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자연 글

숲은 겸손을 가르칩니다

Bravery-무용- 2011. 7. 11. 15:52

숲은 겸손을 가르칩니다.

 

들판에 온갖 곡식들이 결실을 맺어 수확을 기다립니다. 특히 드넓은 논에는 벼들이 그야말로 황금빛 바다를 이룹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더니 꽉 속이 꽉 찬 벼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도 든 사람일수록 겸손해진다는 말이 있나봅니다.

겸손이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지에 대한 고전이 생각납니다. 바로 안영과 마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나라 때 안영은 세 임금을 차례로 모시면서 근검, 절약하고 성실한 정승으로 만 백성의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재상이었답니다. 안영에게는 키 크고 잘생긴 마부가 있었는데 정승의 말을 끄는 것을 큰 출세로 여기고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어느 날 이 마부의 아내가 시장을 가다가 정승의 행차를 보았습니다. 5척 단신의 안영은 보잘 것 없는 외모를 하고 겸손히 뒤에 있는데 앞에 선 마부는 의기양양하면서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거드름을 피는 것이 가관이었습니다. 그날 마부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짐을 싸며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마부가 까닭을 물으니 “오늘 시장을 가다 재상의 행차를 보았습니다. 안영이란 분은 재상이 되었으면 서도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겨우 정승의 말이나 몰면서 그것도 출세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있으니 한심스러워 그럽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마부는 크게 깨달아 태도가 겸손해 지더니 모든 행동이 달라지고 수레를 몰면서도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안영이 마부에게 태도가 바뀐 까닭을 물으니 아내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영이 그의 됨됨이를 알고 훗날 대부로 삼았다는 얘깁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숲이 바로 마부의 아내역할을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날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회는 더 이상 겸손이 미덕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남보다 앞서가고 이기려면 겸손해지기 보다는 잘난 척 해야 하고 남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겸손해 지려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대인들에겐 그런 기회가 없습니다. 나날이 전쟁터와 같은 생활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숲에 가면 우린 그런 계기를 얻습니다.

 

 

숲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줍니다.

 

숲은 무수히 많은 인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고 때가 되면 조용히 물러납니다. 그 무성했던 나뭇잎도 이젠 서서히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낙엽이 되어 자신을 썩힐 준비를 합니다. 나를 희생시켜 후손의 양분이 됩니다. 그 우람했던 나무줄기도 버섯과 벌레들에게 몸을 내어줍니다. 숲에 가면 이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겸손과 삶의 지혜를 깨닫습니다. 일상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문제들을 되돌아 보고 부끄러움도 느끼고 반성도 해 봅니다. 몇 백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거목을 보면서 자연의 경외를 느끼고 인생의 덧없음도 느껴봅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부정적인 허무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삶의 지혜로 승화됩니다. 바로 겸손이 그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남을 바라보고 삶을 영위함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지요. 숲이란 바로 이런 힘을 줍니다.

 

숲에는 많은 인자들이 서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함으로 겸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숲에서 남을 배려하고 인자해집니다. 얼굴 모습조차도 숲에서는 평온합니다. 그러나 숲을 나와 도심 한복판에서는 또다시 전쟁에 임하는 태도로 바뀝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정화하고 다시금 겸손을 배우기 위해서 늘 숲을 찾아야 합니다. Human(인간)과 Humble(겸손)이 Humus(썩음)라는 같은 어원에서 왔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숲이야 말로 인간의 참자아를 찾는 가장 올바른 길이며 남을 배려하고 성숙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Human(인간)과 Humble(겸손)이 Humus(썩음)라는 같은 어원입니다.

 

"우리숲"에서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