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0 새벽 3시 30여분경 해발 1003.8M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차게 느껴지는 새벽 바람에 배낭에서 자켓을 꺼내 입는다.
설악루옆에는 한계령 도로건설중 순직한 장병을 위로하기 위하여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인제군 북면.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을 경계하며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고개로 옛날은 소동라령(所東羅嶺)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새벽 한계령의 하늘은 초롱초롱한 별빛이 비추며 오늘 산행을 축복하여 주는 듯 하다.
가수 양희은이 불러 더욱 친숙하여진 한계령(寒溪嶺)이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 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서너대의 관광버스에서 많은 등산객들을 내려 놓으니 우리 태화산우회와 뒤 섞이어 자연스럽게 한줄로 줄을 서듯 일열로 발하나를 올리기도 힘들게 만들어 놓은 108 계단을 올라 탐방지원센타를 지난다.
계속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렌턴의 불빛이 구불구불 오름길을 따라 비치고 있다.
어둑컴컴한 새벽의 찬바람은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고 우측 저 멀리 아래는 마을 불빛만이 깜박거린다.
한 시간 이상을 걸으니 하늘과 땅을 구분지면서 새벽 산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오르막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뒤 돌아본다.
꽃봉우리도 터트리지 못한 진달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봉우리 밑으로 깔려 있는 운해는 산봉우리들을 크고 작은 섬으로 바뀌어 놓았다.
산 허리를 돌면서 걷는 길에는 새벽 산새소리가 반갑게 우리를 마중 나와 있고 바위 언덕을 힘들게 올라서니 진달래꽃이 방긋거리며 새벽 인사를 한다.
이곳에서 아내는 간밤에 내린비로 미끄러워진 바위에 넘어지는 바람에 오늘 산행을 아주 힘들게 하였다.
눈엽에 맺힌 이슬의 투명한 반짝임은 그리 고울수가 없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위에서 부터 아래로 움푹 파여진 안타까운 산의 모습도 보인다.
쭈글쭈글하게 생긴 기이한 바위를 돌면서 전혀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기품스럽다.
점점 안개는 아래에서 부터 올라오면서 시야를 좁힌다.
안개속에 우뚝하게 서 있어 더욱 신비스럽게 보이는 기암괴석도 바라보며 서북능선이 시작되는 한계령 갈림길에 올라섰다.
휴계소에서부터 2,3 Km를 약 1시간50여분을 다리품을 하였다.
서북능선은 안산서 대승령을 지나 귀때기청봉 그리고 끝청을 통과하여 대청봉에 이르는 능선으로 거리만도 18 Km에 이른다.
지리산 종주, 덕유산 종주와 더불어 3대 종주코스로도 불리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백두대간 길이기도한 끝청, 중청 가는길.
왼쪽으로 발길을 옮겨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길섶에는 보기 드문 큰잎 연영초가 넓은 잎에 하얀꽃을 만개시키고 우리를 반긴다.
후미를 이끄는 엄나무님이 없었다면 한낮 이름모를 들꽃 정도로만 보았을 것이다.
이곳서 부터 고운님, 달님, 마음산, 엄나무님과 줄곳 같이 도와주며 걷는다.
능선길을 걷는 사이 태양이 떠 오르는가 싶더니 바로 안개가 태양을 숨긴다.
30여분전에만 하여도 멋지게 보였던 운해는 점점 산 위로 올라와 시야를 흐리게 가려놓더니 이제는 앞에 보이는 봉우리마저도 안개에 가려 보이지가 않는다.
귀때기청봉 1Km 이정표가 보이고 거무튀튀한 너덜지대를 온몸을 기우뚱거리며 걷는 지루한길이다.
이러한 돌사닥다리길이 오늘 능선길에 지루하게 펼쳐져 있어 항상 조심을 하여야 하였다.
그나마 너덜겅에 진달래가 분홍 웃음을 짓고 키 작은 눈측백나무가 위로를 할뿐이다.
귀때기청봉 1 Km 이정표에서 귀때기청봉까지의 너덜 능선길을 한 시간을 걸었다.
서북능선의 최고봉 귀때기청봉에 도착하였다.
낡은 철모가 이정표위에 걸려 있고 한계령 매표소 3.9 Km, 대승령 6Km 방향표시도 되여 있고 정상을 알리는 글씨는 희미하게 알루미눔 철판에 1,580M 표시되어 있다.
서북능의 최고봉 답지 않은 초라한 정상표시다.
안개는 원망스럽게도 이곳 정상에서도 설악의 모든 곳을 숨겨 놓고 걷힐줄을 모르고 있다.
귓가를 차갑게 스치는 서풍을 맞으며 서둘러 대승령으로 발길을 옮기기 위하여 내려서는 길도 너덜길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현오색 들꽃도 길섶에 보이는 능선길에 동앗줄을 부여잡고 바위를 타고 오르기도 하며 산허리를 돌면서 귀때기청봉에서 1.7 Km를 걸었다.
기암절벽이 희뿌연 안개속에 모습을 살짝드러내는 모습으로 산의모습을 가늠할뿐이다.
