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김용규 지음)
프롤로그
힘겹게 자신을 지키고 피어난 꽃들은 동시에 타자의 삶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여름 꽃은 무수한 벌과 나비, 온갖 벌레들의 삶을 일으켜 세웁니다. 누군가에게 꽃밥을 나누고 누군가에게는 꿀을 나누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바람을 지우는 처마가 되어주며 말입니다.
내가 숲에서 살아온 시간 역시 여름 꽃의 시간과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열망을 따라 꽃을 피우지만 암록의 세상과 맺는 관계때문에 한층 더 붉은 빛깔로 피어야 하는 꽃. 나비를 만나야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갈 기회를 얻는 꽃. 자신을 지킴으로써 타자의 삶을 일으키려 애쓰는 꽃.
나는 이 책이 여름 꽃처럼 피어나야 하는 당신에게 찾아드는 나비와 같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숲이 빚어내는 삶의 모습과 놀라운 가르침 속으로 잠시나마 젖어들기를 바랍니다.
삶에 던지는 질문들
이윽고 산 그림자가 화선지 위 먹물처럼 마을을 향해 번져올 즈음 다시 뒤란에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저 그렇고 그러한 하루를 담담히 맞이하고 보내는 날...... 이런 날들이야말로 내게는 참 좋은 날들이구나
그 삶은 언제 살아보려 합니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을 택하면 어떨까요? 멈춰보는 것이지요. 의도된 공백을 그대로 두어보는 겁니다.
만났습니까
좋은 삶을 이루는 데 있어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너머에 있는 지혜의 경지와 만나는 겁니다.
숲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의 관한 지식을 쌓는다고 숲을 잘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숲을 이루는 무수한 생명들괴 내 삶이 하나로 연걸되는 경지를 만나야 진정 숲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까? 많이 아는 삶입니까? 아니면 더 자주 가슴으로 만날 줄 아는 삶입니까?
두려운 날 있으십니까
가지 끝에 꽃망울이 달려있더구나. 떨가죽 꽃망울 안에 그 고운 꽃 곱게 담겨 있겠지
당신 역시 왜 아니겠습니까
새소리가 빚는 앙상블이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한편 다른 생명들의 성장이 절정의 지점을 통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숲의 나무와 풀들은 제 잎을 한껏 뽑아내어 녹음으로 깊어가는 시간이고, 연중 피는 전체 꽃 중에 절반을 차지하는 여름 꽃들의 향연도 바야흐로 펼쳐질 참입니다.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관찰에 따르면 잎의 몸을 군데군데 뽕뽕 뜯어 먹는(망사 스티킹 처럼) 애벌레는 대부분 몸에 털을 지녔고, 가장자리부터 갉아 먹는 애벌레는 몸에 털이 없거나 털을 조금 가진 애벌레들 이라합니다.
숲으로 스며든 삶
도시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은 합리적이고 신속하고 능력지향적인데 이 방식이 정이 없고 메마르고, 숨 막히는 방식으로 느꼈습니다.
농부로 사는 즐거움은 직접의 즐거움, 거절의 즐거움, 조아림의 즐거움입니다.
내가 직접 일구고,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아무에게나 팔지 않을 것이며,
권력이나 자본에 조아리기보다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에 머리를 조아리는 겸허한 즐거움
사람을 키우는 숲
내가 위로를 얻는 대상은 크게 셋이었습니다. 가장 큰 존재는 역시 숲과 자연, 다른 하나는 책, 또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꽃은 그냥 피지 않아요. 엄혹한 북풍과 한설의 시간을 견뎌낸 꽃눈만이 개화할 수 있어요.
나는 창의와 창조성, 인성 등의 요소들은 절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바로 '자연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숲을 닮은 사람들
새소리는 표먄적으로는 새들이 서로 유혹하고 사랑하자고 빚는 세레나데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식물들이 겨울을 털고 일어서면서 키워내는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참된 인생'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진짜'인 인생을 살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식이 자신을 제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시밭길이건 꽃길이건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길을 기꺼이 걸어내려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삶의 운행 속에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나를 두드리고 제압하고 꺽으려 드는 인연이 늘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삶에 답하는 숲
두려움에 떠는 그대에게, 삶이란 본래 실수와 실패를 거름 삼아 성장하고 깊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밤 숲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살다가 삶의 큰 가지 하나 뚝 부러졌다고 할지라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무가 그렇고 풀이 그렇습니다. 나무와 풀은 부러지거나 잘려나간다고 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의 삶에 어두운 시간, 어두운 측면을 만나더라도 절망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그 어두운 시간은 우리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 단단해지기 위한 수련의 계기가 될 테니 말이지요.
자연을 삶의 스승으로 삼는 사람에게 숲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넓은 학교입니다.
'저 생명도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이구나'하고 바라볼 수 있는 눈, 즉 머리에 붙어있는 눈이 아니라 가슴에 붙어 있는 눈, 즉 마음의 눈이라 말하겠습니다.
에필로그
그러니 연애하고 싶게 한 그 마음의 결을 따르면 됩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시작하는 겁니다.
저자 김용규는 "백오산방"을 짓고 "여우숲" 대표
<김천시립도서관에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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