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함께 살기위한 타협,아모스 오즈의 신념

Bravery-무용- 2015. 10. 28. 10:07

“할머니, 유대교인과 기독교인은 어떻게 다르죠?” “기독교인은 메시아가 이미 이 세상에 왔다고 믿지만 유대인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지.” 이 ‘다름’으로 인해 서로가 얼마나 불화해 왔는지 막연하게 알던 어린 손자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메시아가 오셔서 ‘잘들 있었는가, 다시 만나 반갑네’라고 하는지, ‘초면인데 만나게 되어 반갑네’라고 하는지 두고 보면 돼. 그때가 되면 누가 맞는지,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 알게 되겠지.” 그러고 나서 할머니는 덧붙이셨다. “그때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평화롭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24일 강원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5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작가 아모스 오즈(76)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들려줬을 때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는 30분 넘게 수상소감을 들려줬는데 분량뿐 아니라 내용도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는 활화산 아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됐다. 화산이 계속해서 신음과 괴성을 토해내는 위기 상황이지만 소년은 연정 때문에, 과부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정치가는 선거를 앞둔 고민에 휩싸여 있다. 늘 전시 상태인 이스라엘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유였다. “자, 이제 이 활화산 자락 마을에 과부와 소년과 정치가 외에, 작가 한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연기와 불꽃이 그치지 않는 그 모든 날 밤에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잘 알려졌듯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주창해 온 사람이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자전적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보면 영국이 위임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 건국이 결정됐던 때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유대 구역에선) 어둠과 건물들과 나무들을 찢는 최초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 옷 가게의 아랍 남자 집에서는 축하연이 없었다. 그 정원에 있던 연못의 분수대도 침묵했다.’ 소설에 따르면 그날 이후로 오즈는 ‘아랍 이웃’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갖고 살아 왔으며 창작 활동과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성찰하고 발언해 왔다.

“나는 ‘타협’을 신뢰한다. 적에게 다른 한쪽 뺨을 내밀어 부당한 처사를 받아들이는 쪽이 아니라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 상대와 만나는 쪽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다”고 아모스 오즈는 시상식에서 밝혔다. 기독교의 사랑과는 다르지만, 이는 ‘함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한 오즈 할머니의 제안이자 작가의 신념이기도 하다. “그 모든 날 밤에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오즈는 “자신의 양심과 어떤 종류든 ‘타협’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활화산 같은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스라엘을 언급했지만, 연기와 불꽃이 그치지 않는 것 같은 불안함은 현대의 어떤 시공간에 사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작가의 할 일은 무엇인가. 작가란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지금, 여기’를 비추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아모스 오즈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작가다.-원주에서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