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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생활자(오경아 글, 그림)

Bravery-무용- 2019. 9. 2. 18:35

정원의 생활자  오경아 글, 그림

작가의 말

정원을 산책하다가 마침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울 때 살짝 입가에 미소가 번지듯이 이 책 속의 정원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미소를 한 번 더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식물의 아버지, 테오프라스투스

"소요학파"는 말 그대로 스승 플라톤과 또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모두 정원을 거닐면서 제자들과 대화를 통해 학문을 이어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원이 단순히 보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학문과 대화를 함께했던 장소였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테오프라스투스는 바로 플라톤의 또 다른 제자였고, 누구보다 정원과 식물을 아끼고 사랑했던 철학자 였습니다. 

꽃의 아버지, 클루시우스 이야기

"쏯의 아버지"라 고 불리는 카를로스 클루시우스입니다. 북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였습니다.

구근식물 시클라멘은 오스트리아 알프스산에서 찾아낸 꽃, 서양앵초는 독일 어느 산을 등반하다 찾아 낸 꽃.

진한 향기의 하이신스, 색감이 화려한 라넌큘러스, 할미꽃처럼 고개를 숙여 피어나는 프리틸라리아 등도 클루시우스가 중앙아시아에 자생한 튤립을 유럽에 최초로 소개하였습니다. 

카페인이 없는 민들레 커피

민들레 뿌리로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나요? 민들레 뿌리를 생으로 먹으면 쓴맛이 많이 나지만 말렸다가 갈아서 차처럼 우려내면 그 맛이 딱 커피입니다. 이 민들레 커피는 1866년 미국의 한 월간지에"싸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커피"라는 기사로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어요. 

민들레 뿌리를 잘 캐낸 후 씻어서 햇볕에 말려 주세요. 그런 다음 커피처럼 갈아서 뜨거운 물에 적당히 내려주면 훌륭한 민들레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정원사 이야기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 영국의 수상 처칠, 미국 세 번째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영국의 여류시인이며 소설가 비타 색빌웨스트 그들은 한결같이 자기 삶의 가장 큰 휴식과 기쁨을 정원 속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격언처럼"정원, 그곳은 우리의 영혼이 자라는 곳"

사라지고 있는 곤충, 꿀벌

일벌이 평생 동안 모으는 꿀의 양이 고작 티스푼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꿀물 한 잔을 마셔도 남김없이 참 고맙게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권위, 고귀함, 수난을 상징하는 백합

기독교에서는 순결함의 상징으로 성모 마라아의 꽃이라 불리지만 기독교가 등장하기 1,500년 전 지금의 중동 지방에서 융성했던 아시리아 사람들도 이 꽃을 왕실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관목과 초본식물로 분류되는 작약, 모란

우리에게는 목단牧丹 혹은 모란으로 불립니다. 더러는 작약이라 하죠.  이름이 달라서 전혀 다른 꽃으로 오해할수도 있지만 식물학적으로는 같은 과科의 식물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단은 키 작은 나무로 잎이 지고 난 후에도 가지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작약은 다년생 초본 식물이어서 겨울이 되면 뿌리만 남긴 채 잎과 줄기가 사라집니다. 중국에서는 부영화富營花라는 이름처럼 부귀와 명예의 상징으로 정원을 장식하는 더없이 화려한 꽃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꽃 중의 왕"이라는 별칭을 줄 정도로 이꽃을 귀하게 여기고 좋아했지요. 목단의 아름다움은 역시 1미터 안되는 키에 피어나는 너무나 탐스러운 꽃이겠지요. 목단은 흙을 바꾸고 나면 적어도 몇 년 동안 꽃을 피우지 않은 채 영양분을 모으기도 하니깐 기다림의 식물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해를 거듭해 수십 년 간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을 해마다 선물해주는 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료 속에 숨어 있는 향기

향나무 옆에는 사과나무를 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향나무에 잘 끼는 균이 봄철이면 포자를 날려 번식하는데 이 포자가 사과나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신은 정원을 가장 먼저 창조하셨다. 정원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영국  철헉자)

비 오는 날, 정원에서

실제로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 가장 주의할 점이 바로 나무의 잔뿌리를 마르지 않게 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잔뿌리가 10분 이상 햇볕에 노출되면 생명을 잃게 되니까요.