넓은 너럭바위지대에 핀 진분홍의 진달래꽃의 모습으로 힘들게 걷고있는 너덜길에 아쉬움을 달랜다.
몇번에 걸쳐 동앗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침니를 이용하여 엉금대며 오르고 내리는 일을 반복한다.
바위를 부여 잡고 오르는 아내의 모습을 뒤에서 조릿조릿하게 바라 보다 올라서면 뒤이어 올라선다.
대승령 3.2Km 지점을 지나면서 밑둥이 움푹 파져 이끼가지 낀 키 큰 주목나무도, 곁가지가 뒤틀리면서 우뚝하게 서 있는 주목나무도 보인다.
주목나무 아래에서 다리쉼을 하고 다시 걷는길에는 쓰러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고목나무도 보이고 대승령1.8Km를 표시판을 지나면서 길섶은 들꽃들의 천국이다.
현오색등 여러종류의 들꽃들이 서로들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연영초, 나도옥잠화, 괭이눈, 박새, 피나물, 검종덩굴, 개벌꽃등 다툼도 없이....
"들꽃들은 수고하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송이만큼 화려하지 못하다"고 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성경구절이 떠오른다.
직벽과 직벽사이를 바둥대며 올라서니 오랜만에 협곡 사이로 앞에 푸른모습의 산 모습이 보인다.
밧줄을 잡고 다시 힘들게 내려선다. 계단을 설치하기 위하여 철재물이 쌓여 있다.
오랜만에 편히 걷는 능선길에 잠시 햇살이 비추더니 다시 감춘다.
해발 1,210M 대승령에 도착하였다.
등산객들 오손도손 모여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산정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걸어온 능선길을 되 돌아보니 앞에 작은 봉우리가 지긋지긋한 너덜지대를 모두 숨겼다.
직진하면 십이선녀탕, 남교리 가는 길이다.
그러나 아직 끝내지못한 수해복구로 출입금지다.
오늘 설악의 풍경은 대승령에서도 안개의 심술로 볼수가 없다.
2.7 Km 장수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표고가 낮아 질수록 숲속은 연록으로 바뀌어가고 계곡과 같이 내려오기도 건너기도 하는 숲길과 공사중인 돌계단을 타박타박 걸으며 내려오는데 오른쪽에서 갑자기 쏴~악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해발 780M에 있는 대승폭포다.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로 꼽는 대승폭포다.
적갈색의 직벽에서 내려 쏟는 물은 돌확도 없이 88M 아래로 바로 떨어지는 것이다.
물이 떨어지는 낙수구는 물이 모이도록 오목하게 들어가 더욱 힘차게 쏟아내고 있다.
서북능선 남쪽 계곡의 물이 모두모여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든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한계산(설악산)에는 만 길 되는 큰 폭포가 있있는데 옛날 임진년에 당나라 장수가 보고서 여산폭포보다 훌륭하다 하였다" 고 적혀있다.
노산 이은상선생의 "설악행각(雪嶽行脚)"에서 대승폭포에 대하여 쓰여져 있는 글을 옮겨본다.
어허! 장엄(莊嚴)한 자여.
어허! 웅려(雄麗)한 자여.
어허! 천장 신교(天匠神巧)로라도 애쓸대로 애써 된자여.
어허! 열민 중생(熱悶衆生)으로 하여금 지도론(智度論)의 소위(所謂)"랭연청료무복열뇌(冷然淸了無復熱惱)"를 맛보게 하는 자여.
그래 네가 누구? 네 이름이 무어?
가로되 "설악산"
그리고는 또?
가로되 "대승폭"
과연 만장(萬丈) 대승폭이 천심(千尋)에 허락(虛落)하는 신비(神秘)한 대광경(大光景)을 대안(對岸) 암상(岩上)에서 건너다 보는 때에, 그대로 광희(狂喜)에 몸과 마음 둘 곳을 모릅니다.(1933년 가을)
만장 저 암벽이 솟아 어디 닿았는고
떨어져 오는 근원 우러봐도 모를러니
천심에 운림이 어려 밑을 또한 못 볼러라.
흰 허리 문득 끊여 연기되고 구름되고
날려 저 흩뿌릴제 비 되고 바람 되고
그 속에 산무지개 들어 춤을 추며 돌더라.
전망대에서 한참을 대승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속세의 시름을 잊어버리고 전망대 반석에는 조선시대 명필가인 양사언의 구천은하(九天銀河)가 새겨져 있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는 대승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장수대는 은근하게 보이고 초록의 푸르름 숲의 풍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몇번의 철계단을 내려 오니 대승폭포 아래에는 또 다른 사중폭포가 보인다.
시인마을 이라고도 하는 장수대분소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산행을 시작할때 빛났던 별들은 오르면서 구름이 가리더니 끝까지 설악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안개와 너무나 긴 너덜지대로 혼쭐이 난 산행이었지만 길섶에 핀 보기드문 수종의 들꽃들이 위로를 하여준 마음깊이 간직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
2보1원 21,000 보 135,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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