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011년)

노추산, 라일락꽃 향기가 반기다

Bravery-무용- 2011. 6. 22. 10:04

2011.6.19

정선, 노추산(1,322M)

종량동-폐광터-로프지점-정상-이성대-조수선관-절골(약5시간)

태화산우회

 

동양화같은 마을과 산을 바라보며 조양강변을 달리는 버스속에서 레일바이크를타고 구절리역에서 아오라지역까지 갔던 관광객들이 반대로 풍경열차를 타고 구절리역까지 달리는 열차를 만나기도 하며 구절리역을 지나고 오장폭포도 지나 정선군 북면 종량동 등산로입구에 태화산우회 버스는 멈춘다.

 

10시 30분이 조금 지났다.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정상까지는 180분이 소요된다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임도를 오르면 "오늘도 숲은! 님으로 하여금, 푸른 그림을 그리고 행복한 노래를 부릅니다" 내 마음에 와 닿는 산불조심을 알리는 글귀가 나무에 매달려있다.

길섶에는 고들빼기등 여러종류의 들꽃들이 맞이 한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몇 개의 조각구름만이 떠있는 파란하늘이다.

 

40여분정도 임도를 오르면 노추산 등산로 입구가 나타나고 시멘트 계곡따라 약간을 오르면서 작은 산길로 들어선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은 더욱 초록의 빛을 내는 산길을 얼마쯤 오르다 뒤돌아보면 송천 건너로 다락산이 보인다.

폐광터를 지나고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산길은 점점 가파르게 오른다.

잡목속에 곧게 뻗어 올라가는 전나무 한 그루 풍채가 늠름하여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 본다.

산허리를 돌면서 오르다 보면 산길에 쓰러진 고목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빠져나온다.

해발 865M 샘터앞이다.

마시는 물로는 적당치 않을 것 같다.

들머리에서 부터 2.7Km를 걸었고 광장쉼터까지는 0.5Km남았다.

또한 종량동이 해발 450M고 샘터앞은 865M니 415M를 더 오른 것이다.

샘터에서부터 또 한번 힘을 내어 15분정도를 씩씩대며 오르면 쉼터광장에 오른다.

 

이름도 잘지었다 광장쉼터라고 깊은 산속에 이런정도를 넓은 공터는 드물것이다.

샘터에서 광장쉼터까지는 높이가 90M가 더 높다.

먼저 올라온 산우들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하고 있다.

건네준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인다.

쉼터 주위는 산나물들이 널려있는데 쉬고있는 바로 앞에서 우사장(왕서방) 더덕을 찾아내어 캐어내니 산우 모두가 즐거워한다.

10여분 이상을 머물렀는데 앞으로는 험준한 산길이 이어지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산행하시기를 바란다는 안내판의 내용을 읽고 출발한다.

 

안내판의 내용처럼 능선길은 암릉길로 바뀌었다.

숲사이로는 안고단 고랭지밭이 보인다.

해발 1,050M 소나무 쉼터에 다달았다.

계곡에서 산바람이 땀방울을 씻어줄 정도로 불고있다.

오늘 집에서 출발하면서 정선의 날씨를 검색하였더니 최고 기온이 30도로 표시되었는데 더운 날씨지만 습도가 없고 바람까지 산들 불고 있어 30도의 온도는 느낄수 없다.

여러종류의 나무와 함께 있는 소나무들이 아주 다르게 잘자란 모습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뾰족한 암릉을 요리조리 오르면서 좌측을 바라보면 멀리 산봉우리들이 보이는데 가리왕산의 봉우리들로 추측하여 본다.

위험한 암릉은 우회를하고 오르면서 우측을 바라보면 산위에서 산비탈까지 돌이 흘러 내린 너덜지대가 보이고 위로는 병풍바위의 모습도 보인다.

철쭉군락지를 지나면서도 병풍바위와 너덜지대 그리고 안고단 고랭지밭이 눈에 들어온다.

철쭉꽃이 진 자리에는 라일락꽃 향기가 강하게 코끝을 스친다.

둘러보면 주위가 흰색의 라일락꽃이 흐트러져 피여있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수수꽃다리로 영어이름이 라일락(Lilac)이다.

동네에서는 4,5월경에 꽃이 피어 지금은 초록의 잎만 보이는데 이곳은 높은지역이라 지금에서야 만개한것 같다.

 

그렇게 라일락 꽃냄새를 맡으면 칼바위같은 능선을 걷는데 앞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암릉길은 끝나면서 노추산과 병풍바위,이성대로 갈라지는 능선위에 산우들이 모여있는데 아예 넓은 비닐돗자리까지 산길위에 깔아 놓았다.

태화산우들만이 있는 노추산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다리쉼을 한다.

녹색의 숲은 그늘까지 만들어 주고 있다.

40분 이상을 이곳에서 뒹굴다시피하며 머물렀다.

산나물이 지천에 깔려있는 능선길을 걷다보면 아리랑산 1,342M를 알리는 화강암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데 정상의 봉우리라는 느낌을 못느낀다.

정상석 옆면에는 1999년4월에 초입하였고 2008년4월에 재입하였다 적혀있고 기증한 세분의 이름이 적혀있다.

나무에 적혀있는 정상표시가 초입한 것 같다.

화강암의 정상석은 목도로 세웠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돌덩이를 밧줄에 고정시키고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매고 올라왔을것이니 그 열의는 대단하다.

 

숲속의 능선을 걷다 보면 숲사이로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곳이 정상일 것이다.

지금 걷는 능선길이 낙엽까지 깔려 푹신한 느낌까지 느껴 오늘 능선길중 가장 편하다.