잃어버린 우리 식물 미스 김 라일락

라일락꽃을 매년 풍성하게 보려면 가지치기 작업을 해선 안됩니다. 새로운 가지에서 꽃망울이 생겨 꽃이 피우기까지 적어도 다시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리니까요.

이율배반의 상징 감자 이야기

감자의 꽃, 잎, 씨앗은 모두 독성이 강해서 먹을 수 없습니다.

신의 선물 불루베리

블루베리를 키울 때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한데요. 다른 베리 종들이 주로 '중성'의 땅을 좋아하는 반면, 블루베리는 '산성 흙'을 좋아해서 영양분이 풍부한 정원용 거름이 아니라 일반 흙을 사용해야 하고, 산성 성분이 많은 소나무 껍질을 모아 덮어 주거나 '황'을 추가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우리가 먹는 수돗물에는 알카리 성분이 많기 때문에 수돗물보다는 산성인 자연 상태의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삶의 다섯 가지 맛을 선사하는 오미자

오미자는 곧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줄기를 꽈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 살아가는 덩굴식물입니다. 때문에 오미자를 키우고 싶다면 지지대가 필요하죠.

주피터 신의 열매 호두 이야기

호두나무를 정원에 심을 때는 조심해야합니다. 호두나무는 뿌리와 잎 속에 유글론이라는 화학성분이 많은데 이것이 다른 식물의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고약한 작용을 하죠. 특히 토마토, 사과나무, 자작나무는 호두나무와 공생이 힘들어서 한 공간에서는 안타깝게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막강한 힘의 상징 보르비콩트 정원

루이 14세의 지시로 만들어진 정원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정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입니다.

채소밭을 지키는 예쁜 꽃 메리골드

메리골드는 식물의 뿌리, 잎, 꽃 전체에서 독특한 향기가 나는데 바로 이 향기를 내는 성분이 채소 정원의 가장 큰 골칫거리 벌레와 달팽이와 같은 반추동물의 접근을 막아 줍니다. 채소를 기르고 싶다면 그 옆에 메리골드를 심어주는게 참 좋은 방법이죠.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서양의 농부들은 오래전부터 채소와 메리골드를 윤작으로 키웠습니다. 서양에서는 중세 시절 메리골드가 집안에 들어올 수 있는 재앙이나 악마의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었습니다. 메리골드라는 말은 '마리아의 골드'라는 의미도 있는데, 그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축제에 바로 이 꽃을 씁니다. 메리골드는 크게 꽃 모양에 따라 크고 노란 꽃이 열리는 종과 상대적으로 키가 좀 크면서 한들거리는 모양의 노란 꽃이 피는 프랜치 메리골드가 있죠

바흐가 반한 커피 이야기

바흐가 남긴 성악곡 중에 <커피 칸타타)가 있습니다. 칸타타의 가사 중에는 "하루에 세 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삶이 저녁상에 오르는 염소고기처럼 쭈그러들 것 같다"는 재미난 표현도 있습니다. 바흐가 살았던 시기가 17세기임을 감안하면 이 당시부터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유럽까지 널리 퍼졌다는 말이 되겠죠.

능소화

능소화의 꽃은 우리 곁에 가까이 두기 좀 위험합니다. 꽃가루 안에 곤충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들어 있으니까요.특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능소화의 꽃가루를 만진 뒤 눈을 비비면 눈의 각막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를 천천히 가게하고, 참을성을 키우고, 자연의 느린 순환 속으로 우리를 다시 돌려놓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준다. 가드닝음 우리의 품위를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메이 샤튼(미국 시인)

