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숲으로 가야 하나
왜 숲으로 가는가.
숲에서 무엇을 구하는가. 푸른 숲, 맑은 공기, 깨끗한공기,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이다.
생활환경이 찌들면 찌들수록 산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사람들은 숲을 마음 속으로 그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숲은 푸르다. 그러기에 눈으로 보는 순간 마음이 푸르러진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색깔 중에 이렇듯 깨끗하고 싫증이 나지않는 색이 있을까.
푸른색이 주는 이미지는 우선 청량함이다.
이것이 회색처럼 탁한 색과 대비될 때는 더욱 그렇다. 이것은 인간의 끓어오르는
욕구를 가라앉히는 이지적인 색이다.
한편 푸른색은 희망이다. 겨울을 이기고 돋아나는 파란 싹은 자연의 희망이다.
따라서 푸른 숲은 우리에게 오염을 씻어주고 감정을 삭여주며 희망을 준다.
숲은 고요하다.
숲속은 모든 인위적인 소음이 제거된 곳이다. 겹겹이 쌓인 나무는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의 진동을 교란시키고 흡수함으로써 소음을 없앤다.
알퐁스 도에의 마지막 수업에서 펜이 굴러가는 소리를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여기저기 울려대는 자동차 소리, 전화벨 소리, 쉼없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음악소리,
시간을 알리는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로 혼란스러운 숲 밖의 생활.
사람의 말소리까지 높다.
남태평양 어느 섬의 원주민들은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쓴다고 한다.
톱으로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나무를 쓰러뜨린다는 것이다.
모든 주민들이 쓰러뜨릴 나무 주위에 둘러서서 3일 밤낮을 나무를 향해 고함을 쳐댄다.
그러면 나무 속에 깃들여 있던 혼이 빠져 나가면서 나무가 쓰러진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함소리가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는 우리말과
통하는 이야기다. 그만큼 사람들의 소리는 사람에게 위협적인 것이다.
아우성치는 도시속 에서 사는 사람들이 매일 얼빠진 생활을 한다는 것도 지나친
말이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숲속에서는 풀벌레가 날개치는 소리처럼 아주 섬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쾅'이 아니라 '바스락'대는 소리다.
소리를 지르면 모든 나뭇잎이 움직일 것 같아 조심스러운 숲속이다.
거친 소리는 사람을 거칠게 한다.
혼잡한 도시에서는 언성이 높고 말씨가 거칠지만 숲속에서는 스스로가 다스려 진다.
숲의 고요는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숲은 깨긋하다.
도심은 온갖 매연물질로 오염죈 공기를 갖고 있지만 숲은 신선한 공기로 충만해 있다.
그래서 숲의 공기는 탁하지 않고 맑으며 숲 속의 시야는 넓다.
공기중에 오염물질은 나무가 거두어 가고 대신 신선한 공기를 내놓는다.
도시에서는 숨쉬기 조차 어렵다고 하는데 숲속에서는 심호흡을 할 수 있다.
숲에는 맑은 물이 있다. 비싼 정수 시설로 걸러진 수도물도 그냥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생수라고 사먹지만 역시 믿기 어렵다. 물이 없어 난리, 물이 갑자기 불어 난리,
물에 악취가 나서 난리, 물에 이물질이 있어 난리, 온통 물난리다.
전국의 약수터는 이른 새벽부터 또 난리다.
그러나 숲의 물은 모두가 약수다. 공해물질이 녹아 있을 리도 없고, 가정폐수가 흘러들
리도 없고, 중금속이 있을리도 없다. 산소가 풍부사게 녹아있고 숲이라는 여과장치에
의해서 천연적으로 걸러지며 또 어디에선가 자라고 있는 약초의 성분이 녹아 있는
물이다.
숲을 흐른는 물은 소리마저 맑다. 숲에는 향기가 있다.
소나무의 솔향이 있고 찔레꽃의 달콤한 냄새가 있다.
방안에 놓여있는 인공방향제의 냄새와는 전혀 다른, 생명이 느껴지는 냄새이다.
숲에선는 흙조차 향기가 있다. 숲의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맑게 한다.
낙엽의 냄새는 어떠한가. 낙엽이 썩는 냄새는 도시의 쓰레기가 썩을 때 나는 악취가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물질순환의 냄새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잡힐 것 같은 실체로 느껴지는 향기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숲은 살아 있다. 어느 순간도 똑같은 것이란 없다.
소동파가 노래한 봄마다 다시 피는 꽃도 예전의 꽃이 아니다.
흐르는 물도 그때의 그 물이 아니다.
예전의 것들은 모두 지금 있는 것 속에 깃들여 있을 뿐이다.
나무도 해마다 마디를 더해가고 땅 속의 토양도 해마다 낙엽을 보듬는다.
지금 보는 잎은 새 봄에 필 잎을 위하여 가을이면 스스로를 떨굴 것이다.
이 순간 나무기둥 속은 물즐기가 기운 차게 솟아오르고 나뭇잎의 작은 구멍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있으며 뿌리는 열심히 물과 양분을 찾아 줄기로
옮기고 있을 것이다.
가려진 나뭇잎의 뒷면에는 곤충의 알이 안에서 자라고 있으며, 나무기둥에
붙어 있는 번데기는 화려한 날개짓을 꿈꾼다.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가 떨어진 낙엽과 죽어 누운 동물을 썩히고,
새는 벌레를 찾아 날아오르고, 벌레는 날개를 퍄 기 위해 두꺼운 집속에서 스스로를
살찌우고, 벌은 꽃을 찾아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햇빛과 수분을 기다리고, 꽃은 꽃가루 를 옮겨줄 손님을
기다린다.
신선한 공기, 깨끗한 물, 숲의 향기는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숲의 고요함과
푸르름은 사람의 정신을 다스려 준다.
심신이 숲에 서 맑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숲으로 가는 것이다.
숲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숲에 대한 욕구가 크다.
숲에서 멀어질수록 앞서가는 문명을 누리는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원래의 품, 숲으로 찾아드는 것이다.
숲에서 회복한 생의 활기는 도심의 일상을 활기차게 하기 때문이다.
분명 숲의 효용이 이제는 사람들에 대한 물질적인 제공에서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휴양과 보건의 기능으로 기울고 있다.
숲의 보건적 가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들이 제시되고 이를 이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사회적인 관심과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삼림욕이라는 것이다.
삼림욕은 숲에서의 활동을 건강과 연결시킨 직접적인 건강요법이 될 수도 있다.
숲을 잘 이해하고 숲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은혜로운 숲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가꾸어가야 할 것인
가를 깨단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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