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장봉도에서 팜스테이 그리고 걷기

Bravery-무용- 2007. 4. 8. 21:44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신도를 거쳐 장봉도 가는 여객선에 아내와 같이 몸을 실었다.

하늘은 약간 희뿌여 바로 앞 바다 건너 신도는 보이지만 더 멀리 보이는 섬들은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고 과자 한 봉지에 갈매기떼는 줄곧 우리와 동행을 한다.

 

 

 

삼목선착장 대합실에 이 해인 수녀의 시가 적혀 있어 옮겨 본다.

 

"바다에서 쓴 편지"

 

짜디짠 소금물로

내안에 출렁이는

나의 하느님

오늘은 바다에 누워

푸르디 푸른 교향곡을

들려주시는 하느님

 

당신을 보면

내가 살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면

내가 죽고 싶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당신을 맛보게 하는 일이

하도 어려워

살아 갈수록 나의 기도는

소금맛을 잃어 갑니다

 

필요할 때만 찿아 쓰고

이내 잊어버리는

찬장속의 소금쯤으로나

당신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나의 노래는 종종 희망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제발

안보이는

깊은 곳으로만

가라 앉아 계시지 말고

더욱 짜디짠

사랑의 바다로 일어서십시오

이 세상을

희망의 소금물로 출렁이십시오

 

삼목 선착장 출발 40여분만에 장봉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장봉도는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로 섬이 길고 섬에 산 봉우리가 많아 붙여진 이름.

고려때 몽고군의 침입으로 강화도가 함락되면 마지막 피난처로 이곳을 택하여 왕궁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 곳이다.

 

선착장 좌측에 인어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장봉도 앞바다에는 날가지란 어장이 있다.

연평, 대청과 더불어 조선3대 어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날가지란 고기떼가 날으며 지나간다는 뜻으로 고기가 그만큼 많이 잡히는 곳이다.

 

인어상의 전설이 동판에 적혀 있다.

" 날가지어장에서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인어가 그물에 걸려 나왔으나 측은하게 여긴 어부는 인어를 살려주었다. 인어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3일동안이나 고기를 많이 잡히게 하였다" 

 

 

먼저 도착한 친구 최 병문이 마중 나와 차량을 이용하여 팜스테이 성진농원에 도착하였다.

 

팜스테이로 운영되는 성진농원 홍순일 선생님은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옹진군지회장, 농협 팜스테이 인천지역 연합회장으로 계시면서 전문 농업인이며 지역사회에도 크게 공헌하시는 덕망이 높으신 분이다.

 

오늘은(2007. 4. 7)고등학교 동창 5명과 35년이상 뜻을 같이한 한뜻회 모임날로 이곳 성진 팜스테이에서 1박을 하며 농촌체험과 장봉도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Farm은 농장을 뜻하고 머문다는 의미의 Stay. 합성어 Farm Stay는 농장에 머물면서 휴양을 하거나 주변의 농업과 농촌 문화를 즐긴다는 것으로 뜻하고 싶다.

자연에 나와 자녀들과 채소도 가꾸면서 가족간의 협동으로 사랑을 더욱 다지고 자녀들에게는 산교육이 되고 성인들에게는 답답한 도시를 탈출하여 맑은 공기 속에서 보내니 요즈음 유행하는 웰빙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곳 장봉도는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곳이니 동시에 어촌 문화도 즐길수 있어 여느 농촌의 팜스테이란 전혀 다르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만나 야외에 꾸며놓은 식탁에서 간단히 소주 한 잔을 하고 바로 감자를 심기 위하여 밭으로 이동 하였다.

 

20년 연상의 무능한 사나이에 시집간 복녀는 채마밭에 감자를 훔치러 갔다가 중국인 왕서방에게 몸을 팔고 그 왕서방에게 죽음을 당하고 시체는 돈 몇푼에 매수된 남편에 의해 아무일 없다는 듯 실려 나간 작품으로 정직한 농가에서 자란 여인이 환경에 의하여 타락해 가는 작품인 김 동인 단편"감자"의 줄거리가 떠오른다.

 

 

4월 초순인 지금이 계절적으로 감자심기에 적기며 7월 초순경에 수확을 하는 것이다.

먼저 농장 주인으로 부터 감자 심는 방법을 설명 듣는다.

 

겨울에 재속에 묻어 두었던 씨감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한 개의 감자에서 보통 4~5개의 씨감자를 만들고 15센티정도의 간격을 두고 구멍 한 군데에 하나의 씨감자를 심고 손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덮어 주면 된다.

이제는 호미질을 하며 심는 것이 아니고 편안하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흙을 구멍낼수 있게 만들어진 도구를 이용한다. 땅에 감자를 심을수 있을 정도로 흙을 파내면 다음 사람이 구멍에다 씨감자를 심고 흙을 덮으면 된다.

씨감자 한개에 보통 5~6개의 감자가 수확 된다고 한다.

200여개의 씨감자를 심고 명찰로 표시를 하여놓고 포도밭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포도송이가 많이 열리는 길고 가지가 많은 포도나무에 명찰을 부착시키고 7월초에 송이송이마다 종이를 씌워 주어야 한다.

50여미터 밖은 해변가로 풍부한 해풍을 맞으니 이곳 포도는 당분이 풍부하여 맛이 한결 좋단다.

어린이와 여자들은 표고버섯을 채취하려 차량으로 이동하여 30여분이 지난후 모두들 각자 채취한 표고버섯을  들고 좋아라 시끌벅적거리며 농장에 들어선다.

친구들과 족구를 즐기고 오늘 일정을 끝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게 된다.

이른 새벽 류춘근은 산책을 한다며 먼저 나간다.

