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주왕산 만추(晩秋)

Bravery-무용- 2006. 11. 5. 23:11

2006.11. 5  새벽 6시 5분경 경북 청송에 위치한 주산지(注山池)에 도착하였다.

주산지(注山池)는 1720년(숙종46) 완공한 인공 저수지이다.

오늘 산행은 주왕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이곳을 탐방하고 절곡 계곡을 들머리로 주왕산 산행계획이다.

이른 새벽인데도 주산지 진입로는 차량으로 통행에 지장을 준다.

간신히 주차장에 버스를 주차시키고 주산지 600미터 푯말이 세워져 있는 다리를 건넌다.

김 기덕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하여 진곳.

이곳의 신비스러운 모습의 하얀 물안개를 가슴에 담으려면 해가 뜨기전에 이곳에 도착하여야 한다.

달과 별을 벗삼아 부지런히 걸어 도착한다

바위둑에 세워져 있는 조그마한 비석에는 "정성으로 둑을 쌓아 물을 막아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 기리기 위해 한 조각돌을 세운다"일장저수(壹障貯水) 유혜만인(流惠萬人) 불망천추(不忘千秋) 유일편갈(惟一片碣) 

 

 

 

어둑한 산줄기와 어둑한 물결에 밑둥치는 물속에 잠긴 왕버들의 모습이 또 다른 신비함의 모습을 보인다.

어둑한 주산지가 서서히 밝아오는 주산지새벽 잔잔한 수면위에 비치는 산줄기와 왕버들의 그림자인 반영(反影)도 환상적이다.

일반적인 버들은 화살촉을 생각하듯 뾰족하게 긴쪽이 잎쪽인 피침형이지만 왕버들은 타원형으로 표면은 윤기가 있고 뒷면은 백색이며 수명은100년이상인 고목이다.

 

전망대에 이르니 주산지는 한눈에 들어오고 삼각대로 고정시킨 카메라들는 일제히 못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하여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수십대의 중형이상의 고급카메라가 삼각대를 갖추고 있으니 조그마한 디카를 가진 나는 기죽어 기웃대며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나 오늘은 물안개가 피여 오르는 가을새벽의 신비로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새벽 가을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잔잔한 물결위에 고스란히 내려 앉는 모습과 새소리가 어울리니 주산지의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다.

조각구름이 이산에서 저 산너머로 지나가는 이곳은 온통 단풍으로 물든 별천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 또 감탄이다.

지난 여름 방문하였던 일본중부산악국립공원내에 있는 묘진이케(明神池)보다도 못(池)자체는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약 1시간의 걸친 만추(晩秋)의 주산지 탐방을 끝내고 본격적 산행인 절골로 옮긴다.

 

산우들을 태운 버스는 주산지 주차장을 약간 이동하여 7시 30분경 절곡입구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도로에 내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절골매표소로 움직인다.

12번째 국립공원이며 경북제일의 명산인 주왕산.

계곡길이가 10키로에 이르는 절골계곡을 산행기점으로 하여 매표소를 지난다.

돌로 잘 다듬어진 길을  들어서니 기암절벽의 협곡이 앞에 나타난다.

기암절벽과 물든 단풍, 계곡 그리고 계곡의물에 오늘 산행을 좋은 예감을 기대하여 본다.

 

절벽아래 계곡을 따라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니 암반지대다.

노랗게 물든 피나무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가 싶으면 당단풍나무는 빨간모습으로 부끄러움을 타듯 인사를 한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앞에는 색색별천지(色色別天地)다.

짙푸른 녹음으로 한 여름을 보낸 나무들은 이제는 오색단풍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매표소에서 1키로를 걸었다.

골에서 바람이 분다.

낙엽이 휘날리며 떨어진다.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있는것이다.

계곡 옆 산길은 색색의 낙엽이 떨어진 가을산길이다.

가을 햇살까지 살짝 비춰주니 너무 좋은 산길이다.

천천히 걷는다. 아주 천천히......

 

 

                   <가을의 기도>

                                          김 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계곡을 가로질러 8시 40분경 해발 400미터 대문다리에 도착한다.

가메봉은 2.2키로 남았다.

산길 양옆에 쭉쭉 뻗은 침엽수가 도열하듯 서 있어 우리들의 산길을 안내한다.

빨간단풍이 무더기로 물들어 있다.

산우님들 사진찍기에 분주하다.

이제는 오름길이 시작된다.

계곡 아래에서 불어주는 골바람이 등뒤의 땀을 씻어주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니 안동권씨 묘1기가 나온다.

큰 도래솔이 주위를 둘러 쌓여 있고 조금 더 오르니 1기의 묘가 또 보인다.

이곳의 소나무가 상처난 내용이 적혀있다.

자연을 한번 훼손하면 원상태로 복구하기가 아주 어려움을 보여준다.

산을 오르는 우리는 산에 발자욱 흔적만 남겨 놓고 가야한다.

이곳의 모든것은 주왕산이 주인이다.

