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책,읽을책 메모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일 년

Bravery-무용- 2016. 11. 8. 12:37
저자 김일로, 김병기|사계절 |2016.10.04
짧은 글 긴 울림, 단시短詩의 미학


책소개
광주 전남 아동문학 1세대로 평가되는 김일로(1911~1984) 시인은 동시집 『꽃씨』와 더불어 한글시와 한문시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시집 『송산하頌山河』(1982년 출간)를 남겼다.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인정人情을 노래한 스무 자 남짓의 한글시와 그것을 이어받는 한 줄의 한문시. 이 소박하고 단아한 정취의 단시短詩 130여 편이 실린 『송산하』는 안타깝게도 지역 사회를 넘어서 널리 읽히지 못했다. 한시 연구자인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병기 교수는 누구나 쉽게 외워 읊을 수 있는 이 짧은 시가 잊히고 만 것은 사람들이 한자와 한문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 여기고 『송산하』의 한문시 부분을 한글로 번역하고, 매 편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작업을 ‘번역하고 보충하여 서술했다’는 의미로 ‘역보譯輔’라 이름 붙였다. 이 책은 김일로 시집 『송산하』의 원문과 김병기 교수의 역보를 함께 담은 시에세이로, 30여 년 전의 시인과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본 애독자의 시간을 뛰어넘는 다정한 대화를 엿볼 수 있다.

 저자소개

김일로

저자 : 김병기
저자 김병기는 유년 시절부터 가학으로 한문과 서예를 공부했으며, 1988년 대만중국문화대학에서 「황정견의 시와 서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시와 서예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서예와 한지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미국, 루마니아, 스페인 등지에서 서예를 무대 공연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국내에서도 서예와 음악, 무용, 영상을 융합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수상했고, 문화재전문위원과 한국서예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아직도 한글 전용을 고집해야 하는가』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사람과 서예』 등이 있다.

원저자 김일로는 광주 전남 아동문학 1세대로 평가되는 시인이다. 1911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으며, 아호는 ‘한길’이다. 1955년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 황산중학교를 설립하고, 1960년 5월부터 매월 2회 노래 선물 「꽃씨」를 발행해 전남 13개 시군 100개 학교에 411부를 무료로 보내는 운동을 펼치는 등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전라남도 문화상, 성옥 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목포와 서울에서 수차례 시화전을 열었다. 예총 목포지부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이사를 역임했고 1984년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꽃씨』와 시집 『송산하』가 있다.

 

목차

추천의 글 - 4
들어가며 - 6
원저자 서문 - 15
春 봄 - 19
夏 여름 - 109
秋 가을 - 185
冬 겨울 - 253
나오며 - 324
김일로 약력 - 338

 

 

출판사 서평

한글과 한문의 오묘한 계합을 이룬 김일로 시의 세계
김일로의 시집 『송산하』는 마치 일본의 하이쿠와 중국의 오언 혹은 칠언절구가 지닌 절제와 압축미의 절정을 취해 한글시에 녹여낸 듯한 독특한 형식을 보인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자연에서 느낀 시정을 가볍게 던진 외마디의 단상” 같은 스무 자 남짓의 한글시를 일곱 자 내외의 한문시가 절묘하게 받아낸다. 그렇다고 해서 한문시가 한글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은 아니다. 한글시의 정취를 고스란히 이어가면서도 옆으로 살짝 한 걸음을 떼듯 또 다른 미감을 더한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보려고
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

꽃 한 송이 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련만

“한국이 지닌 아름다운 산수의 경색과 훈훈한 흙냄새가 몸에 배어 있어 풋고추의 알큰한 맛과 시래깃국이 풍기는 넉넉함을 사랑했”던 김일로 시인은 눈에 비치고 가슴에 고인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함부로 망칠까 저어하듯 단 몇 글자로 숨죽여 노래한다. 채 한 문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짧은 노래에는 고요함 속에서도 쉼 없이 변화하는 사계절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끝에 가만히 놓인 한 줄의 한문시는 말을 아낌으로써 더 큰 의미를 전하는 절제의 미학을 완성한다.


역보譯輔, 시인과 독자 사이의 징검다리

한시 연구자이자 국내의 손꼽히는 서예가이기도 한 김병기 교수는 자신의 강의와 저서, 그리고 서예 작품 전시회 등을 통해 김일로의 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글시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에는 감탄하면서도 한문시 부분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꼈다. 평소 한자 역시 우리 글자나 다름없다는 지론을 펴온 김 교수는 한글과 한자를 함께 써서 특유의 정서와 미감을 만들어낸 김일로 시인의 성취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 가장 큰 이유가 한자라는 것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결국 그는 한문시 부분을 번역하고, 한글과 한문의 오묘한 계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간의 해설을 더해 김일로의 시를 새롭게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일로의 시집 『송산하』에 김병기의 ‘번역과 보충 서술’, 즉 ‘역보’가 더해진 이 책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김병기 교수는 자신의 역보 작업이 원작을 훼손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글을 더하면서도, 독자들이 한층 풍부한 이야기 속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략)

[예스24 제공]

 

추천평

마치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개울가를 산보하는 듯한 청량감으로 가득하다. 김일로의 시를 읽고 누가 시가 어렵고, 책이 재미없다고 할 것인가. 김일로의 시는 대단히 짧다. 자연에서 느낀 시정을 가볍게 던진 외마디의 단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구에 주석을 달듯이 가한 한문 한 구절의 함축적 의미가 절묘하다.
세상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시와 멀어지고, 한문과는 아주 담을 쌓고 있는데 그 이유는 책은 재미없고, 시는 난해하고, 한문은 더더욱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세상을 탓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책과 만나게 하는 것이 모름지기 지식인의 사명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조명 받지 못한 김일로의 시를 현재로 다시 불러온 김병기 교수의 ‘역보’ 작업은 귀감이 될 만하다.
유홍준 (미술사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예스24 제공]

 

2016년 11월8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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