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2

푸른산, 파란하늘 한계령에서 대청 그리고 오색

Bravery-무용- 2007. 6. 11. 20:31

한계령

인제군과 양양군을 경계하고 내설악과 남설악을 구분 짓는 고갯마루.

남쪽 점봉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고개다.

 

가수 양희은이 노래한 "한계령"과

자신의 힘든 삶과 암울하고 막막한 기억들을 살려가며 인생의 허망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양귀자의 소설 "한계령"이 떠오른다.

 

 

2007. 6. 10 새벽 인천 열우물산악회 회원을 실은 버스는 한계령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다른 산악회에서 온 버스도 여러대가 보인다.

새벽하늘에는 밝게 비추는 그믐달 그리고 수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며 우리들을 맞이한다.

 

 

들머리인 한계령휴계소를 지나면서 발을 올리기는 약간 높은 시멘트 계단길을 힘들게 오르며 탐방지원센타를 통과하였다.

돌계단길과 나무계단길 오르막을 계속하여 오르는 어둑한 새벽길을 뒤 돌아보니 렌턴의 불빛이 줄지어 보인다.

얼마나 올랐을까...

나뭇잎을 흔들리는 바람소리가 솨~하고 한차례 지나가고 그믐달은 우리와 길벗을 하고 있다.

 

 

한계령 1Km, 중청 6.7Km 이정표에 도착하여 가쁜숨을 내 쉰다.

아직까지 피여있는 진달래가 연분홍 얼굴을 내밀고 반갑게 맞는다.

 

어둑하늘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면서 산줄기와 하늘이 구분지어진다.

렌턴의 불빛이 없어도 걸을 수 있다.

 등뒤에서 부는 바람은 땀방울을 식혀주고 산길을 내려가기도 한다.

새벽 산새들의 지저귐이 요란스럽고 우측에는 기묘한 모습의 바위도 보이는 숲길을 걷는다.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작년에 발생한 산사태로 붉은 모습으로 위에서 부터 아래로 휩쓸린 돌들이 널려있는 마음 아픈 산길도 지난다.

쇠난간을 잡고 새근 발딱거리며 힘들게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인제 방향이 운해로 작은 산들이 섬으로 바뀌어 버렸다.

 운해의 풍경을 바라보며 힘든 산행을 잠시 잊는다.

 

 

길섶에 진달래꽃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숲사이에 우뚝하게 보이는 기암을 바라보며 큰 돌들이 박혀있는 산길을 걸어 한계령 세 갈래길 서북능선위에 올라섰다.

휴계소에서 부터 1시간 40여분을 다리품 하여 올라 선 것이다.

안산서 귀때기청봉 그리고 끝청과 대청봉 약18Km를 서북능선이라하여 우리나라 3대 종주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좌측으로 가면 귀때기청봉으로 장수대, 남교리가는 길이다.

 우리들은 우측 백두대간 길이기도한 중청으로 방향을 잡는다.

 

동녘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곧 태양이 오를것이다. 능선길을 빠르게 걸으며 조망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

 

마땅한 곳 을 찾지 못하고 능선 나뭇가지 사이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한다.

떠오르는 태양의 힘찬기운을 가슴 깊게 받아 들인다.

 

능선길 길섶에는 보라빛 현오색이 수줍은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푸르른 깊은계곡 그리고 솟구친 첨봉들의 모습을 보면서 걷는다.

 

 

먼 산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태양은 이제 산봉우리 위로 떠올라 있다.

숲이 우거진 능선길을 걷다가 조그만 바위에 올라가 인제 방향을 뒤돌아 보니 새벽녘에 보였던 운해는 아직까지 작은 섬들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이는 뾰족한 돌들이 널려 있고 측백나무도 보이는 너설 길이다.

 

우리가 걷는 산봉우리가 앞에 보이는 작은산 기슭에 그림자를 만들고 더 멀리는 구름바다에 펼쳐진 인제의 작은 산들이 섬으로 바뀐 모습을  한없이 바라본다.

 

 

한계령 4.1Km, 중청대피소 3.6Km 표시판이 세워진곳에 도착 하였다.

이 높은곳에서 부터 저아래 깊은 골짜기 까지 돌덩이들이 쏟아 부은듯이 깔려있다.

 

 

배낭을 내려놓았다.

남쪽으로 펼쳐진 망대암산 점봉산이 보이고 인제의 운해는 정지된듯이 움직임이 없고 발아래 펼쳐진 푸른 계곡의 모습 모두가 아름답다.

와유하듯 다리를 쭉뻗고 앉아 설악의 푸르름을 내 몸과 마음에 가득 담는다.

신 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저절로 흥얼거려 진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 불어와 부푸는 내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다.

