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시조

정지용 "향수"

Bravery-무용- 2013. 7. 17. 14:17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

 

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 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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