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斷腸)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촉(蜀)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싣고 가는 도중 양쯔강 중류의 협곡인 삼협(三峽)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은 쓰촨과 후베이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그 지형이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그 어미가 환온이 탄 배를 좇아 백여 리를 뒤따라오며 슬피 울었다. 이내 배가 강어귀가 좁아지는 곳에 이를 즈음에 그 어미는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원숭이는 자신의 새끼를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를 태우며 달려왔기 때문에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는데 자식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그런 것이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환온은 새끼원숭이를 풀어주고 그 원숭이를 잡아왔던 병사를 매질한 다음 내쫓아버렸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편(黜免篇)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단장의 어원이 얼마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자식을 애타게 돌보게 감정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 순수성을 따진다면 짐승들의 감정이 사람에 뒤지지 않으니
부모의 자식 사랑이 얼마나 절대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런 부모의 수고로움에 대해 다들 빚진 마음도 없이 살고 있으니 태어나 사는 것이 일종의 빚더미 세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잘 모르는 빚이라고 빚이
아닌 것은 아닌데 일상의 불효를 너나없이 수시로 저지르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 사는 것이 죄라고도 하겠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표현이 있으니 자식으로 산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에게 아픔을 안겨주는 것이리라.
(박청하 세상만사)
가정의 달에 인생을 다시 물으니 무어라 딱히 어울리는 말이 생각나지 않고, 그저 받기만 했던 절절한 사랑에 가슴만 저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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