던 땅을 적시는 소리에 중국의 시인 두보는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라고 읊으며 봄비 내리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춘야희유[]

                  두보(杜甫)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만 불빛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당시 두보는 몸소 농사를 지으면서 그의 생애에서 가장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봄비에 대한 반가운 느낌이 더욱 깊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봄의 희망을 생동하는 시어에 담아 비 내리는 봄날 밤의 정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명시로 꼽힙니다.

 

2. 인생의 삼동三冬(고독, 고생, 고통) 잘 견디자

윤동주 시인의 시 "봄"에 삼동(三冬)아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음력으로 겨울에 해당하는 10, 11, 12월 석 달을 뜻하지요. 그 삼동을 참고나니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을 볼 수 있고 어느새 나 자신도 풀포기처럼 피어난다고 윤동주 시인은 시어로 노래했습니다. 10, 11, 12월이 겨울을 뜻하는 삼동이라면 누군가는 인생의 삼동은 고독, 고생,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지나면 봄이 찾아오듯 좋을 때가 찾아오죠. 일 년에 찾아오는 봄은 한 번 뿐이지만 사는 동안에 만날 수 있는 봄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힘든 겨울 같은 인생의 삼동을 오늘도 내일도 또 언젠가 만나게 되더라도 잘 견뎌야 되겠지요. (2019. 4. 2)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23. 가정의 달 5월

가정의 달 5월5월이면 가족, 자식과 부모를 더욱 생각하게 됩니다. 조선 중기 문신인 시인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에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부모님 걱정하실까 올 겨울 봄날처럼  따뜻하다고 편지를 쓴 사연을 노래한 <따뜻한 편지>라는 짧은 시.「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운 말 하려다 /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 올 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말해야 하지만 더 말하지 못하는 사람, 부모 자식만 그럴까요? 부부, 형제, 자매, 연인. 다시 내가 더 강해져야 할 5월입니다.

(2019. 5. 2)

 

24, 화려한 봄날, 홀로 있는 사람에게 먼저 조금씩 다가가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발아래 작게 피어나는 봄꽃들이 있습니다. 이름도 예쁜 냉이꽃, 제비꽃, 봄까치꽃, 쇠별꽃 등입니다. 그 꽃들 가운데 유금옥시인의 동시 냉이꽃이 있습니다. 동시는 저만치 혼자 있던 돌멩이도, 텅 빈 하늘을 날던 종달새도 이 봄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다가왔다는 봄날을 표현하였습니다. 돌멩이도, 종달새도 냉이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혼자 있지 않고 함께 있으려 할 텐데 따뜻한 마음이 있는 우리는 누구 하나 외롭지 않게 할 수 있겠지요. 화려한 봄날, 홀로 있는 사람에게 먼저 조금씩 다가가면 어떻겠습니까   

(2019.5. 3)

냉이꽃   /   유금옥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습니다 

돌멩이는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입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냉이꽃이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입니다 

 

 

29.(5월 가정의 달)  백석의 시

어버이 날 며칠 전에 어린이날이 있는 건 나를 키우던 내 부모의 마음을 경험해보라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등 가족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란 5월입니다.  가족을 떠올리는 [백석]의 시 한 구절입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새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존재가 사라질 때 그 존재를 실감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5월은 서로 외로움을 떨쳐주는 달, 후회를 덜어내는 달입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우 넋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