가메봉 500미터 표시점에서 휴식을 한다.

구름이 햇살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멀리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배낭을 챙기고 다시 오르기를 시작하고 가메봉 200미터 푯말이 세워진 사거리 안부에 올라선다.

좌측은 가메봉 0.2키로, 넘어가면 내원동 2.6키로, 상의매표소 7.5키로 우측은 입산을 통제하고 절골서 5.5키로 올라왔다.

가메봉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 나무계단을 오르니 해발 882미터 가메봉 정수리에 올라왔다.

정상바위의 모습이 가마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너럭바위 3개가 주왕산의 모습을 마음껏 즐기라는듯이 펑퍼짐하게 있다.

가메봉은 주왕산(720.6미터)정상보다도 높다.

주왕산 전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절곡 계곡아래는 색색의 단풍이 춤을 춘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여 진다.

 

온 하늘이 어둑하여지고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진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정상에서 나무계단을 내려와 좌측 능선길로 발걸음을 빨리 옮긴다.

이제는 바람도 강도를 높여가며 불어댄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떨어진 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구치기도 한다.

<자동우량 경보시설물>앞을 지나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가메봉에서 1.3키로를 내려왔다.

상의매표소 5.4키로 이정표가 보인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우의를 입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우의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천둥 번개와 우박까지 쏟아져 내린다.

빗물이 흘러 내리는 내리막은 더욱 조심스럽다.

11시 5분 후리메기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바지는 비에 젖어있고 등산화도 물이 들어가 발바닥이 질퍽하다.

상의매표소 4.1 키로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15분정도를 걸으니 후리메기입구다.

가메봉, 주왕산 3.6키로.

사창골계곡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계곡따라 걷기도 한다.

계속 내리는 비로 빨리 걷기에 바쁘다.

제3폭포 300미터 지점에 도착하여 망설여진다.

어차피 맞은비 가자 3폭포로 서둘러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3폭포로 부지런히 걷는다.

나무계단을 내려 제3폭포에 도착하였다. 

 

두번에 걸쳐 떨어지는 폭포.

주왕산3곳의 폭포중 가장 웅장하다.

이제 비는 멈췄다.

돌아서 제2폭포로 내닫는다.

 

 나무계단길을 따라 제2폭포로 가는 길은 삼거리에서 200미터안에 숨겨져 있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큰 항아리모양처럼 생긴곳에 담겨졌다 다시 한번 쏟아 낸다.

폭포앞에는 넓은 자갈밭.

되돌아나와 좌측 상의매표소방향 나무다리를 지난다.

1키로 정도를 걸어 양쪽에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수직의 석벽을 지나 제1폭포에 도착하였다.

 

소와 담이 여러곳에 보인다.

발길을 옮기니 이번에는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하여 학소대(鶴巢臺).

청학(靑鶴)은 상상의 새로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새이며 이 새가 울때는 천하가 태평하다 전해진다. 

기둥마다 학의 그림이 세겨져있는 학소교를 지나 시루봉이 보이는 앞에 도착하였다.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단풍이 감싸고 있는 시루봉을 쳐다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주왕굴 0.8키로 이정표방향으로 올라선다.

나무계단길로 호젓한 낙엽이 깔린 길이다.

주왕산의 기암괴석과 암벽은 기암반이 오랜기간 다양한 절리에 다른 풍화작용의 진행과 암석낙화 현상에 의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발달되었다는 설명이 지나는 기암괴석앞에 세워져 있다.

산길 우측에 소나무중에 최고의 소나무인 껍질이 붉은 금강산 소나무 춘향목 군락지가 있다.

우측에 전망대.

 

연화봉, 병풍바위, 시루봉, 급수대 봉우리는 구름이 가린채 한눈에 펼쳐진다.

 

다시 주왕암으로 발길을 옮겨 대전사와 함께 창건된 주왕암에 도착하였다.

암자에서는 불경소리가 들린다.

 

"언제나 남을 위하여 사는 사람이 최고다. 남을 위하여 사는 것이 최대의 보시다"

 

주왕암을 지나 철계단을 올라 주왕이 은거하였다는 자연굴인 주왕굴에 다달았다.

 

굴 위쪽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떨어진다.

뒤돌아 내려와 주왕암앞에서 대전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자하교를 지나 주왕산 탐방로와 만난다.

자하성(紫霞城)성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어깨가 서로 부딪칠정도의 많은 탐방객이 주왕산을 찾았다.

좌측은 주왕산 정상을 가는 세갈래길이 나오고 우측에 쭉 늘어선 식당가를 지나 대전사에 도착하였다.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가을단풍에 둘러쌓인 웅장하고 우뚝하게 솟은 기암(旗岩)이 보인다.

 

 바로 상의 매표소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12시55분).

 

택리지의 저자 이 중환은 주왕산을 "모두 돌로 골짜기 동네를 이루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고 샘과 폭포가 역시 지극히 기이하다"라고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