 

능선위 삼거리에 도착했다.

2008년6월 절골에서 이성대를 거쳐 이곳 삼거리에서 정상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등산안내도 뒤로 난길은 대기리로 가는 길이다.

오늘은 정상을 오르고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이성대로 가는 코스다.

몇몇 산우들은 배낭을 내려놓고 정상으로 향한다.

 

곧바로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 위가 정상이다.

2008년도에 함께하였던 산우들 모두가 기억하고 있나 보다.

헬기장 언저리에 있었던 새집과 새알 그 위치를 찾아가 보지만 있을리가...

 

헬기장에서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데 노추산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해발1,322M로 동북방면은 명주군 왕산면(행정구역 변경으로 명주군은 강릉시다)과 경계지역에 있고 다락산,상원산등이 둘러 쌓여있어 산세가 장엄하며 신라시대의 설총이 노나라에서 태어난 공자와 추나라에서 태어난 맹자를 기려 노추산이라 하였으며 설총과 율곡이 입산수도하였다고 전하여지는 산"이라 적혀있다.

 

정상은 정선군 북면과 강릉시 왕산면을 경계한다.

오후 3시 20분경 정상에 도착하였다.

숲속에 막혀있던 시야가 확 열리면서 정상에서 보다 높게 보이는것은 파란하늘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하늘이 높고 시야가 확 트인것만 아니다.

정상에는 라일락이 꽃을 피어 정상에 발을 디딛는 우리 산우들에게 짙은 향기를 선물하여 준다.

라일락꽃의 꽃말은"첫 사랑의 감격" 오늘 우리 산우들에게는 산정의 감격을 안겨준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는 청년 귀족인 에푸류토후가 하녀인 카추사를 짧은 한때나마 사랑하며 카추사를 유혹하기 위하여 들고 갔던 꽃이 라일락꽃이다.

노추산 정상의 라이락꽃은 지금 나비를 유혹하고 있다.

 

2008년 6월, 오늘처럼 태화산우들과 함께 정상에 올라왔는데 비와 짙은 안개로 곧바로 내려왔었다.

오늘 노추산 산행을 결심한 이유중에 하나는 그때에 비를 맞으며 너무나 힘들게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숨을 가다듬고 하늘과 선을 그으며 파도치는 산줄기를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며 바라본다.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확트이면서 발 아래는 벼랑이다.

상원산과 옥갑산봉은 숲에 가려 보이질 않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안고단 고랭지밭이 황토빛으로 보이고 가장 멀리의 산줄기는 태백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함백산과 덕항산 그리고 두타산,청옥산을 지나 임계면 상월산에서 북으로 석병산,석두봉,화란봉으로 오르며 대관령을 건너 황병산과 오대산줄기를 타고 북으로 뻗어 오른다.

 

그러나 걸어왔던 서쪽방향의 코앞에 있는 아리랑산도 서북쪽방향도 숲에 가려 조망을 할 수 없다.

이렇때는 낙엽이 떨어진 겨울산이 사방을 조망하기에는 더욱 좋았을 것이다.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사달산 가는 길이다.

 

라일락향기 맡으며 머무는 정상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떠나서 하산을 하여야 등산은 끝이 나니 올라왔던 길을 되 내려가 다시 능선 삼거리에서 이성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조금만 내려가면 세갈래가 나오는데 좌측으로는 너덜지대가 잇는 중동가는 길.

우측 이성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성대는 공자와 맹자의 두 성인을 흠모하여 이성대라 불리워졌는데 조선시대 이율곡 후학 성농 박남현씨가 유림의 협조로 축조되었다는 설명판이 세워져 있다.

그 옛날 설총과 율곡선생도 이곳에서 산수를 바라보며 학문을 수학하였던 곳이 아닌가?

 

2008년 6월 안개로 전혀 조망을 하지 못하였던 이성대앞 전망대에서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산군을 바라본다.

계곡 저 아래로는 구절리가 내려다 보이고 앞으로는 옥갑산봉과 상원산의 능선이 보이고 뒤로는 가리왕산을 가늠한다.

노추산 남지능선 너머로는 백두대간 줄기다.

 

이성대 뒤쪽에서 흐르는 약수로 목을 적시고 이성대를 출발한다.

이성대에서 날머리인 절골까지는 3.15Km다.

 

내려오면서 뒤를 올려다보면 이성대가 보인다.

너덜길을 내려가는 가파른 비탈은 다리가 후들거린다.

30분이상을 후들거리며 내려가면 아라리 샘터에 다다른다.

아내의 지쳐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라리쉼터에서 휴식을 갖고 내려가니 많은 산우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족욕을 하고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지쳐있던 발의 피로가 풀리는듯 하다.

폐광터를 지나 숲사이로 조수선관이 내려다 보이는데 다른 절과는 달리 너와집으로 되어있다.

조수선관옆 계곡은 사방댐 공사중이다.

60년대의 등산복차림의 그림이 있는 등산로안내판이 세워져있고 이성대 1.8Km, 절골 1.4Km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임도를 내려와 중동과 절골 갈림길에서 절골방향으로 들어선다.

계곡을 건너고 계곡길따라 내려오면 민가가 보이고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진곳에 내려오면 산행은 모두 끝난다.

오후 5시경이다.

이성대에서 날머리인 이곳까지 약1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이곳 안내판에도 노추산 등산로 18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도로건너는 송천이 흐른다.

 

버스로 구절리역으로 이동하여 주위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끝내고 레일바이크 출발역인 구절리역을 둘러본다.

구절리역에서 올려다본 노추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낀다.

인천으로 향하는 출발시간은 늦었지만 가슴에 남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