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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루프, 성귀수역)문학세계사

Bravery-무용- 2016. 1. 23. 20:24

오페라의 유령

섬뜩하면서도 애절한 로맨틱 미스터리의 걸작!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오페라의 유령』. 프랑스어판 텍스트를 국내 최초로 완역하여 원작의 맛을 살렸다. 섬뜩하면서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상상을 뛰어넘는 공포와 예술적인 장치들로 정교하게 펼쳐진다. 이 소설은 이후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둘러싼 사건들을 추적하며 실마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가면을 쓰고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아야 했던 한 남자. 언제나 오페라극장 2층의 5번 박스석을 차지하는 이 '오페라의 유령'은 극장의 프리마돈나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납치하는데….

 

1. 프랑스어판 원작 국내 최초 완역!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천사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가면을 쓰고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아야 했던 남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서양 문화권의 이야기 원형인 『미녀와 야수』, 『노트르담의 곱추』류의 섬뜩하면서도 애절한 로맨틱 미스테리로, 치밀한 구성된 추리 소설의 긴박감을 전한다. 이런 스토리적 배경은 당시 독자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이후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뮤지컬로는 1986년, 런던 허 머제스티스 극장(Her Majesty's Theatre)에서 초연된 이래,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쉬지 않고 공연중이지만 지금도 구할 수 있는 표는 반 년 후의 예약표뿐, 세기를 뛰어넘어 종영의 날을 예측할 수 없다. 영국 역사상 최초로 뮤지컬 음반이 판매 1위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고, 전세계로 수출되어 15개 국가,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공연 수입은 지금까지 무려 30억 달러(3조6천억 원) 이상이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반은 전세계에서 1억2,5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는 파리의 오페라 극장이다. 이 극장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진다. 끝에 가서 밝혀지지만, 유령의 정체는 흉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미로 같은 오페라 극장 지하의 비밀장소에 홀로 숨어 살고 있는 사나이다. 이 사내는 극장 전속 여가수인 아름답고 순수한 크리스틴을 짝사랑하여 무대 공연중인 그녀를 감쪽같이 지하의 호수 한가운데로 납치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그녀를 사랑했던 샤니 드 라울 자작은 목숨을 걸고 지옥의 끝까지라도 크리스틴을 따라간다. 오페라의 유령은 결국 못 이룰 사랑임을 알고 쓸쓸히 사라진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무대 공연에 맞추기 위하여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변형시켰고 등장인물들을 축소시켰다. 일면 극적 효과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치밀한 구성이 적잖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프랑스어판 텍스트로 완역된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르루의 원작 그대로이기에 그간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원작의 맛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2. 인간의 원형적 비극으로 전해지는 섬뜩하며 애절한 사랑 이야기
― 옮긴이의 말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알아도, 그것이 20세기초(1910년) 프랑스에서 나온 공포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Le Fantôme de l'Opéra)』의 정확한 번역은 아마도 <오페라 극장의 유령>이나 <오페라좌의 유령>,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리에 실재하는 2,300여 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에 출몰하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는, 명탐정 셜록 홈스로 유명한 영국의 코넌 도일(A. Conan Doyle, 1859-1930)이나 괴도(怪盜) 아르센 루팡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1864-1941)과 동시대에 활약한 추리작가이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소 그 격(格)을 달리 한다. 베일에 가려진 범죄의 실타래를 논리적인 지력(智力)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묘미가 추리소설의 정수라 한다면, 이 소설은 거기에 더해 인간의 원형(archetype)적인 갈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기형을 타고난 에릭이라는 악인(惡人)이 오페라 극장 프리마돈나인 크리스틴을 짝사랑함으로써 벌어지는 온갖 황당무계하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미(美)와 추(醜), 선(善)과 악(惡), 생(生)과 사(死)라는 요인들의 얽히고 설킨 문제를 우리 앞에 더없이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로서 제시한다. ‘유령’으로 알려지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어온 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을 통해 우리는 그 모든 이원론적인 요소들이 결국에는 하나일 수 있다는 신화적 진리에 도달한다. 인간의 저 근원적 집단무의식으로부터 끊임없이 송신(送信)되어오는 이 같은 보편적 메시지는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그리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있게 해주는 추동력(推動力)인 셈이며, 이는 21세기를 넘어선 미래의 우리에게도 아마 똑같이 작용할 것이다. 우리의 정서, 우리의 상상력이 인간적 진실을 추구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어떤 철학적인 사변이나 요설로 독자를 질리게 만들거나 하는 건 물론 아니다(아마도 옛날 소설이라 혹시 그렇지 않을까 걱정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처음 프롤로그로부터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역시 추리․스릴러 작가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수수께끼처럼 던져진 온갖 잡다한 요소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마치 하나의 실에 색색가지 구슬이 꿰이듯 정교하게 조립되어 가는 과정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며 읽는 독자들은 뒤로 갈수록 자꾸만 책장을 앞으로 뒤져가야만 하는 이상한 독서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여러 가지 각주나 그럴듯한 소설적 기법을 통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능청은 분명 독자들의 눈에 앙증맞은 애교로 비쳐지겠으나, 책을 덮은 뒤엔 자기도 모르게, 샤를 가르니에(Charles Garnier, 1825-1898)가 설계한 이 네오-바로크 풍의 화려한 오페라 극장을 찾아가 문제의 5번 박스석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