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남덕유산, 봄 겨울 그리고 또 봄

Bravery-무용- 2006. 2. 26. 22:04

2006년2월26일 태화와의 산행은 옛시대"풍습과 습관들이 간소하고 꾸밈없이 수수한곳" 경남 함양군 서상면에 위치한 영각매표소를 들머리로 영각재로 하여 남덕유산 정상에서 월성재 그리고 월성매표소를 날머리로 한 8.6K의 산행이다.

 

새벽 인천에서 출발 할 때에는 약한 비가 내려 산행을 걱정하였지만 영각사 입구에 도착하니 비는 오지않고 날씨만 잔뜩 흐려져 있다.

우측에는 신라시대 삼광대사가 창건한 고찰 영각사로 가는 이정표 300M가 보이고 우리산우들은 9시35분 영각매표소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매표소까지의 거리는 500M로 좌측에는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 단지로 매표소 입구까지 이어저 있으며 산죽도 좌우양편에 넓은 군락을 이루고있다.

 

매표소에서 다시한번 산행준비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산문(山門)으로 접어들었다. 돌덩이로된 산길을 오르면서 좌측 계곡에는 꽁꽁 얼어 있었던 계곡의 얼음이  녹아 살며시 물 흐르는 맑은소리가 봄을 알리듯 유난히 다정하게 들려진다.

머지않아 이 산속에 있는 나목(裸木)들도 봄의 기운을 받아들여 푸르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오르는 중에 자켓을 벗어 배낭에 걸치고 하늘은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살짝 살짝 비치면서 골바람이 우리의 산길을 시원하게 하여 준다.

오르는 길은 너덜길 이지만 가파르지가 않아서 힘은 덜든다.

나무로된 다리도 지나고 산행객들이 쌓아 놓은듯한 돌탑도 보이고 우측에는 돌담불도 보인다.

능선에 거의 도착 할려니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람이 살바람으로 다시 자켓을 입고 제일 후미에서  아내 차근차근 오른다.

11시5분경 영각재에 도착하니 바람은 더 세차지고 산우님들 휴식을 취하고 .....

 앞으로 900M남은 남덕유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니 바로 해발 1,440M지점에"경남의 젖줄 남강 여기서 발원하다" 참샘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참샘은 경남 남부를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의 발원지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샘이 흘러흘러 물과 물이 만나 계곡이 되고 계곡과 계곡이 만나 하천이 되고 또 강이 되니 자연의 순리다.

장수방향에서 흰구름이  급한일이 있는듯 빠르게 함양 방향으로 몇차례를 넘어 오더니 순식간에 먹구름이 산봉우리를  숨긴다.

숨기는것도 잠시 언제 그랬나는듯 다시 날씨는 맑아지고....

첫번째  철계단을 오르니 주위는 온통 상고대로 눈꽃의 천지고 정상에 오르는 철계단이 아찔하게 보인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온도는 낮아져 얼음으로된 산길과 철제계단 그리고 손잡이 모두가 미끄럽다. 산행속도는 더디고 모두가 조심스럽게 오른다.

아내의 오르내리는 모습이 앞에서 지켜봐도 뒤에서 지켜봐도 조릿조릿하다.  철계단 하나를 오르면 또다른 산의 모습이 꼭 설악을 옮겨 놓은듯하다. 그래서 남덕유산을 골산(骨山)이라 하였던가?

힘겹게 철계단을 올라 정상(1,507M)에 다다르니 12시30분 덴바람이 불고 산정에서의 조망은 멀리 무룡산 향적봉이 보이고 산능선 좌측은 눈(雪)이 보이는데 우측은 눈(雪)이 없다.

천산만락(千山萬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수많은 산봉우리와 멀리 사방에는 부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철계단서부터 시작된 상고대는 정상에서는 더욱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이슬처럼, 하얀 별처럼 유리처럼 투명하게도 보인다.,

우리산우들 정상주를 마시고 월성재로 향하기 전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

하산길 약500M는  청명한 하늘, 하얀 눈꽃 그리고 하얀 눈산길로 이어지는 모든것이 동화속 하얀 눈꽃나라로 들어선 느낌이다.

1시25분 월성재에 도착하여 간단히 휴식을하고 바람골, 월성계곡으로 하산을 시작.

내리막길 좌측은 산비탈이면서 눈과 얼음으로 덮힌 산길을 걷기도하고 땅이 녹아 질퍽하게 내려가는 산길도 있고 바람골 답게 춥지는 않지만 바람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리고 간간히 땅에 깔려있는 낙엽이 회오리치듯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멀리 날으기도한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한 산길을 내려오니  이제는 산도 나무도 긴겨울이지나 서서히 땅에서는 지열이 솟아올라  가지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시기에 우리도 이산길을 걸으니  약동하는 새 봄이 몸으로 느껴진다.

아이젠으로 움푹 파여있는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황점2.2K 이정표가 보이고 나무다리밑 계곡에서 잠시 손을 물에 담가본다. 한겨울처럼 손이 시렵지는 않다.

임도 따라  월성 제1교를 지나고 우측은 월성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같이 편한 하산을 하니 어느덧 오늘의 산행 날머리인 월성매표소에 정확히 3시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다시 오르면 월성재 3.6   남덕유산은 5K이다.

 

오르는 중 계곡물소리로 봄을 느꼈으나 정상에서 덴바람, 상고대 그리고 쌓여있는 눈으로 겨울을 즐겼고 하산길에 질퍽한산길, 힘찬 계곡 물소리........

 

 

중종때의 학자로서 성리학에 밝았던 신권 선생께서 덕유산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정자가 산수 간에 있으니

물을 사랑하고 산을 잃은것은 아니네

물은 산의 가에서 흘러나오고

산은 물을 따라 둘러 있는데

신령한 구역이 여기에서 열리니

즐거운 뜻이 더불어 관련된다네

그러니 인(仁)과 지(智)의 일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오히려 부끄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