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상황에서 한쪽이 100% 잘못인 경우는 흔치 않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측 모두 일정 부분 갈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미안하다’는 사과는 먼 나라 얘기가 되곤 한다.
하지만 사과하는 것은 지는 게 아니다. 사과를 통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사과를 ‘하는’ 사람이다. 잘못을 용서받고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과란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행동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법을 아는 게 필요하다.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애인이 나 때문에 화가 났다. 서먹한 분위기가 싫어 사과를 했다. “내가 다 잘못했어!” 이 말을 들은 상대는 화가 풀어질까? 아니다. 그날은 일찌감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문제가 뭘까? 상대가 ‘왜’ 화가 났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사과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나의 어떤 잘못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이것이 사과의 첫 번째 요소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 다음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데 내가 이번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이라며 자신을 변호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상대로 하여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변명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두 번째 요소가 이것이다. 불필요한 접속사는 필요 없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데 이건 좀 이해해 줘…’와 같은 사족은 빼라. 혹, 꼭 필요한 얘기라면 상대가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인 ‘다음’에 해야 한다. 변명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세 번째, 조건부 사과는 피하라. “네가 화가 났다면 미안해”와 같은 사과다. 이 말은 ‘내 생각엔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닌데 속이 좁은 넌 화가 났구나. 그랬다면 사과할게’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어디에도 ‘내 잘못’은 없다. 문제를 상대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동이다. 많은 사과에서 이런 표현은 쉽게 발견된다. ‘적절치 않은 점이 있었다면’ ‘저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과 같은 것이다. 기억하라, 진짜 사과를 하려면 일단 내 잘못이 뭔지를 명확히 알고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상대에게 얘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사과는 무능함의 표현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책임감의 다른 말이다. 사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갈등 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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