낙엽은 왜 노랗고 빨갛게만 물이 들까요?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으로 진해만 지던 엽록소가 가을이 되면 점차 사라지죠. 엽록소가 사라지는 이유는 잎을 통해 태양과 질소를 빨아들여 영양분을 만들던 광합성 작용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는 뜻입니다. 나무가 광합성 작용을 중단하고 잎을 죽게 하는 이유는 갈수록 짧아지는 해와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입니다. 여름 내내 극성스러웠던 벌레와 바이러스를 낙엽과 함께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원을 반드시 일궈야 한다, 인간에 태초에 에덴동산에 던져졌을 때 인간은 일을 하기 위해 그곳에 놓었다. 그것은 인간이 휴식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볼테르(프랑스 철학자)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슬픔

1년 중 페르시포네가 지하 세계로 돌아가는 넉 달 동안 데메테르는 딸을 잃은 슬픔에 넋을 놓고 대지를 황폐하게 만듭니다. 그 시기를 우리는 겨울이라고 부릅니다. 딸을 잃은 어머니 데메테르의 슬픔이 깊으면 깊을수록 우리는 더 가혹한 겨울을 만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겨울이 깊을수록 기다림의 희망도 자라납니다. 딸이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 겨울 속에는 그래서 봄도 함께 있습니다. 

린덴나무 아래, 서양보리수나무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겨울나그네'의 제5곡 <린덴바움>으로 유명해진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서양보리수나무입니다.

잎과 줄기에 향을 담고 태어난 향나무

꽃이 향을 지니기는 쉬워도 잎과 줄기 자체가 향을 담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이런 나무가 우리 곁에 낮익은 모습으로 있습니다. 바로 향나무죠

텃밭 정원, 키친 가든 이야기

꽃과 채소와 과일이 함께 자라는 정원이지요. 정원의 모든 식물이 부엌에서 쓰일 수 있다 해서 이름도 예쁘게'키친 가든'이라고 합니다. 시작은 중세 수도사들로부터 시작 되었다고 봅니다.

자급자족의 삶을 찾아서

작가이며 농부, 환경운동가인 영국의 존 세무어는 7년 동안 아프리카 초원에서 양을 돌보며 음식이 부족해서, 배를 곯지도 않았고 집조차 없는 생활을 하면서 불행하다고 느끼질 않았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흔 나이로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자신의 작은 정원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다 조용히 생을 마감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퇴비 이야기

초보자도 할 수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 재료를 혼합하는 것이죠. 하나는 낙엽이나 나무에서 잘라낸 가지로 주로 색상이 밤색 혹은 갈색을 띠고 있어 '브라운 거름'이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잔디를 깍고 나온 풀이나 주방에서 나오는 과일 껍질을 모아 만든 '그린 거름'입니다. 브라운 재료에는 탄소 성분이 많고, 그린 재료는 질소 성분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 두 성분의 재료를 잘 섞어주면 탄진율이 아주 좋은 정원 퇴비가 만들어지는 거죠.

"꽃의 언어"를 아시나요?

빨간 장미는 사랑을, 흰 백합은 순결함을, 제비꽃은 겸손함의 꽃말을 지닌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사랑을 말할 수 없었던 시절, 젊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꽃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 '꽃의 언어'가 시작되었으니까요. 꽃을 받는 상대가 만약 "예"라는 대답이라면 받은 꽃을 입술에 대고, 아니라면 꽃잎을 따서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19세기에는 이 꽃의 언어가 수백 개가 넘어서 유럽 여성들은 이 꽃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공부의 항목이기도 했습니다.

몸 안에 세월의 흔적을 남겨두는 식물

이 지역 나무들이 이상하게도 1816년에만 나이테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전해인 1815년에 인도네시아의 템보라산의 엄청난 화산 폭발로 하늘이 재로 가득 덮여 햇살이 나오지 않아 그해 여름이 없었던 까닭이죠.

"내가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나의 배움은 정원에 대한 사랑이 나에게 주고있는 끊임없는 행복을 안다는 것이다." 거트루드 지킬(영국의 가든 디자이너)

저자 오경아의 다른 책; 정원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시골의 발견  블로그 네이버 oka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