새벽 5시 40분경 최병문, 김종환 그리고 아내와 같이 장봉도 산책길에 나선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등산로가 보이면 오르기로 하고 출발하였으나 많은 산 봉우리에 등산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6시가 아직 않된 섬 새벽 길은 고어 쟈켓을 입지 않았으면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을 움추릴 정도로 쌀쌀하고  해안에 깔려있는 안개로 바닷가는 뿌옇게 보일뿐이다.

진달레꽃은 수줍은 듯 연분홍 얼굴을 방긋 내밀며 우리와 아침인사를 나눈다.

혜림재활원을 지나 좌측으로 돌아서며 아스팔트길로 들어선다.

빽빽하게 키 큰 해송사이로 옹암해수욕장이  보인다.

쓸쓸함이 감도는 옹암해수욕장을 지나 길섶에는 키작은 개나리꽃도 피여있는야트막한 언덕을 넘는다.

 

구불구불 산줄기를 따라 오르는 신작로 깨끗하게 포장이 잘 되어진 2차선 도로는 우리들만이 걷는 오봇한 길이다.

 

키에르케고르는 걷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 하였다."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 버릴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

 

좌측 멀리는 영종도도 보일듯 하나 심술부리는 새벽안개가 시야를 가리니 원망스럽기도 하다.

몇번에 걸쳐 산모퉁이를 돌기도 하며 산길 고개에 올라 멀리는 장봉3리 마을이

옆으로는 한들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한들해수욕장버스정류소에서 원쪽으로 들어서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있는 한들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앞이 넓게 확 트여서 한들인가보다. 드넓은 바다와 드넓은 모래사장에 뒤에는 큰 해송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고요하고 쓸쓸한 해변 잔잔한 파도소리만 들리는 곳  한동안 풍진세상을 잊게 한다.

단전깊이 바닷공기를 들여 마신다.

 

  

지난 여름의 추억을 아쉬운듯, 돌아올 여름을 기다리듯 들리는 파도소리를 뒤로 하고 되돌아 성진농원에 도착하였다. 약2시간을 걸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농원을 찿은 어린이들에게 재기 만들기 그리고 재기차기도하는 시간도 마련 되었다.

여자들에게는 천연향 비누 만드는 시간도 마련하였다. 

류춘근과 송영진, 김종환은 농장안에 있는 황토찜질방으로 ... 

 

최병문과 아내와 같이 진촌해수욕장 부근이 못내 아쉬워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와 북도면 장봉 출장소 가운데 길을 지나 진촌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세갈래에 세워져있는 팔각정에 차를 주차시켰다.

 

내려가면 해수욕장 가는길. 임도길로 들어선다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의 벚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는 임도길이다.

 

길섶에는 하얀 산자고가 갈색낙엽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고 소나무에서 떨어진 솔방울이 싹을 돋아 자연스럽게 자라는 어린 소나무들이 걷는길 여기저기에 보인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길이다.

 

우측은 멀리 강화도가 보이는 바다지만 안개가 강화도를 숨겨 놓았다.

다시 세갈래에서 우측 해안방향 임도길로 발길을 옮기고 약간 가파른 오르막은 시멘트로 포장을 하였다.

 

바닷내음과 바닷바람과 같이 걷는 산길은 또다른 섬 산행의 즐거움이다.

시나브로 어느듯 군봉 허리에 도착하였다 바다를 조망하기가 좋은 곳이다.

직벽 아래 보이는 진천해수욕장의 드넓은 모래사장 앞에는 감투산이 바다 한 가운데 봉긋하다.

병풍처럼 보일 강화도 마니산 기슭은 앞을 가린 안개로 상상만 하여본다.

 

바다 한 가운데는 김 양식장도 보인다.

산새소리와 갈매기소리로 산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귀를 맑게 하여준다.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나무를 헤치며 돌로 쌓아 놓은 군시설물 같이 보이는 꼭대기에 올라 섰다.

군봉이다.

노간주나무와 소나무, 잡목에 둘려 쌓여있는 봉우리다.

희뿌연 하늘을 원망하면서 휴식을 하고 다시 잡목을 헤치며 임도로 내려오니 산악회에서 단체 산행하는 일행들이 무리지어 올라온다.

이길을 걸으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 반가워 인사를 나눈다.

장봉도 선착장에서 이곳까지 걸어와 가막거리로 내려 간다니 장봉도를 종주하는것이다.

어림잡아 2시간이상은 걸었을 것이다.

 

임도옆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 진천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해변에 내려서니 산허리에서 보였던 작은섬 감투산은 더욱 가까이 와닿는다.

오랜세월 바닷물에 씻기고 씻긴 조개껍질은 하얀색을 간직하며 모래밭에 길게 늘어서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진 갯벌에 흩어져있는 자연 그대로인 굴을 따 입안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입안에서 감도는 맛은 시원하고 상큼.

 

바다쪽으로 뾰죽난 바위지대를 지나며 위를 쳐다보니 높은 절벽이다.

그리고 절벽위에는 소나무의 푸른 모습과  절벽사이사이에 피여있는 진달래꽃은 또 다른 멋이다.

 

방가로 건너 노송이 우거진 숲은 한층 이곳의 풍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

 

쑴바귀도 길섶에 보이는 임도를 따라 팔각정에 도착하여 걷는 즐거움을 마무리했다.

 

7월 초순에는 감자는 수확하러 포도는 송이에 종이 씌우러 다시찿을 것을 약속하며 농장을 떠나 걸어서 10 여분 걸리는 선착장에 도착 하였다. 

 

성진농원 www.nongwon.org 

 

 

2보1원          오전  12,000 보     오후  8,000보     계 20,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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