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눈길속에 계방산 산행

Bravery-무용- 2007. 1. 14. 21:18

2007.1.14 산행은 태화산우회와 평창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계방산(桂芳山)이다.

해발 1,089미터 운두령(雲頭嶺)이 오늘 산행의 기점이다.

 

권 천학님의 운두령

 

산아낙이 끓여내는

마가목 차 향기가

길 위에 선

나그네의 길 안내하는

운두령

 

산자락 여며잡고 참선에 든

계방산 아래

그윽한 솔바람 스며드는

너와지붕

감자꽃 대궁이 올려미는

추녀 끝에 맴돌던 차 향기가

오늘은

속세에 지어놓은 내 집 창가

마음밭까지 내려와

뭉글뭉글

구름 피워 올린다

 

31번국도가 평창과 홍천을 가르는 운두령주차장에 도착하여 국도를 건넌다.

어수선하게 많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군경계석이 세워져 있고 계방산 안내판 옆으로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길이

산행 들머리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8시 50분경 계단길로 다리품을 시작한다.

침목계단을 잠시 올라 러셀이 되여진 심설능선길을 걷는다.

 

 

어린 참나무만이 갈색의 나뭇잎을 떨어 뜨리지 못하고 능선길 나무들은 이파리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그러나 앙상한 나무는 겨울을 보내기 위하여 죽은 듯 옷을 벗었을뿐 싱싱하게 살아 있어 봄이되면 또 다시 푸르름을 보여 줄 것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다.

 

들머리에서부터 20여분을 걸었을까 홍천군에서 세워 놓은 이정표가 보인다.

운두봉 1.0키로, 계방산 2.9키로.

10여분이상을 걸으니 이번에는 평창군에서 세워 놓은 이정표다.

운두봉1.7키로, 계방산2.4키로.

홍천군과 평창군에서 세워 놓은 운두봉과 계방산의 거리 표시가 다르다.

 

 

 

 

적막한 겨울숲 눈길은  뽀드득 뽀드득 발소리 뿐이니 속세의 소리를 잊은 청각은 저절로 밝아 지는것 같다.

능선길은 산죽과 같이 걷는 길인 것 같으나 눈속에 숨어 버린 산죽은 이파리만 살짝보여 줄 뿐이다.

 

 

겨울 갈바람은 나뭇가지에 메달려 있는 산악회 리본을 흔들린다.

앞에 보이는 바위를 우회하면서 올라 홍천군에서 세워 놓은 윤두령 2.0키로, 계방산 1.9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넓은지대에 오른다.

 

산우님들 다리쉼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봉우리로 향하여 다시 다리품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들게 오르는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20여분 정도를 가팔진 오르막 눈길을 숨차도록 올라 다시 능선길을 걷는다.

이번 능선길은 키작은 나무가 산길 양편에 서 있다.

시야가 확트인 헬기장에 도착하였다.

평창군에서 세워 놓은 이정표는 정상 0.7키로, 운두령 3.4키로.

탁트인 이곳서 평창군을 바라보며 2014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래 본다.

계방산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힘차게 들여 마신다.

온몸에 맑은 기운이 퍼지는 듯 하다.

동쪽하늘에는 햇빛에 비친 은빛의 비행기가 하얀줄을 그리며 북쪽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다.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또 다시 넓은지대다.

코발트 하늘에 까마귀들이 날개짓을 하며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정상이 앞에 보인다.

정상 가는길에 키작은 나무들의 군락에 키큰 주목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서있는 기품이 당당하다.

 

 

10시 35분 정상에 도착하였다.

 

평창군에서 세워 놓은 이정표는 계방산주차장 4.8키로, 운두령 4.1키로,제2야영장 5.1키로.

헬기장도 있는 정상은 주위는 넓고 시야는 탁 트여있다.

계방산 1577.4미터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정상석 뒤로는 돌탑도 보인다.

코발트색의 맑은 하늘에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으로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천산(千山)들이 하얀눈에 덮여 수묵화를 그려내고 있고 북쪽방향 설악산 대청봉도 아즐하게 보인다.

먼저 온 산우님들과 정상의 즐거움을 나누며 겨울산하의 아름다움속으로 푹 빠져든다.

 

 

 

힘겹게 올라온 산은 우리에게 힘든만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옷을 벗은 겨울나무들은 바람이 부는대로 눈이 내리는대로 묵묵히 자연에 순종하면서 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바람에 아랑곳 하지 않고 높고 높은 하늘에 산고곡심(山高谷深)한 겨울산에 푹 빠져 너무오래 머물러 있었나 보다 내려가자!

 

제2야영장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섶에 "ㄱ"자로 꺽어져 자라는 기이한 주목나무가 내려가는 길을 안내하여 준다.

 

야영장 4.9키로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간다.

계방산 보호수목으로 관리하는 주목나무군락지다.

기묘한 모양으로 한림(寒林)속에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저절로 탄성과 감탄이 계속되는 주목지대.

꺽이어 자라기도 하고 밑둥서부터 세줄기의 아름드리 줄기로부터 뻩어 있는주목도 보인다.

 

 

주목군락지에 유난히도 가지가 꺾이고, 옆으로 쓰러지고, 뿌리째 하늘로 향하여 쓰러진 주목들이 많이 보인다.

쓰러진 주목은 썩어 흙이 되고 씨앗은 다시 주목나무가 되여 천년의 세월을 맞이하겠지.

 

 

오히려 눈이 쌓여 러셀이 되여 있는 하산길은 계단내리막이나 너덜겅 보다 더 편하다.

배낭에서 비료포대를 꺼내 아내에게 건네 주자 좋아라 비닐포대를 타고 내려간다.

동심으로 돌아간 아내의 표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노동골은 눈으로 덮여 있는 얼음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만 어쩌다가 들릴뿐이다.

제2야영장 2.8키로 이정표를 지난다.

 

넓은 길로 바뀐 산길은 울창한 전나무 숲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쭉쭉 뻗은 조림이 잘 되여 있는 낙엽송 숲길도 지난다.

 

 

야영장 500미터 이정표가 보이는 소나무 숲길도 걷는다.

걷는 숲길은 온통 하얀눈이 덮여 있다.

 

12시15분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한다.

수개의 야영텐트가 설치되여 있고 넓은 경사로는 눈썰매장을 방불케한다.

 

 

뒤돌아본 계방산은 파란하늘에 눈덮인 산록 그리고 능선.

삭막한 겨울산에 군데 군데 보이는 푸른 소나무군락의 겨울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계방교를 지나 이 승복생가를 거쳐 계방1교 노동계곡 매표소를 거쳐 버스주차장에 도착하여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는 분수령인 한강기맥의 최고봉 계방산 산행을 처음서부터 끝까지 눈길 산행으로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