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정상을 허락치 않은 대야산

Bravery-무용- 2007. 3. 12. 14:11

2007. 3. 11 산행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대야산.

산지기산악회와 산행 들머리인 버리미기재에 도착하였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을 연결하는 도로로 경상도 사투리"벌어서 먹이기"가 버리미기로 되여 버리미기재다.

 

산문에 들어선 산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며 낙엽에 눈이 살짝 덮여 있고 가지만 남아있는 낙엽송 사이로는 햇살이 비추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걷는 능선길에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은 갈색 이파리가 골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몸부림 치듯 흔들거린다.

 

헬기장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와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계속 오르는 능선길을 걷는다.

 

순식간에 구름이 햇살을 가리더니 서쪽으로부터 봄을 시샘하는지 볼을 에일듯하게 매운바람이 불어대며 눈발까지 휘날린다.

 

큰 바위가 버티고 있는 능선길을 옆으로 돌아서니 바위와 소나무들이 제각기 멋을 내며 쉬어 가라한다.

나목(裸木)과 흰눈만이 보이는 산사면에 화강암에 푸르른 자태를 보여주고 있는 소나무의 모습이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이번에는 동앗줄을 부여 잡고 침니를 이용하여 올라섰다 싶더니 동앗줄을 잡고 내려가는 암릉 구간이 반복된다.

 

오늘은 하늘에서 바람과 구름이 심술을 부린다.

뭉게구름과 매지구름이 번갈아 하늘에서 자리바뀜을 하고 매운바람은 계속 불어대며 나목의 나뭇가지를 흔들어 댄다.

 

곰넘이봉을 지나칠뻔하였다.

제5차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목원대 표언목 산님이 노란색코팅에 곰넘이봉 위치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친절하게 버리미기재 25분, 대야산 2시간도 같이....

 

곰이 넘어서 곰넘이봉인가?

앞에 손짓하는 흰눈에 덮여 있는 높은 산이 보인다.

대야산이 우뚝하게 보이는 것 이다. 

동앗줄을 부여잡고 내려 능선길을 걷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백두대간 길이라 유난히도 많은 리본들이 걸려 있는데 유심히 리본을 살펴보면 의미있는 내용이 적혀 있는 리본들을 발견하게 된다.

 

목표를 갖고 대간길을 걷는 산꾼은 "길 따라 산 따라 정맥을 따라" 백두대간을 성공적으로 종주하기를 바래본다.

 

지리산인 이라고 밝힌 산꾼은

"자연에 오신 님! 부끄러운 흔적 남기지 마시고 바람이 스쳐가듯 다녀가소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시고 자연의 정기를 듬쁙 받아가소서. 위대한 자연과의 좋은 만남 크나큰 행운으로 길이 간직 하소서"

빨간 리본에 쓴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산을 걸으면서 우리는 발자욱만 남기고 가면된다.

 

봉우리에 올라섰으니 다시 내려가야지 부지런히 내려간다.

 

거대한 바위를 우회하면서 동앗줄을 잡고 내려가고 헬기장이 있는 넓은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헬기장 우측으로 내려선 산길은 오늘 걷는 산길중 가장 편한 능선길로 수북하게 쌓인 낙엽에 눈도 얼음도 없는 산길인 이곳에서 만은 완연히 봄의 기운을 느낀다.

 

상관평과 벌바위를 넘나드는 510 미터 불란치재에 도착하였다.

먼저 도착한 산우님들 다리쉼을 하면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

 

촛대봉을 향하여 일제히 다리품을 시작하는 길.

가팔진 오르막에 우측에서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며 어기적대며 오르는 산길 길섶에는 얼음이 바위를 덮은  모습도 보면서 촛대봉에 올라섰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 촛대봉 정수리 우측으로  하얀눈이 덮여 있는 대야산 암봉이 힘차게 솟아있다.

 

뒤로는 우리가 왔던 봉우리들이 연이어 보이면서 잘가라 손짓을 하고있다.

 

전문산악인이 아닌 우리들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여 악천후에 가까운 날씨로 이곳서 피아골로 탈출할 팀과 정상에 오를팀으로 나뉘고 촛대봉을 출발하여 밧줄을 잡고 내려간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월령대 가는 촛대재 세갈래길에서 몇몇 산우만 정상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으로 올라섰다. 

우측에서 바람과 눈이 가는 길을 더디게 하고 다리쉼을 하며 뒤 돌아본 장성봉은 이곳과 다르게 햇살이 비치고 있다.

고도가 높아 질수록 산록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동앗줄을 잡고 119 구조요청 57번지점을  올라서  다시 동앗줄을 더위잡고 올라 서는데 선두가 빙벽으로 위험하므로 2~30미터 정상을 남기고 오를수 없다며 뒤 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온도계는 "0"도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산객(山客)이 아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포기를 하여야 한다.

 

촛대재로 다시 내려와 월령대로 방향을 잡고 하산길로 들어섰다.

나뭇잎이 떨어진 나목의 하산길은 작은 계곡에서는 봄을 알리는 물소리도 들리고 높은 가지위에는 겨우살이도 보인다.

가는 눈이 내리다가 함박눈으로 내리기도 하는 하늘이다.

그러나 내리는 눈은 촌설(寸雪)도 못되니 쌓이지는 않는다. 

용추골은 내려가고  약간 옆으로 하여 오르면 정상으로 가는 피아골 세 갈래길에 도착하였다.

 

조릿대길이 나타나고 암반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도 보인다.

월령대에 도착하였다.

 

 

 

밀재와 정상 그리고 용추골 가는 세갈래길.

 

어느 작가는 대(臺)는 영어로는 view point라고 표현 하였다.

월영대(月影臺)는 달의 그림자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인가?

 

밀재와 피아골에서 흘러 내린 물이  넓은 백색의 화강암에서 합수하여 흘려내리면서 얕은 소(沼)를 이루니 휘영청 둥근달이 옥색의 물위에 두둥실 떠 있을 것같은 상상이 저절로 나는 월영대.

 

김 광섭님의 "달 밤"

 

벗을 얻어 고갯길 넘는 밤

그대는 보름달을 노래하고

나는 나무가 되어 귀를 기울이고

 

아름다움이 슬프다는 얘기가 있어

마음에 한 줄기 시내가 흘러

달이 밝아서 온 길도 나중엔 흐리었네

 

한참 이곳에 머물렀다 조릿대길을 따라 내려가니 용이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깃든 용추계곡.

 

용추계곡의 설명서와 같이 하트 모양인 소가 매끄러운 화강암에 옥색의 물빛이 가는 길을 붙잡는다.

조심스럽게 계곡을 건너 임도로 들어서면서 좌측 용추계곡의 넓은 반석위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조릿대는 좌우로 펼쳐져 있는 임도길을 걷는다.

 

 

1986. 12. 24 용추(龍湫)를 문경팔경으로 선정하였다는 표지석이 쑥돌에 세워져 있다.

 

좌측으로 가면 둔덕산 가는 삼거리 표시판이 세워진 벌바위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임도를 걸으면서 다시 한번 정상을 오르지 못한 대야산을 바라본다.

 

식당가와 조그마한 주차장에서 좌측으로 발길을 옮기고 통나무 계단길을 올랐다 내려서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언젠가는  정상에 오르고 싶은 대야산.

3월에 휘날린 눈발을 원망도 하면서 아쉬움을 간직하며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만보기는 약 15,000 보를 표시 하였다.2보1원 첫번째(7,500원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