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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대니언 클라인)

Bravery-무용- 2019. 4. 29. 11:10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대니언 클라인)

 

1. 즐겁게 살지 못하면 바르게도 살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에피쿠로스주의자라는 말을 맛있는 음식만 찾아다니는 식도락가이자 극도로 감각적인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고 있다.  23쪽

    에피쿠로스는 노년이 인생의 절정이자 최상의 단계라고 믿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  노인은 항구에 정박한 배와 같다는 그의 말에 무척 마음에 든다.  27쪽

    맹렬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휴식이라는 말이 없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이른바 '버킷리스트bucker list라는 목록을 만들어놓고 죽기 살기로 달린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차분하게 인생의 황혼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 오후 내내 즐거운 담소를 즐기거나, 음악을 듣거나, 인생에 대하여 사색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30쪽

"충분한 것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경구로 소유욕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쪽

에피쿠로스는 충고한다. 단순한 즐거움을 찾으라고, 소박한 즐거움은 값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늙은 육체에 부담도 주지 않는다.  32쪽 

"일상사와 정치"를 등지고 사는 노인에게는 따뜻한 동료애가 가장 값진 선물이다. 공직에 있든, 사업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영원한 청춘"을 꿈꾸며 여전히 직업 전선에서 허우적대는 노인들은 이렇게 값진 선물을 얻을 기회가 거의 없다.  54쪽

진정한 우정이란 상대방을 지위에 따라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 활동을 멀리하며 살아갈 때에는 우정이 특별한 효과를 발휘한다.  56쪽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해는 수평선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크게 보이고 그 빛은 지구에 가려 점점 희미해 진다. 물에 굴절된 빛은 장밋빛 여운을 바다 위에  엷게 펼친다. 네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일광의 최후를 지켜본다. 60쪽

에피쿠로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죽음에 관하여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에겐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아직 이 세상에 있을 때에는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에는 우리가 이 세상에 없으니까 말이다. 생명이 없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태어나기 전에도 아무것도 없었으니 죽음이 출생보다 더 두려울 것은 없다."  60쪽

 

2. 세월은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창문마다 쇠창살이 붙어 있어도 내 책상에서 내다보이는 시야가 가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쇠창살이 풍경을 네 개의 프레임으로 선명하게 구분해줘서 밖을 내다보기에 편리하다. 67쪽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면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인생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지루하게 사는 사람은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마저 그리워한다.  78쪽

목표는 끝이 없다. 어떤 목표에 도달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새로운 것도 세월이 흐르면 오래된 것이다. 죽기 전에 봐야할 12곳 중에서 마지막 여행지에 이르면 이국적인 지형도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열한 번이나 '이국적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은 새로운 것의 반감기를 잘 알고 있다. "이 나이가 되면 놀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온다.  80쪽 

플라톤의 "법률"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 중에 "인간은 신이 놀이에 쓰려고 만든 장난감이다. 그것이 인간이 맡은 최상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그 역할에 합당하게 가장 고결한 놀이를 하면서 일생을 보내야 한다. 옮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그건 인생을 놀이 처럼 사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103쪽

 

3. 고독한 만큼 나에게 가까워진다

비오는 날 늙은이의 우울함을 물리치기 위한 전략으로 지루함과 놀이에 대한 철학 책을 뒤적거린다. 이럴 때는 생각을 가지고 노는 것만큼 좋은 카이로스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112쪽

**카이로스;Kairos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축적된  경험, 그것이 노인이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114쪽

경제 활동과 정치에서 벗어나면 다른 일, 특히 사적인 일과 철학적인 관심사에 두뇌를 더욱 집중할 수 있다. 116쪽

에피쿠로스는 노인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기에 아주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116쪽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인을 아주인색하게 깍아내렸다. 그의 저서 "수사학" 제2권에서 "노인은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해서 산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지나간 오랜 세월에 비해서 거의 없다. 희망을 미래에 대한 것이지만, 기억은 과거에 대한 것이다. 노인들이 수다스러워지는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과거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지껄인다. 과가를 기억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120쪽

버트런드 러셀은 아리스토텔레스보다 한술 더 뜬다. 아흔여덟살까지 "영원한 청춘"으로 살았던 러셀은 1975년에 쓴 에세이 "늙는 법"에서 "노년에는 심리적으로 경계해야 할 위험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 위험은 지나치게 과거에 몰입하는 것이다. 지나간 좋은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이미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겨 추억 속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 미래를 향해서 생각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상해야 한다."  121쪽