 

한없이 앉아 있었다.

 

한계령 5.1Km 표시판도 지나며 이파리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좌측 건너에 보이는 작은 백색암봉은 햇살에 비추어 더욱 백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산길에는 아치(arch)를 만들고 죽은 고목이 걷는 산길에 멋을 자랑하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해발 1,604M 끝청에 도착하였다. 4시간을 조금넘게 다리품을 하여 도착 하였다.

가리봉, 주걱봉이 아스라이 보이고 계곡아래 멀리는 오색지대가 보인다.

 

끝청 표시판이 있는곳에서 조금 위쪽으로 움직이면 내설악이 펼쳐지며 작은암봉에 둘러싸인 봉정암이 눈아래에 고즈넉하게 보인다.

중청과 대청을 바라보며 중청가는 숲길를 걷으며 뒤돌아 보니 끝청은 멀리 달아나 있다.

 

중청정상은 군시설로 입산금지가 되어 중청허리를 우회하면서 끝청갈림길(해발 1,600M) 표시판에 도착하였다. 

한계령에서 7.7Km를 걸어왔다.

 

중청대피소위로 후덕하게 보이는 대청봉이 보인다.

 

동해에서 부는 바람이 모자를 벗길려고 할 정도다.

중청대피소는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면서 오손도손 모여앉아 있는 모습들이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대청으로 발길을 옮긴다.

 

주위는 눈잣나무를 보호하는 드넓은 고원이다.

노산 이은상 선생님은 이곳 눈잣나무의 모습을 청전(靑氈)이라고 표현 하였다.

 

힘도 들지만 앞에는 넓은 고원에 설악의 암봉들을 보기위하여 뒤돌아 보기를 반복하며 정상을 오른다.

중청정상의 군시설물인 커다란 축구공 모양도 특이하다.

 

 

노산 이은상 선생님은 설악행각(雪嶽行脚)에서 대청을 오르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쓰셨다.

"적막(寂寞)! 위대(偉大)한 적막! 상청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다만 적막한 야원(野原)입니다.

이름 모를 고산 초화(草花) 찬 바람에 한 두송이 제대로 피어 이 고원의 무한한 적막을 한층더 심각(深刻)하게 하여 줍니다."

상청봉에 오르면서 지팽이를 천천히 던져 짚으며, 나오는 대로 노래를 부릅니다.

 

높은 산 이 적막이 내 맘에 이리 좋아

가고 오고를 다 잊고 앉았는데

남들은 내 뜻 모르고 소리질러 부르더라.

 

앞서고 뒤서고를 다투지 말았으라

쫓는이 없는 길을 바삐간다 자랑마라

누구나 이를데 이르면 더는 가지 못 하나니

 

 

 

대청봉 1,708M 빗돌이 세워진 정상에 올라왔다.

"한국산악회 창립30주년기념" 동판이 바위에 부착되어 있고 옆으로는 바위에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오석에 쓰여져있다.

"양양이라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1" 빗돌도 세워져 있다.

 

 

 

오늘은 먼 동해는 뚜렷히 보이지는 않지만  일망지하(一望之下)에 펼쳐진 설악의 모습은 이곳에서 거칠것 없다.

동으로는 동해가.

서는 서북능선이.

북서는 용아장성이.

북동으로는 화채능선이.

북으로는 공룡능선히 펼쳐져있다.

중청과 서북능선의 펑퍼짐과 화채, 공룡능선의 힘차게 꿈뜰대는 모습이 큰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상 빗돌뒤로 야생군락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치한 줄을 잡고 고개를 길게 내밀며 저 아래 깊숙한 곳에 보이는 천불동의 봉우리를 바라보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상상하여 본다.

작년에 올라왔을때 보였던 군시설 벙커는 흔적없이 철거가 되여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 왔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정상에서의 산새소리를 들으며 오색 5Km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며 하산길로 들어선다.

길섶에는 박새도 검정덩굴도 현호색등 들꽃도 보면서 돌계단도 나무계단도

되여 있는 내리막길이다.

 

참나무등 활엽수들이 햇살을 가려주는 내리막길에는 고목들이 꺽이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바위위에 뿌리가 엉퀴여 자라는 소나무의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이 그나마 지루한 하산길을 위로하여 준다.

나무계단도 내려가고 간격이 좁은 돌계단길도 내려가는길 한 없이 내려간다.

계곡물소리가 쏴~하고 들린다.

산행의 피로를 덜기위하여 물에 발을 담겨본다.

돌사닥다리길을 내려가는것은 오르는 것보다도 더욱 조심하며 내려가야 한다.

 

정상서 남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 2시간30분에 걸쳐 하산하였다.

전체 산행시간은 약 8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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