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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심리학

Bravery-무용- 2015. 4. 8. 11:05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0년).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 갈라테이아와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워지고 싶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조개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화려하게 조각하고 안료로 색을 입혀 목에 걸었다. 초기 청동기시대 유물로 화장품, 구슬목걸이, 팔찌, 브로치 등이 발견됐다. 고대 미라에서는 치아 사이의 틈을 메우는 수술용 실이 발견됐다. 요즘으로 치면 ‘치아교정 장치’를 쓴 셈이다. 고대 이집트에선 남성도 화장품을 썼다! 아름답게 보이려는 욕망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됐다.

이 책은 인간의 뜨거운 욕망 중 하나인 아름다워지고 싶은 심리를 분석하고, 이 욕망의 원천과 표현 양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대프로이트학회에서 수여하는 심리학상을 2차례나 수상한 정신분석학자다. 상담실을 운영해온 임상 경험과 학문 연구를 두루 아우르면서 저자는 책 제목대로 미의 심리학을 고찰한다.
신화와 동화의 흥미로운 줄거리를 한 꺼풀 벗겨내면 미에 대한 욕망이 드러난다. 유명한 피그말리온 신화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함께 숨겨져 있다. 성형수술을 해주고, 머리 모양을 다듬어주고, 체형을 관리해주는 현대의 ‘아름다움 비즈니스’ 원천 역시 욕망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 질투 역시 신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의 미모를 질투해 프시케에게 혐오스러운 괴물과 결혼할 것이라는 운명을 선고한다. 머리카락이 특히 아름다웠던 메두사는 아테나의 질투를 받아 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뱀으로 바뀌는 형상이 된다.

동화는 또 어떤가.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왕자나 야수는 모두 여주인공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반한다. 이 동화들에서 미녀는 부모에게 버려지지만,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과 어울리는 세대의 남성과 맺어짐으로써 어른으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