정신분석학자며 철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노인들에게는 후회와 절망으로 점철된 추억만 있는 게 아니다"고 확신했다. 에릭슨은 오히려 "제대로 노년을 보내려면 과거를 성숙하고 지혜롭게 회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24쪽 

에릭슨은 노년에 자신의 인생을 철학적으로 받아들이려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원숙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26쪽

4. 아름다움은 선택이다

우리는 오래 지속된 부부관계가 노년에 가장 큰 위안이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 부부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부부가 공유하는 추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66쪽

5. 살아 있음이 곧 기적이다

그것이 장인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큰 특혜였네" 이 짤막한 말 한마디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뿍 담겨 있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175쪽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강조한 말은 매사에 절제하라는 것이다.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중요을 지키라는 것이다. 용기가 지나치면 무모해 지고 용기가 너무 적으면 겁쟁이가 된다. 그는 절충안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178쪽

6. 능력밖의 것들을 내려놓다

화가 날 때 가장 좋은 처방은 화내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세네카- 198쪽

"삶도 내가 바라는 것이요 의(義)도 내가 바라는 것이지만, 양자를 동시에 택할 수 없다면 나는 삶을 포기하고 의를 택하겠다. 삶도 내가 바라는 것이지만, 삶보다 더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삶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삶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고 죽음보다 더 실은 것이 있다"  맹자, 제6편 고자장구告子章句 상편에 나오는 부분   212쪽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인생이라는 배는 사람들을 태우고 아주 빠른 속도로 항구에 닿는다.누구에게나 그 항구가 목적지이지만, 어떤 배는 항해하는 도중에 꾸물대기도 하고 어떤 배는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그런 인생에는 반드시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 수 있을때 까지 살지않고 살아야 할 때까지만 살 것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삶의 양을 중요시하지 않고 삶의 질에 중점을 둘 것이다. 괴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 마음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다.  남아  있는 것이 조금밖에 없을 때에는 잃은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일찍 죽느냐 늦게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잘 살다가 죽느냐 앓다가 죽느냐가 문제다. 잘 살다가 죽는 것은 앓다가 죽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213쪽

7. 한순간에 영원을 붙든다

철학적 소양이 적은 사람은 무신론에 빠지기 쉽지만, 철학적 학식이 깊어지면 종교에 귀의하게 된다. -프렌시스 베이컨- 228쪽

히친스는 기성 종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일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영적인 차원이라는 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영적인 차원을 갈구하게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230쪽

프로이트는 "환상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종교는 우리의 소원이 만들어낸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종교를 단호히 배격했다. 231쪽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두 가지 사고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른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과학적인 두뇌를 사용하고, 구원을 위한 기도가 필요할 때에는 비과학적인 두뇌가 활동하는 것이다. 233쪽

힌두교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누어 역할을 규정했다.

제1단계는 브라마카리로 학생단계

제2단계는 그리하스타로 가장단계

제3단계는 바나프라스타로 반 은퇴 상태의 은둔자 단계

제4단계는 산냐시로서 세상을 버리는 고행자 단계 제4단계는 72세 이후에 시작된다. 236쪽

산냐시는 이미 모든 관심사와 걱정거리에 작별을 고했다. 인생사를 멀리하고 세속적인 일과의 관계를 끊음으로써 산냐시는 마침내 궁극적인 영적 문제에 몰두할 시간을 얻게 된 것이다. 237쪽

아무리 광적인 무신론자라도 깊은 내면에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238쪽

(끝말)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기는 삶" 에피쿠로스가 제시하는 노인이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

저자는 노년기에도 젊은 시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고 기를 쓰지 말고 생활 규모를 줄여 소박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클라인이 지적한 것처럼 노년을 병상에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된다면 내가 차지 할 수 있는 건 길이 2M밖에 되지 않는 병원 침대 하나밖에 없다.

노망은 신이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맨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 하는 것보다 차라리 노망에 걸려 죽는 줄도 모르고 죽는게 속 편하다는 논리이다. 

플라톤은 인간이 신이 놀이에 쓰려고 만든 장난감.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는 지옥에서 떨어져 바위를 굴러 산 정상에 올려놓으라는 형벌을 받는다. 시지프는 영원히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벗어날 길이 없다. 이처럼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며 희망 없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시지프의 형벌을 오히려 즐길 때도 있지 않을까? 산꼭대기 까지 바위를 올렸놓았다는 성취감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게 우리 인간의 부조리한 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