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용, 정미영 부부 귀촌(歸村) 이야기◎
- 땅과 식물을 상대로 일하는 것은 명상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쉬게 해주는 것입니다 - 헤르만 헤세
제목;당구풍월(堂狗風月)이라는데 귀촌 3년 우리 부부는?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3(三)의 숫자를 다른 숫자와 다르게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면서 삼세 번을 외치고, 어른들은 회식 자리 같은 데에서는 "위하여"를 세 번 반복하고, 삼일절 등 국가 행사 등에서는 만세 삼창을 합니다. 운동경기 씨름에서는 삼판양승,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던지면 타자는 아웃입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실패를 하였다면 3번의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3(三)이라는 숫자는 동양에서는 길수(吉數)이고 완성(完成)의 숫자입니다.
2018년 7월 12일, 우리 부부는 "도시를 떠나거라, 도시를 달아나거라, 뒤 돌아보지 말아라"를 되 뇌이며 거대한 도시 내 고향 인천을 떠났고 경북 김천시 대덕면 덕산 1리 해발 550M 산골마을 장푸골에 집을 짓고 휴락산방(休樂山房)이라 이름 붙이고 정착했습니다. 세월은 유수 같다지요. 3년이 되었습니다.
당구풍월(堂狗風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는데 귀촌 3년이 된 우리 부부는 농촌 생활에 적응하였는지 돌아봅니다.
★ 돌멩이가 너무 많아 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땅을 보며 큰 한숨 쉬었을때가 어느덧 3년 전, 이제는 삽질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꾸었고 흙을 만졌을 때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면서 땀 흘렸던 노동이 기쁨으로, 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흙의 기운을 받은 식물은 무럭무럭 자라고, 꽃은 아름답게 피고, 풍성한 열매를 맺고, 양파, 마늘 등 여러 종류의 고랭지 채소는 우리 집 식단 먹거리로 올라옵니다.
★ 첫해에는 어떤 농약도 우리가 일구는 땅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을 분들의 충고도 있었고 결국은 텃밭에는 퇴비와 비료는 물론 살균제, 살충제 등을 과다하지 않게 적당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잔디밭 잡풀을 호미와 손으로 일일히 뽑았었는데 그 일이 단순한 듯 보이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뽑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2년째부터는 잔디만 살아남는 선택적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어 일거리 하나가 줄어들었습니다.
파쇄석이 깔린 곳도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파쇄석을 비집고 올라오는 잡풀을 일일이 손으로 뽑을 수 없기에 제초제를 사용하여 잡풀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 아내는 2019년 1월, 책<리생원책보 주방문> 공동저자인 하상훈에게서 전통주를 사사(師事)하였고, 우리는 그 전통주 명칭을 덕향주(德香酒)라 하였습니다. 아내는 판매하고 싶은 의욕도 있었으나 제조허가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결국은 아내의 부실한 허리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일 년에 두, 세 번은 덕향주를 만들고 있는데 마신분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귀촌 후 안정되게 정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원주민들과의 소통인데 덕향주가 마을 분들과의 관계를 아주 편안하게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마을분들이 집 주위 밭에서 일을 할 때 목 축이시라고 테이크 아웃용(380mL) 종이컵에 한 잔씩 드리면 그렇게 좋아합니다.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도 드립니다. 술을 못 드시는 분께는 같은 종이컵에 덕산리 마을에서 재배하여 숙성시킨 복분자와 탄산수를 혼합하여 드립니다. 그렇게 하면서 주민들과 무언의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것은 덕향주를 한 잔 이상은 안 드리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술로 인한 어떤 불미스러운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2016년부터 단주(斷酒)를 하여 그 좋은 덕향주도 마시지 않고 있지만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마을분들과 어울림은 적극적입니다.
★ 땅에서 에너지 넘쳐 솟아나는 식물들, 맑은 공기와 천연의 바람, 청아(淸雅)한 계곡 물소리, 청청(靑靑)한 푸르른 숲과 함께 사는 덕산리 생활은 3년 전에 약속하였던데로 화초, 채소 등 원예(園藝) 활동은 즐기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아침에는 산책하고, 낮에는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듣고, 독서도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 덕산리 휴락산방에서 만큼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우리 부부는 문뜩문뜩 코로나 19를 잊고 지낼 때가 있습니다.
시내 마트에 들렸을때 무척 당황한 일도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었던 거죠.
★ 또한 3년 전, 욕심을 내려놓고, 느림과 비움을 잃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진행형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도시 생활보다는 주위의 분위기가 욕심을 내려놓고, 비움을 실천하게 하여 줍니다. 덕산리 생활은 누구와 경쟁을 한다든지 욕심을 낸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서로서로 수확한 작물을 나누어 주는 마을 인심에 욕심은 사라지고 비움을 실천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도시에서는 문밖만 나가면 상점이 쭉 늘어서 있어 움직이면 돈인데 우리 마을은 구멍가게도 없습니다.
◆귀촌 3년을 맞으며 내 나이 고희古稀(70세)를 지나 망팔望八(71세)의 나이로 들어섰습니다. 3년의 휴락산방 생활을 하면서 늙어가는 나이 앞에서 나이에 굴복을 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원예를 한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몸을 움직여 무엇을 뿌리고 심고 가꾸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좀 더 빨리 보겠다고 발묘조장(拔苗助長)할 수 없습니다. 식물들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서두르지 않고 수확의 시기까지 기다리는 마음은 욕심이 없고 불순하지도 않아 순진한 어린아이 마음 같기에 나이가 늙어 간다는 것을 잊습니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에서 회복하는 것뿐 아니라 후속 스트레스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일주일에 한 번 30분만 농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기분과 자존감이 의미 있게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원의 쓸모"에서)
정원의 이름도 대지에 솟아나는 푸른 생명력의 뜻인 비리디타스(Viriditas)라 하였고 정원 곳곳 푯말에는 자연과 노동에 대한 글을 적어 놓았고 원예를 가꿀 때 그 글을 읽으면서 자연과 노동의 가치를 더욱 의미 있게 느끼므로 이 또한 늙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는 않지만 풍경을 바라보면 언제나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풍경은 새롭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구름이 바다를 만들어 산봉우리 들은 작은 섬처럼 두둥실 떠있고 더 먼 곳의 가야산 상왕봉은 흰구름 위로 우뚝 솟아있는 풍경입니다.
귀촌 3년, 우리 부부는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농촌 풍월을 읊고 있다고 당당하게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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