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2

붉은치마 벗은 적상산

Bravery-무용- 2007. 11. 19. 13:18

2007.11.18 새벽 덕유산국립공원의 기온을 확인하니 영하3도다.

겨울용 등산복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인천산지기 산악회와의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한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여인의 붉은치마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붉을 적赤, 치마 상裳  적상산 산행을 하기 위해서다.

덕유산국립공원은 월성, 송계사, 삼공, 설천, 안성, 적상산지구로 나누어 지는데 6개의 지구중 적상산지구는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09시 35분경 무주 서창향토박물관이 있는 서창 마을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몇대의 다른 산악회버스도 보인다.

 

 

다른 산악회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덕유산 서창공원 지킴터"를 지나면서 바라본 적상산의 모습이 좌측 향로봉으로 부터 정상과 안렴대까지 깍아지른듯한 절벽에 병풍이 쳐진듯이 보이고 적상산은 우리 산우들을 반갑게 포근히 맞아 들인다.

우측 약간 비켜서는 팔각정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이 화강암에 세워져 있고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귀중함을 알리는 "천하만민의 보배로운 적상산" 큰 빗돌이 세워져 있는 아담한 쉼터가 보인다.

 

 

 

우측 안국사 3.2키로 이정표를 따라 돌로 잘 다듬어진 적상산 산문으로 들어섰다.

돌계단 오름길이 계속되고 안국사 2.4키로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은 소나무숲으로 바뀐다.

습관적으로 소나무숲의 피톤치드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폐 깊숙히 숨을 들여 마시며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계속되는 돌계단 오름길에 계곡 아래에서 골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갈색 이파리는 난분분하게 흩날리고 있다.

입동 지나고 몇일 남지않은 소설(小雪)에 지금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겨울을 알리고 이파리를 떨구어낸 나목들은 겨울을 준비하면서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오르는 산길은 구절양장 구불구불 산사면을 감돌면서 오른다.

가팔막한 오르막이 아니라 오르는 산길은 한결 수월하다.

길섶의 단풍나무에 적색의 이파리는 갈색으로 바꿨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도, 밑둥은 움푹패여 있지만 중심줄기는 힘차게 하늘로 뻗어 오른 참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이 산을 오르면서 길이 막혀 바위를 장도로 내려쳐 길을 내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장도 바위에 도착하였다.

한사람이 다닐수 있을 정도로 바위가 갈라져 있다.

장도바위에서 좌측으로 오르면서 바로 적상산성 서문으로 들어선다.

임진왜란때 마을사람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였던 곳이다.

산의 지형에 따라 만든 성으로 장도(長刀)바위위로 수십미터의 성터가 있다.

서문을 올라서 성터로 들어서니 낙엽이 깔린 넓은 산길로 향로봉 1 키로,서창 2.1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파리가 떨어진 나목사이로 햇살이 갈색낙엽을 비추고 숲에는 흙으로 돌아가는 고목들의 모습이 듬성듬성보인다.

 

서문삼거리에 올라섰다.

서창에서 2.8키로 다리품을 하였다.

좌측으로는 향로봉가는 길. 이정표에는 향로봉까지 500미터가 표시되여있다.

우리는 우측 안국사 1키로 방향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로 발길을 옮긴다.

서창마을에서 소슬바람이 귓가를 시리게 한다.

배낭에서 겨울모자를 끄집어내고 아내는 고어자켓에 딸린 모자를 머리에 덮는다.

 

.키작은 죽순능선길에는 사적 제146호 적상산성을 알리는 표시석이 길섶에 세워져 있다. 뒷면은 지정일이 표시되여 있다."대한민국 1965.7.10"

적상산성은 산위에 분지를 에워싼 대표적인 방어산성 이란다.

송신탑을 지나면서 안국사로 내려가는 세갈래길이 나타난다.

안렴대는 300미터, 향로봉은 1.3키로, 안국사는 200미터 방향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산불 무인감시시설물을 지나면서  20여명 정도가 같이 할 수 있는 정상석이 보이질않는 정상(1,034 미터)에 도착하였다.

산신제를 지내고 산우님들 정상의 즐거움을 나눌때 아내와 같이 100여미터 앞에 있는 안렴대로 발길을 옮긴다.

안렴대 가는길을 철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좌측으로는 안국사 가는길 500 미터 방향표시가 되여있다.

 

 

 

 

 

 

 

정상과 안렴대에서의 조망은 오늘 산행에서 최고의 절정이었다.

높고 파란하늘에 아주옅게 깔린 흰구름 그리고 저 멀리 남쪽방향으로 꿈뜰대는  덕유산의 연봉들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서쪽 계곡 아래는 적상면의 마을들이 평온스럽게 보이고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와 19번 국도가 산과 산사이로 길게 이어져 있다.

북으로는 무주시내가 가물거린다.

아주 가까이는 향로봉이 손짓을 하고 있다.

안렴대에서 안전대를 붙잡고 고개를 쑥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찔하게 직벽으로 둘러쳐 있다.

계곡중턱에서는 까마귀들이 무리지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안렴대는 세 개의 바위가 갈라진듯이 세워져 있고 바위 틈사이로 위험은 하지만 오를 수 가 있다.

무작정 머무룰수가 없다.

 다시 정상을 지나 서창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아내와 서창마을로 내려 가야 하나 향로봉으로 가야 되나 망설이다 향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측으로는 나목사이로 산정호수가 빼꼼하게 보인다.

 

 

시나브로하게 능선을 걷다 보니 넓은 공터의 해발 1,034 미터 향로봉이다.

한여름에는 산정주위가 숲이 우거져 사방을 조망 할 수가 없을것 같다.

정상 바로 아래 햇살이 비치는 나뭇사이 양탄자같이 푹신한 낙엽에 앉아 아내와 함께 산정의 즐거움을 갖는다.

주위에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산정을 즐기는 산행객들이 보인다.

낙엽에 누워 나목사이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아내와 같이 구르몽의 "낙엽"을 �는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이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원점 회귀 산행으로 서창고개에서 서창마을로 내려간다.

 

적상산성 서문에서 좌측으로 내려와 장도바위앞 바위에 올라 건너편 직벽의 웅장한 모습과 음영된 계곡의 신비함에 산의 정취를 깊게 느끼게하고 계곡 아래에는 서창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장도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와 쉬엄쉬엄 내려와 서창마을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서창향토박물관에 들려 담당자로부터 무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산행객들이 많이 방문하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적상산 단풍의 풍광을 느껴 보지는 못했지만 산정에서 바라본 푸른하늘에 덕유를 바라보며 넉넉함과 여유를 만끽하였던 산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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